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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환상의 그대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미국 스페인 2010

by librovely 2011.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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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앨런의 영화
극장에서 우디앨런 영화를 본 일이 없다
물론 우디앨런 영화라고는 DVD를 사 놓은 돈을 갖고 튀어라 뿐...그건 보고도 감상문(?)을 안 썼구나...
그의 책은 두 권 읽었는데 뭐 그런대로 재밌었다  초라하고 궁색한 인간의 본모습(?)을 슬쩍 보여주는 것이..
내 취향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요상하게 유머러스하기도 하고...유머러스함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디앨런스러운 유머러스가 있다...



우디앨런의 책 몇 권을 읽었지만 그렇지만 난 우디앨런에 대해 약간은 안다고 생각한다...아주 조금이라도...
그는 분명 늙었다  나이들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할아버지 우디앨런이 아니라 그냥 호기심많고 웃긴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늙지 않은 아니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젊은(?) 어린(?) 우디앨런이 보인다...




하여튼 기대하고 갔다
제목도 괜찮고 대중적이면서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했다 나오는 사람도 많고....ㅡㅡ;
동행인은 영 믿음이 안가는 눈빛으로 극장에 들어섰고 탄산음료 반입이 안됨을 알고 속상해하였다....
사람이 별로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분명 확인해 봤을 때는 200좌석 넘게 남았는데 가보니 앞에서 4번째 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  근데 생각보다 괜찮았다...설날 연휴에 시네큐브를 찾은 커플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평소에는 그나마 이 극장이 커플 좌석 점유율(?)이 낮았는데...레스토랑을 찾은 커플을 보면 크게 부럽다는 생각
이 들지 않는데 이런 극장이나 미술관에 함께 다니는 커플을 보면 좀 부럽긴 하다...



환상의 그대
그렇다
환상이 나온다
하긴 환상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환상을 갖고 있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




안소니 홉킨스는 노인이다
하지만 그는 젊음을 원하고 그 다음에는 젊은 여자를 원한다
그 나이에도 열심히 운동을 하고 태닝을 하고 비아그라를 먹는다
그리고 운동을 열심히 하려 들지도 않고 오히려 옆에서 방해만 하고 힘 빠지는 소리만 하는 부인과 이혼한다
그 다음 사랑을 찾아 소개팅을 하는데 자기 또래의 노인은 영 마음에 차지 않고 결국 성인잡지모델같은 여자를
만난다...어떻게 만나냐면 뭐 방법이 있을까....하여튼 그런 여자 즉...환상의 여인네를 만나고 그녀와 사귀다가
결혼까지 한다



안소니 홉킨스에게 이혼당한 젬마 존스는 정신을 못차리고 정신과 상담을 받다가 딸이 권해준 심령술사?를 만나
러 가고 미래가 보인다는 그녀는 젬마 존스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밝은 미래가 있다 어쩌고 저쩌고
나중에는 이 삶이 끝이 아니다 환생한다 전생도 있었다 지경까지 예언을 해대기 시작하고 덕분에 젬마 존스는
충격에서 벗어나고 또 그런 영적인 대화가 통하는 것 같은 외모는 꽝이지만...하여튼 할아버지를 만나 연애도
시작한다



나오미 왓츠는 의대를 졸업한 멋진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의사는 자기 일이 아니라며 아예 쳐다도 안보고 작가가 되겠다고 논다 물론 글도 쓰고 아르바
이트로 운전도 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처녀작은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그 다음에는 이도 저도 아닌
그런 그 남자의 절망적인 상황에 빛을 가져다주는 이가 있으니 그녀는 맞은편 건물로 이사온 빨간 옷을 입은 여인
그녀는 프리다 핀토  슬럼독밀리어네어에서 나왔던 여자...맘에 안든다...그 영화에서 너무 남자들 사이에서 이리
저리 휘둘리기만 하는 여자입장에서 보면 예쁘지만 바보같아 보이는 캐릭터의 영향 때문인지 난 그녀가 맘에
안든다...정확히 말하자면 눈빛이 좀 총명하지 못하다....눈빛이....
하여튼 그녀를 보고 반한 나오미 왓츠 남편은 글 쓸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녀에게 접근할 생각만 한다




나오미 왓츠는 아버지가 싸구려 모델과 연애하고 엄마는 그 충격으로 안정이 안되어 자꾸 찾아오고 남편은 돈을
못 벌어와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에서 힘들어 한다   아기도 갖고 싶지만 남편은 아기를 원하지 않는다
키울 자신이 없었겠지 그래서 그녀는 직접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직장의 상사가 멋지다...안토니오
반데라스...게다가 그가 그녀에게 오페라 표가 남았다며 같이 보러 갈 기회를 만들기도 하고 그 날 차 안에서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그녀는 확신한다 그가 나에게 마음이 있구나....그는 부인과도 사이가 나쁘다고
한다...그런 부인에게 2000만원 상당의 귀걸이를 선물하는 재력도 있고...



여기까지는 좋았다 다들....
환상~
환상의 그대가 나를 찾아오다니....
하지만..환상은 환상일뿐....현실은...



안소니 홉킨스의 딸보다 어려보이는 새 연인은 그의 돈을 다 탕진하고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나고 임신까지 하고
젬마 존스의 새로운 남자는 죽은 부인을 잊지 못해서 결국 둘은 끝이 나고
죽은 친구의 글을 자기 작품인듯 거짓말을 해서 성공한 나오미 왓츠의 남편은 나오미 왓츠와 이혼하고 빨간 옷
입은 여인과 함께 살게 되었지만 죽은 게 아니라 그는 혼수상태였고 깨어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나오미 왓츠가 자신에게 반했다고 생각한 직장 상사는 사실 그녀의 친한 친구와 이미 사귀는 중이었고 혼자 착각
한 것이었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나에게 어떻게 꿈에 그리던 환상의 그대가 나타날 수 있는가....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너에게 어떻게 그런 일이....
어떻게 너에게 꿈에 그리던 환상의 그대가 나타날 수 있겠는가....
믿어지지 않지?
그렇다...그건 현실이 아니다....환상일 뿐....
환상의 그대는 그야말로 환상의 그대일 뿐이다


아~ 네.....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두 번 반복되어 나오는 셰익스피어의 그 명언(?)...
인생은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찬 무의미이다
이게 아마 이 영화의 주제인 모양이다....



아름다운 인생 의미있는 인생.....
나이 들어도 젊음을 유지하고 열정적인 연애를 아주 어린 상대와 할 수 있을거라는
대작을 쓸 수 있는 실력이 나에게 있을거라는
능력과 외모를 겸비한 완벽한 직장 상사가 나에게 반할거라는
예술가의 뮤즈가 되어 꿈같은 인생을 살 수 있을거라는
그런 환상적인 인생...



물론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지독한 소수일 뿐이고
어쩌면 난 너무나 평범한 아니 찌질하고 구차하고 비루한(다 같은 말인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닌지...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헛소리와 분노로 점철된 것이 삶이 아닌지...



영화를 보면서 난 어떤 환상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나 생각해 보았다
생각보다 많았다
주인공들의 환상을 다 갖고 사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처럼 그 중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하지만 젬마 존스에게 정신과 상담보다 말도 안되는 환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거짓 예언이 더 도움이 되었듯
그런 환상을 유지하며 환상인 줄 스스로 알면서도 기대하는 것이 살아나가는 데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보는 동안은 살짝 지루했다
솔직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30초 정도 졸았다
물론 영화가 많이 지루했다기 보다는 낮잠자는 시간이었기에...ㅡㅡ;;
보고 나서도 음...좀 실망...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리고 돌아와서도 계속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 괜찮은 영화였던 모양이다...아마도...



우디앨런의 단편 소설들과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




웃긴 장면도 많았다
생각나는 건...
귀걸이를 해보고 빼야할 상황에서 빼야겠죠? 물어보니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그게 인생이죠 라고 대답했나?
그리고 내 아들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에 싸구려 모델이 안소니 홉킨스에게 그게 누구 아들인게 뭐가 중요하냐
아무도 누구 아들인 줄 모를텐데 라며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는 부분
빨간 옷 입은 여자가 멋진 남자친구와 걸어가는 걸 뒤에서 보면서 걸어가던 나오미 왓츠의 남편이 자신의
엉망인 몸을 의식하며 옷을 추스리고 배를 감싸안고 걸어가던 장면
젬마 존스의 주책맞은 수다와 그걸 힘들어하는 나오미 왓츠와 남편도 재밌었고
나오미 왓츠의 고백에 얼빠진 표정으로 반응을 보이던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재밌었다



제목인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는 예언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생긴다고 했다는
젬마 존스에게 나오미 왓츠의 남편이 했던 말이다...키 크고 어두운 낯선 사람? 비꼬는 말이었을까?
Tall Dark Stranger가 무슨 다른 의미가 있나? 
나에게는 Tall Dark Stranger 가 비루한 현실...무참히 깨진 환상의 그대를 말하는 것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