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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픽션 Love Fiction 2011 한국

by librovely 2012. 3. 1.




버스를 타고 어딘가에 가고 있었다
요즘 버스에는 영상을 볼 수 있는 화면이 달려 있는데 그렇다고 그 화면을 보고 앉아있는 경우는 없는데 보통...
그럼 난 버스탈 때 뭘 보고 있지?  책? 책을 보면 멀미가 나서 그럴 수 없고..보통 멋진 남자 없나 둘러보고 없으면
차창 밖으로 멋진 남자 없나 찾아보고...는 농담이고 뭘 보고 있지? 뭘 딱히 본다기 보다는 그냥 멍하고 창밖을 내다
보고 앉아 있거나 눈을 감아버리거나...


하여튼 그런데...이 날은 영상을 보고 앉아 있었고 거기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러브픽션 예고편
한국 사람인걸 어떻게 아셨어요?
-발음이 후져서요
이 대화를 듣자마자 난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일단 원래 좋아했고 미쓰 홍당무 이후로 더 좋아진 공효진이 나오니까 더더욱 좋고...


김태희 한가인 난 이런 얼굴 싫다..
(그러는 니 얼굴은? 아 네~ 제 얼굴은 얼굴을 논하는 것에 속하지도 못해요...그리고 뭐 우리가 어떤 작가의 글이 좋다
나쁘다를 따질 때 그러는 너는 그만큼이라도 쓸 수 있냐? 고 묻지는 않잖아...그러니까 난 이런 말 해도 된다고 생각함..)
좋아하는 그러니까 보고 있으면 즐거운 얼굴은 김민희 공효진 신민아...마르고 개성있는 얼굴이 좋다...정형화된 미인은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어쨌거나...공효진은 연기도 잘하고 요상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도 잘 고르는 것 같아서
더 좋다...


하여튼 보고 싶었고 개봉하자마자 보러갔다...원래는 미술관에 갈까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 예고편 보고 무조건 영화~
평일이라서 예매 안해도 괜찮겠지...하며 찾아간 강남 메가박스에는 사람이 거의 다 찼고 누군가가 취소한 자리로
보이는 중간 구석 자리를 어렵게 구해서 구석에 처박혀서 즐겁게 봤다~  관객 대부분이 20대 커플...
러브 논픽션을 찍고 사시면서 뭘 또 굳이 러브 픽션을 보러 오신건지...이런 건 내 영화라고....가~~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얼마전 운동하러 갔다가 누군가가 벽대고 서서 한참을 심각하게 통화하는 걸 보고 속으로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냥 헤어져~~~  ㅡㅡ;;)



하정우는 작가...채식주의자...글이 잘 써지지 않아서 까칠해져 있었고 그런 그에게 네가 감자탕만 먹었어도...라는
말을 남기며 여친 유인나는 떠나간다...그는 독일어?를 전공했고 그에게 통역의 기회가 주어져서 엉망으로 통역하며
독일에 갔다가 우연히 영화 관련 모임에 나가고 그 지루하고 허세스러운 공간에서 나와 담배를 피다가 한 여자를
만나는데...역시 담배피러 나온 공효진...(나도 담배를 피워볼까...이거 참 괜찮은데...담배피는 사람 옆에 서서..
재떨이를 공유하며 대화를 시작하는...) 거기에서 약간의 대화를 나누는데...공효진은 외국 영화를 사서 배급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 그거 하나 알았나? 하여튼 짧은 대화로 끝이 나고 공효진은 제가 실례한 게 있다면 미안하다는
묘하지만 깔끔한 말을 남기고 아 명함도 남겼다...명함을 하나 만들어야겠구나 담배도 피고...ㅡㅡ;;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담배도 명함도 아닌거지...공효진의 외모인거지...사실 공효진에게서 느껴진 전체적인 분위기가
하정우의 마음을 흔든거겠지만 그 시작과 끝은 역시 외모인거지...그럴거다 아마...


그렇게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별로 되지 않은 하정우는 바로 공효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돌아와서도 고민...
이 상황이 아주 흥미롭게 느껴졌다...남자들도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저러는구나...여자들 그러는거야 주변에서도
봤고 내가 그러는 것을 본(?) 일도 있고...하지만 남자가 여자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정신 못차리는 하정우 옆에 상상의 인물...이 앉아 있고 종종 하정우의 내면에서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그가 하정우에게 하는 말...사랑에 빠졌구나였나...아닌데..이 표현이 아닌데 기억이...
어쨌든 그런 독백이 독백이 되지 않게 만드는 사랑 상담 아저씨 캐릭터는 괜찮은 설정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가 하정우에게 하는 말은 상당히 현실적이다...일단 여자에게는 유머...유머가 있어야 한다고...그러면서
하정우에게 유머러스한 글을 써서 보내라는 조언을....


그래서 하정우는 명함의 회사 주소로 꽃과 편지를 써서 보내는데...아 이건 작가니까 가능한거야....
글이 얼마나 웃기던지...다 읽고 나서 깔깔대는 공효진의 모습은 내 생각에 연기가 아닌거다...나도 똑같이 깔깔...
왜 하필 주인공 직업이 뭔가 비현실적인 주변에서 보기 힘든 작가냐...라고 생각했는데...이런 디테일한 연애를
보여주려면 감성돋는 작가일 수밖에 없는거였다...정말 정말 이 편지나 하정우의 대사나...다 깜찍하다



그런 그에게 공효진은 바로 연락을 주지 않고 하정우는 나날이 폐인이 되어감...아...요런 설정이 즐거웠다
그러다가 죽기 직전 상황의 하정우에게 공효진은 연락을 주고 답을 한다는 게 깜박했다고 하는데 그게 진짜인지
설정인지는 나도 잘 파악이...설마 기억이 안나서 깜박했을리가...근데 공효진 캐릭터가 밀당이나 할 그런 성격도
아니었는데...그렇구나 그냥 말 그대로 깜박한거다...사실 공효진 입장에서는 하정우에게 별로 끌리지도 않았던
것 같으니까...그다지...


그래서 둘은 만나기로 하고 초면에 삼겹살을 먹는다...
삼겹살...예전 소개팅 남이 떠오른다...(난 남자친구는 하나도 안 떠오르고 맨날 소개팅남만 떠올라...ㅜㅜ)
몇 번 만나더니 혼자 편해진건지 웃으면서 여자는 서른 살이 넘으면 예쁜 곳보다는 삼겹살 이런 거 좋아한다면서요...
그러면서 고기 먹으러 가자고...난 사실 고기를 안 먹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고기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좋아
하진 않는다...그것도 그런데 서른 살 운운하고 앉아있다니...나보다 아주 약간 어린 사람이라서 나이에 편견이 있었
던건지...그 남자는 그 날 술 먹는 거 안 좋아한다고 하는데 자꾸 술을 먹자고 해서 술을 먹었고 술을 먹으니 마음이
풀어져서 실실 웃으면서 우리 그만 만나는 게 좋겠다는 내 내면의 말까지 나와버렸고...사실 좀 더 만나보려고 했는데...
그런 나에게 결혼 안해도 되니까 그냥 자신과 사귀어나 보라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내가 그냥 사귈 마음이 생겼다면
왜 그만 보자고 했겠니...그리고 뭐라더라 사귀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는 가르침도 주셨다...평소에 없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나...나는 대체 어떤 다른 자아가 숨어있는걸까 하는 궁금증이 살짝 생기긴 함...
그러더니 뭐 또 이런 말을 한다고 당장 뭔가를 하자는 말은 아니라는 소리를 해대서 기분이 안 좋았다...뭔소린지ㅡㅡ;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는데 여기서 그만...근데 생각해보면 소개팅을 열심히 하던 때에 결과는 항상 엉망이었으나
독특한 인간을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소개팅 한 건 한 후 친구를 만나 서로가 만난 상대방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을 주고 받는 게 아주 재미있었는데... 스탕달은 생각보다 위대한 영혼이 많이 존재한다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생각보다 독특한 영혼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물론 그들도 나를 보고 뭐 저딴 인간이 다 있어...했을지도...ㅡㅡ;
러브픽션에 나온 대화 중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며 사는 것이라는 뉘앙스의 대사가 있었다
정확한 건 기억이 안나는데 그런 말이었고 아주 와 닿음...그래...나도 날 잘 모르는데 남들은 날 얼마나 모르겠는가...
공효진이 했던 말인데...이 말이 복선인건지...하정우는 공효진에 대해 오해를 하고 그걸로 둘은 헤어지게 되는데...
아니 오해가 아니었을지도? 잘 모르겠다....



다시 삼겹살 먹는 이야기로...하여튼 삼겹살을 열심히 먹는 공효진을 구경만 하는 하정우...그는 채식주의자...
그런 그에게 고기를 권하자 상추 7장 속에 작은 고기를 넣고 눈 감고 먹는다...사랑의 힘은 위대하구나...
음식....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건 중요한 문제인듯...
독신주의자이며 작가인 고솜이가 올드미스 자유열전이라는 책에서 음식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야기를
하는데...음식 취향이 중요하긴 하다...
여행 갔을 때 내가 단 음식을 먹으면 그 모습을 살짝 끔찍해하는 동행인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고...
나 또한 내게 느끼하게 느껴지는 피자를 즐겁게 먹는 동행인을 보고 뜨악한 경험이 있기에...
하여튼 하정우와 공효진은 결국 나중에 갈비탕(?)을 먹는 공효진을 힘겹게 구경하는 하정우의 눈빛에서도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 상황이 어떤건지 난 정확히 알 것 같았다...나의 경우에는 밤에 과자나 단 음식
따위를 먹고 후회하는 일이 있으면서도 누군가가 밤에 치킨을 시켜먹거나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기도
하고...왜 저래? 류의 생각도 들고 그렇기에...이 영화에서도 일주일에 4일은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는 공효진의 대사
가 아주 거슬렸다....(실제로 공효진은 그렇지 않을듯...그녀는 공책이라는 책에서 자신은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그런
음식을 먹는 게 고통스럽다는 말도 했고...그렇게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피부가 정말 좋다...)



그리고 공효진의 집으로 가는데 공효진은 이 집은 남편이 고른거라는 말을 한다...이 때 하정우의 표정은...
여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남자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그게 너무 재미있었다...
내 말 한 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남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다분한데...그래도 영화로
구경이라고 할 수 있으니 즐겁구나...하며 열심히 관찰...하정우는 지금 구은애라는 여자와 공개적으로 사귀는 중...
어쨌든 저런 연기는 경험에서 나오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얼빠진듯 하면서도 신경이 예민해져서 하나 하나에 민감
하게 반응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연애는 역시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어떻게 될지 몰라
서 상대방에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행동이나 말에는 지나치게 신중해지고 항상 후회로 점철되고 긴장하고..
그런 게 가장 재미있는 게 아닐까...



공효진은 이혼녀...남편이 바람나서 헤어진 케이스...그 남자는 헤어질 즈음 자신이 하라고 해서 한 치아 교정기를
싫어하고 공효진은 그런 그에게 날 사랑하지 않아? 라고 묻고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나? 그래서 이혼...
하정우는 이 말에 좀 놀라기는 하는데 어차피 연애나 하고 말 사이라서 그런건지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첫 부분에 하정우는 이런 말을 한다...소설의 엔딩은 정해진 게 아니라 캐릭터가 어떻게 해 나가느냐에 달렸다고
결론을 미리 정하는 건 재미없다고...아마 공효진과의 연애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이 여자와 잘 되어서 결혼을
해야겠다...아니 결혼하기 위해 연애한다가 아니라 그냥 좋으니까 일단 연애...다른 건 나중에 생각할 일...
맞는 말이긴 한데... 결혼하기 위한 연애도 끔찍하지만 결혼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연애도 좀 생각은 해봐야
할 일이 아닐까...현명한 사람들이 말하듯 연애와 결혼은 따로하는 게 맞는 말일지도...아님 둘 다 하지 말던가..
후자는 내가 권하는 바임...ㅡㅡ;;



공효진은 사진을 전공했고 그래서 하정우 사진도 찍어주고...
둘은 열심히 연애를 시작...재미있게...여기에서도 대사가 재밌었는데...
그녀가 ~~해서 나는 ~~게 행동하고 ~~게 말했다는 식의 대사...모든 중심이 공효진...그녀가 세상의 중심인
상황을 정확히 찔러주는 대사...대사가 참 괜찮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영화다...물론 뒷부분으로 가면 말이 달라
지지만...아 이 부분에 나오는 대사가 영화 소개란에 들어있구나...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완전히 돌려놓았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이 멀어 버렸다

님은 내게 느낌표였고
나는 님에게 마침표였다

님은 날씨가 좋다! 하였고
나는 차를 렌트했다

님은 오늘은 왠지 슬퍼! 하였고
나는 바로 저질 댄스 3종 세트를 작렬시켰다

님은 때로 물음표이기도 했다

님은 사랑이란? 하였고
나는 당신의 부재에 따르는 공포라 답하였다

님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책은? 하였고
나는 전 인류가 누드로 생활하는 것이라 답하였다




그러다가 하정우는 공효진의 친구나 과거가 궁금해지고...그런 그에게 공효진은 다 물어봐도 되는데 왜 이혼했는지
는 물어보지 말라는 말을 하는데...나중에 이야기해주긴 했구나...친구는 자신은 알래스카에 오래 살아서 별로 없고
한국에서 나온 대학 친구는 다 속물이라고 했나? 뭐 그랬고 그런 그녀의 과거를 우연하게 대학 동창을 만나서 듣는데
그녀는 남자 누드를 많이 찍었고 그 남자들과 또 여러 남자들과 복잡한 연애사를 지닌 몸이라고...별명이 스쿨버스...
그 말에 하정우는 혼란에 빠져든다....나는 대체 몇 번째란 말인가...이혼녀라는 사실보다 그게 더 힘들게 만든 이유는
...그냥 여기저기 마음을 주곤 하는 그녀가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겠지...이성을 만나면 그나 그녀의 과거 연애사가
궁금해지 마련인데...딱히 누군가를 좋아했었다는 게 싫다기 보다는 누군가와도 그렇게 좋아서 만났다가 결국에는 마음
이 변하여 헤어진거고 나랑도 그럴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끝이 보인다는 것....
물론 그런 계산이 되지 않아야 맞는거겠지... 아니야 이번에는 달라...과거에는 다 실수로 착각한거고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거야...라고 또 착각(?)을 해야만 새로운 연애가 가능한거지...만 여자들은 보통 그래도
또 나와도 그렇게 끝이 나는 거 아니겠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이 영화에서도 하정우는 아무 문제가 없는
데(공효진의 과거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공효진은 너도 언젠가는 나에게 질리겠지...라는 말을 하곤 한다...
(어쩌면 공효진은 이미 이혼을 통해 영원한 감정이란건 없다는 걸 깨달아서 그랬을지도...)



왜 여자는 그런걸까...더 생각해보자면....
보통 여자보다는 남자가 먼저 어떤 여자를 좋아하고...그가 좋아하는 이유 또한 있긴 할텐데...그가 그걸 주저리 주저리
여자에게 들려줘도 보통 여자들은 네가 말하는 그녀는 대체 누구인데? 라는 생각을 할거다...그게 사실인거지....
사랑에 눈이 멀어 대부분 허상의 여자를 만들어놓고 좋아하기 마련 아니겠는가...이 영화에서도 하정우가 묻는다
넌 내가 널 왜 좋아하는지 궁금하지 않니?
-아니 안 궁금해...그냥 내가 모르고 있는게 나아...
뭐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는데...아마 공효진은 네가 이유를 말해봤자 그게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거고 그가
좋아한다고 설명한 그 특징들을 본인이 가지고 있다고 믿어지지도 않을거고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아...알고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나중에 네가 거짓말을 한 게 되는 게 싫다였나...이미 공효진은 끝을 생각한다...)
하여튼 남자는 여자의 어떤 특징을 들어가며 사랑에 빠질거고 여자는 자신을 좋아해주기에 넌 누구니? 하며 호기심을
갖다가 좋아지기 마련이고...그냥 그가 날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뭐 이런식...그러다가 그 남자가 여자에게 질리기 시작
그러나...여자는 어떤 남자의 특징 때문에 좋아한 게 아니니까 질릴 확률 혹은 환상이 깨질 확률도 적고...마음이 변할
확률도 적고...여기서 비극이...


환상이 깨진다는 말이 나오니까 그 부분이 생각난다...하정우가 공효진의 어떤 것을 보고 경악한 장면....
괜찮다고 하지만 그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데...남자는 여자를 좋아하면 그녀를 이상화시키고 완벽한 여자로
여기는데 그런 그녀와 가까워지면 당연히 뭔가 깨는 점을 발견하는 순간을 만나기 마련일 것이다...그런 순간을 묘사한
것 같다...이 영화는 그런 걸 참 잘 표현하였다는 생각...연애의 시작부터 헤어지는 순간이 오기까지의 과정을 잘 짚어낸
영화라고 생각한다...나중에 시큰둥한 하정우에게 넌 참 연애를 쉽게 해 라는 말을 하는 공효진도 인상적...
왜 처음에는 미친듯이 여자에게 몰입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남자들은 처음의 반에도 못 미치는 관심과 시간을 주게
되니까...


다시 앞으로 가서...공효진 주위를 맴돌다가 공효진에게 고백하는 하정우...설정이 재밌었다...
뭐라고 했더라...대사가 기억이 나지 않는데...하여튼 고백을 아주 잘했다....역시 작가라는 설정이 필요했을 부분...
다시 말하지만 대사 참 잘 쓴 영화....


연애 초기에 하정우가 쇼파에 누워 읽는 책이 있는데 그건 바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공효진에게 뭔가 말할 때 이 책의 분위기와 비슷한 말을 떠들더니 역시 이 책을 읽고 앉아있는 그런 설정...이 웃김...
유인나를 사귈 때와는 아마도 달랐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유인나도 사귀었고 공효진도 사귀었지만 사뭇 다를...
그래서 끝 부분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을까...



어쨌든 달달한 시기는 가고 이젠 의혹과 의심만이 가득한 하정우...그에 비해 한결같은 공효진....
하정우는 공효진의 과거에 더 의문을 품고 그녀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좋아하니까 과거가 걸리는 건데
그래서 좋아하는 그녀에게 짜증을 낸다...뭔가 아이러니함...그리고 결국에는 공효진의 사진전에서 자신의
요상한 사진을 발견하고는 폭발...그런 하정우에게 공효진은 열심히 다가가는데...설득하고 달래고 사과하고...
그러나 그녀 앞에서 유리를 깨고...둘은 끝나버림...이때 대학 때 소문은 다 사실이고 너는 서른 한 번째야 라고
공효진이 말을 하고 떠나는데...근데 그 소문은 뭘까? 정말이었던걸까? 그걸 끝까지 정확히 안 알려줌...
사실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건가보다...그런 소문에 대처하는 하정우의 태도가 관건인거지...
(그렇게 서로 골치아픈 상황이면서도 여행가서 또 다른 여자에게 정신을 살짝 팔리는 하정우의 모습은...
 그거 참 리얼하구나...ㅡㅡ;)


과거 말고도 하정우를 화 나게 만든 건 하정우를 사진 모델로 이용하려고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서인데
여기에 대해 공효진은 너도 나를 소설에 등장시켰지 않느냐...너야말로 날 이용한 거 아니냐는 말을 한다...
사람을 사람 자체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 대했다는 느낌이 들 때 그 관계는 엉망이 되는거 아닐까...
여기서 이상한 소리 하나 하고 넘어가자면...여자들은 보통 내가 알기로는 남자에게 날 정말 좋아하긴 하는
거냐는 질문을 많이 해댄다...더 표현하지 않는다고 속상해하고 피곤하게 만드는데..그러는 이유가 뭘까...
그건 네가 그냥 여자가 필요해서 외로워서 날 만나는건지 아니면 정말 내가 나이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고
만나고 싶어하는건지 의심이 되기 때문이 아닐지...내가 목적인건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수단인건지...


여기서 끝이 또 깔끔하게 나지 않음이 재미있다...
하정우가 화가 난 건 결국 그만큼 공효진을 좋아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그러니까 화가 나는거지...
그래서 또 찌질하게 전화를 해대고 다시 시작해보려고...그러나 이미....처음에는 조심 조심 다가가다가
나중에는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해대고 공효진은 짜증을 내고...역시 타이밍이 중요하구나...그러게 진작에
달랠 때 잘해주지...그리고 공효진은 회사를 그만두고 알래스카로 돌아가버림...



그리고 뻔하지만...
하정우가 알래스카로 따라가서 재회...
해피엔딩~



솔직히 끝부분은 아니 중반부 이후로는 좀 식상...
앞부분은 정말 좋았는데...
그래도 재미있었다...감독이 각본도 썼던데...감독이 알랭 드 보통 팬인듯...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보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또 그게 끝나는 과정이 아주 디테일하게 드러나는데...
이 영화도 딱 그런 분위기다...알랭 드 보통의 한국 버전 소설을 영화화한 그런 분위기...라서 재미있었다...
알랭 드 보통이나 전계수나 남자지만 여자보다 더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듯...감정 변화의 순간 순간을...



수녀가 된 예전에 좋아한 여자나 친구라고 등장한 홍대클럽 밴드 무리나 마지막의 다소 비현실적인 엔딩이나
알래스카라는 동영상 만든거나...뭐 그런 설정은 좀 식상하고 오그라들긴 했는데 그걸 제외하면 참 괜찮았다....
30분 줄어들더라도 그런 뻔하고 너저분한 설정은 빼버렸다면 좋았을텐데...아 그리고 하정우가 쓰는 소설
이야기가 요상스런 말투와 함께 중간 중간 등장하는데 음...지루해...그것도 빼버렸으면...
첫 부분에만 오바스럽고 요상스런 소설 이야기를 딱 한 번만 나오게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중반부까지는 아주 재미있고...후반부는 살짝 식상하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 좋다...
연애를 다룬 영화 중 이 정도로 잘 만든 영화도 보기 힘들다...라고 말하자마자 연애의 목적이 떠오르는구나
하여튼 이 영화 볼만하다...재미도 있고 생각거리도 나름 있다...누군가에게는 다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알랭 드 보통의 연애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영화도 좋아할듯
아주 진지한 영화라기 보다는 오락영화에 가깝지만 그래도 마냥 오락용은 또 아니고...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