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김영하 2010 문학동네
단편집이다
읽은 지 이미 한 달이 더 지나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안그래도 소설은 읽고 나서 줄거리를 잘 잊어버리곤 하는데 이 책은 단편에다가 읽은 지도 오래 지나서 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바로 여기에 발췌를 했어도 지금쯤이면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을거다
그래도 읽던 당시 묘한 기분이나 생각이 들게 만들었기에 무의미한 건 아니겠지
아주 어렵지도 않았고 아주 쉬운 것도 아니고 매우 흥미진진한 건 아니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뭐가 왜 그렇게 느껴졌던 건지 쓸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다시 읽을 수는 없는 일....ㅡㅡ;
어쨌거나 확실한 건 김영하 책은 무조건 읽어볼만하다는 것
밀회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을 낯선 사람처럼 느끼는
그는 누구와도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는 삶을 계속 살았고 아내를 가짜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에
적응했습니다
너무 괴로워할 것 없어 병 같은 거 없어도 남처럼 사는 부부는 많으니까
우연을 운명으로 착각하면 안 돼
친구 하나 없는 이 낯선 땅에서 자기를 지키려면 어리석은 경건함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마코토
그때는 그에 대한 감정이 차가운 재처럼 식어 있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다
조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
시간을 때우려 집어든 영화 홍보물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팝콘을 튀기는 냄새가 풍겨왔다 극장의 어두운 구석엔 거대한 팝콘 상자를 들고 우적우적 팝콘을 씹어삼키는
사람들이 보였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들에게 비만 체지방 과다라는 판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탄수화물과 지방질의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시오
죄의식과 싸우며 먹는 자들과 멀리 떨어진 곳엔 건강과 매력을 자신하는 청춘들이 시계를 보며 영화 시작 시간
을 기다린다 엉덩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청바지 가슴선을 강조한 최신형 브래지어를 한 여자들 옆엔 멋지게
머리를 빗어넘긴 남자들이 발끝으로 대리석 바닥을 툭툭 차고 있다 .... .... 그러곤 몇 시간 후 표백제 냄새 풍기는
여관방 침대에서 몸을 섞게 될 남자 혹은 여자 그리고 이런 의문을 잠시 아주 잠시나마 품게 될 것이다
혹시 이 남자 혹은 여자 때문에 내가 타락해버리는 건 아닐까 아니면 벌써 회복 불가능하게 타락해버린 것은 아닐
까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타락해버린 누군가를 그런 줄도 모른 채 너무도 순수
하게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차는 소형차인데 키홀더는 구찌 제품을 쓰고 반지하방에 살면서도 정장은 프라다를 입는다
조는 좀도둑을 사랑한다 사시미칼 휘두르는 조폭이나 아내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러버리는 무도한 놈들은
질색이다 좀도둑은 긴장을 즐기는 자다
퀴즈쇼
인간들에게 실망하고 나니까 출구는 딱 두 개밖에 없더라
책과 종교
난 열여섯 살 이후로 깨달은 게 있어
하고 싶은 걸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 그럼 늦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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