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아멜리 노통브 2004 열린책들
읽은 지 열흘도 더 되었다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희곡인데 난 희곡 형식을 매우 싫어한다
그냥 등장인물이 많은 경우 이름도 헷갈리고 이름과 지문들이 자꾸 글의 흐름을 깨는 듯한 이상한 느낌
하여튼 읽기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다행히 등장인물이 3명 뿐이고 상황도 간단하여서 상관없었다
80페이지 남짓한 아주 짧은 책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각 권마다 완전히 다른 주제를 다루어서 좋다....
기욤 뮈소가 싫은 이유 때문에 아멜리 노통브가 좋다 기욤 뮈소는 그게 그거인 소설들....
전쟁 중이고 교수와 서로 사귀는 사이인 두 남녀 제자들이 등장인물의 전부다
아주 추운 날씨이고 땔감을 구할 수 없는 상황
살기 위해서 책을 한 권씩 골라 태워야 하는 그런 상황
가장 좋아하는 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자주 접하고 그래서 생각도 해 봤을텐데
여기에서는 거꾸로 소장한 책 중 불쏘시개로 사용할 책을 골라내야 하는 상황
나라면 내 책장에서 어떤 책을 먼저 불쏘시개로 사용할까
책이지만 나에게는 책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긴 한다...원서 몇 권....그걸 불쏘시개로 쓰면 되겠군
전쟁 중인 설정은 뭘까?
그냥 우리가 사는 세상...현실을 전쟁이라고 표현한 건 아닐까?
세상과 따로 노는 상아탑...
따뜻함이라는 단어도 많이 나온다
아주 추운 상황이고 따뜻함을 얻지 못하면 얼어죽을 상황
교수는 책을 불쏘시개로 사용해서 따뜻함을 얻고 마리나는 교수님의 품에 안겨 따뜻함을 얻고
다니엘은 도서관의 배관통을 끌어안아서 따뜻함을 얻는다
따뜻함이란 밥벌이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진리를 추구하기 위한 학문...그런 고매한 이유가 아니라 학문을 붙잡고 사는 이유는 따뜻함을 얻어 생존하려고...
마리나와 다니엘의 사랑에 대한 내용도...
교수는 다니엘이 마리나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녀가 예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인하자 다른 예쁘지 않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마리나가 예쁘기에 사랑함을 증명한다는 소리를...
그리고 마리나에게도 다니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닐거라고 말한다
만약 마리나가 정말로 다니엘을 사랑한다면 살고 싶어 할거라고.... 이 대목에서 끄덕끄덕거려졌다...
사는 건 참 허무하다
죽음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후에 나를 찾아올 것이라는 너무나 자명한 진실때문이기도 하고
죽음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실이 너무 끔찍해서 자살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뭐가 더 견디기 힘들까?
사실 현실이 지독하게 비참할 때는 그것을 감당하느라 허무하고 어떻고 하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여유가 생기면 찾아드는 허무함...이런 이야기는 너무 써대서 이젠 지겹기도 하니 그만...
하여튼 이런 것들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 같긴 하다...
난 모른다 그런 적이 없어서...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다 좋아 보이고 삶에 의미 내지는 의욕이 생길테니...
교수의 말처럼 정말로 사랑에 빠지면 죽음을 최대한 피하고 아니 죽음에 대한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제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을테니....
교수와 대학 그리고 학문 위대한 작품에 대해 냉소적으로 대하는 그런 내용들....
왜 아멜리 노통브는 이런 희곡을 쓴 것일까?
자신이 온 삶을 걸고 매달리는 문학이라는 것이 대체 무슨 쓸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까?
의욕적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고 출판하고...그렇게 살아가다가 문득 이게 뭐하는 짓인가 무슨 도움이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닐까? 세상과 구별되어 혼자 책상에 앉아 글을 써대고 그것을 통해 생존할 수 있었고
그러던 중 불현듯 스스로가 역겹다는 생각에 빠졌던 건 아닐까? 자신이 책으로 펴낸 것들을 갑자기 다 불태워
버리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던 건 아닐까? 그런 순간의 생각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고 그래서 그 감정을 해소
하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개인적인 블로그에 별 것도 아닌 생각의 글을 써 놓고는 나중에 다시 읽고 제 주제파악을 못하고 그런 글을 써
놓은 나 스스로에게도 역겨움을 느끼는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멜리 노통브의 경우에는 아마 강하게 종종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고...
역시 그 역겨움의 해소도 역겨움을 발생시킨 그것과 같은 방법으로....??
중간에 남의 책을 읽으면서 그의 책이 한심해 보여서 읽는 것을 즐긴다는 말도 나온다...
아멜리 노통브는 자신의 책이 엄청나게 읽히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그런 생각도 했던 게 아닐까?
아무리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녀지만 자신의 작품을 읽고 한심함이 느껴지는 순간도 찾아오곤 했을테니
하여튼 아멜리상~
당신의 책이 불쏘시개로 사용될 일은 없을테니 계속 책을 써 주시길....
-----------------------------여기까지 쓰고 옮긴이의 글을 좀 읽어보았다----------------------
내가 완전히 책의 주제를 잘못 파악했구나....멍청함은 이런 식으로 드러나기 마련이군....
그렇군...마지막 부분에 더 이상 태울 책이 사라지자 광장으로 나가 자살하는 장면
그리고 태울 책을 고를 때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그 책만은 태우지 말아달라고 하는 장면
이런 것을 내가 소홀하게 넘어가 버렸구나...중요한 부분인데...
아멜리 노통브는 책을 태워야만 살 수 있는 극단적인 설정을 만들어 놓고는...
책을 태우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그리고 더 이상 책이 존재하지 않자 삶의 의미도 잃어버린 채 죽으러
광장으로 나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아니 자신의 삶은 책 없이는 불가능하다...글쓰기가 없는 삶은 불가능함을
표현한 것인 모양이다... 어디선가 봤던 그 내용이 생각난다...글을 쓰지 않았다면 삶을 이어가지 못했을거라는
아멜리의 말...
책이 따뜻하게 해준다는 말은 생존 뭐 그딴 이야기가 아니라....
책이 살아갈 수 있는 온기를 만들어 준다...위안을 준다는 그런 의미였던 모양이다...
난 전적으로 공감한다...그런데 왜 저렇게 요상하게 생각하고 읽었던건지...음
전쟁이 난 것과 별다를 것이 없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따뜻함을 주고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존재하는 책 혹은 문학
앞부분에서 책을 읽는 것이 전쟁에 대한 투쟁이라는 말도 나오는데...같은 맥락이구나...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소개로 마무리~
프랑스 현대 문학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라고 할 정도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아멜리 노통브의 희곡.
<불쏘시개>는 300매 밖에 안되는 분량에, 한 장소에서 세 명의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전쟁으로 인해 한 공간에 숨게 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얼어죽지 않고 연명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불쏘시개라고는
서재의 책밖에 없다. 이렇게 추위와 전쟁과 마주해 책을 몽땅 불태워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 책은 단지 두께로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뿐이다. 그럼에도 아멜리 노통브는 세 사람의 대화를 통해 책은 세상 사람들이 위안을 얻는
구제책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태워버릴 책이 없으면 우리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책은 우리가 죽어도 남을
영원한 가치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왜냐하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책을 불태우는 것은 우리의 문화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전쟁에서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타고 독
설로 가득한 유머, 삶에 대한 아이러니와 절망감이 현실적인 울림으로 다가오는 작품집.
엉망으로 이해했지만 맘에 드는 소설 아니 희곡이다
전쟁이 사람들을 재치있게 만들 수 있다네
물론 제가 전쟁 중에 있다고 느낄 때만 그렇죠
자넨 투쟁하고 있네
우리 교수들은 강의를 계속 하는 게 투쟁하는 거라네
우리 학생들은 폭격을 맞으면서도 낭만주의 시인들의 작품을 읽고 종속절에서 부사의 위치에 관심을 갖는 것이
곧 투쟁하는 거라네
저는 학생들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대학이 아직 따뜻하기 때문에 강의를 들으러 오는 거라고 짐작하지만요
대학 도서관에 있는 따뜻한 배관통 만세
나는 지성적인 사람이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도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못해
블라텍이 한심해 보여서 그의 글을 읽는 게 좋아 25년 동안 나는 학생들에게 적당히 거짓말해 왔던 거야
마리나가 그만큼 예쁘지 않았다면 자네는 그녀를 그렇게 보호해 주지 않았을 거네
-난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보호해요
-웃을 때 그렇게 못생긴 여자들의 운명이 어떻게 되건 난 아무 상관없어
두 문장은 같은 뜻이거든
저는 다니엘과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니까요
그건 거짓말이야 만일 자네가 다니엘과 정말로 사랑에 빠졌다면 살고 싶어 할 걸세
선생님이 무엇을 가지실지 아무 상관 없어요 저는 따뜻해지겠죠 중요한 건 그거예요
그래봤자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당연히 선생님보다 제가 힘이 더 세요
하지만 대학을 벗어날 수 없어 그건 일종의 종교와도 같으니까
겉으로는 서로에게 감탄하고 존경하는 척하며 속으로는 서로 경멸하는 것이 교수와 조교 사이의 관계가 보여주는
매력이야
수천 년 전부터 재능 있는 사람은 훌륭한 책 속에 가장 멋진 세계관을 썼다네
하지만 그들의 사상이 무엇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나를 따뜻하게 해주니까 오로지 그 이유밖에 없어
내가 교수와 함께한 시간들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자기가 알 수 있다면 아마 내가 이 책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거야 내가 얼마나 바라는지 알아? 지상에 아름다운 그 무엇이 존재하기를 말야
더 이상 책이 없는 날이 오면 큰 광장으로 산책하러 나갈 거라고
그게 요즘 유행하는 새로운 자살 방식인 것 같더군
어떤 불쏘시개도 없다면 나는 광장으로 시체 두 구를 찾으러 나갈거야
필요하면 산책을 하러 가야지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0) | 2010.09.26 |
---|---|
행운아 54 - 에프라임 키숀 (0) | 2010.08.29 |
개를 위한 스테이크 - 에프라임 키숀 (0) | 2010.08.02 |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 같은 세상 - 우디 앨런 (2) | 2010.08.01 |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 아멜리 노통브 (0) | 2010.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