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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 빌 브라이슨

by librovely 2011. 4. 5.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빌 브라이슨           2008        21세기북스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여기 저기에서 추천을 날리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사람이었다
그 책은 몇 년 전에 읽어보려 했지만 너무 두꺼워서 그만두었던...



어쨌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 작가라는 날개의 소개를 믿고 읽기 시작했다
읽은 지 거의 한 달은 된 책...


재미있었다
유쾌하고 재미있고 사진 한 장 없는 책이지만 워낙 글을 잘 써서 생생한 여행기로 느껴졌다
그가 그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잘 느껴졌고 그야말로 간접 경험을 하는 기분...


다만...
그는 유쾌한 사람이긴 하지만...
뭔가 나랑 코드가 안 맞는 부분이 살짝...뭐라고 해야할까...이 사람 편견이 좀 있는 사람 같다..
남의 불합리한 것들에 대해서는 이러퉁 저러쿵 불만을 날리다가도 자기 자신도 웃기고 앉아
계실 때가 종종 있었다는 것...본인도 알거다...알면서도 그냥 솔직히 쓴 것 같다...
하여튼 잘 나가다가 가끔 빈정이 상하게 만들거나 에고 이 인간 좀 그러네..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작가...


어쨌든 재미는 있다
개성도 있고..
그러나 빌 브라이슨이라는 사람은 별로 마음에 안든다...음
그래도 글은 참 잘 쓰더라....ㅡㅡ;;



뭐가 이상한가 했더니....
발췌하다가 좀 기억이 나기 시작...(그는 영국에서 20년 살았으나 미국인)
그는 독일과 일본 특히 독일에 대해 언급할 때 그들이 수십년 전에 저지른 그 일을 자주 들먹인다
물론 그럴 수 있는데 그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 빌 브라이슨은 미국인인데..그렇다면 너는?
이라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지금의 미국은 그래 당신이 보기에 멀쩡한가요? 라고 되묻고 싶어질
정도로 그는 독일의 과거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이러쿵 저러쿵...그래서 좀 바보같다는 느낌이...
이거 말고도 뭔가 더 있었다...요상한 기분이 들게 만든 것이...

 

 

 

 

흥분과 피로와 강렬한 시각적 자극이 뒤섞여 매우 생기 있으면서도 멍한 상태였다
마치 문밖으로 처음 나온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달랐다
언어도 화폐도 자동차도 자동차 번호판도 빵도 음식도 신문 공원 사람까지 모두


그러다 보니 은퇴 후의 삶이란 게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나는 심지어 산책을 다닐 때도 조그만 메모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매일의 동선을 무의미한
일기로 남기기 시작했다
돌아가신 후에 보니 이런 공책이 벽장에 가득 들어 있었다
그 공책은 모두 이런 일기로 채워져 있었다
1월 4일 슈퍼마켓까지 걸어감 디카페인 커피 두 잔 마심 날씨 좋음
이제야 아버지가 일기 쓰시던 기분을 알겠다



결국 나는 빨랫비누라고 결론 지었다(때가 아주 잘 빠졌다)
그런데 그 주 내내 오슬로 시내를 돌아다닐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가리키며 서로 수군댔다
저 남자 변기 세척제 냄새가 나


여행자는 갑자기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신히 눈치로 알 수 있을 뿐이며
존재 자체가 추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프랑스인들은 새치기에 대해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이들이 뉴욕에서 새치기를 시도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줄 선 다른 사람들에게 잡혀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은밀히 숨어 가끔 빈둥거릴 수 있다는 건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마틴 길버트가 쓴 진중하고 후세에 길이 남을 책 <제2차 세계대전>을 들고 르와얄 거리에 있는
분위기 좋은 작은 바로 향했다 이 책은 실로 대중적이라고 할 수 없다  조금 읽다 보면 곧 주변을
멍하니 살피면서 말을 걸 사람이 없나 찾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독일이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완전히 용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지금 내게 커피를 가져다 주는 친절한 웨이터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아기들을 총검으로 찌르거나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몰고 들어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한은...
놀랍겓 오늘날 독일인들은 미국인처럼 변하고 있다  풍요롭고 야심만만하며 근면하고 건강에 대한 의식
수준도 높은데다 자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내 집 같은 음식점이 과연 길 이쪽에 있을지 저쪽에 있을지 망설이는 일은 또 어떤가
나는 이런 일이 너무도 즐겁다
매일 저녁 새로운 도시에 가보면서 평생을 살아도 좋겠다



1982년 자료에 의하면 그 해 코펜하겐에서는 살인사건이 6건뿐이었다고 한다
유사한 규모의 도시인 암스테르담의 205건 뉴욕시의 1688건과 크게 대조되는 수치다



-시도한 통화에 대해서는 연결이 되었든 안 되었든 요금을 내셔야 합니다
그건 말도 안되죠
샤워캡도 안 썼는데?
나는 계속 말했다
그것도 요금을 내야겠네 비누도 안 썼고 바지 다리미도 안 썼지 요금이 수억 들겠는걸



노르웨이에서는 술잔이 바닥나기 전에 바텐더가 술을 더 따라 주는 것이 불법이다
이게 대관절 법으로 정해야 할 만한 일인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제과점에서 빵을 굽는 것도 불법이다
가장 터무니 없고 무의미하다 못해 초현실적인 법은 차량 운전자에게 가장 해가 강렬한 여름 오후
대낮에도 전조들을 켜고 주행하도록 정하고 있는 스웨덴 법이다



일단 일본 관광객들이 수백 명이었다
중년의 나이에 목에 카메라를 걸고 단체로 관광 버스를 타고 다니는 전형적인 일본 관광객 뿐만 아니라
젊은 커플과 학생도 있었다  이런 일본인 관광객들은 미국인만큼이나 많았다
단체 관광객들이 그 관광의 대상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일본 및 다른 부유한 아시아인들이 더 과감한 여행자가 됨에 따라 현실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테이블 가운데 무거운 주철 접시가 있었다 재떨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음식을 놓는 접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접시에 놓았던 담배 꽁초와 불 꺼진 성냥을 잽싸게 잡아채서 탁자 옆 화분에 급히
숨겨놓았다 그런 다음 재를 훅 하고 불었더니 온통 식탁보 위로 날아갔다 화들짝 놀라 담뱃재를 털어버리려고
하다가 손으로 맥주잔을 쳐서 맥주가 테이블 위로 온통 쏟아지고 말았다
얼렁뚱땅 수습했을 때 식탁보는 온통 잿빛으로 얼룩져 있었고 누런 맥주 자국이 남아서 마치 오줌이 묻은 것처럼
보였다 웨이트리스가 식사를 가지고 이쪽으로 다가오자 나는 아무 일도 아닌 척하며 팔꿈치와 상체로 이 난장판을
가려보려고 했다 그러나 웨이트리스는 내가 저지른 짓을 바로 알아차리고 아니나 다를까 내가 두려워했던 대로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그건 중풍에 걸려 입 근육을 조절할 수 없는데도 스스로 먹어보겠다고 용을 쓰는 사람에게
보내는 눈길이었다
나중에 보니 주철 그릇은 재떨이가 맞았다



스위스에서는 1971년까지 여성에게는 투표권도 없었다
이들은 점잔을 빼고 무자비할 정도로 이기적인 성향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수십만 명이나 데려오면서도 시민권 주는 것을 거부했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존경심은 들지 않는다


제인 크레이머가 <유럽인>에 썼듯이 오늘날 오스트리아인들은 오스트리아계 유대인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도 오스트리아는 유럽에서 반유태 정서가 가장 극심한 곳이다
오스트리아의 국민 가운데 70%가 유대인을 싫어하며 20%를 넘는 수치는 적극적으로 혐오한다
그리고 인구의 10분의 1은 유대인을 보면 실제로 속이 메슥거리는 증상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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