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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사회성 부족

by librovely 2011. 8. 7.




전혀 원하지 않았던 출장
그래도 의미는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숙소는 생각보다 좋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리웠다



낮에는 생각보다 바빴고 그래서 피곤했다
밤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회의라는 이름의 술자리가...
전자보다 후자의 스트레스가 더 컸다



처음에는 욕을 먹지 않을 정도로 나름대로 웃고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 날에는 2시간 가까이 앉아있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고 있었는데
무슨 게임을 해서 걸리면 둘이서 풍선을 터트리는 게임을 하겠다고 했고 ...
얼떨결에 게임이 시작되었고 처음에는 정신을 차려서 걸리지 않고 넘어갔고 누군가는 걸렸고
난 동시에 벌떡 일어나 열쇠를 달라고 하고 옆방으로 허리를 두들기며 나갔다...
아마 표정이 엉망이었을듯...



나 외의 3명의 여자...그리고 나이 많은 두 명의 남자 어르신과 나보다 한 살 어린 남자
여자야 상관이 없는데 남자랑 걸리면 도저히 풍선을 함께 터트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이상하고 과장된 생각을 하는걸까...



그렇게 다른 방에서 혼자 있는데 30여분 후 끝이 나서 다시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그 다음날 난 표정이 하루 종일 썩어있었다...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이상하게 기분도 나쁘고 또 내가 실수한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또 술자리...이번에는 노래를 부른다...
나만 안 불렀고 몇 번이나 부르라고 기회를 감사하게도(?) 제공하셨고 난 그냥 계속 가만히...
그러다가 또 혼자 허리 아프다며 벌떡 일어나 내 방으로 갔다....
이 날에는 아예 다른 선배님에게 그 방에서 모이면 좋겠다고 상당히 버릇없는 제안을 하여서 다른 방에서 모였었다



마지막 밤에는 밖에서 칵테일을 마셨고 이 날 하루만 즐겁게 마신 것 같다...
아마도 내일이면 이 생활도 끝이라는 진정한 기쁨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듯...
사실 이 날도 여기서 끝나면 좋은데 또 노래방...
얼굴에 살짝 경련이 날 것 같았다 억지로 웃느라...
다행스럽게도 노래방 문닫을 시간이 가까워서 시간을 조금만 보내면 되었는데 마지막 노래로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아 너무 웃겼다
왜냐하면 이 날 낮에 잠시 숙소에 들어가 몇십 분 쉬며 TV를 봤는데 무한도전 야유회편이 케이블에서 방영되고 있었고
거기에서 세족식을 하며 무반주로 진지하게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부르는 장면이 나와서 혼자 미친듯이 낄낄대고
또 저렇게 직장생활을 하는건데 난 뭐하는건가...하는 반성도 하고 그랬기에...
근데 그 노래를 부를 때 다같이 어깨동무를 하기 시작했는데 내 옆에 있던 남자만 떨어져 서 있더니 다른 쪽으로 옮겼다
이 상황이 좋은건지 나쁜건지...또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



그래도 하루 마감 잘 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돌아가다가 아는 사람 집단을 만나신 누군가가 어딘가로 들어가고 다들
들어갔고 역시 내가 그렇지...혼자 빛의 속도로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깜깜한 어둠을 뚫고 숙소를 향해 걷기 시작...



생각해보면 어색하게 섞여든 나를 나름 배려하고 끼워주려는 따뜻한 모습도 많았는데...
다른 회사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심하게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같은 상황이면 난 또 그럴거고....어디가서 적응하기 힘든 인간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던 출장...











이 출장이 끝나고 나서 다녀온 교회 수련회는 또 다른 끔찍함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작은 방에서 20명이 다닥다닥 붙어서 자는 괴로움...씻기 위해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고...
그러나 역시 또 모종의 깨달음도 얻었다



6시 50분까지 일어나면 되는데...나야 당연히 7시 즈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이 부지런한 중고딩들은 글쎄
새벽 5시 30분부터 일어나 씻고 화장...정말로 그들은 화장을 했다...화장을 하고 앞머리를 세팅기로 말고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린 후 또 매직 스트레이트 기계(?)로 열심히 다림질(?)까지.....
그리고 의상은 하의실종으로 마무리...단체 티셔츠를 이상하게 제일 큰 사이즈를 신청하시더니...그게 다 하의실종을
위한 센스였던거다...



그렇구나...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누군가의 설명에 의하면 저기 저 아이는 누구누구와 사귀다가 헤어졌고 또 저 아이는 어쩌고 저쩌고...




하의실종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난 정말 이 단어가 싫다...
어쨌든 오늘도 교회에 가니 한 명의 하의실종 패션이 눈에 들어왔고 물어봤다...
이렇게 입고 다니면 아저씨들이 안 쳐다보니? 지하철에서?
그러자 그 아이는 아뇨 저 오늘 엄마 차 타고 왔는데요...
그 옆의 또 한 명의 아이는 내 말을 듣더니 자기는 아저씨들이 쳐다봐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그렇구나...그런 시선이 괜찮기도 한거구나....
난 지하철에 타면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저씨를 본 일은 당연히 거의 없고...(볼 게 없으니...)
다른 어떤 여자의 몸을 훑어보는 아저씨를 내가 쳐다보는 일이 많다..그 아저씨는 볼거 다 본 후 그걸 구경한
나와 눈이 마주치기도 하고 난 그럼 알만하다는 표정으로 예의바른 미소를....날리지만 아저씨의 시선은 이미
사라진 상태...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재빨리도 거둬들여지는 시선...간만에 한 안구정화를 순식간에 상쇄시킬 자신이
있는데...












하여튼
다음에는 이 출장에서 꼭 빠져야지...
알아서 날 빼버릴 확률이 훨씬 클지도....
연락이 아예 안 올 것 같구나...





 

 

 




벌써 8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