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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생각의 일요일들 - 은희경

by librovely 2013. 11. 24.

 

 

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2011                    달

 

은희경

들어보긴 했으나 잘 몰랐다 우리나라 작가를 잘 모른다

처음부터 안 읽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고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 난해한 글을 읽고 우리나라 작가의 책을

읽기 보다는 전세계적으로 검증된 것만 찾아 읽는 게 안전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물론 정이현처럼 좋아하는

작가도 있긴 했다

 

사진을 책을 읽으며 자주 들여다봤다  개인적인 소소한 이야기가 나열된 부분이 대부분이라서 작가 개인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걸까...사진을 보면 40대 초반같은데 실제 나이는 50살이 넘었고 글이나 얼굴을 보면 결혼을 안했을 느낌이 드는데

사실은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고 아주 일반적인 삶의 단계를 밟아온...그래서 등단이 좀 늦었던 것도 같은데...

이런게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어느정도 겪어봐야 그 시기에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드는 지 알 수 있으니까...

물론 글을 쓰기 위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게 딱히 나쁘게 작용하지는 않았을 수도

 

글의 서두에서 이미 작가는 밝힌다 글이 다소 가볍고 자기감정에 빠져든 그런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이 책은 어떤 책을 펴내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그냥 평소에 작품을 쓰다가 쉬면서 끄적거리거나 트위터 따위에 썼던

그런 글들을 모아서 펴낸 책  아마도 은희경이 책으로 만들자고 했을 것 같지는 않고 출판사 쪽에서 제안한 게 아닐까

달에서 펴낸 책은 뭔가 쉽고 가볍고 재미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반면 아주 진지하거나 깊은 생각을 담은 책은 많지

않았던 것도 같고...대중적이라는 말이 적당할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밌고 쉬운 게 나쁜 건 아니니까 물론 그게

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솔직히 앞부분을 읽으면서 뭐냐 이게...했는데 읽다보니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역시 작가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고 물론 아예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다...난 타인의 지나치게 소녀적인 감성 따위를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이힐에 대한 이야기나 미니스커트에 대한 이야기...그러니까 그런 소녀스럽고 여성스러운 뉘앙스의

글들은 음...재미도 없고 뭔가 맘에 들지 않았다...누구나 그런 부분은 갖고 있지...나라고 안 그렇겠는가...하지만 남의

그것을 보고 싶지는 않은 것... 그러니까 나도 남에게 그런 부분을 드러내지는 않는거고 남도 그러길 바라는데ㅎㅎ

하여튼 통찰력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가끔 등장하는 나도 여자랍니다~ 느낌의 부분은 내게는 좋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니 작가의 소설들이 궁금해졌고 읽고 있는 중인데 글을 참 잘쓰는 것 같다

어떤 단편은 솔직히 좀 어려웠는데 그게 내용의 주제가 어렵다기 보다는 일단 스토리 라인이 머리에 잘 안들어와...

주제의 어려움이야 이해 못해도 나쁘지 않은데 글 자체가 잘 안 들어오는 건 그건 내 머리가 나빠서 일거야...ㅜㅜ

하여튼 은희경의 진짜 책을 읽어봐야겠다...

 

이 책을 읽어보면 작가의 일상이 보인다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글을 쓰기 위해 거처를 옮기기도 하고 외국에 나가기도 하고 문인들과 어울려 행사에 참석하기도

하고...멋지구나...근데 글을 쓰는 게 힘겨워보이는 게 솔직히 조금은 의외...안 쓰면 못 견뎌서 쓰는 거면 더 좋겠다

 

 

 

 

 

 

 

이 책은 소설 원고를 탈고한 가벼운 흥분과 함께 앉은 자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썼다

솔직함이 지나쳐 조금쯤 감상적이고 들떠 있는 건 그 때문이다

 

집착 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아무리 집착해도 얻지 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데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른다

<새의 선물> 그리고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중에서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일반적 다수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어떤 사람들이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중에서

 

내가 소설의 언어에서 원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정확성 그리고 의외성

<닿는 순간 미끄러져버리지 않고 제자리에 가 박히는 것으로>

 

새로운 상황 낯선 작업의 디테일 그 안에서 느끼게 되는 낯선 감정들 에피소드

그런 걸 경험해 놓아야 나중에 뭔가 쓸 수 있으니까요

 

서로의 고독끼리 다정해져 고독한 채로 자신을 받아들이게 해준다

너도 나처럼 고독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것이 고독의 본질이고

나는 그것을 소설로 써보고 싶어했을 것 같다 지금처럼

 

나를 기쁘게 만들 수 있는 사람만이 나를 기쁘게 하지 않을 권력을 갖게 된다

나를 기쁘게 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있어서 나는 기쁘다

 

사랑이란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어떤 것을

그것을 원치 않는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다

-자크 라캉

 

여행자

이방인이라는 점에서 여행자는 대부분 약자이다

약해졌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받는 감정과 조건에 더욱 예민해진다

여행에서 가장 좋은 건 닥쳐온 의무와 그리고 일상적 절차에서조차 벗어난

완벽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라고 그리고 그 시간에만 가질 수 있는 순진하고

온전한 감정과 그 감정을 보자기처럼 고스란히 감싸서 보존할 수 있는 고적함

그게 좋다

 

기쁨이 없다는 사람 욕망부터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번거로운 욕망을 버렸더니 기쁨마저 사라져버렸다

 

달력을 선물하면 1년 내내 그 사람을 생각하게 돼

이건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 썼던 대사인데요

 

낯선 곳에 혼자 떨어뜨려놓고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때문일까요

혼란스럽던 문제들이 불현 듯 명료해지는 순간

여행에는 그게 있어요

돌아오면 역시 또 그 사람으로 살겠지만

나 떠나기 전과 100퍼센트 똑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여행의 시간을 흘러가버리지 않고 내 몸 안에 새겨집니다

여행을 하고 있을 때는 그것을 수행하느라 긴장되고 바쁘잖아요

그런 점에서 어쩌면 여행의 여정이란 돌아온 다음부터

내 마음속의 반추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새 소설을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게 집 떠나는 일이에요

새로운 공간에 가야만 긴장이 되고요

일상을 떠나야만 상식적인 얼굴 뒤에 숨겨져 있던

무시무시하고 무지막지한 작가본능이 발현되거든요

 

전에도 밝힌 적 있듯이 내 몸으로 느끼지 않은 디테일은 직접 쓰게 되지 않구요

 

비가 많이 오는 도시

자살률도 가장 높지만 독서율도 최고랍니다

삶의 양쪽 날을 생각해보게 되는 흐린 날이네요

 

원한다는 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외국 속담을 소설에 써 먹은 적이 있다

 

나는 헌신적이었던 적은 없다 몰두할 뿐이다 내 마음 내킬 때까지만

 

소설이란 자기의 인생이라는 집을 허물어 그 벽돌로 새 집을 짓는 일이다

쿤데라가 이 비슷한 말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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