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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어떤 섬세함 - 이석원

by librovely 2024. 8. 18.

어떤 섬세함                                                                      이석원                           2023              위즈덤하우스

 

이석원의 글은 대부분 좋다 

대부분이라고 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이석원의 수필? 이런 건 좋은데 소설은 내 취향은 아니라서

소설을 잘쓰고 못쓰고를 나는 판단할 능력이 없다...그냥 내 취향은 아니었던 거 같...한 권인가 읽어본 바에

의하면... 이석원의 글이 좋은 이유는 독보적인 리얼리티...있는 그대로 글로 써 내는 능력...아니 그 전에 현실 

직시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 그리고 뭔가 독하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라서...사고방식이

나랑 비슷함....이해가 가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빌려 읽은 책이라 ㅋㅋㅋ

 

먹고 살기 바빠서 ㅋㅋ 이석원 신간이 나왔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고 뽑아왔다 

큰 기대 안했지만 재밌었다 대충 비슷한 시간을 지나가고 있어서 그런지 생각 못해본 내용들은 아니었고

나도 그런 생각 했는데...그 생각을 개운하게 명확하게 꺼내 보여주는 그런...재미가 있었다

 

어머니가 삶의 의미...라고 하면 정신 내지는 심리학 쪽에서는 불건전해 어쩌고 할지 모르지만...

나도 비슷하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안다... 나는 심하게 엄마와 가까운데...독립을 못한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이게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진 거 같....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나의 안위를 가장 걱정하는 누군가는

엄마라는 것을 알고 나서 더 그렇게 된 것도 있고 또 삶의 유한성이 점점 더 다가오니 더 그렇게 된 것도

있고...송이의 죽음이 어떤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송이가 죽은 것으로 아 죽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어떤 방법도 없이 그냥 닥치는 것...결국 막을 수는 없고 존재할 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그게 최선

 

껍데기 관계 아니 오히려 정신에 하등 도움이 안 되고 기 빨리고 털리는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

내가 중년이 되면서 변한 것 중 하나가 그거였다 쓸데없는 관계 가지치기....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쓸모?

는 좀 그렇고... 진심인 사람이 드물다... 그러니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열심히 잡기...아닌 인간은 그 

이전에 얼마나 오랜 기간 알아왔느냐와 상관 없이 내빼기....후자는 잘 하고 있는데 전자는 별로 없...ㅋㅋ

중년이 되면 살아온 만큼 살면 죽음이 온다는 게 느껴지기에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그래서 더 내 시간이 소중해지고 불필요한 것들로 낭비하고 싶어지지 않기도 하고

또 에너지도 좀 줄고 해서 인간관계 정리에 들어가는 것 같다...내 경우에는 그랬.....

 

좋은 책이다 

이석원이 열심히 글을 썼으면 좋겠고 이석원의 어머님께서 건강하게 무병장수하시길 진심으로

기도하며 마무리 

 

 

 

 

 

어른들은 일단 마음속에 걱정거리가 없어야 행복이든 뭐든 가능합니다 

그래서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잠자리에 들 수 있으면 그게 최고의 평안이자 행복인 것이 바로 어른의

삶이요 행복의 조건인 것이죠

 

나는 지금 이를테면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을 그렇게 어려워하면서도 그래도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스스로를 떠민 세월이 얼마나 길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마음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도 충분했는데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난 언제부턴가 스스로에게 너 뭘 하고 싶냐고 묻는 만큼 

뭘 하기 싫으냐고도 자주 묻는다

내게 하지 않을 자유를 획득하는 일은 누군가 꿈괴 목표를 이루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역시 평생 고칠 수 없다는 어떤 병이 내게 찾아 왔음을 처음 의사로부터

들었을 때 병원 건물을 나와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며 구름은 또 왜 그리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답던지

어쩌면 이런 아름다움쯤 평생 모르고 사는 게 좋았을지도 몰랐는데 말이다

 

언젠가 어떤 독자가 나에게 작가님 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주저 없이 어머니입니다 하고 대답했는데 왜냐하면 어머니는 이 세상 모든 유한한 것들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거의 평생토록 어머니의 부재를 걱정하고 두려워해 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두려움 덕분에 어머니와 보낸 시간들이 애틋할 수 있었다 세상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한 번 뿐이라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그 한 번 뿐인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 넉넉함과 어른스러움은 오직 자기 시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발휘된다는 것을

 

내 궁핍한 관계의 사정을 슬그머니 토로하였더니 민규가 그러는 게 아닌가

우리 나이 때는 다 그래 석원아

끝내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친구라는 존재는 역시 의심 없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슬프다 친구란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껏해야 몇 년에 한 번 얼굴 보면서도 마치 어제도 만났던 듯 어색함 없이 반갑고 도무지 어떤 악의나

경쟁심도 없이 순수하게 서로의 안녕을 빌어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사람은 사랑받지 못해도 살 수 있지만 이해를 받지 못하면 결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다고

 

어떤 종류의 질시 혹은 부러움이란 감정은 그 대상이 얼마나 대단한가 아닌가와는 상관어 없는

일일 때도 많다는 걸 진작에 알았으니까 

가까운 친구가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려 할 때 

사람의 마음이란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얼마나 치졸할 만큼 작고 옹졸해질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스물여섯 살에 처음 갔었던 런던을 마흔 살에 다시 찾고 보니 이상하게도 모든 것들이 전과

달랐다 똑같은 소호 거리였는데도 십사 년 전 그때 느꼈던 흥분은 내게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고

무엇을 봐도 어디를 가도 모든 것이 그저 무덤덤할 뿐이었다

 

부모님의 좌절이 빚은 그 모든 불행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내 나이 서른여덟 나는 그때 생애 첫 책을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일푼이 되신 부모님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절박감이 나로 하여금 글에 

무섭도록 집중을 하게 만든 것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상황을 마주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이 없어도 어떤 상황에든

대비가 되어 있는 상태가 나는 더 좋다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대비인지는 나도 아직 정확히는 모르지만 사람이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을 통해 몸을 가볍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것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우선되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준비가 아니겠는가

 

다만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렇게 나눌 것도 많지 않고 그런 황당한 일까지 겪게 한 친구를 굳이 왜

만났을까 그때의 나는 그랬다 별로 나눌 얘기 없어도 가끔 민망한 상황을 겪어도 그렇게라도 누굴 

만나고 약속 자릴 잡지 않으면 마치 최소한의 사회생활조차 하지 못하는 일종의 낙오자라도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던 것 같다 나는 그런 허수아비 같은 만남을 꽤나 많이 가졌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그런 별 의미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당신은 정말 외톨이가 아닌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