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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무라카미 하루키

by librovely 2022. 7. 20.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2001 문학사상

읽은 지 거의 한 달은 지나서 기억이 또.... 읽자마자 뭐라도 써야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에게는 좀 어렵다... 난 원래 소설을 어려워하는데...
그런데 이 책은 에세이같은건데..그래도 좀 이해가...이유는 내가 전혀 관심이 없는 술에 대한 내용
위스키... 먹어본 적이 있나? 그래도 문장이 참 좋다는 건 알겠다.... 책이 얇고 따라서 내용이 상당히 적은데...
종이질은 매우 좋은 반짝거리는 종이...잡지 속지 중 두껍게 만들어진 그런 종이....

아주 솔직히 쓰자면...이 책을 다른 무명의 작가가 썼다면 어떤 반응이 있었을 지 궁금...한데
그렇게 생각해보자니...무라카미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읽고 바로 알아챘을 것 같기도....
하여튼 나에게 그다지 인상적인 책은 아니었.....









어슬렁 어슬렁 둘러보고 다니는 것도 물론 즐거운 일이지만 이제까지의 여행 경험에 비취 보아
여행이 순조로우려면 어느 정도 목적 같은 게 있는 편이 좋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언어는 그저 언어일 뿐이고 우리는 언어 이상도 언어 이하도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온갖 일들을 술에 취하지 않은 맨 정신의 다른 무엇인가로 바꾸어 놓고
이야기하고 그 한정된 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아주 드물게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에 우리의 언어는 진짜로 위스키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적어도 나는- 늘 그러한
순간을 꿈꾸며 살아간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하고

이 외진 섬에 일부러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이 적잖게 있다 그들은 홀로 섬을 찾아 와서는 작은 코티지를
빌려 몇 주일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는 일이 없이 조용히 책을 읽는다 난로에 향이 좋은 이탄을 지피고
비발디의 테이프를 은은하게 틀어 놓는다 질 좋은 위스키와 잔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전화선은
뽑아버린다 눈으로 글자를좇다가 지치면 이따금 책을 덮어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들어 어두운
창밖의 파도와 비와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말하자면 궂은 계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기꺼이 즐기는
것이다

레시피란 요컨대 삶의 방식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가치 기준과도 같은 것이다
무언가를 버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세상에는 입을 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말문이 트이면 온화한 어조로 몹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있는데(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일랜드는 그런 느낌이 드는 나라다
아일랜드를 여행하노라면 그처럼 온화한 아일랜드적인 나날들이 조용히 우리 앞에 하나하나 쌓여간다

술이라는 건 그게 어떤 술이든 산지에서 마셔야 가장 제맛이 나는 것 같다
그 술이 만들어진 장소에서 가까울수록 좋다
물론 와인이나 정종도 마찬가지다
도쿄의 바에서는 싱글 몰트를 마신다

여행이라는 건 참 멋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사람의 마음속에만 남는 것 그렇기에 더욱 귀중한 것을 여행은 우리에게 안겨 준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해도 한참이 지나 깨닫게 되는 것을
만약 그렇지 않다면 누가 애써 여행 같은 걸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