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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고르고 고른 말 - 홍인혜

by librovely 2022. 8. 13.

고르고 고른 말                                                             홍인혜                                        2021                  창비

 

홍인혜를 얼마 전 유퀴즈 영상에서 봤다...내가 아주 무서워하는 일을 겪으셨구나...그 고통..상상도 못하겠다

이런 일이 안 생기게 제발 법 좀 정비했으면....그래도 그 일을 드라마화? 한다고도 하니....음...

같은 처지(? 라고 나는 생각할거다)라서 그런지 글이 대부분 강하게 공감이 되었고 또 쫄보인 성향도 비슷한 

거 같고.. 화를 내야하는데 못 내는 것도 비슷하고 그러한데... 이 책을 보니 결혼을 하게 될 상황에도 놓였던

거 같다..음. 갑자기 다른 세상의 사람이구나 생각이 ㅋㅋ 재미있게 읽었는데 읽은 지 오래 지났고 또 지금

시간이 많지 않아서 뭔가 쓰지를 못하겠....하여튼 좋은 책이다 

(글 쓰는 직업이셔서 그런가...읽으면서 문장이 참 깔끔하다는 생각을 계속...)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명제만큼이나 모든 인간은 서로에게 타인이라는 사실이 오래도록 서글펐다 

불투명한 우리는 말을 통해 겨우 투명해진다

 

이름이 붙는 순간 더 특별해지니까

우리는 스스로 명명한 것을 각별히 사랑하게 되니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낭만이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

 

따지고 보면 화를 낸다는 것도 일종의 고백이다 나의 온 마음을 던져 네가 받아칠 마음까지 감당하겠다는

결연한 태도다 그런데 나는 나에게 돌아올 네 마음이 두려운 것이다

그 사람이 정말 잘못한 것 같아 화를 내야 하지 않을까 확실하게 한마디 해

-근데 그 사람이 어떤 의도였는지도 모르고 앞으로도 계속 봐야하는 사람이고 사실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

지도 몰라

뭘 그렇게까지 생각해줘 너한테 나쁘게 굴면 나쁜 놈이야

 

지금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이 책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말인즉슨 여행지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 우연히 맺게 된 인연

같은 것이 일절 등장하지 않고 오직 스스로에게 파고드는 책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내 영국 생활은 외톨이 삶의 정수였다 

 

노난은 유쾌하지 못한 사연으로 살던 집을 비워야 했다

안나 카레리나 식으로 말하면 행복한 세입자는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고 불행한 세입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끝내 혼자가 되었다

이것은 만족스러움의 문장이다 나를 외톨이로 만들어주다니 이런 고마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어쩌면 나의 내향성은 타인을 과하게 신경 쓰는 데서 오는 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뇌는 분리된다 나를 위해 일부 남을 위해 일부 뇌를 분배해 쓰기에 자신에게 홀딱

빠져들 수 없다 하지만 혼자는 다르다 홀로  보낸 오전 시간 덕에 다시 에너지가 차올랐고 모두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 함께 웃고 까불 수 있는 기력이 생겼다 행복해졌다

 

혼자가 꼭 결핍일까 혼자는 완성의 말이다

나는 혼자일 때 비로소 자유롭고 평화롭다

 

나는 헤어진 사람과는 결코 소통하지 않으니까 그것이 나의 지독함이니까 

하지만 사람 마음의 기묘한 작동 방식을 깨달았다 그 숱한 원망도 고통도 사무치는 미련도 전하고 싶지 않더니

결국 나누고 싶은 것은 말도 안 되는 사소함이었다

하긴 원래 우리는 시시한 것조차 대단한 양 나눌 수 있는 사이였으니까 

가장 마지막까지 그리운 것은 그런 말들이니까 

 

나는 시적인 걸 넘어서 시를 압도하는 가사들을 알고 있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9 문학소년

자우림 샤이닝

 

행동하지 않는 자의 과장된 수사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글감으로 도구화하는 것이 얼마나 별로인지

 

나의 주파수에 공명해줄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 문장이 퍼즐 조각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맞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그 사람을 위해 쓴다 

 

소통은 어휘력 청해력의 문제보다 태도력의 문제에 가깝다

나는 다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보다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이고 싶다

 

모든 것이 해결되고 나서 행복을 찾고자 하면 지금을 모조리 상실하겠구나 위기감을 느꼈다

이후 나는 완전무결한 행복의 환상을 놓아버렸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보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라는

생각이 도움이 되었다

 

매일 오늘을 버티며 나를 살게 할 작은 만족들을 수집했다

이제 행복은 엄격한 무결함을 버리고 저 먼 곳에서 별자리처럼 성글지만 뚜렷하게 반짝이고 있다

그것을 감지한 것은 헐거워진 나의 시선 느긋해진 나의 마음이다

나는 이 과정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