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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by librovely 2009.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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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난 연극을 별로 안 좋아한다
뮤지컬도 별로 안 좋아한다
뮤지컬이야 그래도 볼거리라도 좀 화려한 편이라 괜찮지만 연극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근데 왜 보러 갔는가?
연락이 왔다
글쎄 연극표가 생겼다는 것이다
잠시 망설였다....딴건 몰라도 연극이라면 무료라도...좀...망설여진다...



그래도 그냥 즐거운척 보러 가자고 했다...ㅎㅎ
진중권은 독자등급을 매기던데...난 친구등급을 굳이 매기자면...가장 상위를 차지하는 등급에 속하려면...
바로 이런 각종 티켓을 구했을 때 나에게 연락을 하느냐가 관건~ ㅎㅎ
하여튼 보러 가자고 한 것이 기특?해서 신나는 척? 했다...만나자~ 보러 가자~ 



근데 다른 때와는 다르게 음...왜이리 나가기 싫은건지..ㅎㅎ
연극을 너무 싫어하는 모양...괜찮다는 연극이라도 난 그냥 그렇다...
라이어? 그것도 웃기다고 엄청난 장기공연을 한걸로 아는데...뭐 좀 웃기긴 했지만 난 그냥 그랬다....
크게 안 웃긴데 연기자 생각해서 웃음을 과장하고 앉아있기도 다소 힘겨웠고...ㅡㅡ;;



연극을 그리 많이 본 건 아니다...
십이야... 라이어...보이첵...우동 한 그릇...작은 아씨들....고도를 기다리며...
얼마 전에 좀 어려운 내용의 연극도 봤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
하여튼 연극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음..저 내용을 그냥 책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정도...
다소 과장된 연기자들의 연기가...그리고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장면이 내 상상력을 오히려 차단시키는
느낌이 들었다...자리도 불편하고...



자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연극 공연장...대학로 소극장들은 참 자리가 비좁다...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이 날에는 음...남자분이 옆에 앉으셨는데 기본적으로 남자는 어깨가 넓고 게다가 이 분은 팔에 살이 아주 통통
아니 심히 오르셔서 자꾸 물컹거리는 팔이 느껴졌다...그래서 난 어깨에 힘을 주고 양팔을 쭉 뻗어 앞으로 교차
하고 앉아있었는데 나만 고생이고 이 분은 그냥 편히 앉아 계셨다...슬슬 짜증이 치밀었다...살이 찐거야 뭐...
어쩔 수 없다 쳐도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자세라도 신경을 쓰셔야 했던 거 아냐?  이렇게 생겼어도 나도
엄연히 여자인데 말이지...자꾸 닿으면 기분이 좋지는 않은데...이건 뭐...내가 벽인지 팔걸이인지 인간으로
안 보였던 모양...



하여튼 티켓이 생겼다는 말에 대학로에 오랜만에 뛰쳐나갔는데...
티켓팅을 하다가 초난감...ㅎㅎ
표를 보여주니 그건 표가 아니라 50% 할인권이란다...근데 보기에는 완벽히 표로 보인다...
이거 좀 낚인 느낌이...표를 주셨다는 동행인의 직장상사도 이걸 표라고 믿고 주셨던 모양이다...
난감해 하던 동행인은 자신이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어색한 미소를...ㅎㅎ
돈 내고 봐도 상관없다며 웃긴 했지만...돈이야 뭐 그렇다 쳐도 낚인 건 기분 좋은 건 아니다...ㅋ



근데 급 기분이 좋아졌다...
대학로 거리에서 회오리 감자를 만났기에...부산에서 먹었던 그 감자....
길거리 음식을 잘 안 먹는데 이건 너무 반갑다~ 해서 먹었는데 상당히 먹기 힘들다...
부산에서는 감자가 낱개로 다 떨어져 있어서 하나씩 물어 빼고 씹으면 되었지만 여기 회오리 감자는 그야말로
회오리~ 쭉 다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하나 물면 그 다음 것이 따라오고 그런다...절대 절대로 남자 앞에서는 먹지
말아야 한다....난감한 시츄에이션이 되니까... 그래도 난 열심히 먹었는데 동행인은 먹다가 나중에 버리더라..ㅎ



소극장에 들어서면서 커피를 숨겼다....음식물 반입 금지일까봐....
뭐 안 흘리면 되는거잖아요...이러면서 합리화시키며 저질 시민의식을 자랑하고 들어갔는데...
어라...안에서 아예 커피를 판매중...소극장 구석에서...음...갑자기 마음이 아려왔다...
문화에 지출 안하는 더티한 소비성향을 지닌 나이지만 오죽하면 소극장에서 저런 바를 만들고 커피를 판매할까
싶었다...음...예술하려면 가난해야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군...



세일즈맨의 죽음
난 팔다 팔다 더이상은 못팔아먹겠다...짜증나...죽어버리자~
이런 내용으로 생각을...ㅍㅎ
근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가장...나중에 직장에서 잘리자 보험을 들어 놓고 자살해 버리는 전직 보험설계사
음....



보는 내내 아버지 그러니까 세일즈맨이 어찌나 호통을 치시는지 깜짝 깜짝 놀라기를 반복....
다 보고 나오는 길에 무슨 연극이 혼나고 나오는 느낌이 든다고 하자 동행인 왈...
그렇게 중간 중간 소리쳐야 우리가 안 졸고 볼 수 있는거야...ㅡㅡ;;
그건 그렇다...난 딴건 몰라도 연극 보다가는 잘 조는데...ㅎㅎ



가부장적인 아버지...그는 보험설계사....
어머니는 그야말로 주부...퇴근한 아버지의 몸을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는 몸종?수준의 순종적이며 아버지의
호통에 벌벌 떠는 우리나라 몇십년 전 전형적인 부인의 모습?  보기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아들 둘이 있는데 하나는 왕년에 고교에서 농구선수로 활약한...동생은 나이트에서 웨이터...ㅎㅎ



나이가 들어 지방으로 발령도 나고 이젠 별로 너 따위는 필요가 없다는 취급을 받는 아버지...
그는 집에 들어와 소리를 버럭 버럭 지르지만 속은 상처 투성이...겉으로는 자신감이 넘치는 척 하지만
어찌보면 그의 호통과 친구가 밑에 와서 일하라고 해도 거부하는 행동의 바탕에는 열등감이 있던게 아닌지...
그리고 그런 자신의 나약한 존재감을 장남에게서 극복해보려 했으나 그도 잘 안 풀리자 많이 실망하고...
급기야 살 필요성마저 느끼지 못하는 상황? 돈도 돈이지만 삶에 별 의미를 찾지 못해 자살을 택한 게 아닐까?



살면서 여러 종류의 사람을 보는데...나도 남이 보기에는 가관일지 모르지만...하여튼...
난 남들에 의하면 지나치게 자신감이 결여되었고 자기 비하에 가까운 자일지 모르지만 뭐...속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그냥 나를 비하하며 살면 상대에게 뭔가 기쁨?도 줄 수 있고 뭐...사실 난 나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인간이란게 뭐 거기서 거기가 아니느냐...는 생각을...음...물론 김태희와 나의 외모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거지만 그런거 말고...그냥 본질적?으로 뭐 인간이 인간인거지..뭐..ㅍㅎㅎ



그런데 누군가는 엄청나게 자기를 높이고 듣고 있기 민망해질 정도로 자기를 높인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욕하는데 나는 거기에 이렇게 초를 친다..
너무 착해서 그래...계산을 못하는거야...너무 순진해서 잘난척을 하는거야...ㅍㅎ
사실 진짜 영악한 사람은 멍청하게 잘난척이나 하고 있지는 않지...
그리고 과도한 잘난척을 하는 사람 치고 자기 중심이 잘 잡힌 사람이 없다는 것...오히려 열등감이 있거나
자신이 자신을 인정하지 못해서 남의 말이나 시선에 지나치게 휘둘리고는 한다는...



이 연극의 주인공도 겉으로는 소리 버럭 버럭 지르지만 속은 지나치게 물러터진게 아니었을까...
연극을 보니 그 가정에서 가능한 특유의 싸~~한 분위기가 엄습했다...
난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않아서 별로 와닿지는 않았다...ㅡㅡ;;
주인공이 장남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듯 부모님이 나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신 일도 없다...자랑맞나?
그리고 장남이나 차남이 그랬듯 부모님께 내가 무슨 반항을 하거나 뜻대로 따라주지 않은 일도 없다...
뭐 별로 나에게 기대가 없었다니까~~ 자랑맞나? *2



하여튼 이런 이야기에서 나의 삶을 투영시켜볼 수 없었기에 난 남의 일 보듯이 담담하게 구경했는데...
사실 내가 눈물이 없는 편은 아니다...영화보면서 잘도 흐르는 눈물인데...
과속 스캔들을 보다가 그 귀여운 녀석을 잃어버린 장면에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으니 그다지 메마른건 아니란
말이다...근데 이 연극이 끝나갈 무렵 사람들이 여기저기 훌쩍거리는데 난 아무렇지도 않았다...흠....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아버지로 사는 무거움...
이런 것 보다 사실 나에게 다가온 건...나의 은퇴 후 삶?
내가 쓸모?없어 질 그 때 난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리고 열심히 일했으나 모아놓은 돈도 없고 몇십년째 대출금이나 갚고 있는 주인공의 신세에서 좀 감정이입이..
ㅡㅡ;;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난 역시 연극보다는 이걸 책으로 봤다면 좋았을 것 같다...
연기자들은 연기를 참 잘했다....
보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저 대사를 어찌 다 외웠을까??
이런 초딩식 경외감으로 연기자들을 바라보고 앉아있었다....ㅎ



마지막 공연이라고 해서 그런지 좌석이 거의 다 찼다....
연극을 좋아하는 분이 많아서 항상 이랬으면 좋겠다...
나야 뭐...아마 자주 보러 갈 일은 없을거다...
연극은 역시 내 취향이 아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