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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장마철

by librovely 2011. 6. 26.




비가 계속 내렸다
한 번은 이상한 비가 내렸다
확 쏟아지다가 좀 멈춘듯 하다가 갑자기 쏟아지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렸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내리지 않고 또 다시 확 쏟아지고...
재미있고 신기...이런 비를 부르는 이름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뭔가 얄미운 느낌이 드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던 비...



하루 자고 와야 하는 일이 생겼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결정권이 없다 
난 나만 그러리라 여겼는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하루 자고 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 걸 어떻게 느꼈는가...
누군가는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는데 알고보니 이 일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의 대화에 의하면 누군가는 그렇게 오고 싶지 않다고 난리를 치더니 막상 와서는 신나 있다고도 했고
내성적이건 외향적이건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서 느끼는 건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끔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내성적인 사람은 알고보면 의외로 외향적인 면이 많고 외향적일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알고보면
의외로 소심하고 소극적인 구석이 있었다는 것...나는...난 겉으로도 내성적 실제로도 더욱 레알 소심함과 열등감 덩어리...




가서 지루한 시간들을 보내는 중 차를 마시려다가 둥굴레차를 만났다...
알라또레의 충격에서 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직장에서도 안 마시던 둥글레차를 마시며 중얼거리고 앉아 있었고 그래도 그 둥굴레차는 설록차라고 쓰여있어서
혹시...혹시 모른다...1%라도...하고 있었는데... 뜯어보고 충격을 받고는 하나 가방에 넣었는데 어떤 모르는 이가 나를
요상하게 바라봤다...저 사람은 무슨 둥굴레차를 하나 챙겨넣고 그러냐...는 표정? 
난 모르면 가만히 있어! 라는 표정을 한 번 쏴주고는 상념에 젖어들기 시작...

 

 


똑같아... ㅜㅜ
날 바보로 본 게 확실해...
저렇게 대놓고 둥굴레라고 써 있는데 실수했을리는 절대 없고...으엉엉엉
얼마나 미달로 보였으면 알라또레는 나에게 둥굴레 티백차에 레몬 짜 넣고 홍차라고 던져줬을까...
아.... 그 날 항의를 했어야 하는데...공짜로 먹은 것도 아니고 누가 고메위크 해달라고 사정했었냐고~~ 기타 등등의
생각을 하며 비장한 표정으로 강의를 한 귀로 흘려들으며 난 둥굴레차를 철근같이 씹어 마시고 있었다...




나중에 내 말을 들은 홍차 및 각종 마실 것 전문가님이 사진 없냐고 했고 이 사진을 보더니 확대를 하고는 피식 실소를
머금으며 이거 정확히 둥굴레차 맞다고 했다...티백에 하얀 물질이 섞인 건 둥굴레차고 홍차는 절대 저런 색의 것이 섞여
있을 리가 없다고 했다...






이 망할 !!



망할 하니까 새로 배운(?) 단어가 하나 떠오른다...
시망...
노닥거리던 이의 핸폰 문자메시지를 보던 중 이 말을 보고 난 실망을 잘못 쓴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뜻이 시* 망했다 라고 했고 난 듣자마자 웃겨서 넘어갔다....이리도 입에 철썩 달라붙는 표현이 있다니...
신조어는 정말 극명하게 갈린다...호불호가....
시망은 매우 좋음....
뭐랄까 앞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단어라서 그랬을까...




시망...하니까 오늘 있었던 시망이 절로 나오는 일이 생각난다....
문자를 받았는데 확인을 안했다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확인...조금만 일찍 봤다면 사올 수 있었는데...
문화상품권...
그게 꼭 필요한데...그러다가 동네 편의점에서 팔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 정거장 더 가서 편의점에 물어보니
영수증 형식의 인터넷 사용권만 있다고 했다...집으로 걸어갔다...전화를 했다...저기...동네 편의점에는 없어요...
그러자 서점 위치를 알려주는 답이...그걸 바라고 전화를 건게 아닌데...그래서 다시 카드 한 장 달랑 들고 나갔다


한참 걸어 서점...몇 장 달라고 했고 아저씨가 어딘가에서 문화상품권을 꺼내는데 이상한 건 내 눈치를 슬슬 보면서
한장 꺼내고 좀 뒤적거리다가 또 한 장 꺼내고...뭐지? 했지만 문제가 없어 보여서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내밀었다
아저씨는 정색을 하며 안된다고 이건 남는 게 없기에 무조건 현금만 가능하다고...그건 당연한 거라고 어디든....


다시 집으로 갔고 현금을 들고 나와 샀다...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시계를 보니 문화상품권 사러 다닌 시간이 거의 한 시간....뭐하는 짓이람...비도 오고 완전히 지쳤다...
그래도 샀구나~ 하며 봉투에서 꺼내 숫자대로 나눠 담으려는데 이거 좀 이상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아저씨가 왜 내 눈치를 슬슬 보며 이것 저것 중간에서 뽑아서 줬는지...
누군가가 책을 사고 냈음직한 것들이...즉 사용한 문화상품권이 중간 중간 섞여 있었다...
내가 쓸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줘야 하는 것인데...망했구나....하지만 또 가는 건 못하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아까 그 아저씨가 했던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깨끗한 것을 앞에 넣고 중간 중간 사용했음직한 것을 끼워넣고 있었다...



시망이라는 말을 배우자마자 쓸 일이 풍년이구나~




다시 저 날로 돌아가서...
그 날 저녁 있었던 일 하나가 생각난다...
숙소를 배정 받았는데 우리 숙소의 문을 열자 나타난 건 창고의 풍경....
다시 내려가서 말하니까 방 배정에 문제가 있었고 남는 방이 3 곳 있는데 그 곳의 열쇠들이 다 없어졌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좋은 방을 주겠다...뭐 여기까진 좋았다...가보니 갑자기 만족감이 밀려들었다...이 정도면 니나노~
하지만 바로 열쇠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고 이미 높아진 눈에 원래의 방은 더 볼품없어 보였고...



그렇게 멍~하게 있는데 연애중인 한 명이 누군가에게...(누구겠는가...) 전화로 마구 마구 불평을 해대기 시작....
방은 어떻고 밥은 어떻고...정말 짜증나.... 그걸 멍 하니 듣고 있다가
아이고 나는 전화로 저런 말을 해댈 곳도 없네...오늘따라 엄마도 전화를 안걸고....
라고 했고 다들 계속 멍~  한 상태인데 선배님이 들으시고는 내가 말한 뒤 3초 뒤 홀로 빵 터지셨다....
나도 같이 낄낄댔지만 뒷맛이 씁쓸했다...쓰구나....



오늘 교보문고에서 동행인이 나에게 강추를 날려 준 책이 있는데...뭐 그 책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도록 노력하자가
모토인 책...그런데 그 책에 자존감 테스트 항목이 있었는데 그 안에 자기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라는
것이 있었다...
난 그렇게 생각하련다...
난 자존감이 높아서 그래...
자존감이 높아...
그래서 날 우습게 만든걸꺼야...
난 우습지 않아...
우습지 않아..
...
더 씁쓸해지네....





장마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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