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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좋겠다 너는

by librovely 2011. 4. 11.

 

고양아
좋겠다 너는




오늘 이러고 있는 이유는...
내일이 아니 이미 오늘이구나...
내일이 오는 게 싫어서...
난 산에 가기 싫다고
빨리 화요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앞머리를 기르고 있다
아니 모든 머리를 기르고 있다
난 그냥 짧은 머리가 좋은데 바가지 앞머리도 마음에 들고 편한데...
근데 엄마가 너무 싫어하신다...
계속 견뎌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기르기 시작



엄마는 내 머리 모양이 어려보이려고 작정한 것 같다 나이에 맞지 않다 등등의 이유로 너무 싫어하셨다
아니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 대부분의 남자가 이런 머리 스타일을 좋아할 리 없다는 게 아니었을까
제발 한 번이라도 여성스럽게 머리를 길러보라는 엄마의..가끔은 혼을 내다가 가끔은 달래보기도 하는..
그런 말씀에 난 이제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어서 에라 길러보지 뭐 그까이꺼~~ 했다...



그래서 기르는데 앞머리가 눈을 찌르기 시작...
머리카락 따위가 내 앞을 가로막는 건 견딜 수 없다 그래서 머리띠로 넘기고 다니니까 또 구박 시작...
흉하다는 것이다...애 키우는 아줌마도 아니고 앞머리를 그렇게 머리띠로 횡하게 올리면 안된단다...
제발 파마를 하라는...



그래 그까이꺼...하지 뭐...
해서 파마를 했다...맘에 안든다...이게 진정한 아줌마 모드 같은데...음
그래서 전화를 했다...
망했어...완전 아줌마야...게다가 파마도 잘 안 되어서 풀린 머리같아...
그럼 다시 풀면 되는거지 뭘...웃음
쏘 쿨~~



파마를 해도 난 짧은 머리에 바글바글 파마를 해보고 싶은데 그게 어울릴 것 같은데...
엄마는 긴머리에 스물스물한 웨이브를 넣은 머리를 원하시는듯...
이런다고 남자가 생기는 게 아닌데 말이다...음



집에 돌아오자 엄마는 훨씬 낫다고 하셨고 난 어이가 없었다...
오늘은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와 마주쳤는데 엄마가 활짝 웃으셨고 뭐가 웃기냐고 하자
머리가 너무 예쁘다는 말도 안되는 말을 남기시며 유유히 사라지셨다...
집에 와서 거울을 봤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가뜩이나 흉한 내 얼굴 중에서도 최악일세...
미용실에 같이 갔던 친구도 아무 말 못하고 실실 웃기만 했었다...




아무리 봐도 흉하고 추하고 웃겨서 거실에 앉아 셀카를 찍어댔다...찍고 찍힌 거 보고 낄낄거리고
내 얼굴이 나 스스로에게 이런 코믹한 기분을 안겨주다니...셀카 따위는 절대 안 찍는 나인데...
미쳤어...내가 뭐하러 기분 나쁠 짓을 하겠는가...하지만 이젠 스스로를 갖고 놀 수 있을 지경의
헤어스타일...근데 엄마가 다가오시더니 찍어주겠다며 찍고는 흐뭇....#%$*^*^%(^%$&




거울 속의 얼굴은 멀미를 유발하지만...오래 보다보면 주먹이 올라갈 것 같기도 하고....
(만약 이게 다른 사람 얼굴이었다면 난 그 사람을 무지 싫어했을거야...ㅜㅜ)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효도한 기분이다....
쉽지는 않았지만...그래도 효녀가 되었네~(대신 추녀도 되었지~)





미용실 언니가 파마가 잘 안 되었다고 다시 오라고 했는데 다시 가봐야겠다...
더 보글보글하면 엄마는 더 좋아하실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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