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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by librovely 2021. 5. 16.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2020 김영사

죽음

난 다른 사람들보다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30살이 되었을 때는 3분의 1을 살았군 생각했고 44살인 요새는 인생의 반은 산 셈이구나 생각한다

물론 별다른 사고가 없거나 자살하지 않을 경우 가능한 이야기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편은 아닌데 없진 않다 보통 너무 고통스러운 경우 죽어야겠다

아니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자주 떠들어댄 이야기지만 송이가 죽었을 때 그 환장파티가

정점일 때 너무 괴로워서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그 외로는 어딘가 되게 아플 때 죽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심하게 체했을 때 그냥 숨 쉬고 앉아있는 것 조차 버거울 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자살한 사람들이 어떤 마음일지 아주 조금은 상상이 간다 이해도 된다 편해지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라고 쓰다보니 죽고싶다는 마음과 정말 죽는 것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을테니 알 것 같다라고 하면 안 되

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과연 자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엄마가 살아계신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마

자살을 할 생각은 안할거다 남겨진 엄마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니... 엄마가 돌아가신다면 그 이후에는 가능

할까? 아마 내 인생의 최대 위기는 엄마의 죽음이 아닐까 그 날이 아주 먼 날이길 매일매일 바라고 있는데

그게 현실이 된다면 그 때는 병원에 가야지 약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송이 때도 약을 먹었어야 했다

생각만해도 뭔가 우울하고 끔찍한데... 이게 생각을 안하고 살아도 안 되고 생각을 하고 살아도 사실 뭐 별반

답이 없는 문제이긴 함....

어떨 때는 그런 생각도 한다 가족이 매우 건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살아있고 나도 이 나이까지 살아있음이

다행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런 생각도 한다 인간은 저마다 괴로움이 없을 수 없는데 그게 본인이 감당가능한

부분에 괴로움을 주는 것 같다고... 나를 놓고 보면 내가 남들이 보기엔 좋지 않은 삶일 수도 있다 그런 조건들

이 많이 존재함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실 나를 별로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감당할만 했다 하지만 더 감당할

것들은 없었으면 좋겠네.... ㅋㅋㅋ 난 개떡같은 일들이 은근 있었다 그 중 어떤 일을 누군가에게 재밌게 이야기

해준 적이 있는데 그걸 듣고 울더라고 ㅋㅋㅋㅋ 나에게는 그 정도로 힘든 일은 아니었던건데....

하여튼 여생은 해피해피 모드로 살다가 가고싶.....ㅋㅋㅋㅋㅋ 아니 쇼펜하우어에게 배운 것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말해야겠지... 여생에 나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별 일 없이 살고싶다...가 더 맞는 바람일 것이다

책에는 자살 이야기가 꽤 나오는데...그래야 발견이 늦어지니 특수 청소가 필요했을거고.... 읽다가 자살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청소를 한 사람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도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내가 깨끗해서는 절대

아니고 죽음의 순간에도 죽고난 후 치우러 올 사람들 생각을 할 것 같다는.... 그게 배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망신당하기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 같은 이유로 고령이 되어서 죽음이 자연스레 목전으로 다가올 즈음에는

난 정말로 내 물건들을 미리 많이 정리할 생각이다 비워놔야 치우기 좋...멀쩡히 아니 멀쩡하지는 않겠지

하여튼 살아있으면서도 쓰레기를 쌓아두어서 대신 청소해달라고 특수청소를 부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죽어서 사라질 순간에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분리 배출을 하고 정리를 하는구나....

살면서 더욱 더 강해지는 그 생각... 인간은 인간이라고 묶어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만큼 정말 많은 종류...

가 있다는....

책 내용 중 정말 슬픈 부분이 있었다 동생이 형이 죽고난 후 빈 방에 들어가 소리내지 않고 우는 부분...

책을 읽을 때도 발췌를 할 때도 그랬다

그 형은 결혼을 했지만 이혼했고 큰 병에 걸려서 엄청난 양의 약을 먹는 중이었는데 피를 토하고 죽어있었다

병이 이혼의 원인인지 아니면 이혼 후 병에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동생은 자신도 돌볼 가정이

있었을거고 형을 만족스럽게 살피지 못했을거다 내 생각에는 대충 그런 생각이 힘들게 만든 건 아닐지...

가까운 누군가가 죽으면 처음에 찾아오는 건 지독한 후회와 죄책감이다.... (송이가 알려줬다 ㅜ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내가 죽은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했다

내가 죽은 후 오래 방치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좋은 방법이 있을까... 를 고민해봐야겠다

난 자식이 없어서 내 죽음이 누군가를 엄청나게 힘들게 만들지는 않을테니 그건 참 다행이다

(다행 맞니? ㅜㅜ ㅋㅋ)

좋은 책이다

화로 근처에 있어야 할 라이터 같은 점화장치가 없다

여느 착화탄 자살 현장에 비하면 화로 주변이 너무 깨끗하다

자살 직전의 분리수거라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이전에 다른 자살자의 집에서 번개탄 껍질을 정리해둔 광경을 본 적은 있지만 이것은 너무나 본격적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착화탄에 불을 붙이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고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때때로 부유한 자가 혼자 살다가 자살하는 일도 있지만

빚 있는 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은 혈육보다 오히려 채권자가 아닐까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폐색전증 같은 허파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 이삼 일만 내버려

두면 엄청난 양의 피와 액체가 몸에서 쏟아져 나온다 목을 매고 숨을 거두면 직립한 채로 늘어진 사체가 근육을

조절하는 힘을 잃은 탓에 온갖 오물을 배설해놓는다 사람이 죽으면 박테리아가 증식하여 온갖 장기가 부풀어오르고

복부가 터지며 온갖 액체를 몸 밖으로 쏟아낸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살았을 뿐이다 운명을 맞이한 순간까지 그는 죽을힘을 다해 자기 삶을 살았을 뿐이다

오늘은 오후 내내 당신의 동생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침묵을 지킨 채 빠른 걸음으로 거실과 화장실 베란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그는 당신이 머물던 작은방으로

들어가서는 한동안 나오지 않았죠 십 분이 넘도록 아무런 기척이 없자 약간 걱정스러워 슬그머니 그 방 앞에

가보았습니다 당신의 동생은 방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문 쪽으로 등을 보인 채 양손으로 입을 막고

거칠게 어깨를 들먹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그토록 오랫동안 서서 우는 남자의

뒷모습을 여태껏 본 적이 없었습니다

착화탄 자살을 하면 괴롭다고 쓰셨는데 진짜인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착화탄으로 직접 죽어본 것은 아니라서요 하지만 그런 곳에 가보면 괴롭게 죽은 흔적을

볼 수 있죠

고통스럽지 않게 죽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저는 사실 잘 모릅니다 하지만 착화탄 자살이 일어난 곳에서 자주 봤어요

고통스럽게 기어 다닌 흔적요

죽은 사람 집 하나를 완전히 정리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나요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돌아가셨나요

네 그렇다 치고

그의 종잡을 수 없는 태도와 머뭇거리며 대답을 망설였던 이유는 너무나 명백했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까

자살을 결심하고 수습할 일까지 염려한 남자 자기 죽음에 드는 가격을 스스로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건 남자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어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한 인간을 마지막 순간으로

밀어붙인 것만으로 모자라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까지 미리 감당하라고

몰아세울까

인간의 마음도 더러운 화장실 청소처럼 얼마간 곤욕을 치르고 나면 잠시나마 너그러워지고 밝아진다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찍할수록 더 좋다

일반인은 손쓸 도리 없을 정도로 참혹한 사건은 주로 돈과 연관된 것이었다 범죄 현장 바닥에 엎드려

선혈이 굳어 생긴 붉고 거무튀튀한 막을 긁어내고 있자면 돈처럼 인간의 감정을 송두리째 뒤집고

흔들고 들끓게 하는 것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동생이 형을 찔러 죽이고 남편이 아내의 목을 졸라 죽이고 남편이 아내의 언니를 때려서 죽였다

돈을 더 달라고 죽이고 돈이 없다고 무시해서 죽이고 주기로 한 돈을 갚지 않는다고 죽인다

제가 하느님께 받은 은총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망각입니다

한 신부님의 말씀

인간 자살의 아이러니가 있다면 무언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

독극물이든 밧줄이든 무언가 도구를 이용해야만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안락사를 허용하기 전 사회학자들은 공공보험 인프라에서 소외된 채 노령을 맞은 가난한 자가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실상은 오히려 경제력 있는 고학력자들이 우르르 지원했단다

한 남자는 개이용 컴퓨터와 모뎀을 연결하는 이더넷 케이블을 뽑아 고리를 만들고는 원룸 벽에 여남은

개의 못을 박은 뒤에 목을 매고 자살했다

회의실에서 발견된 한 남자는 자기 회사가 팔던 실험용 약품을 팔에 직접 주사한 뒤 엄청난 피를 토하고

죽었다

농어촌에서는 그라목손을 자살 수단으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렇게 일하다가는 제명에 살기 힘들겠다고 생각하던 어느 여름밤 문득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한 인간이 그토록 극단적으로 화를 낼 수 있을까

왜 한 번 솟구친 화는 누군가에게 쏟아내기 전에 절대 가라앉지 않을까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여기 아닌 곳 당신이 없다면 어디라도 좋을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자 얼마나 많은 것을 계획하고 수정하고 또 버렸는지

언젠가 어머니처럼 나에게도 아버지의 좋았던 기억만 떠오르는 날이 찾아올까

남편을 태워 보낸 화장터에서 화염에 육신을 내준 그 누구와도 다를 바 없이 어머니도 한 줌의

재만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