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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제법 안온한 날들 - 남궁인

by librovely 2021. 3. 23.

제법 안온한 날들                                              남궁인                   2020            문학동네

 

성이 남궁이고 이름이 인일까? 아니면 성이 남이고 이름이 궁인? ㅋㅋㅋ 성이 남궁일 것 같

의사... 응급의학과 의사....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적 능력 미달로 ㅋㅋㅋ 어쨌거나 내가 의사가 되었다면 아마도

응급의학과 쪽으로는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쉽지 않을 게 뻔하니까...여러모로....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피씨방에서 벌어진 아주 잔인한 살인 관련 인터뷰에도 나왔었고 최근에는 어디서 봤더라

정인이 관련이었나? 맞는 것 같다... 뼈가 많이 부러졌다가 붙은 흔적이 있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어쨌든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안 좋은 편견...으로 (글쓰기를 크게 고심해서 안 할 거 같다는 뭔소린지 나도 모를

하여튼 그런 편견이 있) 별 거 없을 거 같다... 그냥 자기 일기인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읽으면서도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네 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고 책 안에서 저자가 가벼운 책 어쩌고 하는 글을 보고 어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책인데...? 라고 생각했는데 발췌를 하며 보니 내용이 좋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발췌하지 않은 부분에

연애 이야기라도 있었나? 읽은 지 2달은 되어서 가물가물... 그런 내용이면 사실 이해..공감이 어려워서 아마

가볍네 하고 합리화하고 넘어갔을지도.... 어쨌든 생사가 오고가는 곳에서 일하고 있어서 아마 더 사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되었을 것 같다... 보통 죽음을 외면하고 살기 마련인데 그게 어려운 직업이니까....

 

돈이 없어서 암이 다 진행된 상태에서도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다시 나갔던 버스 운전 기사...가족도 없었던

그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슬펐다.....마음이 아픔.... 세금....걷어서 이런 사람은 없게 해야하지 않나..................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그 고통 속에서도 병원을 걸어 나갔다는 게.....

그런 사람이 나태해서 돈이 없게 된걸까  치료비가 없는 게 그 사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겠지만 정말 그 사람이 나태했다고 해도 치료비가 없다고 그렇게 죽어가도 되는걸까

라고 쓰다보니 남 돕기를 안하고 사는 내 꼬라지가 새삼 느껴진다...ㅋㅋㅋㅋ 그러니까 세금....

나는 카카오 사장님도 아니고 용감한 형제도 아니다 돈도 별로 없고 그 사람들처럼 인품이 좋지도 않...

나 같은 사람은 강제로 세금 걷기가 최고인... ㅜㅡ

저 사람은 결국 저자의 도움으로 노숙자를 받아주는 병원에 들어가서 마지막을 맞이했다고 한다

 

좋은 책이다

 

 

 

 

 

 

 

사슴

이들의 검은 눈동자에는 우울함이라고는 없어요 선량하게 풀을 씹어 먹고 오수나 바람을 즐기며

천성대로 사는 짐승이에요

슬픔을 생각하지 않으나 슬픔이 깃든듯한 그들의 검은 눈동자

 

지금 모습이 조금 수척할지라도 자네의 영혼은 편안해졌음을 믿는다네

자네가 이런 모습이라도 나는 자네가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네

 

우리는 헤어지기로 했다 꼭 그렇게 될 것을 우리는 이전부터 직감하고 있었다

이제 정말 우리는 영영 떨어져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문득 나는 그녀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원인을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어떤 순간부터 어쩐지

그녀를 보고 있으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런 순간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헤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어 지금 내 상태로는 아직 헤어졌다고 할 수 없거든

그냥 나는 혼자 지내 그리고 헤어지고 있어 아직 나는 그녀와 헤어지는 중이라고

 

수면 시간은 충분하지만 과하지 않아야 한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전화를 걸지 않는다

걸지 않으면 받을 일도 거의 없어진다 무엇인가 하고 있는 일상의 집중을 깨뜨리면서까지

누군가와 통화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은 많지 않다 외로움이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외로움도 힘이 된다 적어도 당장 신변잡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된다 스마트폰과 포털 사이트 기사는 필요악이다

독서는 한 달에 스무 권 정도로 정한다

청소는 많은 시간이나 품을 들이지 않고도 막강한 영향을 발휘한다

누군가 갑자기 찾아와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혼자 있는 시간만이 나를 발전시킬 수 있다 또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써야 한다는 생각을 쉬지 않는다

술자리를 줄일 필요가 있다 정신이 혼탁한 채로 정신이 혼탁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자주 하면 좋을 리가 없다 반드시 필요한 술자리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입원을 하게 된다면 완독까지 영원 같은 시간이 걸리는 책을 쌓아두고 읽다가 잠들고

다시 읽다가 잠드는 그런 일을 상상했다 반면 나는 실제 병실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아왔다 어느 병실의어느 환자이건 그들은 대체로 앓느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며칠 뒤 다리가 많이 화복되자 나는 가장 해보고 싶던 일에 나섰다

바로 혼자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놓고 책을 읽는 것이다

 

사랑의 라틴어 어원에는 쫓고 쫓기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운명을 알게 된 첫번째 사람이 되었다 나는 연민을 느껴 초음파 기계를

든 채 그에게 물었다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못 먹지 않았나요?

먹어도 다 토했습니다

술은 마셨나요?

그건 그나마 먹을 만했습니다

간염 치료는 왜 안 받았나요?

아프지 않으니까 치료를 안 받았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아프기 시작했을 때는 왜 병원에 안 왔습니까?

살 만했습니다

그가 일찍 왔다면 조금 더 일찍 암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추궁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아니었고 그럴 권리도 없었다

또한 그의 대답을 듣자 그를 나무랄 어떤 논리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슨 일을 하셨나요?

버스를 운전했습니다

일하기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앉아서 핸들을 돌리면 되는 일이라서 할 만했습니다

가족은요?

아내와 별거중입니다 오래됐습니다 자식은 없습니다

주변에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혼자 살았습니다

나는 잠시 질문을 멈추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로 나를 보고 있었다

선생님 저는 각오하고 왔습니다 선생님은 의사라서 아시겠지만 저는 제 몸이라서 압니다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분명 안 좋을 겁니다 분명 나쁜 결과일 겁니다

저는 미리 알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간암 같습니다 모든 징후가 일치합니다

그는 너무 순순히 자신의 선고를 받아들여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온 사람 같았다

자신의 병을 애써 무시해 불행해지는 사람은 여기에선 흔했다

한 시간 후 나에게 노티가 들어왔다 간암 추정 환자가 집에 가겠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분명 집에 가서는 안 되는 환자다

신장 수치가 나빠진 채로 병원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급사할 가능성이 높았다

방금 간암이라고 분명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사정이 있습니다

이건 당장 급사하는 거예요 장담합니다 집에 가면 죽습니다 죽는다고요

돈이 없습니다 쓸 수 있는 돈이 하나도 없습니다 신변을 정리하고 집에 있겠습니다

나는 그를 곧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를 떠나보낸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은 때였다

그는 응급실을 나와 집으로 가고 있었다 문득 그가 여태 참고 있던 세상을 온통 위아래로

뒤섞는 것 같은 어지러움이 그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죽기 위해 인간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죽음의 순간 하늘은 세금 따위를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죽기 직전까지 인간은 돈이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이 사회에서 인간은

인간 같지도 못한 죽음을 겪어야 한다 죽음에 가격이 있다면 그 죽음은 마무료에 가까운

금액으로 제공되는 가장 저렴한 죽음이 아닐까

그를 받겠다는 행려환자나 노숙자가 가는 병원 한 군데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그곳에 죽음을 기다리러 갔다 그리고 조만간 그는 더이상 가난에 시달리지 않게 될

것이다 돈이라는 개념도 없고 병원도 사회도 아닌 어딘가로 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순간을 누구에게나 오는 평등한 죽음으로 불러야 하는 것일까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기에

평등한 것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가 감내하던 고통 세상 어떤 인간만이 견뎌야 하는 외롭고

고독한 고통 또 죽음을 앞둔 지나치게 겸허한 마음 왜 세상 어떤 존재는 죽음마저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 나는 더이상 그에 대해 생각할 수 없었다

 

어머니 목소리를 들으며 퇴근하는 차 안은 매일 평화롭다 나는 그 차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좋다

상대는 세상에서 가장 나를 배려해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방금 전까지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까지도 쏟아낸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원래 더이상 살아가기 어려운 법이란다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답변을 해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