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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핑거스미스 - 세라 워터스

by librovely 2016. 9. 4.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2006             열린책들

 

영화 아가씨 원작소설이라서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급하게 사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재미있긴 한데

책장이 평소 읽던 속도대로 넘어가질 않아서 결국 앞 부분만 읽다가 영화를 보러가게 되었다

그런데 워낙 영화와 원작소설이 다른 면이 많아서 별 상관이 없었다...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 좋은 부분이

있었고 소설은 또 소설 나름의 좋은 부분이 있었다.... 영화를 본지도 책을 읽은지도 시간이 지나서 뭐가

어떻게 다른지도 이제는 가물가물...책은 거의 한 달에 걸쳐 조금씩 깨작거리며 읽었다 7월에 다 읽었나?

그랬던 기억이...아무래도 내 책이니까 반납 기한이 없으니 더 느리적거리게 되는 면도 있고 또 내용이

심리묘사가 많은데 그게 읽자마자 이해가 되는 내용이 아니라서...그러니까 일반적인 연애 소설도 읽고

상상해보고 아..그럴 수 있겠네...이러고 앉아있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ㅜㅜㅜ 이건 듣도보도 못한

동성 로맨스라서 더 읽다가 멈추고 어떤 감정이었던걸까 생각하고 상상해봐야 하는 그런 노력이 더욱

필요한 면이 있었고 그래서 빨리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기한 내용이니까 더 재미있는 면도

있었음 특이하니까 익숙하지 않으니까 재밌네 나는 일단 호모포비아는 아닌듯하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고 역겹기는 커녕 눈물을 흘리고 앉아있는 스스로에게 당황했던 기억을 떠올려봐도 그렇고... 상상력이

뛰어난걸까? ㅋㅋㅋ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 정말 남자 동성 로맨스 이야기를 보고 그렇게 감정이입해가며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니 물론 그게 착각일 수도 있지만....이런 게 예술의 힘인거겠지...막연히 남자끼리

좋아했댄다...이러면 내가 어떻게 공감할 수 있었겠어...그게 무슨소리냐...로 끝났을텐데 영화나 소설로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조용히 그 사람이 되어보게 되는거고 그 인생을 살아볼 수 있게 되는거고

그게 아마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는 이유겠지...이 단 한 번 뿐인 좁디 좁은 인생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을

살아보려고...하여튼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고 느꼈던 건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게이는 남자라서 그 남자를

좋아하는 거구나가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것...그러니까 성별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도 가능한거구나...이게 상당히 충격적이고 신기했었다...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마구 마구

검색을 해봤는데 정말 그런 경우가 많이 있었던듯... 그리고 어쩌면 이런 저런 조건 다 집어치우고 그 사람

이라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다면 그게 가장 진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쨌거나 무슨 로맨스

건 끝은 씁쓸...아니 나는 이성애 동성애 다 망....

 

우연히 보게된 누군가의 여행기가 생각난다  재밌어서 열심히 봤었는데....

그 사람은 혼자 여행가서 사방에서 데이트중인 걸 보고 그 중에는 게이 컵흘도 있었고 나이든 컵흘도 있었

는데 자신은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랑의 종류 중 하나도 가능한 게 없냐는 뇌까림이 있어서 웃기면서도

공감이...ㅜㅜㅜㅜ 딱 그런 마음이 생겼다...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해짐....ㅋㅋㅋ이렇게 무성애자는 오늘도

울고 있..... 저 당시 동성애 이야기의 영화를 연달아 봤는데 감정이입이 잘 되어서 당황스러워서 내가

혹시...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혹시 아직 그런 상대를 못 만나서 한 번도 안 그랬나? 했는데 그게 상대가

꼭 같은 동성애 성향이 있어야만 그런 감정이 드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는 역시 아니군 역시 망....이라고

생각했던 기억도...바로 이 지점이 이 소설을 재밌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동성애 성향이 있는 사람끼리만

만나야 둘이 그런 감정이 싹트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어떤

성적 지향성을 지녔는지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이게 대단한

난관이 되는 거다 그 지점에서 재미가 솔솔.... 원래 역경을 딛고 뭔가를 해결해 나가는 게 재밌는 게 아닌가

근데 동성 로맨스의 경우 상대방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느냐 없느냐 이전에 일단 그 사람도 성적 지향성이

자신과 같은 동성인가를 알아봐야하는거다 그리고 그게 아닌 경우 세상에 이런 해결 불가능한 감정이

있겠는가...집안의 반대로 활활 타오르던 숱한 로미오와 줄리엣 류의 이야기보다 더 비극적이라고 생각함

방법이 아예 없잖아 이 문제는....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런 소재로 소설을 쓰면 더욱 애잔한 비극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핑거스미스는 그런 류는 아니다 물론 초반에 동성에게 이상한 감정이 생겨서

머리 아파하는 건 재밌었는데 알고보니 둘 다 같은 성향이라서 비극의 극단을 달리지는 못해서 살짝

아쉽....해피엔딩인 소설이다

 

초반부는 아주 재밌었고 중반부도 그냥 그냥 재밌었는데 뒷부분은 솔직히 별 재미가 없었다

1-2부는 좋았는데 3부는 그냥 그랬다...사실 지금 내용이 기억도 잘 안남....

수의 입장에서 쓴 1부는 모드에게 이상한 마음이 생기는 수가 난감해하는 부분과 젠틀먼과 모드가

서로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속상해하는 장면이 재밌었고 2부에서는 그런 수를 가만히 구경하고 있는

모드의 상황이 재밌었다 3부는 그냥 그랬다....마지막도 좀 내 취향은 아닌 마무리....2부까진 좋았는데

 

세라 워터스는 맨부커상 후보에도 2번이나 오른 검증된 작가인데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한 거 같다

게다가 작가 본인이 레즈비언이라서 이런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써낼 수가 있었던 것도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읽어서 그런지 주인공을 상상할 수 있는 재미는 전혀 없었다 그냥 모드는 김민희고

하녀는 김태리...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그래도 적절한 캐스팅이라 생각해서 뭐 아주 나쁘지는 않았

지만 그래도 아쉽다.... 책을 읽어가며 인물을 머리 속에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는건데....

 

800쪽이나 되는 소설이긴 하지만 그 쪽수에 비해서도 읽는데 시간이 걸린 소설

원래 소설 읽기를 가장 어려워하기도 하는데 하여튼 다 읽어서 뿌듯함...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재밌던 부분이 모드가 젠틀먼이 싫어서 떨던 모습을 좋아서 그런거라고 수가 착각했던 부분과

모드를 좋아하게 되는 스스로가 이상해서 당황하고 힘들어하던 수.... 이런 부분이 영화에서는 전혀

없어서 그런 게 아쉽....어쨌거나 소설 속의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영화로는 불가능한거겠지...

시간도 너무 짧고..... 그리고 나중에 자신이 배신당했음을 알고 분노에 찬 수가 모드를 미워하면서도

좋아하는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괴로워하는 부분도 재밌었다 장갑을 마구 밟았다가 다시 주워들고....

마지막 부분에 영화와는 다르게 모드가 작가가 되어 수와 다시 만나는 건 좀...코믹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역시 영화에는 나오지 않은 아이가 바뀌었어요...설정도 조금은 별로....너무 막장 억지 느낌이...

그래도 재밌는 소설이었다 동성애 설정이기에 가능한 내용이 많아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세라 워터스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그때가 되면 나를 하녀가 아니라 동반자라고 부르겠노라고 했다 내게도 하녀를 구해주겠노라고 했다

내가 부자가 될 거라는 거 알아? 내가 결혼하면 말이야

모드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내 눈빛이 분명히 아주 끔찍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젠틀먼이 손에 키스를 했고 그러자 모드는 잽싸게 손을 뺐다

 

젠틀먼이 떠나며 모드 손을 잡고 입을 맞추자 모드가 몸을 떨었다 어찌나 심하게 떨던지 나는 모드가

몸을 떨던 이제까지의 기억을 모두 되살려보면서 무슨 영문으로 내가 그동안 그런 떨림을 사랑으로

착각해왔는지 의아해했다

 

모드는 내게 뭔가를 묻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묻진 않았다

 

하지만 신기한 일이었다 모드에 대한 생각을 안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나 자신에게

모드는 내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야

라고 말을 하면 할수록 모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둘 사이에 실이 연결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모드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실이 나를 모드쪽으로 끌어당겼다 그건 흡사...

그건 흡사 내가 모드를 사랑한다는 말 같잖아 나는 생각했다

그 생각에 나는 바뀌기 시작했다 초조하고 겁이 나기 시작했다

모드가 나를 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단지 모드를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느꼈을 뿐이었다

 

당시에는 그런 행동이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 나는 모드의 입에 손가락 넣는 모습을 평범하게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다시 몸 안에서 전율이 일었다 하지만 모드가 눈을 들어 내 눈을 보았을 때

나는 그 시선을 피했다

 

그날 하루 종일 우리는 서로 서먹서먹해했다 우리는 걸었지만 떨어져 걸었다

모드가 내 팔을 잡으려 했지만 내가 피했다

모드가 밤새 뒤척이고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 역시 뒤척이고 한숨을 쉬었다

우리 둘을 연결한 실이 내 심장을 당기고 있기에 너무나 세게 당기고 있기에 심장이 아려왔다

 

변한 것은 바로 우리였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가끔 우리 치마가 서로 엉켰고 한 번은

우리 손이 서로 엉켰고 우리는 벌에라도 쏘인듯 즉시 떨어졌다 하지만 모드가 나처럼 얼굴을 붉혔

는지 그건 모르겠다

 

나는 모드를 기억하기 위해 이 장갑을 간직하기로 했다

심장이 둘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모드는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내 얼굴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하느님만 아신다

 

 

 

2부

그러면 당신은 모든 굴레를 훌훌 벗어던진 채 남의 눈도 의식할 것 없이 원하는 곳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겁니다 새로운 인생을 향해서요 그리고 거기서 당신의 마음에 꼭 드는 당신 자신으로 다시

갈아입는 겁니다

 

오늘 밤은 어차피 모든 것이 제 궤도를 벗어났으며 내 일과 역시 제대로 지켜진 게 없다

자유가 나를 손짓해 부른다 죽음만큼 깊이를 가늠할 수 없고 무섭고 피할 수 없는 자유가 손짓해 부른다

 

그토록 자주 꿈꿔 와서 내가 잘 안다고 확신하는 그곳 런던 내가 자유로워질 곳 나 자신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형태의 삶을 아니 정해진 형태가 없는 가죽과 장정이 없는 책이 없는 삶을 살 그곳

 

내가 연인보다 더 바라는 것은 자유이다

 

분명 전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될 거예요

 

착하기도 해라

수가 말한다

브라이어에서 누가 날 착하다고 마지막으로 믿어준 게 언제였던가

 

나는 이 집에서 크면서 자신을 책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제 나는 내가 책처럼 느껴지고 수는 책을 보는 식으로 나를 본다

수는 책을 읽지 못하기에 내 겉모양은 보아도 그 안에 쓰인 글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어느 날 같이 산책을 하는데 수가 내 팔을 잡는다

수에겐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내겐 따귀를 맞는 듯한 충격이다

 

나는 점점 수에게 수의 활기에 수의 따뜻함에 수의 특별함에 익숙해진다

이제 나는 수의 얼굴이며 모습이 내게 얼마나 친근하게 다가와 있는지 알게 되고

 

지금은 그저 힘이 빠질 뿐이다 리처드가 떠나기 직전 몇 분간은 몸을 떨곤 한다

팔다리와 피와 숨이 내 마음과 상관없이 움직이곤 한다

수는 그런 것들을 사랑으로 해석하는 듯하다

 

나는 수와 함께 즐겨 걷는 나만의 산책길이 있다 리처드와 함께 걸으면 그 길이 망가질 것만 같다

 

제기랄 당신 손 위에 제 손을 그대로 둔다고 해서 죽기라도 한답니까?

 

수의 숨소리가 한숨 소리처럼 들린다

 

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고통이 되기 시작한다 우리의 일상은 엉망이 된다

 

나는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수의 시선이 너무나 의식되어 눈길을 돌린다

내게 리처드의 키스는 손바닥에 화상을 입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전에 나는 내가 수를 그저 원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너무나 크고 너무나 날카로워 도대체

채워질 수 없을 것만 같은 갈망을 느끼기 시작한다 갈망이 커지고 또 커져서 나를 미치도록 몰아

가거나 나를 죽일 것만 같다

 

모든 게

내가 혼자 중얼거린다

변했어

예전엔 내가 죽어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수가 내 안의 생명을 내 깊은 곳을 건드렸다

모든 게 변했어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전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브라이어에서 마지막 나날동안 그랬듯이 수는 절대로 나와 시선을 맞추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지 수가 모르는 것 한 가지를 같이 넣는다

수가 나의 뾰족한 이를 갈아주었던 브라이어의 바느질 상자에서 가져온 은골무이다

 

 

 

 

 

3부

날 지배했던 감정을 두려움이라 표현한다면 글쎄 지금 장갑을 바라보고 모드와 젠들먼이

내게 친 끔찍한 사기를 생각하며 느끼는 감정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모드를 죽여 버리리라

 

밤새 지칠 때까지 걷다가 저 장갑을 물어 뜯는 것

그것만이 내가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모드를 사랑하고 있었다 꿈꾸지 않을 때의 나는 분명 모드를 미워했다

분명 모드를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가끔 밤에 이유 없이 깨곤 했다

 

밤이 모래알처럼 쉭쉭 빠져나가는 듯했다

 

나는 모드의 장갑을 쥐고 바느질 자리가 터질 때까지 쥐어뜯었다 그러고는 땅바닥에 팽개치고

위에서 뛰며 발길질했다

장갑을 다시 주워 가슴 옆에 넣고는 보닛의 줄을 묶었다

 

아파보인다 수

모드가 내 이름을 부른 게 이걸로 세 번째였다 모드의 목소리를 듣자 나도 모르게 모드가 저토록

부드럽게 내 이름을 불렀던 이전의 기억이 났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모드 때문에 아파하고 또 아파하다가 이렇게 마주치고 보니 이렇게 따뜻하고 이렇게 살아 있는

모드를 만나고 보니

감당이 되질 않았다

 

모드가 말했다

이제 나에게 더 두려워할 게 뭐가 남아 있다고?

 

내가 원하는 건 너뿐이야

넌 날 몰라

전에도 절대 알지 못했고 넌 모르는 일들이 있어

 

단지 널 사랑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내겐 말할 필요가 없었다

모드는 내 표정에 쓰인 그 말을 읽을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