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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 도 원 기 행. - 공지영

by librovely 2007.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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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도 원 기 행.                      공지영.          2001'        김영사

 

 

원래는 공지영의 '별들의 들판'을 빌리러 갔다.

'TV 책을 말하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추천한 책이라서...

근데 막상 책꽂이에 꽂혀 있던 이 책에 손이 가는 것...

 

어디선가 가끔 들어본 제목이다.

수도원 기행... 수도원... 갑자기 몇달 전에 어렵게 읽었던

'장미의 이름'이 생각났다. 수도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이야기...

수도원이라는 장소가 주는 무미 건조하면서 거룩하고 지적인 느낌.

슬쩍 책을 펼쳐서 훑어보니 글씨도 큼직하고 종이가 예쁘고

감각적인 사진도 있고... 하여튼 기대감에 들떠서 대출받았다.

 

수도원을 가보고 세세한 것들을 설명한 기행문이겠거니 예상...

수도원을 기행한 것은 맞다.

하지만 수도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공지영의 18년만에 되찾았다는 믿음...과 힘들었던 것에 대한

생각들...그리고 여행중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느끼는

다양한 종류의 따뜻함... 수도원을 이곳 저곳 가보지만 수도원에

대한 설명은 매우 간략하다. 수도원을 기행했다기 보다는 여행중

들른 곳의 하나가 우연히 수도원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어울릴

만하게 수도원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기행문이라기 보다는 그냥 수필집이라고 느껴지는...

 

하지만이 책에서 다뤄지는 사색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마도 수도원을 찾아 다녀서가 아닐까?

짧게 언급되지만 강렬하게 다가오는 수도원의 수녀님과 수사님...

난 카톨릭은 아니지만 ...진정한 신에 대한 집중은 아무래도

가정을 갖는 목사님들에 비해 삶의 모든 것을 완전히 내려놓고

성경과 옷 두 벌 정도만을 소유하며 철창이 있는 수도원에 들어가

평생을 나오지 못하고 그 안에서 하루에 8번의 예배를 드리고

노동을 하며 끊임없이 기도하고 성가를 부르는 수녀님과 수사님...

들이 제대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수도원에 들어간 이유가 숨어서 기도하는 것에 있다는...

수녀님과 수사님들...

그들에 대하여 쓰여진 짧은 페이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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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느낌이 들었다. 

 

수녀님들 중에는 간혹 우리나라 사람도 있었다.

어떻게 타국의 수도원에서 생을 마칠 결심을 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이 곳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대답...

 

책의 초반부에 수녀님을 딸로 둔 어머니(나이는 이미 할머니)

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그들을 보니 마음이 쓰리면서도

뭔가 편안한... 자신의 딸이 자원하여 어찌보면 감옥과도 유사한

수도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고 이야기 했을 때 그들의 부모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한 번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하는...

그리고 수녀가 되기로 결심한 수녀님들은 어떤 일을 겪은 후

그런 결심에 도달하게 된걸까?  공지영은 왜 수도원을 기행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을까? 책에 나오듯이 그토록 공지영을 힘들게

한 일들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요즘 나는 신에게 다시 제대로 몰두해야겠다는 마음이 종종

들곤 한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상당히 의미있다.

 

공자의 몇대손 이라거나 자신을 스스로 지식인이라 칭하는

저자의 말에 또 살짝 빈정이 상하긴 했지만...

(저런 말이 틀린 말이 아니지만...공지영이 지식인이 아니면

누가 지식인이겠는가...연세대를 나오고 유명한 작가인데...

근데 이상하게 유독 공지영에게는...책을 읽을 때마다 뭔가

거북한 오만함이 느껴진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나는 내 삶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님을 알았고

그래서 나는 구덩이에 빠진 기분이었고 그러니 사방이 막혀버려서

하는 수 없이 하늘을 올려다 보아야 했는데

그때 거기 하나님이

나, 여기 언제나처럼 네 곁에 있다, 고 간절하게 말씀하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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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