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책과 바람난 여자 - 아니 프랑수아

by librovely 2007. 4.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2005'      솔출판사

 

 

 

사실 다른 책을 찾으러 프랑스 문학 코너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재밌을거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는 생각에 미련없이 원래 빌리려던 책을 버려두고  대출받았다.

 

읽어보니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프랑스 책 치고는 그나마

괜찮은 편 이었다.  아주 재밌지는 않지만 읽어볼만한 정도...

 

한 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랑스 인을 염두에 쓰고 쓴 책이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들과 인물들에 대해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기에 영 이해가 안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

 

번역한 이가 나름대로 열심히 각주로 도와주려 노력했으나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그 각주 또한 그에 대한 각주가또 필요하다고나 할까?

 

출판업계에서 오래도록 일한 저자의 책에 대한 사랑이 녹아든

그런 내용이다.  책읽기를 즐기는 것은 많이 공감이 되었는데

책 자체에 대한 애착? 집착? 은 좀처럼 공감이 되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책을 사서 보는게 아니라 빌려보는 프롤레타리아라서

그런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침대 탁자 스탠드를 켜놓고 실컷 읽다가

복도에서 어른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부리나케 불을 끄고잠든 척했다.

나는 엄마가 잠든 척 하고 있는 나에게 뽀뽀를 해주러 왔다가

뜨겁게 달아 있던 전등갓 쇠붙이에 손을 덴 그날까지

그 자유를 누렸다.

 

 

책을 빌려주는 일은 심각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에서 불온한 부분은 삭제해야만 한다.

책꽂이에서 뽑아내고

껍데기를 벗기고

모래를 털어내고

내 손때를 지워 낯선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빌린 책은 신성한 것이다.

그 책을 펼치는 것조차 이미 신성모독처럼 느껴진다.

원샷으로 읽어버려야 한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겉표지를 싸줘야 한다.

새가 알을 품듯 품어야 한다.

그 책을 찾기 위해서라면 파리에서 정반대편에 있는

카페에라도 단숨에 달려갈 것이다.

 

 

도서관의 책들은 카드로 매춘 행위를 하는 창녀들처럼 느껴진다.

 

 

책들이 줄줄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직감적으로 뭔가 건강하지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도서관을 드나든다.

그건 금전적인 여건과 공간의 문제다.

일주일에 한 권에서 일곱 권의 책을 읽는다면

 

 

고상하고 견딜 만한 것은 책과 와인 병에 쌓인 먼지뿐이다.

 

 

종이가 얇을수록 신경은 더욱 더 날카로워진다.

살인이라도 저지를만큼 두 장을 넘긴게 아닌가 하고

자꾸 확인을 해보는 바람에비단을 비비는 날카로운 소리가 나니까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아래와 윗부분이 두 장씩 붙어 있는

페이지들을 자를 때 나는 소리다.

 

 

나는 뼈다귀를 기다리는 개처럼

코맥 맥카시의 새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독서광은 아니더라도 책을 즐겨 읽던 사람이 책 읽기를 마다하면

그건 분명 어떤 병의 징후다.

"책 읽을 마음조차 안 생겨."  이 말은 신경쇠약, 피곤, 슬픔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언제나 잠이 안와서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고 주장할 것이고

책을 읽느라 잠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누가 어깨 너머로 내 책을 읽는 것 역시 참지 못한다.

마치 목욕을 즐기고 있는데 누가 불쑥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런데 날 소름 돋게 하거나 모욕감을 주는 이 모든 행동들을

정작 나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한다.

 

 

책과의 관계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일광욕을 즐기든 수술대에 오르든 읽을거리는 잔뜩 챙겨갈 게

분명하니까

 

 

두꺼운 책은 잠자리용이고

얇은 책은 지하철용이다.

두꺼운 소설은 든든하게도 일주일은 족히 버틴다.

마치 겨울 내내 땔 장작이나 가게 문을 닫는 연휴 동안

피울 담배를 충분히 마련해 놓은 듯한 기분이다.

 

 

나는 책 없이, 담배 없이도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독서는 정말 그렇게 바람직한 어떤 것은 아니다.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 속상해하면서도

혹시라도 마약에 손대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뭘 모르는 부모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책은 마약과 같기 때문이다.

 

 

읽을거리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읽은 적은 수도 없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