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두려움과 떨림 - 아멜리 노통브

by librovely 2007. 5. 2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2002'      열린책들

 

 

 

아멜리 노통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적의 화장법'이라는 책을 어떤 블로그에서 보고 빌렸었다.

그리고는 안 읽고 다시 반납했었다...

왜?

일단... 이름에서 풍기는 유럽 이미지...지루할 거 같다는 편견.

그리고 책이 지나치게 얇아서 그다지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았고

제목이나 책 표지 그리고 속의 편집도 영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작가의 책을 또 블로그에서 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꽤나 높은 별점이 매겨져 있어서 다시 슬며시 궁금해졌고...

이번에는 이 작가의 다른 책인 이 '두려움과 떨림'을 대출했다.

 

 

제목을 보고...

인간이 두려움이나 떨림의 상태를 경험하는 지독하게 많은

상황을 주저리 주저리 지루하게 나열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날개의 작가 사진도 뭐...전혀 호감이 안 가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데 책을 펴서 정말 아무 기대 없이 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없이 줄을 따라 눈동자를 굴려대며 드는 생각...

'이 책 안 읽었으면 어쩔뻔 했어..'

기대를 마구 뛰어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지하철에서 MP3로 게임음악 느낌이 강한 일본 그룹 캡슐의 음악을

들으며 읽었는데 이 빠르고 뭔가 유아틱한 음악이 이 책과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의 진행에 속도감도 있으며 아멜리 노통브의 유니크~한

유머러스 문체... 아...핵심을 제대로 찔러주는 이 말투들...

정말 재밌고 어느 부분에서는 얼굴에 웃음까지 만발하게 만드는...

 

 

일본...

일본의 회사가 배경이 된 소설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데...음...이 여자 정말 재밌는 여자군...

표지에 무슨 세면대에서 손 씻는 장면을 그렸냐...

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중요한 장면 맞다...^^

긴 계산서를 들고 앉아있는 그림도 의미 심장...

 

 

일본인이 이 책을 읽으면 좀 기분이 나쁠 것 같기는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인데...

일본인은 아직도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느끼고 사는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했고...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를 바라보는 서양인의 시선도 좀 재밌었다.

같은 동양이라서 그런지 어쩐지 체면을 중시하거나 윗사람에게

깍듯한 그런 점들이 우리나라와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을 대할 때 속 마음과 겉이 다른 것도 좀...

 

 

웃기는 장면은 상당히 많은데...

입사해서 할 일이 없어서 뭔가 하는 척하는 장면...

할 일이 너무 없어서 신상명세서의 개인 신상을 외우는 것...

뇌의 무위 상태라는 표현...

달력을 넘기면서 일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

GMBH에 얽힌 소란...

환율을 적용해서 출장명세서 계산하는 업무로 밤을 새다가

따뜻한 무언가를 덮고 잠든 후 일어나는 장면

화장실에서의 업무

계약기간 만료를 알리는 아멜리 상의 반복되는 멘트...

 

 

유머넘치는 수다쟁이 아멜리 노통브...

신랄한 그녀의 언변에 반해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의 뇌가 무위상태에서 곡기라고는 구경도 못하고 있던 터라

이 목록이 황색 잡지처럼 바삭바삭하게 느껴졌다.

 

 

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나는 이 서류의 내용을

외우기로 마음먹었다.

 

 

나에겐 직책이 있었다

달력 맞춤 및 회전 도우미라는.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괜찮아요? 이런 고된 일을 하면 너무 피곤하지 않아요?

 

 

끔찍한 얘기가 입에서 튀어나오려고 했는데 하나님 덕분에

겨우 묻어 둘 수 있었다.

아마 벨기에가 독일과 국경은 접하고 있겠지만 일본은 지난 전쟁

동안 독일과 국경보다 더한 것도 나누지 않았냐고

 

 

당신이 정신 지체아 부류에 속한다면 내가 이 일을 맡기기 전에

그렇대고 얘기를 했어야죠.

내가 그런 부류에 속하는지 몰랐어요

 

 

번번이 계산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왔다.

나는 신이 내린 능력을 타고났다.

 

 

갑자기

추위가 엄습해 온다. 컴퓨터를 팔로 끌어안아도 소용없다.

그건 몸을 데워 주지 못한다.

나는 다시 옷을 걸친다.

그래도 여전히 이가 딱딱 마주치기 때문에 바닥에 누운 뒤

내 위에 휴지통의 내용물을 엎지른다.

나는 의식을 잃는다.

사람들이 나를 내려다보며 소리를 지른다.

눈을 뜨자 쓰레기가 보인다.

다시 눈을 감는다.

나는 다시 심연으로 추락한다.

내게 감미로운 후부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그녀답네요.

우리가 야단칠 엄두도 못 내게 쓰레기를 완전히 뒤집어쓴 거예요

나는 유미모토사의 오물 아래서 훈훈함을 느끼고 있다.

나는 또 침잠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화장실이 이렇게 핵심적인 사안이 걸린

이데올로기 논쟁의 장이 된 적은 없었다.

 

 

동료들과 의무적으로 맥주를 마시고 터질 듯한 지하철을 몇 시간

타는 것, 세면대처럼 당신을 빨아들이는잠, 아무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휴가, 삶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제일 끔찍한 것은

이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특권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그녀를 만나려는 순간 악마가 내 머리 속에서 속삭였다.

공중 화장실 관리인을 하면 다른 데서 이보다 더 잘 벌 수 있다고

그녀에게 말해.

나는 이 악마의 입을 막느라고 애를 먹었고 그 미녀 앞에 앉자

벌써 미친 듯이 웃음부터 터져 나오려고 했다.

악마가 이 순간을 포착해 속삭이며 이렇게 유혹했다.

화장실에 접시를 갖다 놓고 들어오는 사람마다 50엔씩 내야

그만두지 않겠다고 그녀에게 말해.

나는 진지함을 잃지 않기 위해 입 벽을 깨물었다.

 

 

제가 그걸 할 만한 지적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죠.

나한테는 더러워진 변기를 청소하는 데 과연 어떤 지적 능력이

필요한지 아는 것보다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복종의 표시를 하면

그게 과연 내  고문자의 입맛에 맞는지 살펴보는 게 더 중요했다.

 

 

당신의 장애를 당신이 알고 있나요?

그럼요. 제가 그걸 깨닫도록 유미모토사가 도와 주었어요.

 

 

유미모토사는 제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여러 번 주셨습니다.

죽을 때까지 고맙게 생각할 겁니다.

안타깝지만 제게 과분하게 해주셨는데도 저는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아멜리 상

축하해요

이 말은 내가 기뻐할 만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어떤 점 때문에

내 심장이 멎었다.

이 말은 일본어로 씌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