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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by librovely 2007.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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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1976'      문예출판사

 

 

 

네이버 오늘의 책에 올라있었던 책...

예전에 한 번 도서관에서 만지작 거리다가 책이 너무 얇아서...

별 내용이 없을 것 같았고 또 목차가 영 맘에 안 들어서 다시 내려

놓았던 책... 하지만 다른 곳에서 또 이 책이 좋다는 정보를 얻고는

읽어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빌렸다.

 

 

요즘 통 책을 읽을 틈이 나지 않았다...일이 바빴다...여러가지로...

그래서 이 책도 지하철 안에서 읽기 시작했다...별 기대를 안하고

펼쳐든 책... 읽기 시작하자마자 이 책 제대로다 라는 느낌이 왔다.

재밌고 통찰력있는 내용... 철학자가 쓴 책이지만 절대 뜬구름잡는

허망한 내용 혹은 지나치게 학문적이고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게 사실이다...라는 생각...

 

 

일단 학자가 쓴 책의 공통점인 매우 논리정연한 문체~

읽기가 상당히 편하고 이해도 쉽다.

무식한 나는 에리히 프롬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대학 때 들어본 기억도 어렴풋하게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에리히 프롬은 이미 고인이 된 사람... 그게 안타까울 정도로

이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이 사람이 더 이상 연구를 하고

책을 쓸 수 있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슬플 지경이다...

 

 

 

에리히 프롬이 쓴 책은 이 책 말고도 유명한 책이 꽤 있는 것 같다...

그 중 건전한 사회 라는 책이 유난히 읽고 싶어졌다...

에리히 프롬은 독일 태생의 미국 정신분석학자이며 사회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일생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

을까? 어떤 사랑을 했을까? 그의 유년기는 어땠을까? 그의 어머니

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자녀는 어떻게 자라있을까?

사랑에 대해 고찰을 해보고 통찰력있는 내용을 들려준 그 자신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이 책은 제목처럼 사랑에 대한 책이다.

그렇다고 연애 기술을 써 놓은 그런 책은 아니다...

자잘한 연애기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파악하고 있어야

할 사랑이라는 것의 본질을 살짝 건드려주는 책이다...

제목이 사랑의 기술인데 사랑의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사랑의 기술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각자의

인생의 기술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하기 어려움과 비슷한 이유...

개개인의 삶이 다르듯이 접할 사랑도 다르므로 그 구체적인 기술은

각자에게맞게 스스로 습득해야 할 것이고... 다만 인생이란 무엇

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듯이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또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그런 책이다...

 

 

에리히 프롬은 말한다.

우리는 사랑에 대한 기술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거나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고... 그리고는 대상이 없어서 나는 사랑을 할 수 없다며

대상을 찾기에만 급급하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맞는 말이다....

사랑에는 여러 모양이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이성간의 사랑을

놓고 볼 때 보통 내가 기술이 없어서 연애를 못해 라고 말하는 사람

은 거의 없다...다만 괜찮은 이성을 만나지 못함에서 원인을 찾는다.

(근데 뭐 그런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일단 맘에 드는 사람이

 있어야 사랑의 기술을 배워서 써먹지....)

 

 

에리히 프롬은 일단 인간이 사랑을 갈망하는 이유를 분리불안의

극복에서 찾는다. 인간은 자기 혼자 떨어져 있다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분리된 이 불안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줄 그 무언가를

찾게 되는데 그게 사랑이라는 것이다. 분리 불안은 사랑 말고도

각종 중독증으로 비틀어진 극복을 추구하기도 한다고 한다.

사랑은 분리된 나를 타인과 합하게 하여 불안함을 극복하게 해준다

는 것이다. 이성간의 사랑 말고도 형제애건 동료애건 모두 분리불안

을 극복하기 위한 것임은 동일하다고 한다.

 

 

플라톤의 향연에서도 나왔듯이 인간은 원래 암수동일한 하나였는데

그게 갈라지면서 분리불안이 생성되었다는 것...?? 그럴까??

이 책에서는 성경도 들먹이는데... 아담의 갈비뼈를 갖고 이브를

만들었음을 통해 분리됨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모든 사랑은 둘에서 하나가 됨으로 완성이 되는데 딱 하나 그 방향

이 다른 것이 있다고 한다. 그건 모성애..이 사랑은 하나였다가 둘로

분리되는 특징이 있다는 것...그래서 모성애의 완성은 어머니가

자식을 자기에게 소속된 존재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독립적으로

바라봐주는 것에 성공해야 사랑이 완성된다고 말한다...이 내용은

한국 어머니들의 비틀어진 사랑에 대해 시사해주는 바가 클 듯...

 

 

에리히 프롬은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뭐 이 내용은 이미 여기저기서 보아온

다소 흔한 내용이다...그리고 남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홀로 있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홀로 있을 줄 안다?

에리히 프롬은 이 능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명상이라고

말한다. 음악도 틀지 말고 책도 읽지 말고 정말 그야말로 혼자

앉아서 시간을 보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그 상태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 있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남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으로 변질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의처증 혹은 의부증 그리고 뭐 연인들

끼리 서로 의심하고 연락안했다고 화를 내고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이 떠오르게 만들었다...결국 진정한 사랑도 인격적으로 성숙한

이후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실...

요즘 결혼을 안하고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좀 했었다...

예전에는 좋은 사람이 생기면 하고 안 생기면 안하는 거지...

인생을 자연스럽게 흘러가야지 나이가 되었다고 어떻게 억지로

결혼을 해야만 하냐...그러면서 당당한 척 했는데...요즘 가만히

생각해보니 친구들이 다 결혼을 하면 누구랑 영화를 보고 누구랑

수다를 떨고 누구랑 주말을 보내고 누구랑 해외여행을 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겼다... 누구랑...누구?? 그러다가 결론이 음...

독신을 고수할만큼 난 강하지 못해... 적당히 나 좋다는 사람과 그냥

결혼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결국 에리히 프롬의 말대로

라면 나의 이런 사고방식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

필요에 의해... 혼자 있지 못함에 의해 사랑을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왜곡된 심리의 표면적인 극복 노력일 뿐? 하긴 누군가가

그랬다... 결혼한다고 외롭지 않은 건 아니야...똑같아 그런건...

 

 

에리히 프롬은 책의 서두에서 요즘 사랑이 잘못되었다고 꼬집는데..

그 내용이란... 남녀가 만나면 일단 조건을 이리저리 따진다는 것

그리고는 그 조건이 자신의 마음에 합당하다고 판단이 되면 상대와

사귈 결심을 하고는 사랑에 빠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조건? 조건이란 뭘까... 조건을 보는 것은 나쁘다? 사랑이 아니다?

이거 너무 애매한 거 아닐까? 누군가 나타났다... 딱 보고 반한다.

조건을 모른 채 반하니까 그건 사랑? 아니다. 외모라는 조건을 본

거 아닐까... 그럼 조건을 안 보는 사랑이란 대체 어떤 상태를 말하

는 것일까...에리히 프롬이 말한 조건이란 물론 저 정도가 아니라

경제력을 비롯한 각종 조건을 말하는 것 이겠지...인간의 상품화

맞다...상품화...나는 대체 얼마짜리일까?

 

 

 

에리히 프롬은 이 책에서 현대사회의 대표적 문제인 인간소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사랑에서 조차 인간이 소외되고 있다...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현대사회의 조건들이 그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에리히 프롬은 스스로도 많이 배운자에 속하면서도

인간은 사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한다. 많이 배워봤자 얼마나

많이 배웠고 뭘 얼마나 많이 아느냐는... 그런 차이는 인간이라는

종의 공통점에 비해서는 아주 미진한 차이일 뿐이라는 것...

정말 그런걸까? 이 사회가 경제력 혹은 지적인 능력 혹은 외모를

너무 크게 생각해서 그 차이를 강하게 느끼는 것일까? 그런걸까?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 우리가 재고 있는 각종 조건들은 거기서

거기... 다만 각자의 성격적인 개성이 있을 뿐인데... 오히려 그런

인간 개개인의 특성은 무시되고 있고 억눌려가고... 그럴지도...

 

 

에리히 프롬은 모성애와 부성애의 차이를 언급한다.

모성애는 아무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냥 너이기에 사랑한다...

무조건적이라도 한다. 반면 부성애는 이유가 있다. 네가 이런

규칙을 지키면 너를 사랑한다.  이는 사유재산의 발달과 함께

더 강해졌다고 한다. 나의 조건에 가장 맞는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것 때문에... 모계적인 특성과 부계적인 특성은

신의 사랑에서 둘 다 나타난다는 설명도 하는데...

 

 

그리고 이성간의 사랑의 가장 큰 특징은 독점이라고 말한다.

둘만... 또한 사랑은 받기보다는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것을 ****으로 설명하는 것도 너무 특이하고 공감도 가고...

진정한 사랑이란 두 사람 서로 그들의 실존의 핵심으로부터 사귀는

것이라는 설명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각자 자신의 실존의 핵심

으로부터 자기자신을 경험하였을 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함께 성장하고 움직이고 일할 수 있다는 것...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사실은 남을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설명도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했다.

 

 

누구에게든 무조건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페이지는 적지만 내용은 그 어떤 책보다 매우 알차다.

요약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책...

이 책 자체가 마치 방대한 책의요약본처럼 느껴진다...

문장 하나 하나가 모두 보석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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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무가치하다.

그러나 이해하는 자는 또한 사랑하고 주목하고 파악한다.....

한 사물에 대한 고유한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랑은 더욱더 위대하다......

모든 열매가 딸기와 동시에 익는다고 상상하는 자는

포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 파라켈수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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