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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

뉴욕에서 홍대까지 카페 탐험가 - 정지연 장성환

by librovely 2011. 4. 3.



뉴욕에서 홍대까지 카페 탐험가                                            정지연 장성환      2009     북노마드


부부가 쓴 책
나의 편견 중 하나는 결혼한 사람은 재미없다...
내가 결혼을 못해서 부러워서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하는건지도 모르지만..
(그게 정말이라면 그런거라고 스스로 인식을 못할테니까...)



그냥 결혼을 하면 세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성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이 배우자와 자녀에게로
집중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이건 그냥 주변 사람들만 봐도 좀 느껴지는 부분이고 그게 당연한
거다...당연히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관심이 최우선이 되는거고...그게 나에게 재미있을리 없고...


이런 여행이나 카페 소개 책자 또한 뭔가 지루하고 가족 그리워하는 그런 내용 혹은 자녀에게 이렇게
해주고 싶다 류의 내가 지금은 공감하기 힘든 그런 내용이 쓰여 있을까봐 별로 흥미롭게 여겨지지
않는데...사실 이 책을 쓴 저자가 부부사이라는 걸 모르고 골랐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고 결혼한 작가 특유의 그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마도 둘 사이에
자녀가 없고 남자가 여자를 구속하기보다는 혼자 오랜기간 뉴욕 여행을 하도록 권할만큼 자유로운 사이
라서 그런 것 같다...


책 한 권 읽고 뭘 알겠느냐만은 하여튼 둘은 참 바람직
그렇다면 너는 그럴 수 있느냐 아니...난 그러지 못할 것 같다...그래서 부럽고 멋지게 보이는 것이지...




사진도 보기 즐겁고 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아주 좋은 책
읽는 동안 행복함~


아 그리고...카페 피가로가 경영난으로 사라졌다고 한다....베수비오 베이커리도 영업이 중단중이라는데..
뚱뚱이 고양이가 있던 곳 뉴욕 최대 음반점 이름은 블리커 스트리트 레코드였고...그 고양이 이름은 비치~
브루클린 미술관의 그 독특한 접시 작품 이름이 <디너 파티>였고 예술가 이름은 주디 시카고 였다











뉴욕을 가보기 전에는 정작 뉴욕의 특별함을 모르기 쉽다
아니 뉴욕에 잠시 발을 내딛는 정도로는 이 도시의 마력을 깨닫기 어렵다
물론 겨우 1년을 머문 나 역시 뉴욕의 매력을 속속들이 안다고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이 도시의 일부가 되어 풍경이 되어 살아갈 기회를 얻는다면 뉴욕이 얼마나 특별한 도시인지
알게 될 것이다 떠난 후에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도시가 뉴욕이라는 사실도



통근 뉴요커는 뉴욕에 끊임없는 흐름을
토박이 뉴오커는 견고한 토대와 연속성을
정착 뉴요커는 도시에 열정을 가져다 준다
특히 이 세번째 뉴요커야말로 뉴욕 특유의 긴장감을 부여해주고 이들로 인해 뉴욕은 시적인 도시가 될 수 있으며
다른 도시들이 넘보지 못하는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낸 도시가 될 수 있다
E. B. 화이트의 <여기는 뉴욕> 중



나는 네 번째 뉴요커가 있다고 우기려 한다
지금은 비록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스스로 마음만은 언제나 뉴요커라고 여기는 사람들 말이다



멀리서 보면 뉴욕은 거대한 혼돈이지만 한 발자국만 떨어져 바라보면 위대한 예술품이라던 E. B. 화이트의 말이
옳았다 뉴욕의 거리는 아무리 걸어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거리의 풍경이야 뉴욕이나 파리 런던이라고 해도 그게 그거지 라고 할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나 단언컨대 뉴욕의 거리는 어제와 오늘이 달랐다



안나 윈투어가 모델을 데려온다는 로어이스트사이드 실러스 리쿼 바
리틀 자이언트 팬케이크


블리커 스트리트와 맥두걸 스트리트가 만나는 곳
카페 단테
카페 레지오
카페 안젤리크


이 도시에는 타인들끼리도 교류할 수 있는 애티튜드가 있다
이 도시의 거리 간격처럼 지나치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
그 정도 거리에서 서로에게 잠깐의 관심을 할애하는 사람들


머드 트럭이 출몰하는 곳은 이스트 빌리지와 웨스트 빌리지의 전철역 부근
사람들의 입맛을 하나로 길들여버린 획일과 몰개성의 녹색 로고
동네 카페를 깔아 뭉개는 자본의 싹쓸이 논리를 상징하는 스타벅스
그 녹색 로고를 거부하는 저항의 정신이 주황색 컵 안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노조가 없는 대기업 물건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하는 회사의 물건은 구매하지 않는 절친한 후배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념을 지키며 사는 일이란 편리함을 포기하는 일임을 그녀는 보여준다


뉴욕이란 도시를 키운 건 8할이 예술가들이다


스쳐가는 사람에게는 스쳐가는 사람으로서의 관점이 있고 그곳에 뿌리 내릴 사람들에게는 뿌리 내린 사람만이
갖는 관점이 있다 양쪽 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카페 탐험가란 말 그대로 카페를 탐험하는 사람이다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하여 요모조모 따져보는 사람이며 새로운 카페나 물 좋은 카페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면 확인하고 싶어서 몸살이 나는 사람이다
그들은 여행을 가서조차 카페에 머무르고픈 유혹을 저버리지 못한다


보스턴으로 2박 3일의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꽤 열심히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프리덤 트레일의 수많은 유적지는 지금와선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작 내 기억에 오롯이 새겨진 건 뉴버리 스트리트의 작은 북카페의 풍경이었다


장은 카페를 주인의 안목과 취향이 진열된 인테리어 쇼룸 혹은 작업실로 바라본다
조금은 서툴더라도 주인의 아이디어와 색깔이 강렬하게 반영된 카페의 꾸밈새에 열광하고 정석대로만 만든
카페는 지루해 하며 몇몇 인기있는 카페의 컨셉트와 디자인을 베낀 카페엔 냉정하기 짝이 없다


카페는 단지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그 공간을 채우는 무언가가 있다
음악이든 그림이든 책이든 소통이든 음식이든 어느 한 가지라고 딱 부러지게 설명하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는 서점과도 같다 둘 다 생필품이 아닌 기호품을 취급하고 매우 낮은 단가의 상품을 판매한다
그리고 문화적이다


카페는 기본적으로 창조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도록 만들려면 공간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



가로수길 카페는 묘하다
홍대 앞처럼 아마추어적이거나 실험적이지 않고 충분히 트렌디한데 청담동처럼 그들만의 세상같은 배타성은 적다
어찌보면 뉴욕의 소호나 런던의 브릭레인 같은 곳에서 좋은 것만 따다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도 강하다
아마도 유학파들이 많은 이 동네 구성원들의 출신 배경 때문이리라
가로수길은 강남이면서 강남 주류와 또 다른 정서의 결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물질적 풍요의 느낌이 살짝 덧칠되어
있다고 말하면 과민한 반응이려나


사람들이 단골 카페를 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커피 맛과 카페 푸드의 다양함 위치와 분위기 인테리어와 고객층 그리고 카페 스태프들의 서비스와 인품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카페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어떤 분위기 즉 아우라라고 생각한다


흔히 사람들은 인테리어나 음악 같은 요소가 카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물론 분위기의 일부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카페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손님들이다
카페를 찾아와 카페의 일부가 된 손님들 그들의 연령대나 스타일이나 말과 행동이야말로 카페의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같이 있는 손님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내가 충돌하지 않을 때 나아가 그 일부가 되고 싶을 때
그 카페에 자주 가고 싶어진다


카페는 혼자 있고 싶지만 자신을 이해해줄 동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노엘 라일리 피치의 <파리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