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대전] 2010. 11. 6 - 7 혼자 다니기

by librovely 2010. 11. 1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근하는 날
결혼식 갈 일이 생겼다
그것도 대전에서
어쩔 수 없이 직장에서 일찍 나왔다
열차 시각보다 1시간 일찍 나왔는데 어찌나 서둘렀는지 20분만에 광명 KTX역에 도착했고 40분이나 기다렸다
카페에 들어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서 그냥 가장 구석진 기다리는 장소로 가서 혼자 앉아 있었다



큰 건물 안에 앉아 있는 건 즐겁다
특히 이렇게 통유리로 밖이 보이고 천장이 높은 독특한 건물은 밖에서 보는 것도 좋고 들어가 앉아 있기도 즐겁다
공항 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특유의 기분좋음이 분명 느껴졌다
40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고 그 때 무슨 생각을 하지 않았던 기억이...
그냥 정신없이 직장을 빠져나오고 걱정이 무색하게 일찍 도착하자 안도감과 동시에 다 잊어버리게 되는 순간이...



나오기 전에는 가기 싫다는 생각이 많았다
결혼식 참석이야 좋았지만 그 과정이 번거롭고 뭔가 부담스러웠다
없는 걱정도 만들어서 하고야 마는 성격 탓에 더 그랬던 모양이다
난 좀 편하게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쓸데없는 걱정은 정말로 쓸데없다



KTX 대전행 표 가격은 2만원이 약간 넘는데 직장 코드 번호를 넣으면 7% 할인...
평일이었다면 25%나 할인이 되는데...주말이라서....
한 달 전에 예매하면 무조건 누구나 10% 할인....
4명 좌석 예매하면 그것도 20% 넘게 할인이 되는 것 같은데...
하여튼 일반 기차보다 거의 두 배 비싸지만 시간은 반도 안 걸리고 할인 방법도 좀 있고 KTX 좋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순방향 창가좌석으로 예매했고 정말 그런 자리...
옆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고 가져간 가벼운 두 권의 책을 꺼냈다
쇼펜하우어의 수상록은 부산에도 가져갔던 책인데...두 권 모두 이미 읽은 책...
하지만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그러나 10분 정도 읽다가 그만 두었다...



천안이던가?
중간에 몇 번 서는데 거기에서 누군가 탔고 옆 자리에 앉았다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지만 얼핏 보기에 아저씨
그렇다... 내 옆자리는 항상 아저씨
괜찮아....나도 아줌마니까...ㅡㅡ;



주말 출장이라도 가는 혹은 주말에 집에 가는 그런 젊은이가 많겠지~ 눈요기나 실컷 이라는 음흉한 생각을
했었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가족동반이 아주 많았다...반 이상이 아저씨 아줌마 아기의 구성....
좀 시끄럽기까지 해서 음...이게 아닌데....하여튼 그래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대전 도착...50분도 안 걸린듯...
지하철 탔다가 내리는 기분...
오히려 너무 짧아서 여행기분이 살지 않는 느낌도...
뭔가 멀리 왔다는 느낌이 들기에는 너무 짧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전역에서 내렸고 나가보니 보기 좋은 젊은이가 안내를 하고 있어서 괜히 가서 물어봤다
지하철 역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그 말 한마디 던져놓고 맘껏 빤히 쳐다보며 KTX에서 피로해진 눈에게 좋은 일을 했다...ㅡㅡ;



지하철 역으로 가서 물어봤다
여기 신용카드 안되나요?
대부분 됩니다 라는 대답
엄마께서 말씀하시길 대전에 살아봐서 아는데(근 35년전쯤?)  거기는 신용카드 안되니까 현금 가져가...
표 일일이 다 사야해...라고 하셨고 난 그 말을 믿고는 천원짜리 지폐를 두둑하게 챙겨갔다...그런데 다 된다....
음....



지하철은 노선이 하나지만 중요한 곳은 다 가는 모양이다...
결혼식이 두 시 인데 두 시 2 분에 도착...결혼식은 막 시작되었고 결혼식전 사진을 찍지 못했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결혼식... 혼자 보고 혼자 식사하고 나왔다...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술의 전당과 시립 미술관에 가기 위해 지도를 보고 걸었다
생각보다 멀었지만 날씨도 포근하고 공원도 예뻤다
혼자 걸어다니는 건 생각보다 좋았다
이렇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무 문도 있었다
이런 문을 밀고 들어가는 건 왠지 유치원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참을 천천히 걷다보니 도착
넓다
넓고 야외 전시 작품들이 재밌다...특히 위협하는 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립미술관은...
그렇다...
내가 왔으니 당연히 휴관일이겠지....
꼭 이렇지...


독립영화제 포스터가 있길래 저거나 보러 갈까 했는데 기간이 아직 아니네...
그렇다...
내가 왔으니 당연히 기간이 아니겠지....
꼭 이렇지...



시립미술관 입구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고 한 커플이 조용히(?) 있었다
못본 척 지나치려고 했는데 황급히 일어나 자리를 피했고 휴관일이지만 좋은 일을 하나 했다는 뿌듯함이...ㅡㅡ;
뭐랄까
공공질서 확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확실히 예술의 전당이라서 그런지 화분의 선도 맘에 쏙 들고
입구 앞의 아무것도 아닌 테이블과 의자도 멋지다는 생각이...
안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와서 여기 앉아있고 싶었는데 어느새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었고
그냥 지나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스 정류장이 나올 줄 알았는데 길을 건널 수도 없는 도로가 계속 이어졌고
원없이 걷다보니 지하철역
하지만 걷는 게 나쁘지 않았다
좋았다



처음 와보는 생소한 길은 어쩌면 서울이나 경기도와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뭔가 기분이 달랐다
그것도 혼자 걸어다니니까 더 그런 느낌
걷다가 종종 누군가가 길을 물어왔고 알려줬다  난 이제 온전한 대전시민이 된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디에 갈까 하다가 영화나 하나 볼까 하다가 여기까지 와서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영화를 보는 건 아니라는 생각
그래서 중앙로로 갔다
가장 번화가로 파악한 곳
지하철 타면 금방이다



갤러리아 백화점 먼저 구경했는데 사뭇 느낌이 달랐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구경하기도 이상하고 해서 밖으로 나오니 번화가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역시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토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envy라는 곳에 들어가서 귀걸이 두 쌍을 샀다
나중에 사람들이 대전 사람들도 서울에 와서 쇼핑을 하는데 굳이 대전에 가서 귀걸이를 사오는 건 뭐냐고 해서
웃겼다....그러게...난 왜 그랬을까?


저녁을 준비했다는 외숙모와의 전화통화에 더이상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카페 하나 들어가서
멍~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다시 지하철을 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처에 롯데백화점이 있어서 들렀다
서울이나 똑같다...
스타벅스가 어느 곳이든 비슷하듯 여기도 그렇구나...갤러리아는 지점마다 매우 다른 모양인데 롯데는 비슷하구나
지하 식품매장을 열심히 구경~  비타민을 매우 심하게 할인해서 판매하는 중...이어서 한참 구경했는데...
사올 것을 그랬다....엄마 말씀도 대전이 아마 더 저렴할 거라고....



물가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대전은 서울이나 경기도보다 집값이 싸니까 살기 훨씬 편하겠다...물가도 저렴하다면 더 그렇겠다고 생각했는데
거기는 그만큼 월급도 같은 일을 하는 경우 더 적다고 했다...정말일까? 


뭘 살까 하다가 컵케이크와 마카롱을 샀다
마카롱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사실 언젠가는 파리에 꼭 가보리라는 생각을 하고 살고 있기에 가서 먹어보겠다는 생각을 해온 탓도 있지만..
하여튼 샀고 이 날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큰 기대를 한건지...뭐 나쁘지는 않지만 대단한 건 아니라는 느낌....



외갓집에 도착했고 8시가 다 된 시각이었고 저녁을 먹어야만 했다
근데 하필 꽃게탕 거기에 닭고기...그리고 기타 등등의 반찬...
난 약 먹는 중이라서 고기류는 피해야하고 꽃게를 손으로 집어 들고 먹을 생각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냥
과일이나 약간 먹고 쉬고 싶었는데...게다가 다들 식사를 한 시각이라서 나 혼자 먹고 다른 사람들은 먹는 나를
구경하는 상황인데 거기에서 꽃게를 어떻게 먹지?? 뭐 대강 이랬고 에라 모르겠다 마음 내키는 만큼만 먹었다
그리고 난 봤다...서운해하는 표정을....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작정을 하고 먹었다 아주 열심히....
꽃게도 먹고 새우도 잡채도 닭고기도....
힘들구나....



결혼식에 같이 온 사람들을 데리고 오지 그랬느냐는 말씀을 유난히 많이 했고....
왜 그러실까? 하다가 예전에 친구를 데리고 놀러 온 기억이 났다...
나나 이분들이나 모두 서로 무뚝뚝하기에 그런 것 같다...
내가 누구랑 같이 와야 그나마 덜 챙겨주고 말을 덜 걸어도 된다는 그런 마음? ㅡㅡ;;



외갓집이지만 집에서 항상 그러듯이 12시까지 케이블 방송을 보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교회에 간다고 했고 나 때문에 이른 식사를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9시가 넘었다
9시 예배를 드리고 구경하다가 집에 가려고 했는데....
급하게 나왔는데도 9시 30분이 넘었고 어느 교회에 갈까 하다가 그냥 중앙로에 가면 큰 교회가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앙로에서 교회는 눈에 띄지 않았고 큰 성당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10시에 들어갔는데도 1시간을 더 했다
교회랑 큰 차이는 없었고 허무하고 어쩌고 하신 설교는 마음에 많이 들어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당에서 나와 성심당에 갔다
김탁구의 모델이 된 사람의 빵집이고 대전에서는 유명하다고 해서 갔는데 겉모습은 생각보다 현대적...
내부도 예쁘다...다만 2층은 좀 인테리어가 아쉬운...
옛스러운 빵이 많이 보였고 일하는 사람도 손님도 아주 많았다...빵이 순식간에 팔리고 채워지고를 반복...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더니 정말 맛이 괜찮고 속도 편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포장이 좀...봉지에 척 넣어 묶어버리니까...
하나는 아는 분 선물용으로 샀는데 만나지 못해서 그냥 놓고 왔는데 연락이 없어서 한참 걱정에 빠져들었었다
너무 막 포장한 그야말로 빵 이라서....너무 성의없어 보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일본처럼 예쁘고 눌리지 않는 포장 용기를 만들면 어떨까...
그건 그렇고 집에 와서 쇼핑백을 보고 속이 상했다...어렵게 들고 왔는데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다니...허무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차 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았다
대전역과 중앙로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
그곳으로 이동할까 하다가 어제 저녁에 참 들어가고 싶었던 중앙로 번화가 초입의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2층의 창을 바라보고 앉는 자리에 앉아 창밖 구경을...
컵도 크리스마스...흘러나오는 재즈 음악도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대전에서 돌아다닌 시간 중 역시 이 때가 가장 좋았다
요새 신경쓰이는 일이 있었고 마음이 복잡했다
요즘 하루걸러 신경쓰이는 일이 생긴다
이벤트가 끊이질 않는 하루하루
오늘도 그랬고
이게 언제까지 갈지...



카페에 가서 커피보다 한약을 먼저 먹었다
이렇게 늙어가는 거겠지...ㅜ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차표를 돌아오는 건 예매하지 않고 있다가 당일 오전에 검색해보고 놀라서 예매....
KTX는 한 장도 남아있지 않았고 무궁화호 열차만 1시 즈음의 것과 9시가 넘은 것만 남아있었다
영등포행으로 무궁화호 예매를 했다...참 애매한 시간이다...원래의 계획은 낮에 대전을 더 구경하고 여유 부리고
8시 기차를 타는 것이었는데...주말 기차표는 금방 매진이 되는구나... 그래도 가격은 저렴하다...대신 2시간이나
걸린다....



순방향 창가자리인 내 자리를 찾아갔는데 바퀴벌레같은 한 쌍의 커플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내가 쳐다보자 일어날 생각도 안하고 자리를 바꿔달라고 한다.... 얼떨결에 알겠다고 했고 그들의 자리는 둘 다
통로석이었다....에고 짜증나....하지만 어쩌겠어....하며 옆에 앉았다...난 혼자 다녀도 외로움을 별로 느끼지
않았고 그래서 좋았는데 돌아가는 찰나에 이런 불쌍한 처지가 되는구나...내 창가자리....



그렇게 옆자리를 빈자리로 남겨둔 채 통로쪽에 앉았고 멍~하고 있었다
앞 자리의 꼬마 남자아이가 자꾸 쳐다보며 장난을 쳤다
그래서 웃음이 나왔다
다행이었다
난 한 쌍의 바퀴벌레에게 자리를 빼앗긴 후 표정이 썩어들어가고 있었기에....
갖고 있던 사탕을 줘도 아이는 받지 않았고 장난만 쳤다....내가 주는 사탕을 못 믿는건가....
반복되는 장난이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할 즈음...




조치원(?)에서 기차가 섰고 길쭉한 다리가 내 옆자리를 향해 들어섰다....아니 이런 행운이...
하지만 얼굴도 한 번 쳐다보지 못했다...혹시나 아줌마가 쳐다 본다고 기분나빠 할까봐....
그 전에는 창밖이라도 응시할 수 있었는데 이젠 창쪽을 바라볼 수도 없고...그래서 책을 꺼내 들었다....
몇 십분 읽다가 자다가 읽다가 눈을 감다가를 반복...
옆자리의 젊은이는 죄다 C가 나왔어...어쩌고 통화를 하다가 끊고는 계속해서 목디스크가 걱정될 정도로 핸드폰
의 영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보는걸까
그래 그렇게라도 옆자리에 미소녀가 아닌 아줌마가 앉은 비루한 현실을 견뎌야 했겠지...ㅡㅡ;
나도 핸드폰으로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팔이 아파서 그만두고 다시 눈감고 있다가 보니 영등포 도착




기분전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