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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빌 Dogville 2003 네덜란드 스웨덴

by librovely 200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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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
동네 이름 참 재밌다
개마을?
개같은마을?
사실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개가 생각나기 보다느 도그마가 대뜸 떠올랐다...



도그빌은 작은 마을이다
고립된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언뜻 보기에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워 보인다
이 마을에서 나름 지식인이자 작가 지망생인 의사 아들 톰
톰 역할을 맡은 폴 베타니는 볼 때마다 괜찮군...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근데 얼굴을 잘 잊어서 누구지...
그러다가 기억이 나곤 한다... 윔블던의 그 테니스 선수  다빈치 코드의 스승님 연발하던 그 분...



안 그래도 상당히 평화롭고 도덕적으로 보이는 마을 사람들은 톰은 수시로 목사관에 모이게 해서 회의를
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모이고 회의라기 보다는 톰이 일방적으로 도덕교육 중
그런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고 한 여자가 쫓기듯 마을에 도착한다  그녀는 숨겨달라고 말하고 일단 폐광에
숨게한다  잠시 후 갱단이 오고 톰에게 갱단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남기고 사라진다



마을회의 중이던 차 톰은 그녀(그레이스)의 이야기를 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리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고립된 마을의 특성상 경계심이 남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톰은 그럼 2주 정도 지켜보고 그녀가
위험한 인물이 아니라서 함께 지내도 되겠는지 지켜본 후 투표를 통해 정하자고 한다



처음에 그레이스는 이집 저집 다니며 일을 돕겠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원래 다 각자의 하던 일이었기에
별로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전히 경계만... 그러자 이번에는 하면 좋은데 안하고 있던 일을
자신이 하겠다고 하자 사람들이 슬슬 일을 주기 시작한다  그레이스는 정말 순수한 표정으로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2주가 지나 투표를 하는데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녀가 혹시 몰라 미리 싸둔
짐에는 톰의 자세한 산길 약도와 빵 말고도 다른 사람들의 메모와 작은 선물이 들어있다 2주만에 그들은
친구가 된 셈...



다시 그레이스는 도그빌에 머물 수 있게 되었고 일을 열심히 한다  집도 생기고 평화롭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이 오고 벽보를 붙인다    현상금 수배 벽보  물론 그레이스의 얼굴이 찍혀있다  
사람들은 법을 어긴다는 압박을 살짝 받기도 하고 현상금 때문인지 뭔가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좀 더 큰 것을
바란다고 말하고 결국 그녀의 업무량을 2배로 늘리고 조금 주던 임금은 더 줄이기로 한다



경찰은 종종 왔다 가며 현상금의 액수는 올라간다
갱단이야 연락처를 톰만 알고 있고 법을 어긴다는 압박감이나 현상금도 없지만 경찰의 현상수배는 말이 다르다
그래서 도그빌 주민들은 태도가 점점 이상해진다  법을 어긴 너를 눈감아 주고 있다  신고해서 정의?도 찾고
돈도 받을 수 있는데 눈감아 준다  그러니 너도 뭔가 나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거래라기 보다는 일종의 협박이 은근하게 시작된다



과수원 일을 하던 아저씨는 사과에 대한 애정 사과를 기르는 그 일에 대한 경외심을 보여달라며 어이없게도
자신과 몸을 섞길 바란다  거부하자 결국에는 경찰이 문밖에 오게 상황을 만들고 그녀를 압박하며 강간을 한다
이 아저씨는 자식이 참 많은데 그 중 한놈은 어린 녀석이 자꾸 그레이스의 무릎에 앉고 싶어한다  뭐랄까....
이건 아이가 어른과 친밀해지고 싶은 순수한 느낌 보다는 뭔가 구역질나는 종류의 친밀감 요구...사실 그 요상한
친밀감 요구 느낌은 나이와는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는거다  40살이라도 남녀간에 순수하게 악수를 할 수 있고
12살이라도 상대방에게 성희롱의 느낌을 줄 수 있는 것 같다...성희롱의 핵심은 행동이 아니라 머릿속 문제이니까



하여튼 그 남자 아이는 무릎에 앉히는 것을 자꾸 거부하자 자신을 때려달라고 말한다  싫다고 하자 그럼 엄마에게
자신을 때렸다고 이른다고 한다 선택하라고 자신을 때리던지 아님 안 때리고 때렸다고 욕을 먹던지...그러자
그레이스는 때려주겠다고 하고 살살 때리니 더 세게 때리라고 한다  변태같은 녀석이다....보통 어른 여자와
아이 남자가 있는 경우 성희롱이 일어난다면 여자 어른이 가해자인데 상황을 거꾸로 만들어 놓다니 씁쓸하지만
어찌보면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위치가 중요한거지...그 남자 아이가
어리더라도 그녀를 자기 맘대로 쥐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말이다



말상대가 되어 주었던 장님 아저씨는 몇십년이나 앉던 자기 의자가 갑자기 낯설어 진건지 자꾸 그레이스 위에
잘못 앉으시고 손도 자꾸 엉뚱한 곳에 올려 놓는다  그레이스의 허벅지   과수원 일을 하는 아저씨는 이제 자주
대놓고 강간을 하고 지친 그레이스는 자포자기해 버린다   동네 여자들은 길도 맘대로 못 지나가게 하고 바쁜
일정으로 잠시 장애인 돌보기에 늦은 그레이스에게 무슨 끈 같은 걸 휘두르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레이스와 과수원 일을 하던 척이 그렇고 그런 사이임이 척의 부인 베라의 귀에 들어가고 척은
그레이스가 자신을 꼬셨다고 변명한다  밤에 찾아온 여인 3명은 그레이스에게 이 일로 화를 내고는 그녀가
유일하게 모으던 재산이자 위로품이자 일종의 예술품이자 취미생활이던 작은 인형 세트를 깬다
깰 때 이상한 소리를 하며 깬다  하나씩 깰 때 울지 않으면 멈추겠다고... 감정 절제에 능하던 그레이스지만
울음을 참지 못하고 인형은 모두 깨진다...



더이상 견딜 수 없음을 느끼는 그레이스
그녀에게 일어난 일을 톰은 보기도 했고 직접 듣기도 했고 그래서 탈출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을 말하면서도 톰은 자꾸 그레이스와 육체관계를 맺고 싶어하고 고상하고 도덕적이던 척~ 하던 본래
이미지가 있으니 남들처럼 강간은 못하겠고 또 그레이스도 자신을 좋아하기에 그럴 필요도 없어보이고 해서
부단히 꾸준히 말로 설득해서 한 번 해보려고 하지만 현명한 그레이스는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톰과 만은
그렇게 남들이 그렇듯이 하고 싶지은 않아 거부한다



어쨌든 그녀는 사과를 실어 나르는 때 같이 실려 나가기로 하고 톰이 아버지의 돈을 슬쩍한 것을 운전일을
하던 혼자 살며 가끔 창녀에게 욕구를 해소하던 남자에게 주고 그 트럭에 올라탄다   그는 선불을 요구했다
물론 가다가 멈추더니 돈이 더 필요하며 밖에 경찰이 쫙 깔렸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남은 돈을 위한 일이라며
강간을 하신다  그리고는 차를 몰고 가는데 도착한 곳은 도그빌...



그녀가 다시 돌아오자 사람들은 톰의 아버지 돈을 그녀가 훔쳤다는 빌미로 그녀에게 개 목걸이를 채우고
그 목걸이에 문 열때 딸랑이는 종까지 매단다  그리고 개 목걸이에 쇠줄을 연결하고 그 끝에 큰 쇠덩어리를
연결한다   그녀는 무슨 노예가 된듯 개 목걸이를 목에 걸고 움직일 때는 종소리를 내며 쇠줄을 끌고 다녀야
한다   그 상태로 다시 이전처럼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집에서 좀 쉴려고 하면 동네 역겨운 남자들이 찾아와
성 착취를 하고 그런다...사는게 사는게 아닌 것처럼 보이고 사람답게를 포기한 것처럼도 보인다...



이런 그녀를 알면서도 톰은 탈출 계획을 세운다며 시간만 끌고 가끔 찾아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말로 설득을
시도하곤 한다  그러다가 차라리 그레이스만 아는 마을 사람 각자의 비도덕적인 면을 다 발설해버리고 각자의
양심에 맡겨 그들이 변하도록 해보자는 의견을 내고 회의를 소집하여 그레이스를 앞에 세운다  그녀는 사실
그대로 말하나 사람들은 반성의 기미 보다는 불쾌감만 보일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톰에게 누구 편이냐고
묻는다  그는 너무 심하다고 말한 후 그대로 나와 그레이스에게 찾아간다  그리고는 자신이 그들 편에 서지
않은 이 시점에서 이젠 그녀와 몸을 섞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면서 다시 설득에 들어간다  그러자 그레이스는
톰에게 그렇게 원하면 너도 저들처럼 날 협박하고 가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자 톰은 화를 내고
그레이스는 너의 마음에 그런 마음이 있기에 지금 화가 나는 것이라고 정곡을 찌른다



톰은 뛰쳐나와 앉아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정확함을 깨닫는다
그는 이 와중에 이 일을 소설로 써서 작가가 되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서랍을 열다가 그레이스에게 태웠다고 한
갱단 연락처를 집어 든다  



다음 날 늦잠을 잔 그레이스
모진 반응을 예상한 그녀에게 마을 사람들은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 같다
사실 따뜻하게 대해준 것도 아니다 그냥 정상적인 대응을 해 주었을 뿐이지만 그레이스는 신기하고 좀 이상해서
불안하게 느낀다  이런 그녀에게 톰은 어제 회의에서 모든 것이 잘 되었기에 그런거라고 말해주고 왜 자신에게
바로 말해주러 안왔느냐는 말에 곤히 자고 있어서 그랬다고 얼버무린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뭔가를 조용히 기다리는 분위기
톰이 갱단에 연락을 한 것...
마을 사람들은 왜 그녀를 잡아 두려고 개목걸이까지 걸었다가 이제는 갑자기 내보내려고 하는 것일까?
왜 그것도 경찰이 아니라 갱단에게??



경찰에게 연락하면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말할지도 모른다  처벌을 받게 될지도
그렇다고 놔두기도 싫다 그들의 본성을 이미 그녀가 다 알고 있고 그걸 떠들어대기까지 했으니 이젠 꼴보기 싫고
뭔가 거슬린다...갱단에 연락해 적절한 보상도 받고 그녀도 보내버리고 좋지 아니한가...



5일만에 갱단 차는 도착하고 갱단에게 잘 보이려고 아예 그레이스 집에 자물쇠를 걸고 밖에서 잠궈버린
톰은 감금했음을 갱단에게 연신 홍보해대며 문을 열어준다  개목걸이와 쇠줄과 쇳덩어리에 연결된 그레이스를
보고 갱단마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빨리 열어주라고 말한다   갱단은 그레이스에게 깎듯하게 굴고 그녀는
잘 가려진 자동차에 올라탄다  거기에는 그레이스의 아버지이자 갱단의 두목이 앉아 있고...



갱단의 비도덕적인 것이 싫어서 그레이스는 도망친 모양이었다
그녀의 남자?를 쏴 죽이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그레이스에게도 총을 쐈고 그래서 그녀는 더욱 증오심을 키웠고
도망을 친 모양...아버지와 처음 대화를 시도할 때는 그레이스는 도그빌에 대해 어떻게 복수를 할까 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잘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본보기 삼아 개를 쏴서 벽에 걸어놓자고 말한다  그런게 잘 먹힌다고...
그레이스는 그렇게 해 봤자 그들은 나아질 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후 아버지 밑으로 들어가면 권력은 언제부터 사용 가능하냐고 묻는다
자신은 세상이 좀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세상이 나아지려면 도그빌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불로 태우고 다 죽이라고 말한다
단, 베라의 아이들은 베라가 울지 않으면 그만 죽인다고 말한 후 그녀 앞에서 하나씩 죽이라고 말한다



순식간에 도그빌은 불타고 사람들은 어린 아기까지 다 죽는다 (아이들도 그녀를 이래저래 괴롭히는데
동참했고 감독은 아이들은 순수해 따위의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꿈같은 소리를 애써 시도하지는 않는 듯...)

홀로 남은 톰 그녀는 차에서 나와 그를 쏘고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도 있다는 말을 중얼거린다
도그빌을 떠나려던 찰나 소리가 들린다
개짖는 소리
개같은 마을에 유일하게 개가 살아남았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예전에 처음 도그빌에 왔을 때 개뼈다귀를 훔쳐 뜯어먹었기에 화가 나서 그런다며
개를 살려두자고 한다  옆 마을에서 개소리를 듣고 와 구해줄거라면서...
결국 도그빌에서 살아남아 마땅한 존재는 개 뿐이었구나...
개 같다면 황송하고 개 만도 못한 인간이 살던 개마을 도그빌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렇다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해졌을까?
음....
개 같은 혹은 개 만도 못한 인간이 아직 너무나 많기에 뭐 그쯤으로 나아졌을까나...ㅡㅡ;;



영화 마지막에는 이걸 보고도 이해가 안 간 사람이 혹시 있을지 몰라...라는 걱정이 생기셨는지 대놓고
세상의 개 같은 혹은 개 만도 못한 인간들에 의해 여러 모로 착취 당하여 개보다도 못한 인생고에 찌들려 사는
다양한 그레이스들의 사진을 보여준다   약소국가의 국민들  전쟁터의 사람들   도시의 노숙자들  기타 등등
왠지 내 사진도 좀 거기에 살짝 끼워줘야 하지 않느냐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도 들었다
난 어디에 가까울까?  개같은 인간들? 아니면 그들에게 당하는 편?  음... 둘 다에 속한다는 결론이...




이 영화는 참 독특하다
실제 배경이 아니라 연극무대로 보이는 한정된 곳에서 영화가 시작되고 끝이 난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면 마을이 제대로 나오겠지 했는데 끝까지 이 무대...
시멘트 바닥에 하얀 색으로 무슨 건축 설계도 도면 마냥 선을 그어서 집을 혹은 거리를 구분했고
창문이나 침대 책상 이런 것만 설치했다   벽도 없다.... 허공에 대고 마임을 하는 식으로 문을 열고 닫는다
효과음은 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좋았나?
아니 싫었다 난 원래 연극을 별로 안 좋아한다
왜냐면 난 실감나는 것 보다 그냥 실제를 보고 싶었을 뿐...
연극 무대말고 실제 건물과 자연과 기타 등등을 보고 싶었는데...이 영화는 끝까지 좁고 한정된 공간만을 이용
왜 그랬을까?  일단 시선을 끌만한 것이 없으니 대사나 이야기 자체에 집중이 되는 경향도 있고 또 영화 제목처럼
도그빌 마을 전체를 한 시야에 아우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마을 사람 하나 하나의 캐릭터에 집중하기 보다는
마을이라는 집단을 하나의 인물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도 같았다



영화 초반부는 상당히 지루했다
솔직히 1시간 정도는 그냥 지루했다
그러나 후반부 2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몰입이 되었다  영화는 거의 3시간이나 되는 길이이다...
초반부가 지루했던 것은 그레이스라는 여자가 도망쳐왔다는 사건 말고는 별로 특이할 것이 없었기에...
그러나 실상 그들 내면은 그러하지 않았다...그걸 남은 2시간동안 서서히 들춰보여주기 시작한다



처음 그레이스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은 경계를 했고 그 다음에는 친구로 받아줬고 그런데 그녀 처지가 영
좋지 않자 불쌍하게 여기기 보다는 그녀를 지배하고 이용하고자 하여 뭔가 불평등한 관계가 되고 나중에는
아예 사람 취급을 안하고 개처럼 취급한다... 그래서 도그빌인지 아님 그들이 개라서 도그빌인지....
마을 이름 참 잘 지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잘 모르는 상대에게 우리는 쉽게 친밀하게 대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오히려 예의에 벗어나는?
어설프게 그레이스를 알 때는 도와주려 하고 친구처럼 대하던 사람들이 그녀와 가까워지고 그녀가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자 (물론 이전에도 그들의 도움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지만...) 과하게 맘대로 휘두르고
이용하고 거기에 대해 별 죄책감조차 없다...그들에 의해 그레이스는 하루 하루 일에 찌들어간다...



이런 경우가 현실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느냐고?  친구끼리 친밀해지면 그러냐고? 그건 아니지...
내가 대뜸 떠올린 장면은 결혼한 부부사이.... 어쩌면 나도 가해자 중 한 명일지도 모르겠다....무슨말이냐면...
각 가정의 여자  이미 결혼을 했다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고 미혼이라면 자신의 엄마  내가 남자라면 나의
엄마나 부인 ...   결혼 전에는 즉 연애 중이라면 사람 대접이 뭐야...신처럼 대접해 주었을 그들이...일단 결혼 후
친밀해지고 너는 나나 마찬가지다 정도가 되며 자신의 아이까지 낳아주면...그러면 더 잘 해 줄까?



집안 일을 한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여자 혼자 대부분의 일을 감당하는 건 엄연한 폭력이라는 것...
이미 이것이 깊게 뿌리박힌 일이라서 별로 감각도 없겠지만 그리고 뭐 요즘 남자들은 많이 돕는다지만...
내가 알기로는 여전히 대부분의 지긋지긋한 가사일은 여자 몫이다...더 웃긴건 요즘 남자들은 자신들과
똑같이 경제활동을 할 여자는 좋아하면서도 가사일 분담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집안 일 어쩌고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너무 친밀해서 혹은 원래 그래와서 그 행동이 지독하게 부당한
것임을 느끼지도 못하고 사는 게 은근히 많은 것 같다는...일단 떠오르는 게 여자들의 노동력 착취 1순위인
가사일 전담인거고...



하여튼 이리저리 바쁘게 하루 하루 쉴틈없이 일하러 다니는 그레이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주부들이 보였다...
그리고 나서 과수원 일을 하는 척에게 강간당하는 것을 보고는 각종 직장에서의 성희롱이 떠올랐다...
일을 신성시 안해서 너는 나를 거부하는거야...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들이미는...
각종 회식에 꼭 참석하라고  그걸 빠지면 넌 회사를 거부하는거야...이러면서 그 회식자리에서는 각종 성희롱이
난무하고...?  내가 겪었느냐?  음... 나의 직장은 이런 면에서는 참 다행인데 남자가 거의 없는지라....



물론 그 조금인 남자 중에도 이상한 사람이 비율로 보자면 좀 있구나?  결재 받으러 가면 양 어깨에 손을 올리니
그 분에게 결재 받을 때는 꼭 정면이 아닌 측면에 서서 결재판을 내밀어야 한다는 선배님의 말을 듣고 옆에 서서
결재판을 내미니 갑자기 일 열심히 한다며 뜬금없는 칭찬을 날리더니 악수를 하자는 어르신...ㅍㅎ
악수가 별거냐고?  내 손이 고결하다 뭐 그런게 아니라 하여튼 굳이 설명안해도 알거다...그 더러운 기분..ㅎㅎ
그 이후로 식사를 하러 간 일이 있는데 재수없게도? 그 어르신과 내가 가장 먼저 도착..그 어르신이 저 안 쪽에
자리 잡길래 난 그 반대편 가장 끝에 혼자 앉았다...원래 안부터 채워나가는게 정상인거 나도 안다...
그러나 그 분이 비정상이기에 나도 비정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주 제일 끝에 앉아버리네....라는 그 분의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그 후로 소규모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난 항상 그 어르신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워낙 소문이 막강하셔서...
걷다가 옆으로 오는 것 같으면 멀찍이 혼자 떨어져 나가는 등 은근히 의식했는데 직장동료중 마냥 세상을 밝게
보는 그녀는 어르신과 둘이 걷게 되었고 잠시 후 직장동료가 불같이 화가 난 얼굴로 나에게 와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그 분이 자신의 어느 부위에 손을 대었다는...으흠... 그 일로 분위기 이상해져서 출장 내내
영 불편했었는데... 



하여튼 그 별거 아닌 일로 여겨지는 것이 여태 생생하게 기억이 남는 이유는 아마 그 별거 아닐듯한 일이
당사자에게는 강한 상처로 작용하기 때문일게다...직장에서 여자들이 당하게 되는 성희롱...아마 남자가 많은
그런 회사에서는 많이 벌어지지 않을까?  도그빌에서 척은 가지치기를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왜 피하느냐
왜 날 존중하지 않느냐고 화를 내는데 회사에서도 뭐 가르쳐준다고 은근 슬쩍 이상한 짓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말을 하면 되지 않냐고?  음...성희롱 문제는 참 이상한 거라서 보통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했을 경우 그걸 폭로하면 가해자만 도그망신인데 성희롱은 가해자만큼 피해자도 망신당하는
분위기가...가볍게는 뭐 저런 사소한걸로 오바야부터 심하게는 지가 먼저 꼬리친거 아냐 지가 가볍게 보인거
아냐 혹은 화장을 저리 하니까 옷을 저렇게 입으니까...혹은 뭐가 어찌 되었든 넌 더러워진거구나...??



웃기지만 사실 아닌가?
난 이러 이러한 성희롱을 당했었다 어쩌고 저쩌고
자...이렇게 쓰고 나면 홀가분할까? 
아니...이상하게 자신이 망신을 당하는 기분일거다....이런거다...성희롱의 추악한 면 중 하나가 바로 이런거다...
당한 사람도 이상한 죄책감 내지는 망신당하는 기분...



근데 이상한 건 나도 좀 이상하다는 거...
뭔 소리냐...면
누군가가 만약 자신이 누구에게 이런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한다면 일단 그 놈 나쁜 놈이네가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아니라 지가 어떻게 했길래 그랬을까?  가 먼저...나 왜 이럴까? 나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난 분명 여자인데 왜 내 머리속은 남자 중심적인 사고가 들어찬 것일까?
도그빌에서 여자들도 같은 여자이면서도 성폭행을 당한 그레이스를 의심하고 남자 편에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남자가 바람피면 남편에 대해 화를 내기 보다는 상대 여자를 쥐뜯어 놓지 않나?
음...  이런 것도 뭔가 잘못된 사고방식...교육 혹은 사회 분위기에 의한 것 같다....



도그빌 인간들의 더러운 성질이 발현되어 점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이젠 그레이스에게서
가사일에 시달리는 여자  혹은 성희롱을 당하는 직장 여성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약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처럼 자유를 속박당하고 노동력과 성을 착취당하는 그레이스  그런데도 도그빌 마을사람들은 자신들이
자비를 베풀고 그녀를 보호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보답 정도로 그 쯤은 당연하다고 생각
하며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선진국과 후진국
(선진국 중 어느 나라가 자주 떠오르게 된다...그레이스를 보호해준다며 각종 착취를 일삼는다니까...ㅡㅡ;;)
회사 간부와 노동자
기업가와 불법체류자



힘의 차이가 있는 즉 권력이 있는 상황은 모두 도그빌 상황과 유사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도그빌에 있는 주민들이 독특하게 개 같아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모든 인간에게 그런 면이 있는 것이고 내가 남자이고 니콜 키드만과 같은 예쁘고 순종적이고 치명적 헛점을
지닌 여자를 마주하게 된다면 난 과연 그녀를 착취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물론 자신있다...난 그녀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강간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럼 그걸로 난 당당할 수 있나? 난 그들과 다르다고?
그건 아닐거다...왜? 



톰을 보라...그는 그레이스의 노동력이나 성을 착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왜?
억제할 뿐이지 그에게도 그럴 마음이 부글부글 했으니까...나도 마찬가지다...그런 나쁜 짓을 절대 할리가
없다는 건 자신한다...그러나 그러고자 하는 마음이 끊임없이 올라올 것임은 부정하지 못하겠다
인간이라면 다들 그러할까?  아마도....



단지 그걸 자제해야 하는 거겠지...이 영화도 그걸 말하고자 하는 것 같고...뭐 당연한걸 굳이 말하느냐?
당연한 건데 이미 나쁜 쪽의 행동이 익숙해져서 당연한게 뭔지 헷갈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어쩌면 나쁜 짓임이
느껴지는데도 엉뚱한 변명으로 포장해서 그게 필치 못한 행동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아님 남의 나쁜 짓을
보고도 나랑 상관없어...난 안그랬어...로 눈 감아 버리는 경우도 있고....외국인 노동자들을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그들이 당하는 일에 무덤덤한 이유는 어쩌면 그들을 똑같은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기에 그럴지도...
도그빌에 숨어들어온 그레이스를 자신들과는 별개로 생각하고 개처럼 취급하면서도 별 감각이 없었듯이...



갱단의 더러움에 치를 떨고는
각종 착취를 당하여 몸이 고된 상태에서도 도그빌의 삶에 만족하던 그레이스가
나중에는 스스로 도그빌을 탈출하려 시도한다  그게 안되고 갱단이 다시 오자
그레이스는 차라리 갱단에 다시 들어가기로 한다....
도그빌은 어쩌면 갱단보다도 더 타락한 마을이 아니었을까?
도그빌은 앞서 말했듯이 상당히 일반적인 인간들이 구성원일뿐...




감독이 각본도 썼던데...
갱단보다 더 타락한 평화롭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우리가 사는 세계 혹은 우리 자신의 개 같은 본성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개 같은 본성에 휘둘리지 않게 조심해야겠다...ㅡㅡ;;




아주 좋은 영화
앞부분의 지루함만 잘 견딜 수 있다면...(이어지는 2시간은 상당히 재밌다)




니콜 키드만은 영화를 상당히 잘 고르는 것 같고 연기도 참 잘 하는 것 같다...
잘 이해하기에 잘 고르고 잘 연기하는 거겠지...





참, 여기 나오는 개 이름이 모세이다
왜 모세일까?
도그빌로 그레이스가 흘러 들어온 이유 중 하나는 개이신 모세의 고기 뼈다귀를 주워 먹다가...
그렇게 모세에 의해 유입된 그레이스는 도그빌 인간을 몰살시키게 된다....
모세는 이집트 밑에서 착취당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켰지 않은가?
도그빌 같은 마을이 사라져 평화가 찾아오게 한 개라서 모세인가??
그리고 마지막에 인간이 다 죽어버린 도그빌에서 유일하게 개 모양의 땅바닥 분필 그림으로 대신했던
모세의 온전한 형상이 실제 개로 변한다...즉 모세는 마지막에 도그빌이 다 망가진 후 실제 개로 용안을
드러내시는데...이건 무슨 의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