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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 아워스 The Hours 미국 2002

by librovely 2009.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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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스라는 정말 재밌게 본 공포영화에 연이어 개봉했던 영화로 기억에 남는데..
상당히 지루하다는 소리만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대가 안 되었느냐? 
사실 지루하다는 영화는 오히려 뭔가 기대가 된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영화라는 건 알고 있었고 그 역할을 니콜 키드만이 맡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
내가 뭘 읽었더라?
<자기만의 방> 한 권만 읽은 모양이다...
사실 <댈러웨이 부인>도 대출을 받은 적이 있는데 몇 쪽 읽다가 그만두고는 그냥 반납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댈러웨이 부인>과 너무 밀접한 영화인지라 안 읽은 것이 아쉬웠다....
그 책을 읽었더라면 훨씬 더 잘 이해가 되었을텐데...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처음 본 것은 중2 때 집에 있던 책 <세월 THE YEARS>  녹색의 좀 두꺼운 책이었는데
물론 읽어볼 생각조차 안했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내가 손수 사다 놓은 책인데...심부름?으로...



이 영화의 제목은 THE HOURS  버지니아울프의 책은 THE YEARS ...
영화의 형식을 보아하니 버지니아 울프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은 아니다...



첫 장면은 그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 장면
남편에게 편지를 남긴 후 옷에 돌멩이를 집어 넣고는 강으로 유유히 걸어들어가 자살한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후원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말이다... 결혼을 했으나 육체적인 관계도
전혀 맺지 않고 그야말로 버지니아 울프 자체를 사랑하고 그래서 함께 있고 보호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자세한건 모르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심이 간다.



1920년대 버지니아 울프의 죽기 전  어느 날의 일상
1950년대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의 한 여인 로라 브라운의 어느 날의 일상(파프롬 헤븐과 비슷한 분위기가..)
2000년대 뉴욕의 출판업에 종사하는 여인 클래리사의 어느 날의 일상



다른 시대의 3 여인에 대해 돌아가면서 보여주며 영화가 진행된다
버지니아 울프는 식사도 거르고 이미 우울증세로 2차례나 자살 시도를 한 상태로 불안정한 심리를 보여주며
글을 쓴다   그 글은 <댈러웨이 부인>인 모양인데... 가끔 글의 내용이 그대로 내레이션 되는데...
첫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하루가 인생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하루가 삶이다...
즉 뭐 일상 그 자체가 삶을 대변해준다는 뜻이 아닐지...하루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는 의미일까?
아님 하루를 소설화 하여서 여성의 삶 전체를 조망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일까?



그 내레이션에 맞게 3명의 다른 시대 여인들의 삶을 조용하게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 버지니아와 로라는 뭔가 비슷한 느낌이 들었지만 클래리사의 일상은 좀 다른 느낌이...
차라리 클래리사보다는 로라의 아들이자 작가인 리차드가 이 두 여자의 삶과 비슷한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버지니아 울프는 뭔가 견딜 수 없어 한다
숨막혀 하고 그래서 갑자기 거리로 뛰쳐 나가기도 하고 식사도 거르고 정상적인? 사람들과의 교류도 불가능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그들의 삶이나 생각이 이해가 안되고 그들은 버지니아를 이해하지 못한다...
뭐랄까?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뭐가 그리 답답하고 못견디게 만든걸까? 



사실 페미니즘...영화라고 예상했다
실제로도 그런 의미의 영화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버지니아 울프가 고통스러워한 그 무언가가 꼭 여자라서 그런 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극중 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삶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회피하면 자유를 얻을 수 없다...
그 후에는 이런 말도 한다...




나는 생을 정면으로 대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바라보고 생이 무엇인지 이해했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이젠 떠나보낸다



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럼 뭐가 보일까?
무섭다...
기독교도인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믿음없다고 비난받을 일임에는 확실하지만 내 상태가 이렇다...
왜 무서운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섭다....
허무감  의미없음에 이를 것 같아서 무섭다...
살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면 그럼 어떻게 살겠는가...자살해야 하는걸까...



생을 정면으로 바라봤기에 버지니아 울프는 죽음을 선택했고
생을 정면으로 바라본 여자인 버지니아 울프가 쓴 <댈러웨이 부인>을 읽었기에 로라도 자살을 원했던걸까?
로라는 겉으로 보기에는 뭐하나 부족할 것이 없어보이는 처지이다  귀여운 아들과 멀쩡한 남편과 집 자동차
게다가 그녀는 둘째 아이를 임신중이다



왜 하필 임신한 설정을 한 것일까?  파프롬 헤븐을 찍을 당시 실제로 임신 상태였는데 이 영화도 그 즈음에 찍은
것이니 임신한 몸인지라 어쩔 수 없이 그런 설정을 넣은 것인지 아님 스토리상 의도였는지 잘 모르겠다
의도라고 치자....임신...영화 대사에도 나오는데 뭐라더라 여자는 임신해야 비로소 여자라고 할 수 있다고...
여성의 존재 이유는 상당한 기간동안 출산에서 찾았던 것으로 안다...뭐 요즘이야 이런 말하면 미개인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나?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임신에서 여자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에서 마냥 자유로운 사회는 아니라고 본다...
아이 때문에 산다
아이를 안 낳아본 사람은 성격이 이상하다 내지는 차갑다
남자도 그런 말 자주 하나?  자식 때문에 내가 산다 뭐 이런 말...
하여튼 아이가 존재의 이유라는 식으로 여기던 그 시대에 그게 그렇지가 않음을 보여주려고 예쁜 아기 그리고
또 하나는 임신한 상태인 설정을 한 게 아닐런지...결국 로라는 자살은 포기하고 임신한 아이를 낳고는 두 자녀를
버리고 혼자 캐나다로 가서 도서관 사서로 취직해서 살아간다...



클래리사는 로라가 버리고 떠난 아들인 리차드의 옛 연인이자 그의 책을 출판하고 뒤를 봐주는 그런 일을 한다
딸도 있지만 가끔 들여다보러 올 뿐 소원한 사이인 모양이다  클래리사는 리차드의 문학상 수상과 각종 리차드
를 위한 파티를 벌이는 일에 관심을 쏫고 과장된 뭔가 흥분된 일상을 보여준다...오바스러움....
오바에는 항상 이유가 있는거다...ㅎㅎ  정작 그녀는 허무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 클래리사에게 에이즈에 걸려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리차드는 대놓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퍼붓는다
자신이 하루 하루 삶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너 때문이다....
자신이 없으면 클래리사 너는 어떤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 수 있겠느냐...
나를 위한 파티를 기획하는 것이 사실은 그 일 아니면 할 일 없고 존재감을 못 느끼는 너를 위한게 아니더냐...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클래리사도 알고 있고 그래서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  로라는 자식으로도 삶의 이유를 못찾는다를 보여줬다면 클래리사는 남편 혹은 일? 로도
생의 이유를 찾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럼 리차드는...? 왜 리차드가 버지니아 울프 혹은 로라와 통한다고 느껴진걸까?
리차드는 어릴 때 자신을 버리고 떠난 로라에 대한 아픔이 있다
댈러웨이 부인을 열심히 읽고는 동생과 자신을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엄마를 겪은 리차드가 그 책을
안 읽었을리 없고...책의 내용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클래리사에게 리차드는 댈러웨이라는 별명을 붙인다...



잘 살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끊임없이 파티를 하고 여행을 가고....
이런 말이 나온다....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대사였다...
요즘 우리의 삶도 어쩌면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요...난 삶의 이유를 정확히 알며 나 행복해요..를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범벅이 되곤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나만 그런가?



때가 되면 친구를 만나고 수다를 떨고 웃어대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가고
그렇게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지지 않기 위해 하루 하루를 계획하고 남들에게 그걸 증명하기 위해
싸이월드나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리고 어디에 다녀왔고 무얼 먹어봤고 어떤 옷을 샀고 앞으로는 뭘 할거고
내 자식은 이렇게 커가고 내 남편은 이렇게 돈 잘벌어오고 잘 생겼고...이런 대화를 나누는지도 모를 일이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르크가 생각나기도 한다...(사실 이게 뭔지도 잘 모른다)
퍼펙트한 인생이란 이런거지...이렇게 사는게 인생을 즐기는거고 행복한 거란다...라는 시뮬라르크를 만들어
놓고는 부단히 시뮬라시옹에 인생을 내던지는 것이다...그렇게 있지도 않은 것을 찾아 헤매다가는 죽을 날이
오는 것?   진짜 인생...생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은 시도 해보지도 않은 채 죽음을 맞이하는 건 아닌지...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생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되면 자살을 택해야 하는
결론을 얻는 거 아냐???  윽...너무 무서운 이야기이다....
사실 살면서 가장 우울해지는 순간은...언제 찾아오느냐....
할 일이 너무 없는 여유가 넘치는 어느 오후 혹은 낮잠을 자고 일어난 그 시점....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슬며시 떠오르는 그 시점...뭐가 떠오르느냐...나는 대체 왜 사는가....나는 왜 존재하는가...내가 존재하나마나
세상은 아무 동요도 없는데 도대체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대책없는 생각들이 둥둥
떠오른다...자주 하는 말이지만 정말 이런 생각들에서 재빨리 벗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우울증에 걸릴 자신도
있고 미칠 자신도 있다....ㅡㅡ;; 아니 이미 미친 상태인지도 몰라.... 흠



그만 써야지... 험한 말이 자꾸 흘러나온다....



이 영화에서 또 종종 등장하는 인상적인 말 중 하나는...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는 말...
그게 무슨 소리일까?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기가 죽든 소설 속의 인물이 죽든 했어야만 했고
로라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며 평범하다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죽여야만 했다...
(자살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자아? 하여튼 나는 없고 가족은 있다 주의가 되어야만 했는데 그녀는
결국 자신을 찾으러 가족을 버렸다)
클래리사의 삶을 위해 리차드는 하루 하루 이어나가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죽은 삶을 이어나가다가
결국 자신의 자유를 찾았다(5층에서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클래리사를 위해 죽은 채 살던 삶을 끝낸 셈)



버지니아 울프를 위해 교외로 이사온 남편에게 버지니아 울프는 런던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다가
자신의 이 곳에서 매일 죽어가고 있다고 절규한다... 남편은 그녀를 위해 일부러 이사 온 것이라고 말하지만..
로라의 남편은 자신의 생일에 자살하려다가 포기하고 돌아와 생일용 음식을 준비하고 억지로 웃는 로라에게
이런 가정과 자신 그리고 아이들을 로라에게 줄 수 있다니 너무 기쁘다는 말을 한다
클래리사는 리차드를 위해 자신이 파티도 준비해 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방은 모두 다른 것을 느끼고 있다...더 이상 견딜 수 없다...숨 막힌다...하루 하루 죽어간다는 느낌...



그다지 복잡 다양한 스토리의 영화가 아닌데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고 머리 속이 복잡해지고 감정도 좀
불안정해지고 그렇다...내가 뭔가 잘 못 느끼고 있는 것일까?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과  <댈러웨이 부인>을 빨리 읽어보고 싶다...
그걸 읽으면 좀 답이 나올까?




듣던 것처럼 지루한 영화도 아니고 보면 최소한 후회하지는 않을 영화다
나에게는 매우 의미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