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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 퍼스트 미스터 My First Mister 2001 독일 미국

by librovely 2010.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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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퍼스트 미스터
제목은 로맨틱 코미디 같지만 포스터는 그렇지 아니하다....
내용도 물론...


할 일 없이 방에 처박혀 있던 일요일 오후 침대에 엎드려 노트북으로 곰플레이어에서 봤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구나...
25일만 지나면 34살이 되는 나는 그렇게 점점 막장 노처녀 내지는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앉아서 책이라도 읽는 게 나아 보이지만 허리가 아팠다....
그럼 누워서 책을 보면 된다 하지만 뭐든 의무감이 개입되면 하기 싫어진다 읽어야 할 책은 읽고 싶지 않고
그나마 심심풀이용으로 빌려온 <소크라테스와 아침을> 이라는 책은 20여 페이지 읽고 던져놓았다...
내가 멍청한건가? 저자의 문체가 지저분한건가? 내가 이해를 못하는 건가? 저자가 너저분하게 써 놓은건가?
죄다 후자로 생각하기로....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하여튼 그렇게 하여 곰플레이어를 훑어보다가 분위기가 묘하기에 클릭하고 봤는데 역시 묘했다
고스룩이라고 하나?  내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그 패션과 음악... 주인공 여자애인 제니퍼는 그런 취향을 지녔다
나랑 그렇게 다르지만 같은 점도 몇 가지 있긴 했다....감정이입이 어찌나 잘 되던지....제니퍼는 진정 나인가?.....
제니퍼의 이해할 수 없으나 왠지 귀여운 취향은....피어싱...고스룩...음악 장르는 뭐지? 메탈이라고 하나???
해골 검정색 대강 그렇다...그런 외모로 역시 그런 옷을 파는 곳에서 일하다가 도둑질도 슬쩍 하고...
그러다가 왜 해고당했는지는 잘 모르겠다...하여튼 그랬고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만 외모 때문에 못 구하는데


 
우연히 얌전한 의상을 파는 곳 앞에 앉아 있다가 마네킹을 갖고 낑낑거리며 디스플레이 중인 배나온 아저씨를
구경하게 된다...모델의 화보를 따라서 말도 안되는 몸으로 포즈를 취하다가 다시 일을 하는 아저씨 랜달에게
제니퍼는 다가가고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랜달은 그녀의 의상과 피어싱을 해결하는 조건 하에 고용하기로 한다
그렇게 된 이유는 랜달이 제니퍼가 쓴 유언 종이 비행기를 봤기 때문....



랜달은 계획적인 일상을 살아나간다....또 나와 비슷한 인간 발견....랜달은 진정 나인가?......
그는 일하고 점심은 도시락을 먹는데 항상 가게 바로 앞의 의자에 가서 앉아 혼자 먹는다...잡지 하나 들고 읽으며..
그리고 다시 일하고 일찍 귀가한다...만나서 노는 친한 사람도 없고 혼자 하루 하루 규칙적으로 살아갈 뿐이다...
외롭지만 조용하고 정돈된 바른 생활.... 물론 일 때문에 혹은 겉치레용 인맥이야 있지만 진짜 마음을 나누는 그런
상대는 없다...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잡지..참...그는 함께 사는 가족도 없다



제니퍼에게는 가족이 있다....엄마와 의붓아버지....엄마는 호들갑스럽다....제니퍼는 실상을 그대로 보려고 하지만
엄마는 애써 밝은 척 행복한 척 그런 식이다...둘이 맞을 리가 없다...의붓 아버지는 그냥 아무 대상도 아니고...
랜달에게 제니퍼가 너무 가까이 하려 하자 랜달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라고 화를 내고 그런 상대가 없는
제니퍼를 비난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스스로를 비난 하는 의미도 있었던 것 같다....둘의 공통점은 그것...
진짜 인간관계가 없었다는 것...하지만 그걸 원했다는 것이고 둘은 그럴 상대로 서로에게 맞았다는 것...



남자를 도통 사귀어 본 일이 없는 제니퍼는 랜달을 좋아하는 마음이 이성에 대한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건 그냥 인간과 인간의 진정한 마음 얽힘이지 이성간의 사랑은 아니었는데....물론 랜달은 그걸 알고 있었고
과도하게 접근하는 제니퍼에게 열심히 선을 긋는다...
그렇게 둘은 친하게 지내며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는데...행복하려 하면 끝이 나는....행복의 기간은 짧다....
왜 그렇게 오래 사는 것 건강 따위에 랜달이 집착하나 했는데 그는 백혈병이 있었고 결국 쓰러지게 된다....
제니퍼는 너무 슬퍼하고 그의 전부인에게 연락을 하려고 찾아 나선다....



그러나 어렵게 도착한 곳에는 6개월 전에 엄마 장례를 치른 젊은 남자 한 명이 짐을 챙기고 있었고...
그는 알고보니 랜달의 아들....랜달은 그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데...물론 아들도 랜달이 죽었다고 알고 있었고
둘이 만나는 장면에서 바로 감이 왔다....결국 제니퍼에게도 봄날이 오는구나~  랜달의 아들은 일단 잘생겼고...
그게 가장 중요한거다...ㅡㅡ;  냉소적이고 톡톡 쏴대는 것이 매력이 줄줄.....둘은 그렇게 같이 차를 타고 랜달
에게 돌아가는데...가는 길에 장난하는데 제니퍼의 발을 핥는 장면을 보니 확실히 둘이 연결되겠구나...하는 생각
제일 웃겼던 것은 랜달의 아들이 제니퍼에게 다중인격장애가 있는 것 같다...8명은 되는 것 같다는 말을 하더니
잘자라고 했나? 그러면서 너희 8명도 잘 자라~고 했던 것 같다....감탄이 나오는 농담~~ 멋지구나...~
이 대사 말고도 제니퍼와 랜달이 하는 말도 웃긴 게 좀 있었다



결국 사는 건 마음이 통하는 인간과 관계를 맺다가 헤어지게 되는 게 아닌지...
짧더라도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건강하게 살 수 있고 그런 관계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건강하지 못한
마음으로 살게 되는 것 같다....그런 관계는 쉽게는 가족을 통해서 혹은 연인을 통해서 또는 친구를 통해서...
아니면 보험 아줌마를 통해서(?)라도 맺으면 되는 것 같다....요즘 나에게 가장 열심히 다가와 주시는 분은
삼성생명 **지점 모 아주머니... 때 되면 찾아와서 볼펜도 주고 사탕도 주고 모을 돈도 없는 나에게 투자법이
설명된 종이도 주고..무반응에도 절대 물러서지 않으시며 따뜻하게...ㅡㅡ;;
  누구와든...기간이 얼마가 되었든....



제니퍼는 랜달이 죽은 후 묘지에 가서 랜달의 아들과 함께 랜달과 대화를 나눈다
묘지에 자주 찾아가는 건 제니퍼의 습관  그녀는 영혼과 대화를 시도한다....
제니퍼는 유언 편지를 종종 썼지만 랜달을 만나고 나서는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유언 편지를 써댔지만 아마도 죽음을 두려워했고 죽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묘지에 종종 찾아가 죽은 영혼과 대화를 시도했던 것도 죽고 나서 끝이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싶었던 것 같고...
죽고 나서는 태어나기 전과 같이 아무것도 아닌 그런 상태일 거라고 믿으며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생각으로는 도저히 허무해서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다....
하여튼 랜달과의 만남을 통해 제니퍼는 삶의 허무함을 극복할 수 있었고 랜달의 죽음을 통해 죽음에 대한..
죽음이 끝이라는 생각에서도 벗어난 것 같다...그래서 유언 편지도 쓰지 않게 되었고.....
사람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존재도 사람이지만 사람을 살 수 있게 만드는 존재도 역시 사람인 모양이다
나에게도 퍼스트 미스터가 나타나길....난 여전히 죽음이 두렵고 사는 게 허무하다....





좋은 영화다
화려한 인생만 왔다갔다 하는 영화를 보면 루저 마인드가 충만해지는데....
이런 영화를 보면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살 수 있을 것만 같아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