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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2009 아르헨티나 스페인 El secreto de sus ojos The Secret in Their Eyes

by librovely 2010.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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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크레토
아카데미최우수외국어영화상
제목도 아카데미상 수상 이력도 별로 관심을 끌지 않았다
아니 거기에 문제가 있던 게 아니라... 살짝 본 영화 설명에 강간 어쩌고 하는 것이...게다가 비밀의 눈동자라....
왠지 뻔하고 너저분한 스토리가 전개될 것만 같았다...그리고 아르헨티나...아는 것이 전무한 나라이지만 왠지
흥미롭지 않았다...인도영화처럼 내 취향이 아닐 것만 같았다...




하지만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가 다 섞여있다는 말을 듣고는 호기심이.... 무엇보다도 코미디가 잡아당겼다...
이 영화는 역시 CGV에서는 극히 드문 상영관에서만 상영중이고 고작 씨네큐브 한 곳....
씨네큐브 사이트에 예매하러 들어갔는데 메인화면에 큼직하게 여자가 괴로워하는 장면만 요란하게 나와서 황당....
왜 하필 그런 부분을 갑자기 튀어나오게 만든건지....그게 영화 내용에서 그리 중요한 건 아닌데....씁쓸...




별 기대를 안하고 봤는데 너무 좋았다...내 취향의 영화....보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
적절한 내 취향의 로맨스에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 스토리에 종종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내 코드에 맞는...
이것저것 섞여 있지만 결국은 사랑이야기이다....내가 공감하며 보기 가장 힘든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욱 영화보는
즐거움이 느껴지는....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니까 영화에서라도....




벤야민이라는 남자가 25년 전의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은퇴했고 이젠 소설을 써보고 싶다면서.....
그는 도와달라며 이레네를 찾아간다....




주인공 남자 벤야민은 검사일을 돕는 보조 사무관이던가 하여튼 낮은 직급이다...그는 어리버리한 술주정뱅이
동료 파블로와 함께 일하는데 어느날 검사던가 하여튼 높은 직급으로 코넬대 출신 여자 이레네가 부임한다...
그녀를 보고 벤야민은 첫눈에 반하게 된다...파블로는 이레네가 검정 옷을 입은 경우 천국에 장례식이 있나
천사가 내려왔네...하늘 문이 열렸나...어쩌고 하며 농담을 던지는데 그걸 들은 벤야민은 파블로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쉽게 하느냐고 묻는다...자신은 3시간이나 미리 멘트를 생각해도 실패하는데....
이에 대한 파블로의 대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마음이 없으니까 쉽게 나오는 것이지 마음이 있으니까 그게 힘든거라는 뭐 그런 말을 한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별 마음 없으면 쉽게 농담도 할 수 있고 웃을 수도 있는데 사심이 생긴 경우에는 표정도
굳고 미리 생각한 말도 내뱉기가 힘들고 웃음도 안 나오고 엉뚱한 리액션만 쏟아져 나와 속이 답답해지게 되니까...
부드럽게 긴장감없이 주절대고 웃어댈 수 있다면 그건 정말로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다...아마도...




여기서 잠깐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여자들은 자신에게 웃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은근슬쩍 농담을 던져대고 관심있는 척 이것 저것 물어봐주면
오해하게 된다....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감정이 있나보다...하지만 정말 감정이 있다면 능청스러운 행동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듯...오히려 멍하게 바라보거나 긴장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게 더 감정이 있다는 증거....
그렇게 오해하고는 상대방이 그 이상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그때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때가 되길 기다리나봐...내가 그렇게 어렵나....기타 등등....이럴 때 필요한 책 한 권 추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ㅡㅡ;;  남자는 관심이 있으면 어떻게든 대놓고 다가온단다...라는 슬픈 진실





하여튼 벤야민은 마음이 있지만 이내 접어버린다.... 아마도 유난히 냉정한듯 보이는 이레네의 표정 그리고
그녀와 자신의 신분(?)차이....직급의 차이가 대단한 모양....게다가 이레네는 결혼할 남자가 있다고 말하고
실제로도 있었고....역시 여자도 마찬가지...진짜 좋아하면 좋아하는 척 하기가 힘든 법이다....
난 잠시 원빈이 생각났다....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했던 대사...너무 아는척하고 싶으면 모른척하게 되는거야...
그렇다...너무 좋아하면 싫어하고 관심없는 척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레네 또한 전형적인 그런 모습...
근데 벤야민이 마음에 있으면서도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상황까지 간 건 너무했지만...벤야민이 도통 표현을
하지 않으니까....급한 마음에 그런건지도....



벤야민은 강간 살인 사건을 맡게 되고 그런 일은 정말 다루기 싫다면서 현장에 가 보는데....
너무 예쁜 몸과 얼굴의 여자가 상처를 입은 채로 죽어있다....무슨 시체가 혐오스럽기보다는 예쁠 수 있는건지...
인형같은 얼굴과 몸....그렇게 나오자 마자 죽다니...안타깝다...어떤 남자라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질 수 있을
전형적인 여성이 아닐까?  가해자로 근처 공사장 인부 두 명이 잡혀들어가고 벤야민은 그들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벤야민은 남편을 만난다...지나치게 침착한 남편을 보고 난 사실 남편을 의심했다...그런데 그가 그렇게
의외로 울고 난리치지 않고 침착했던 건 음...이해가 간다..이 역시 마찬가지...너무 슬프면 눈물도 안 나오는 법
너무 무서우면 소리도 못 지르는 것처럼....




이 영화에는 크게 두 가지 러브 스토리가 등장하는데 하나는 벤야민과 이레네 또 하나는 죽은 여자와 남편...
남편은 정말로 부인을 사랑했었고...그녀를 잃자 삶을 놓아버리고 오로지 복수에만 인생을 건다...그녀와 함께
사는 것이 삶의 의미였던 모양이고 그게 깨지자 깨지게 만든 원인이 되는 인간을 응징하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던 듯....  부인이 죽은 상황에서 담담하게 벤야민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더 보라고 그래야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하던 모습과 언젠가는 역에서 범인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무작정 역에서 영혼이 없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사람과 사람이 그렇게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너무 좋았던 장면 하나....
벤야민은 범인을 사진으로 잡아낸다...어떤 사진에서든 죽은 여자를 곁눈질하며 바라보는 남자가 있었고....
벤야민은 그가 범인임을 확신한다....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해답은 본인의 경험....
나중에 보여진 이레네와 벤야민이 함께 찍힌 사진들...에서 벤야민은 항상 이레네를 응시하고 있다....
정말 로맨틱한 장면.....이 영화는 원작이 소설이라고 한다....이런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파블로는 정말 웃긴 캐릭터다....
어리버리하여서 항상 일을 저지르고 술집에서 허풍 떨고 돈을 다 술로 탕진해서 집에도 잘 못들어간다....
게다가 어찌나 유머러스하신지...사무실로 전화가 오면 정자은행 대출과라고 말하기도 하고 살거니 팔거니
묻기도 한다...농담도 못 알아듣고 진담으로 듣고 실행하려고 하기도 하고....하여튼 웃기다....
보자마자 우디앨런이 떠올랐다...외모도 유사하고 행동이나 말도 뭔가 비슷해....



그래도 파블로도 범인을 잡는 데 한 몫 한다...열정....남자는 절대 변하지 않는 게 있다고....바로 열정....
어디에 열정을 갖고 사는가...파블로는 술....벤야민은 정의사회구현(?) 혹은 이레네...범인은 바로 축구~
나는? 이 부분을 보면서 나는 과연 무엇에 열정을 갖고 사는가...생각해 보았다...절대 변하지 않을 내 관심사란?
아마도 독서와 영화보기 그리고 운동... 내가 범인이라면...나를 잡으러 어디에 나타나야 하는가? 그건 바로
도서관이나 서점 혹은 극장...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안 쓰는 게 좋겠구나...
2주에 한 번 꼭 가는 도서관 1달에 몇 번은 가는 극장...이런 곳에 잠복하면 날 잡을 수 있겠구나....




하여튼 파블로 덕분에 축구장에 잠복하다가 드디어 범인을 잡는데....당연히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
이 때 까지도 이레네는 별로 이 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서 그런지 아님 원래
비판적 사고가 떨어지시는건지 이레네는 그냥 시키는 일을 생각없이 열심히 하는 스타일로 보였다....
그래서 사실 벤야민이 이레네에게 빠져드는 부분이 약간 맛이 떨어졌다고나 할까? 단지 외모만으로 좋아하다니
이레네의 성격적인 매력이 있었고 그래서 빠졌다면 훨씬 좋았을텐데...아마도 작가가 남자인 모양이다...
여자 외모는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일등공신임을 인정한 것을 보니...



어쨌든 그랬던 이레네인데 범인이 단추 떨어진 자신의 블라우스를 요상한 눈빛으로 보는 것을 보자마자 그가
범인임을 직감한다...그런 게 있긴 하다...똑같이 쳐다봐도 누군가가 볼 때는 역겨움이 밀려드는 일이 있다....
근데 이도 참 애매한 문제....그 역겨움의 근거가 어디인가 생각해보자면...자신이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 느껴지는 것이니까...호감이 있다면 역겨운 게 아니라 감사할 일...하여튼 그의 질퍽한 눈빛에 이레네는
그를 자극하기 시작한다....이건 좀 뻔하고 약간 억지스러운 설정이었다...성관련 범죄자들이 남자들에 대한 두려
움이 특히 강하고 자신의 약함에 심한 열등감을 갖고 살며 여자를 유혹할 수 없음에 대한 피해의식이 많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생사의 기로에서도 이레네의 그런 행동에 넘어가 내가 죽였노라고 말한다는 건 좀
억지스러웠다...



사실 이 일이 있기 전에 이레네는 벤야민에게 먼저 다가가 자신의 결혼에 이의를 제기하라고 말한다....
대놓고 고백한 셈인데 벤야민은 계속 발뺌만....물론 그 이전에도 벤야민이 이 사건에 대해 도와달라는 말을
하려고 이레네의 방에 찾아갔을 때에도 이레네는 굳이 방문을 닫으며 그의 고백이겠거니 기대하기도 한다....
이레네도 상당히 귀여운 구석이 있다...하여튼 그런 일이 있은 후 위의 일이 벌어지는데...이레네는 사실
저 일에 관심도 없었는데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는 벤야민이 매달리는 일이니까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벤야민은 정말로 이레네를 좋아했던 것 같다....항상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이론....
정말 좋아하면 그 사람이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더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벤야민은 놓친거다....이레네에게 가장 나은 그런 사람은 바로 벤야민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직업이나 부...와 같은 사회적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류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잡아 놓은 범인은 벤야민과 사이가 안 좋은 부패 검사에 의해 풀려나고 대신 중요 정보를 빼내는 요원
으로 총까지 소유하며 신분을 보장받는다....그렇게 이레네와의 첫 데이트 약속은 무산되어버린다....
벤야민은 패닉상태....무엇보다도 이레네의 신변을 걱정하게 되고...하지만 이레네는 좋은 집안 자식이라서 걱정
없고....이레네의 도움을 받고 벤야민은 다른 지역에서 10년을 지낸다...파블로는 벤야민의 집에 있다가 괴한에
의해 죽게 되고....누가 죽였을까 생각했고 처음에는 남편이라고 생각했다....풀려난 범인을 다시 가둘 수 있는
방법으로...




그렇게 25년이 흘렀고 벤야민도 이레네도 각자 결혼도 이혼도 하며 각자의 삶을 살았고
남편과 범인의 행적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벤야민은 죽은 여자의 남편을 찾아가고 그는 한적한 시골에서
혼자 살고있다...부인이 죽은 후 은행일도 그만두고....벤야민은 허무한 삶을 어떻게 버티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남편은 그다지 반가워하지도 않고....벤야민은 저녁에 다시 그 집에 가보고 거기에서 무언가 보게 된다
이 부분에서 동행인은 웃음이 터질 뻔 했다고....웃으면 안되는 장면이지만 내가 봐도 웃기긴 했다....
골룸도 생각나고 올드보이도 생각나고 어색한 남편의 대머리 노인 분장 자체도 코믹했다





결국 그렇게 범인을 벌하고 있었고
벤야민과 이레네는 만난지 25년 만에 서로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해피(?)엔딩~
정말 잘 만든 영화다....스토리도 좋고 연기도 괜찮고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
지루한 부분도 없고 흥미진진....하면서 세심하고 독특한 낭만적 요소도 있고 나름대로 개성이 강한 영화...




동행인은 음악이 좋았다는데
난 이야기에 너무 빠져있어서 음악 조차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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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입력이 안되는 타자기 설정도 맘에 들었다
두렵다는 의미의 단어를 적어놓고 잠드는 벤야민
그는 이레네와 뒤늦게나마 마음을 연 후 두렵다는 단어에 A를 추가하는데 그 뜻은 사랑한다...로 변한다
TEMO ->  TEAMO
멋지지 않은가?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려면 뭔가 소스가 있었어야 한다...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