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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 위니프레드 왓슨

by librovely 2011. 7. 17.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위니프레드 왓슨                                                  봄날




옷을 사러 갈 때는 두 가지 경우를 만날 수  있다
살 옷이 잔뜩 보일 때와 아무리 구경해도 사고 싶은 옷이 없을 때
책을 고를 때도 그렇다
어느 날에는 읽고 싶은 책이 눈에 쏙쏙 들어와 박힐 때도 있지만 또 어떤 때는 다 그저그렇고 뽑아 들고 싶은 것이
그다지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책은 후자의 경우
한참을 도서관을 돌고 또 돌았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나름 까치발도 해가며 큰 가방을 들고 돌아봤지만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그러다가 만난 이 책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건 순전히 핫핑크 색의 표지 디자인과 그 안의 이우일이 말한 그 옥수수빵 파랑색의 제목 글씨
그 다음에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어디선가 들어봤고 뭔가 미스라는 단어와 페티그루라는 이름과 어느 특별한 그리고 하루 라는 단어들의 조합이
솔깃하게 만들었다... 아기자기하고 재밌을 것 같다... 괜찮은 소설 같다...



제목은 영화 제목에서 들어본 모양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화했다면 도대체 누가 미스 페티그루 역할을 하였을지 궁금했는데...에이미 아담스였다니...
음...책을 읽으며 머릿 속에 그려진 나의 미스 페티그루님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일단 너무 어려...그리고 미스 페티그루는 가난해서 마른 그런 마른 체형이어야 한다
나이도 40이 넘었는데 에이미 아담스는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여기까지 쓰고 다시 영화 페이지를 눌러 라포스 역은 누굴까 했는데 아...에이미가 라포스 역할이고 페티그루는
잘 모르는 50대 여자가 연기했구나...아..이 여자는 너무 늙었는데...그러면서 클릭해보니 코엔형제의 조엘코엔의
아내구나...갑자기 영화가 보고싶어지는군...



하여튼 내가 그린 미스 페티그루는 깡마른 몸이지만 바른 자세이고 키는 약간 크고 얼굴은 다소 핏기없는...
하지만 머리와 화장을 잘 해 놓으면 확 신할 수 있느 그런 여자... 누가 좋을까? 이 역할로는...
나라면 음... 이젠 좀 나이를 먹은 고전물에 너무 잘 어울리는 기네스 펠트로를 늙고 너저분하게 꾸며놓으면...
그리고 라포스 역할도 에미이 아담스는 좀 약하다...맹한 캐릭터를 생각하면 좀 어울리긴 하지만...더 화려한
백치미가 흐르는 여자를... 



읽기 시작할 때는 좀 기대를 했다...영국 소설이기에 약간 제인 오스틴의 그것을 기대하기도 했고...
실제로 이 작가는 숨겨진 제인 오스틴이라고도 불리는 모양이었다...하여튼...
책의 앞 부분에 옮긴이의 글이 나오는데 분명 한국인이 번역한건데 이상하게도 영국 여자가 번역한 것처럼
옮긴이의 글을 영국 여자가 썼다..뭐지?  이 책 원래 영어 아니었나?  영어를 영국인이 영어로 또 옮기고 그걸
한국인이 한국어로 옮겨쓴건가??



앞부분은 매우 좋았다
흥미롭다...가난한 노처녀가 가정교사 일자리를 구하러 나서는 장면
이런 구질구질한 상황 참 좋아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어갈수록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너무 뻔한 캐릭터에 뻔한 스토리...
이 남자 저 남자 거느리며 그들의 경제력에 기생하는 예쁜 공주같은 라포스나 그에게 매달리는 남자의 종류나
또 그녀의 절친인 얼빠진 여자하며 뭐 하나 특이할 게 없다...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그것 또한 뻔하고 그다지
유쾌하지도 않고 솔직히 좀 지루하기까지...읽으면서 계속 생각했다...이건 차라리 영화가 훨씬  낫겠다...
영화로 만들면 그나마 참을만하겠다...



작가인 위니프레드 왓슨이 책을 쓰게된 건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책들이 별게 아니라고 느껴졌고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라는 생각에서였다는데...음...대체 어떤 책을 읽으셨길래 이런 소설을 쓰신건가요...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냥 계속 읽었다...100페이지 그리고 중간...그리고 100페이지를 남겨 둔 시점에서 멈춰 그만 읽을까 생각
했지만 그냥 읽기로...책이 340페이지 정도 되는데 매우 빨리 책장이 넘어가긴 한다...그만큼 별다를 것이 없는
이야기로 가득하다는 말씀...


근데 신기한 건....
이 실없어 보이는 삼류 로맨스 게다가 조금은 지루하기까지하여 그만 읽을까 생각하게 만든 책이 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나마 괜찮게 느껴진다는 점...별 일 이다...  그렇다고 좋았다고는 못하겠고...그냥 그렇긴 한데
읽을 때 느꼈던 이 책 뭐야? 라는 생각은 좀 누그러든다는 것...왜 그럴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할 수는 없겠다...안 읽었어도 뭐...별 문제 없을 책이며 제인 오스틴과의 비교는...음..어따대고~
라는 한 마디로 대신할 수 있겠고...그러나 소설을 좋아하고 드라마보듯 읽을 책이 필요하신 분은 읽어보셔도...
딴 건 모르겠고 아주 부담없이 책장이 넘어가는 건 사실....영화를 못봤지만 영화가 책 보다 나으리라는 확신...
이건 영화용이다....내가 느끼기에는...로맨틱 코미디 대본으로 괜찮지...소설로는 좀 아닌 것 같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글을 읽는 약간의 고통을 감당할만한 내용이 못된다는 것...



하지만 그래도 장점은 있다
이 안에 나 있다
미스 페티그루는 나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뭐...좀 정이가는 캐릭터....
볼품없는 외모와 늙은 나이 그리고 예쁘고 젊은 화려한 인생이나 멋진 연애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책으로 연애 공부를 대신하고 앉아 계신 것도 비슷...이건 미스 홍당무와도 비슷하지...
난 아직도 잊을 수 없다...미스 홍당무가 쌓아놓고 읽은 나도 읽어본 그 연애 전문(?) 서적들...
가난하고 또 비슷한 것이 있는데 그건 패스~  물론 다른 점도 많지...그녀는 깡마른 몸이고 난 아니고...
또 그녀는 귀족 신분인데 난 아니고...



신분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영국 소설은 영국 소설이구나...
영국인들은 부모 직업이나 가문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던데...그래서 케이트 미들턴의 할아버지가 광부
였다는 말도 했다던데...뉴스에도 그런 식으로 나온다고...누구 누구의 딸인 누구누구가 이런 사고가 나서 어쩌고
하여튼...그래서 그런지 이 구질 구질한 노처녀 캐릭터마저도 원래는 귀족 가문이었고 아버지는 목사였다...라는
식으로 설정을...그리고 안꾸며서 그렇지 원래는 놀랄만한 미녀였어...라는 뻔한 캐릭터 또한 나와는 다르네...
대개의 노처녀들은 아무리 꾸며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법...ㅎㅎ



이 책은 여자용 책이고...
제인 오스틴 소설을 좋아한다면 한 번 쯤 가볍게 시도해볼만하긴 한데 그녀의 작품보다 훨씬 부족함은 당연...
그러나 삼류 로맨스 책보다는 나을지도??  전혀 글쓰기와 상관 없는 여자가 쓴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잘 쓴 것
같긴 한데...전문 작가의 글이라고는 역시 느껴지지 않는 그런 소설...이지만 읽는다고 말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추천도 하기 싫고...하지만 영화는 궁금하다...영화는 괜찮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노처녀가 연애하는 것으로 끝이 나니 이보다 더 좋은 해피엔딩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상대 남자는 나이는 많지만 돈도 많고 여자를 외모나 나이만으로 보지 않고 제대로 보는 눈도 있고
재치도 있고 딸린 애도 없고 결혼 이력도 없는 것 같고 배도 안 나왔고...기타 등등)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소설은 소설일뿐~
(그래도...미스 **의 어느 특별한 하루...를 아주 조금은 정말로 아주 아주 조금은 기대해보게 만드는?)
















페티그루에게는 그녀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관심을 가져줄 만한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 세상 천지에
하나도 없었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일상 속에서 그녀가 그나마 누리는 사치라면 매주 극장에 가서 영화에 푹 빠지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못살게 구는 부모도 끔찍한 아이들도 없었고 근무시간 내내 그녀를 괴롭히며 두려움에
떨게하는 어떤 것도 없었다



"남자랑 키스할 때 뱃속에서 이상한 느낌이 든 적이 있으세요?"
페티그루가 미친듯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입맞춤을 할 때 뱃속에서 반응을 보이는 곳이 어디라고 읽었더라?



왜 어리석게도 노처녀들은 한결같이 결혼할 기회가 없었다는 걸 내세워 자기들이 결혼한 여자들보다
더 잘난 척하려 드느냐 말이다
(저자는 아마 결혼을 했었지...ㅡㅡ;)



그나저나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한 주제에 한꺼번에 세 연인을 거느리고 있는 젊은
처녀에게 충고랍시고 하고 있는 자신은 또 뭐란 말인가


"저 분에게는 센스가 있어요." 페티그루가 열심히 두둔하고 나섰다
"그런데 왜 그걸 사용하지 않는답니까?"


페티그루가 말을 시작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오십이 되려면 멀었지만 언젠가는 집도 친구도 남편도 없이 그 나이가 될 것이다
그녀는 아주 엄격하고 정숙하고 명예로운 삶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그 나이가 되면 여전히 가정도 없고 추억도 없으리라



저는 오늘 아주 멋진 하루를 보냈어요  당신은 믿지 않으실 테지만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에 들러리를 서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바로 저 자신에게 일이 벌어지고
있군요 앞으로 평생 동안 절대로 오늘을 잊지 못할 거예요
당신이 아주 완벽하게 마무리를 해주시는군요



우리가 공통된 취향을 지닌 것 같아요



당신도 잘 알고 계시겠죠? 저는 아주 가난한 가정교사랍니다 아주 형편없는 가정교사지요
저는 그 일이 싫어요 진저리가 난답니다 제 평생 끔찍한 짐이었죠



마침내... 저한테도 애인이 생긴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