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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반짝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

by librovely 2008.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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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2001'         소담출판사



일본소설...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한 계기는 사실 일본의 가벼운 소설들...
그러나 읽다보니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고... 가볍다 못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거의 안 읽고 지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는 제목을 본딴 블로그명들과 제목 자체에서 느껴지는 반짝임?
읽어보고 싶어졌다. 직장에서 퇴근 전 휙 둘러보다가 집어들고 나왔다.
읽은지 너무 오래 되어서 이미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책은 읽은 후 느낌을 정리하는 것은 읽은 후 1-2일 지나서가 가장 적당한 것 같다.
바로 쓰는 것보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책의 내용들이 머리 속에서 이 생각 저 생각들과 접촉하며
뭔가 영향을 미치는 그런 시간이 좀 있는 것 같다...?


첫 장을 넘기면서...
음..얼마만에 느껴보는 일본틱한 문체인가...
상콤하고 나풀나풀하고 봄의 느낌 회색 흰색 베이지색의 느낌 투명한 물의 느낌 소녀적이고 맑다...


여자는 알콜 중독과 가벼운 정신과적 문제를 안고 있고 남자는 동성연애자이다.
책의 내용이 이렇게 전개되자 살짝 당황스러웠다... 제목과 너무 안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여자는 집에서 놀고? 남자는 의사다. 여자의 부모만 모르는 상태에서 둘은 같이 거주하기만 한다는 합의 하에
결혼을 한다. 즉 남자에게는 자신의 동성연인이 그대로 있는 셈이다.


여자는 깔끔한 집에서 특별한 집안일도 안하고 그냥 편안하거나 무료하게 하루 하루를 보낸다.
그녀가 꼭 하는 일은 침대시트 다리기...빳빳하고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침대시트를 다린다.
그녀가 남편을 위해 유일하게 하는 일이다.


그런 평화로운 일상에 남자의 엄마가 등장하여 남자에게 시험관 아기라도 시도해 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남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건지 아님 미안해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남자의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남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즉 남들처럼 살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이 거짓된 모습이라도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것...


내용이 기억이 잘 안나는데...
여자 또한 아기를 낳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은 좀 달랐지? 남편과 그의 동성친구의 정자를 섞은 후 수정을 시키면 둘 중 누구의
아기인줄 모르니 어찌되었든 3명의 공동의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셈...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음...난 참....  이 책의 스토리가 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이 여자는 대체 무슨 감정으로 이럴까?


여자는 남자의 동성연인과 친하게 지내려 노력한다. 그를 초대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노력한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서 그녀는 상당히 힘겨워한다. 왜 그랬을까?
내 생각에는 아마도 아무 감정없이 조용히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결혼은 했지만 결혼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니 남편에게 모종의 감정이 생긴 것이 아닐지...그러나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어디있겠는가...
그는 동성연애자이다...자신을 연인으로 느끼지 못할 상대를 일방적으로 연인으로 느끼게 되는 당황스러움...



이런 생각을 하면서...그게 비단 이런 독특한 상황만 의미한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이건 극단적인 예를 든 것이고... 우리가 살면서 일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모든 남녀관계의 비극은 이 문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설령 둘 다 서로를 향한 감정이 있다고 해도
그 정도의 차이는 불가피한지라...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둘 다 동성연애자가 아닌 상황...
그러니까 남자는 동성연애자이고 여자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둘이 결혼했다는 상황이...
여자가 그 남자를 좋아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런데 그 여자는 그가 자신을 결코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결혼을 한다. 이 부분은... 소설속의 이 부분에서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결혼 생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어떻게 설명이 되는가... 그건 이 여자의 심리는 어차피 남자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거라는 걸 알기에
상처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혹은 좋아해줄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그건 상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그것이 불가능함을 확실히 인식한 상황에서는
어떤 소망조차 없기에 상처가 없으리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었고 그래서 여자는 힘들어
했던 것이 아닐까?



소설은 3명이서 잘 지내는 것으로 끝이 나는듯한데...뭘까...
유명 번역가인 김난주는 이 부부의 어긋남을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과 사회적 인식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모르겠다... 그 정도까지는 안 느껴진다...


뭐랑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남편을 좋아하면서 그래서 그의 동성연인까지 받아들이기로 한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아이가 있는 이혼남을 좋아해서 그의 전처가 낳은 아이까지 받아들이기로 하는 드라마 단골 소재가 연상되기도
하였다... ㅡㅡ;; 


역시 일본 소설은 딱히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읽는 동안은 행복하다.
문체가 그 자체로 아름다우니까...단문의 깔끔한 묘사들이 읽는 동안 상쾌함을 주니까...
그런데 문제는 읽고 나서가... 뭐랄까... 좀 허무하다고 할까나...
내가 지리지리한 인간이고 무미건조한 류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프롤로그
평소 열심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도 그런데도 어쩌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연애소설을 쓰고자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
그 사람을 느낀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천애 고독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을 하거나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용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것을 하고마는 많은 무모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힐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에게 살짝 미안해지는 부분...)



크리스마슨데 외식하자
어째서 늘 이 모양일까 무츠키는 자상하고 친절하다 그리고 그건 때로 아주 고통스럽다



먼저 방에 들어가서 나는 무츠키 침대에 다림질을 하였다
이런 결혼 생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오랜만에 무츠키가 야근하니까 신나네 라고 나는 말했다
무츠키가 난감하다는 듯 웃고 그리고 쾅 문을 닫았다
나는 물론 무츠키가 야근하는 날을 싫어하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 안심이 된다
무츠키를 굉장히 좋아하고 그래서 결혼했지만
하루 스물네 시간 같이 있고 싶어할 만큼 애정이란 것을 믿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말을 무츠키에게 할 마음은 없었고 말해버린 순간에는 울고 싶을 만큼 우울해졌다
나는 좀 이상하다




왜 그래?
간신히 소리내어 내가 물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 수는 없는 거야
무츠키도 간신히 소리내어 말하는 것 같았다
시간도 흐르고 사람도 흘러가 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