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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비둘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by librovely 2008.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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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트 쥐스킨트                                  독일             1994'           열린책들        




10년동안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이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안 읽었던 모양... 내용이 마냥 생소했다.
얇은 책이라서 외출시 들고 다니며 조금씩 읽어서 내용이 세밀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왜 나는 이 작가가 프랑스인이라고 착각했을까? 독일인이었구나...
향수의 작가로 유명세를 탄...그리고 은둔자로도 유명하고...자신의 사적 이야기를 발설한 자는 아예 연을
끊어버릴 정도로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상해 보이냐고? 그건 아니다....
난 이 사람 별로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솔직히 뭐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쪽이다.
나도 간혹 그런 생각을 하기에...   지금의 삶도 충분이 지루하며 비자발적인 은둔생활 비슷하지만? ㅎㅎ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하지만 그 간단한 내용을 얼마나 세밀하게 풀어내었는지...놀라운...
별 상황도 아닌듯한 일을 만났을 때 주인공의 내면의 움직임이 아주 자세히....
특히 어떤 면에서는 나와 너무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신기했다.
이를테면 자동차를 몰고가는 인간에 대해 분노를 표하는 그 부분은 아주 강하게 공감이 갔다...
(더운 여름에 옆에 서서 에어컨으로 인한 열기를 나에게 그대로 쏴 주시는 자동차들을 볼 때면...)
급기야 그들을 쓰레기같은 놈들이라고 부르며 씨를 말려버려야 해...총으로 쏴 죽이던가...하는 내용마저
나도 속으로 아주 사소한 감정 상함에서 비약하여 그런 소리를 속으로 지껄이고 있는 경우가 간혹 있기에
당황스럽지만 공감이 되고 그랬다. 그렇다...나 이런 인간이다.   ㅡ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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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어릴 때 엄마가 도망간다.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마저 사라진다.
누이동생과 어느 집으로 보내지고 때가 되자 군대에 가고 전역하자 누이는 캐나다로 이민을 간 상태...
그에게 그를 돌봐주던 아저씨가 얼굴도 모르는 처녀와 결혼을 하라고 하고 그는 시키는대로 결혼을 한다.
행복한 삶을 꿈꾸었다기 보다는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는 단조로운 인생을 꿈꾸며 결혼을 한 것이다.
그러나 부인은 결혼한 지 4개월만에 사내아이를 낳고 과일장수와 눈이맞아 도망가 버린다....



결국 그는 혼자 남은 셈이다.
그의 주변인들은 모두 그를 떠났다.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들이 남긴 것은 혼란스러움 뿐인듯...
그는 깨닫는다. 인간이란 것은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과 그들을 멀리해야만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모습이 마구 오버랩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이 모은 돈을 모아 들고는 파리의 정말 작은 방을 하나 얻는다. 그리고 은행의 경비로 취직한다.
그는 만족한다. 작고 초라하지만 자기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 셈이니...그 안에는 침대, 의자, 전등, 옷걸이가
있고 간단한 음식을 해 먹을 수가 있다. 그러나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해야 했다. 한국식 표현으로 하자면
일종의 쪽방? 내지는 고시원? 비슷한 그런 방인듯 하다.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한 것들만 구비되어 있는...



그러나 그는 만족한다. 자신이 원하던 삶이란 바로 그런 삶이었던 모양이다. 조용히 사는 것....
조용하게 평화롭게 생존하는 것...애초에 그는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는 그 방을 보고는 첫눈에
알아본 자신의 여자인양 운명적인 일생의 동반자로 느끼게 된다.  



그 보잘것 없는 공간에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들을 하나씩 채워간다. 알렉상드르 뒤마 1세의 소설책
전골 요리책, 사전 한 권, 경비원을 위한 요점정리 책 그리고 침대 밑에는 포도주도 모아 놓았다.
그 방은 그에게 있어 확실한 의지처이며 도피처이고 따뜻한 애인이었다.



그 방은 그의 일생에 있어서 오직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원하던 바대로 소소히 꾸려나가던 그에게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다.




비둘기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평화를 앗아간다.
어느 날 복도를 내다보고는 주인공은 끔찍한 것을 발견한다.
비둘기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
너무나 징그러워 그는 옆으로 지나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총을 꺼내 들었으니 그것도 여의치 않고...
결국 그는 방에서 나오지 못한 채 깔끔한 성격에 맞지 않게 소변도 방 안에서 급한대로 해결할 지경에 이른다.



비둘기는 움직이지 않고... 그는 그 방의 소유자가 될 만한 돈을 모은 행복감에 겨웠던 것이 예전일처럼
느껴지고 이제는 급기야 방을 포기할 생각을 하게 된다. 짐을 싼 후 우산을 펴서 받쳐 들고는 그것으로
비둘기 쪽을 막고 재빠르게 빠져나온다.
나와서 그는 급한대로 근처 가장 싼 호텔에 머물기로 한다. 모아놓은 돈이 있기에 문제는 없다.



주인공은 나와서 노숙자를 보게 된다. 그리고는 아무 노동 없이 돈을 벌어 편하게 인생을 꾸려나가는 그를
보고는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노숙자가 아무 곳에서나 생리적인 일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자신은
그렇게는 못산다는 결론에 흡족함을 느끼고 관찰을 끝내고 벤치에서 일어나는데 일어나다가 바지가 걸려
찢어진다. 신경쓰이는 바지 때문에 수선을 하러 가자 며칠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그는 대강
스카치 테이프로 붙인 후 일을 하러 은행으로 간다.



은행에서 그는 신경이 곤두서있다. 하나 하나 신경에 거슬리는 것 투성이다.
땀이 나 찰싹 달라붙은 옷도 짜증이 나고 찢어진 것이 보일까봐 다리를 벌리고 앉아 험상궂어 보일듯한
자신이 혐오스럽기도 하고 또 노천 카페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그들은 카페 앞의 인도에서 의자와 탁자 사이를 빈둥거리며 돌아다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나이가
새파랗고 멍청한 웨이터들이었다. 수탉처럼 아무 짓도 하고 있지 않다가 안으로 들어가 편히 쉬든가
일부러 바쁜척 하면서 주문된 음식을 곡예를 하듯이 들고 나와 손님들에게 갖다주곤 하였다. 아무 짓도
하지 않고 팁이나 받아먹는 굉장히 뻔뻔스러운 작자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나단은 그 허풍스러운 작자
들을 자기의 독기어린 시선으로 찔러 죽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귀를 잡고 대로로 끌고 나와
귀싸대기를 후려갈기고 싶었다.
자동차를 몰고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공기를 더럽히고 지독한 소음이나 유발하고 양철통 속에나 들어
앉아서 세브르 가를 난폭하게 왔다갔다하며 질주하는 짓 말고는 할 일이 없어보이는 원숭이 같은 작자들...
숨쉴 수 있는 것으로는 겨우 조금밖에 남지 않은 공기를 엔진으로 빨아들여 태워가지고 멀쩡한 사람의 콧속
으로 매연과 뜨거운 증기를 불어 넣아야 속이 시원하단 말인가? 쓰레기 같은 놈들! 범법자들! 그런 놈들은 씨를
말려 버려야 해. 채찍을 마구 휘둘러 없애버려야 해. 총으로 쏴 죽이던가. 한 사람 한 사람씩 쏜 다음에 다시
전체를 다 쏴버려야 해....
바지에 생긴 구멍 때문에 비롯된 조나단의 분노는 결국 온 세상을 산산조각 내고 재로 만들어 버리고 싶을
만큼 무한하고 무진장해졌다.



그는 직장에서 성실한 사람이지만 이 날 따라 인사를 해야하는 직장상사의 차를 그냥 놓치고 만다.
이 실수 또한 그의 평화로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낸 후 그는 집이 아닌 호텔로
돌아가 마지막 식사랍시고 음식을 섭취한 후 이 한마디를 남기고 잠 속에 빠져든다.
내일 자살해야지.



그 날 밤에는 비가 아주 많이 오고 천둥도 친다. 잠결에 그는 세상의 종말이 온건가..하는 생각을 한다.
아침이 밝아오자 그는 집으로 돌아가 조심스럽게 계단을 오른다.
복도를 보니 비둘기는 온데간데 없고 다시 평화로운 자신만의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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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도대체 뭘까?
무슨 의미일까?
읽으면서 다른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는 음...위안이 되는 책 이었다.
내 성격이 이상한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이야 좀 극단적인 인물을 내세웠지만
하여튼 그 주인공의 심리와 일치하는 나의 면을 많이 발견했기에...나만 그럴까?



사람들에 치여 사람을 피하고 싶어하는... 최소한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마주침만을 받아들이고
철저히 자신만의 공간 안에서 조용하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조나단 노엘...그의 이런 성격은 어려서부터
자신이 믿었던 사람들이 아무 설명도 없이 사라져저리는 일을 겪은 후 형성된 성향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도 타인들과의 관계 맺음 안에서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싶어 하였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있었을 때마다 그에게 남는 것은 상처뿐이었다.


그 후 지독하게 열악한 공간과 낮은 지위의 직장을 얻게 되는데 그는 이런 것들에 아주 만족한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던 그런 삶을 살아나간다. 조용한 삶...평화로운 인생...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함께하는 사람이 없기에 상처도 없는...누군가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흔들릴 일이 전혀 없는...
그리고 그는 그런 인생을 계속 누리기 위해 나름대로 성실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나간다.


그런 그에게 새 한마리...고작 비둘기 한 마리가 나타나고 그 비둘기가 인생에 들어옴으로 인해 삶이
다시 휘청 휘청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선 자기만의 공간...그 연인과도 같은 유일하게 마음을 붙이고
신뢰관계를 만들어왔던 방을 잃게된다. 그렇게 쫓기듯 나온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원래 고정된 거주지가
없는 노숙자...그는 왜 노숙자를 보고 갑자기 분노하게 되었던 것일까?  아마 그가 마음을 주던 그 고정된
공간이라는 것도 어쩌면 필요없는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아닐까? 어쨌든 비둘기로 인해
다시 상실감을 느끼게 된 그 고정된 자기만의 공간이라는 것을 아예 애초에 소유하지 않았다면 그는
현재 느낄 그런 혼란스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었느냐...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일듯 하다..
하지만 화장실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고 거주 공간은 필요한 것이다라는 결론으로 다시
평정심을 되찾는...그러나 그 순간 바지가 찢기는 사소한 일에 또 정신없이 분노가 치밀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그 바지...도 그가 입고 있기에 그를 얽매게 만드는...?  자신을 얽매이게 만들던 인간관계를 끊었어도
거주공간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고 급기야 입고 있던 바지마저 그의 평화로운 인생을 흔들어 놓게 된다...
그리고 그의 생존에 필요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던 직장에서의 시간마저도 분노를 더 증폭시킨다.
은행 고위직의 차에 인사를 안하고 실수로 그냥 보낸 것과 또 맞은 편에 있는 카페의 웨이터와 관광객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결국 그가 깨닫는 것은 평화로운 인생이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호텔로 돌아가 저녁식사를 마친 후 자살을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다행히 다음 날 찾아간 자신의 방 복도에 비둘기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있고...
그는 아마도 이전의 평화로운 삶을 다시 누리며 살아갔을 것이다.




정확히 설명은 안되지만 뭔가 깊은 곳에 위로를 주는 느낌이 든 소설이다.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아무래도 내 취향~~



평을 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