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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사람이 싫다 - 손수호

by librovely 2022. 8. 13.

 

사람이 싫다                                손수호                                       2021                           브레인스토어

 

넷플릭스의 그 유명한 드라마를 보고 관심이 생겼다 변호사라는 직업

의료계와 더불어 내 머리로는 얻을 수 없는 직업군이라는 생각을 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세상 쫄보에 찝찝한 거 싫어하는 내 성격상 남의 목숨이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업을 능력이 된다 해도 할 생각이 전혀 없기도 했다... 그 수많은 했더라면...에 치여 죄책감에 제정신으로 버티지

못했을 것 같은? 하여간 그랬는데...이 책을 보니 의외로 내가 변호사 업무를 잘 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능 문제로 아무도 시켜주지 않겠으나 꼼꼼하고 성실하면 되고 천재성 창의성 따위는 큰 의미가 없다니

어쩌면 내가 잘 아니 하긴 했을지도 모를 일...가능한 일? 

 

그런데 읽어가며 아니네... 나는 절대 못할 일이네..생각이 ...일단 더럽게 센 서비스직이니까....

지금 내가 하는 일도 사람들과 그런 말을 자주 하게된다 우리 일이 이젠 뭐 그냥 서비스직이 된 거 같아...

이런 말.... 말이 서비스직이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 상대 직업....요즘은 인간을 상대하려면 일단 굽신...

심기 안 건드리게 알아서 을질을 해야하는 상황이니...그나마 의료계는 전문성이 있다고 다들 생각해주니

할 말 다 하는 거 같은데...하여튼...내 직업의 난감함이 누구나 만난다는 것에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다

뭐지? 이게 무슨 일이고 무슨 반응이야 무슨 생각이 저래...하...이런 반응을 유발하는 사람들도 21년간

일해오며 종종 만나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차라리 거래처가 딱 정해져 있는 일을 했으면 이런 고통이 덜했을

텐데...하는 생각도 했었다...근데 변호사는 더 심하네... 다양한 꼬인 일로 만나게 되는 거니까...이게 보통일이

아니겠....신나서 하는 여행업에도 그렇게 갑질이 많은데...이건 뭐 화가 난 상태로 만나기 시작하는 일이니...

 

아마도 가려서 쓴 글일거다...근데도 고충이 세게 느껴졌다....너무 고생이구나...

특히 어느 직종도 비슷할 거 같긴 한데... 이 직업...양심이 있을수록 더 현타가 많이 올 거 같다.....

쉽지 않겠다... 그 넷플 드라마는 뭐 드라마인거지....음.....

 

책에서 사람이 싫다 징글징글하다 어쩌고 하는 글이 아주 개운했.....ㅋㅋㅋ 

그 징글징글한 인간에 나도 가끔을 들어가기도 한다는 거 쯤은 인정...나도 가끔 정신 놓으면 뻘짓하는 경우가 있

조심하자...ㅜㅡ 

 

글로 인간 혐오를 적절히 해소해가며 잘 버텨내시길....

이런 변호사가 많아야 그래도 세상이 살아갈만....

물론 자기 글이니 뭐 자기 입장만 잔뜩이겠으나...그래도 괜찮은 변호사 같고...이 책이 은근 홍보 효과....

변호사 일도 영업이 필요한 일인거고...이 책 의미는 있겠... 물론 나는 평생 변호사 만날 일이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 변호사도 의사도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인생이 내가 원하는 인생임....ㅋㅋㅋㅋㅋㅋ

 

저마다 먹고사느라 고생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 인간은 서로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고 갑질과 을질을 반복해가며 살게 된건지....

음 

망할 돈....을 지불할 때는 갑....받아야할 때는 을.....지긋지긋하긴 하다....뭐야 이게.....

끄읏

 

 

 

 

 

 

 

그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서서히 이동하는 순간을 목격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은 무엇인지 내가 지금 잘살고 있는 건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남들 따라 허상을 좇으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는 있는지

 

법조 브로커는 대가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수수료를 챙기는 게 목적이다 그게 그들의 밥벌이 수단이다

대체로 30% 떼 가는데 사건에 따라 절반 넘게 가져가기도 한다 

의뢰인은 그 사건에 100을 지출했지만 변호사는 50-70을 받을 뿐이다

변호사는 실제로 받은 돈의 액수에 따라 그 사건의 가치를 매긴다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흔히 이용되는 브로커들의 기술

법원이 썩었어요 스킬 1인 시위를 하기도...

법원 검찰 경찰 탓이라고 믿는 일 가운데 상당수는 타락한 변호사 잘못이다 브로커는 공범이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질까 이유는 결국 돈이다 

 

변호사마다 각자의 생활 방식이 있을 거다 개인의 선택이 있을 뿐

브로커와 거래하지 않고 술 접대도 안 할 거다 남은 체력은 책상 앞에 앉아 쏟아내겠다

 

브로커와 변호사는 한 팀이다 이들은 공모해서 의뢰인을 속인다 공생 관계를 넘어 아예 브로커가 변호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사무장 로펌이다 사무장 병원만 있는 게 아니다 돈이 되는 곳에 욕심이 생겨나고 

욕심은 곧 불법으로 연결된다 어디든 그렇다

법조계든 의료계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돈 계산 돈 걱정 돈 욕심을 떠난 변호사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공무원이 되거나 기업체에 들어간 경우를 제외하면 변호사도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변호사의 삶을 다루면서 돈 이야기를 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그게 가장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져서 그렇다

2006년에 1만 명이 되었고 2014년에 2만 명을 넘더니 2019년애는 3만 명을 돌파했다

 

좋은 변호사

천재성 필요 없다 전혀 필요 없다 오히려 방해만 된다

번득이는 창의력 역시 마찬가지 없어도 된다 의외라고 느낄 수 있겠다  정확히 말하면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가장 필요한 건 단연 성실성이다 변호사의 평소 업무는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만 힘들고 지겹고 괴로울

뿐이다 체력 좋고 아픈 곳이 없어야 성실할 수 있다 정신력도 뛰어나야 한다 여기서 정신력이란 절대 업무 실수로

욕먹지 않갰다는 강한 자존심을 의미한다(책임감이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성실함은 꼼꼼함으로 연결된다 이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정말 내 의뢰인이 결백한지 확신하지 못한 사건도 있다 여전히 나는 그 사건의 진실을 모른다

다만 재판에서 이겼을 뿐이다

누군가의 억울함을 벗긴 걸까 아니면 오히려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낸 걸까

모든 걸 의심하게 된다 누구도 믿으면 안 된다 우리 편부터 먼저 의심해야 한다 의뢰인은 나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부끄러운 일을 모두 털어놓진 않는다 일부분이라도 감춘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도 의심해야 한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

사람이 싫어진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 수임한 사건에서 꼭 탈이 난다 돈 욕심에 받은 일이 말썽을 부린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다 정말 너무 많다 변호사도 서비스업자다 사람 상대하는 일이다

서비스 업계에서 일해 본 사람만 그 고충을 안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일 몇 번 겪으면 아예 사람이 싫어진다 

그래서 사건도 고객도 최대한 미리 걸러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산다

 

재판은 천하제일 거짓말 대회로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다

법정에 서는 사람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 돈 앞에서 모두의 인간성과 도덕관념은 평등해진다

법정은 공인된 거짓말 경연장이다 거짓말 해도 괜찮다 걸리지만 않으면 이긴다 걸려도 다른 거짓말을

이어가면 된다 위증죄는 증인에게만 적용된다 소송 당사자는 증인이 아니다 거짓말하다 걸려도 위증죄의

부담은 없다 잠시 망신당하고 끝난다 (민사소송)

 

간결하고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좋은 변호사가 될 확률이 높다 이미 두뇌 속에 논리적 사고 체계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설득력 있는 글은 그 사람의 두뇌 능력을 보여준다 반대로 그런 글을 못 쓰는 사람은

변호사 말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변호사는 글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다 어지간한 기자나

작가보다 훨씬 많은 글을 생산해내야 한다 

 

의뢰인은 상담 후 계약서 작성하고 착수금 송금할 때까지만 갑이다 돈 보낸 순간부터 순식간에 변호사가 갑으로

변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의뢰인에게 이런 이야기까지 다 해준다 그래야 나도 모르게 내가 갑 변호사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손해 보는 일 같지만 멀리 보면 그게 이익이다 

남들이 그렇게 한다고 나도 생각 없이 따라 하면 안 된다 

 

스무 명이나 끔찍하게 죽이고 사형이 확정된 최악의 연쇄살인범 유영철

이런 유영철도 자기 아들은 한 번도 때리지 않았다 자신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음에도 자식은

건드리지 않았다 과거 배우자를 못살게 굴기는 했지만 폭력적이진 않았다 혜화동 살인 사건 당시 할아버지와

파출부를 둔기로 끔찍하게 살해하고 불까지 질렀는데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피해자의 손주는 해치지 않고 

놔뒀다 이불과 포대기에 싸여 상처 없이 발견됐다

 

세상에 완벽한 악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순수한 선인도 없다 우리 모두 회색 지대에 위치한다 

 

내가 어느 쪽에 서는지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같은 의료소송이어도 입장이 매번 달라진다 

환자를 대리할 때는 의료인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환자의 권리가 얼마나 제한되는지 의협이

진료기록을 감정할 때 얼마나 동료 의사 편만 드는지 고려해달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병원을 대리한

사건에서는 반대로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쩔 수 없다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일한다 정해진 입장은 없다 그때 다루는 한 건 한 건의 개별적인 사건이 있을 뿐이다

사건이 싫다

그래서 사람이 싫다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기본 10년이다 채권과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으로 길지만 채권 중에서도

3년 2년 1년짜리 채권이 있는 등 다양하다 변호사 보수는 1년이다 극장 입장료 식당 음식비 노역 대금

연예인 임금 학원비도 1년이다 

대부업체는 소멸시효 상관없이 청구하곤 한다 돈 빌린 사람이 소멸시효 지났다고 한마디 하면 이길 수 

있는데 그 간단한 걸 안해서 진다 이 지점에서 판사가 개입한다 법을 모르는 채무자에게 슬쩍 도움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인지상정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약자가 이기면 무조건 정의일까

 

새로운 사건을 맡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수록 오히려 점점 더 세상과 멀어지게 된다

힘들어 하면서도 피하지 못하고 계속 이어간다

 

나는 못하겠으니 다른 변호사에게 가시라고 하지만 그게 화근이 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난데없이

모든 화살이 나에게 돌아왔다 정상인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절대 당해낼 수 없다는 일생일대의 교훈을 얻었다

눈 마주치는 사람 모두를 향해 소장과 고소장을 날리는 패기

이런 무법자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르는 비용이 너무 많다 세금도 적지 않게 낭비된다

사람이 싫다 

너무너무 싫다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이 징글징글하다

그런 존재들과 같은 세상 살아간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

 

다양한 분야와 유형의 사건을 매일매일 새롭게 접하고 있다 그걸 용하게도 다 처리하면서 하루하루 버텨낸다

성취와 수명을 맞교환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건을 다루다 보니 이상한일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변호사만 아니었으면 만날 일 없는 이상한 사람을 계속 만날 수밖에 없다 

변호사 생활로 얻는 것도 많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크다 

점점 더 사람이 무서워진다

시간이 갈수록 세상이 두려워진다

 

다른 사람 돈 받아주느라 내 돈은 찾아올 시간이 없다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그렇다

하지만 손해 보고도 그냥 놔두면 호구가 된다 사납게 달려들지 않으면 사기꾼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이러니 사람이 싫어질 수밖에 재미있는 법정 에피소드를 들려주려고 웃으며 시작했는데

결국 이렇게 분노와 냉소로 끝나게 됐다 이게 세상이고 이게 현실이니까

이래서 점점 더 사람이 싫어진다 

 

무책임한 낙관과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분명히 구별된다 세상만사 보는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몸이 힘든 건 참으면 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지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래서 회복이 필요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회복의 시간이다 

이제 결론이다

솔직히 사람이 싫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 좋아질지도 모른다

세상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