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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사랑을 생각하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by librovely 2008.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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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2006'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름이 참 이쁘기도 하지...
이 사람의 소설..그 유명한 소설...영화화까지 된 소설인 향수...나도 향수로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처음 접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는데...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0년도 더 된 그 때... 향수라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오빠가 산 향수를 제목이 요상하기에 슬쩍 읽어보았다.
 

책 날개에 등장한 이상스런 저자의 사진과 그가 산 속에서 은둔한 상태로 살고 있다는 설명...그리고 시작되는
흥미진진하고 더러운 첫 장면...아마 그루누이가 시장 생선 비린내 진동하는 곳에서 태어나는 장면이었던 듯....
그 다음은 그의 엽기적인 살인과 세밀하게 묘사되는 아리따운 소녀들...약간 내용이 관능적?이기도 했고
그래서 나름 그 책 전혀 안 읽던 시기에도 끝까지 읽었던 것 같다.


그 다음 좀머씨이야기 비둘기? 콘트라베이스...깊이에의 강요? 제목도 다 가물가물한다...
뭐 이런 얇은 책도 읽긴 했는데 사실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난다...하나도 생각 안남....
집에 책이 다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내친김에 찾아 읽어볼까...그 때는 읽긴했어도 별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줄거리조차 생각이 안나지...


도서관에 갔는데 날도 덥고 무거운 책을 들고 가기 힘겨울 것 같아서 얇은 책이나 빌리자..이러면서 먹잇감을
노리고 여기저기 거들먹거리며 거닐고 있는데 노오란 이 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사랑을 생각하다? 오호....
제목이 그럴싸? 한 것이...게다가 작가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네...이런 책도 쓴거야? 안 어울린다...
산에 숨어 살면서 사랑타령이라니...너도 어쩔 수 없는 남자? 였구나...? 이런 이상한 생각을 주절거리며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사뿐히 내려놓고 손을 안 대다가 외출할 때 가볍다는 이유로 집어들었다. 역시 뭔가 불안했는데...
예감은 적중...너무 얇아서 금방 다 읽었다...불안 불안...멍~~하니 또 앞사람 뒤통수나 쳐다보거나 광고부착물
이나 반복해서 읽어야 하나....그래서 다시 읽었다...두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는데...뭐 괜찮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라서 뭔가 기발한 내용이 있겠지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할거리를 준다.
그리고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상당히 유머러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전혀 이상한 괴짜? 뭐 이런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너무 이 사람을 은둔자로 생각해서
그런지 책에서 살짝 살짝 엿볼 수 있는 그의 타인과의 관계맺음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앞부분과 중간부분은 재미있게 읽었고 공감도 되고 그랬는데 뒷부분 내용은 두 번이나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집중도 안되고 빙빙 머리 위를 맴돌뿐이다...이유가 뭘까?
얼마 전에 읽은 플라톤의 향연도 종종 언급되고 나중에는 에리히 프롬도 살짝 언급된다. 물론 이 외에도 내가
전혀 모르는 책들의 내용도 튀어 나오는데...어찌되었든 뭔가를 이야기하려면 일단은 고전?을 읽어둬야겠다는
생각이...괜히 고전이 아닌 것이다...역시 생각의 바탕은 고전으로 다져야 한다...고전으로 고전하게 생겼군...
(다시 보니 에리히 프롬은 옮긴이가 언급했구나...옮긴이의 글도 읽을만하다~)



내용은 그냥 그렇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일단 저자에게는 다들 기대치가 높을테니...그냥 그렇다...
그래도 읽을만하다. 읽어볼만 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에게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가 앉아서 조용히 떠드는 것을 받아적은 그런 느낌...뭔가 심도깊게 사랑에 대해 고찰한 내용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실제로도 그냥 부담감없이 써내려간 책이 아닐런지...
책의 초반부에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는 잘 모르기에 알려고 쓴다는 내용이 있는데...자신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이 부실?하다는 논란에 휘말릴 것을 대비해 미리 연막을 친 것이 아닐런지...



유럽 사람들은 카페에서도 종종 어떤 주제를 놓고 주절주절 심각하게 대화를 잘 나눈다던데....
아마도 이 책의 내용 정도의 주절거림들을 늘어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긴...부럽지...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놀면 재미있겠지 뭐...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을 때는 나는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그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하려하면
나는 더 이상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아우구스티누스 [고백]


시인이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 쓴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비록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정확하게 알기를 원하기 떄문이다.
정확하게-알지-못함 즉 도대체-나는-그것이-무엇인지-알지-못하겠다는 사실이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붓이나 펜 혹은 악기를 집어 들도록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동력이 된다.


플라톤에 의하면 바보들은 그들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움이나 선함 혹은 성스러운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들 역시 이미 그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단지 중간에 있는 사람들 바보와 현자 중간에 있는 사람들만 그것을 추구한다.
당신이나 나, 여기 교차로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초조하게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그런 사람들만이
에로스의 화살에 쉽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가슴깊이 에로스의 화살이 박힌 노작가는 그 젊은 종업원을 잊지 못했다. 작가는 일기에... 그 청년을 얻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통이...
점점 깊어지고 강해져서 나의 인생과 사랑 모두에서 슬픔을 느꼈다. 성스러운 그 청년에 대한 연모의 감정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고 썼다.


남자 종업원에 대한 노작가의 사랑은 여러가지 점에서 에로스의 본질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사랑에는 도취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움 속에서 성스러움을 보고 있으며 뭔가 창조적인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사랑을 통해 불멸성을 추구하고 있고 또 실제로 작가의 작품을 통해 불멸에 도달한다.


한 때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재치, 지성, 활기, 호기심, 그리고 신중함은 사라져 버렸다. 성스러운 뭔가를 보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죽은 자의 시선처럼 그들에게 남아있는 것은 멍청한 표정 하나 뿐이다.
사랑 때문에 이처럼 멍청해지는 현상은 결코 성적인 유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스탕달
진정한 사랑은 자주 쉽게 또 겁 없이 죽음을 떠올린다. 죽음을 쉽게 비교의 대상으로 삼고 죽음을 얻으려면
도대체 얼마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것이다.




책에 언급되는 책 목록

플라톤 - 향연
플라톤 - 파이드로스 혹은 미에 관하여 (이 책은 이번에 같이 빌려왔는데...대단한 우연이구나~)
스탕달 - 연애론
토마스 만 - 일기
필리프 아리에스 - 죽음앞에 선 인간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 전집 및 서간 2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서동시집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리하르트 바그너 - 트리스탄과 이졸데
베르길리우스 - 농경시 4권
오비디우스 - 변신 10권



옮긴이가 던지는 사랑에 관한 질문들

사랑은 과연 무엇인가?
남녀가 사랑을 느끼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사랑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아니면 사랑은 맹목적인 것인가?
남녀사이의 사랑은 영원할 수 있는가? 아니면 순간적인 환상에 불과한가?
성과 사랑의 관계는 무엇인가? 사랑은 성관계의 전제조건인가?
사랑이 없는 성관계는 도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없는가?
남녀의 사랑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너만을 사랑해 하는 말은 아름다운 낭만인가, 배타적 소유욕의 표현일 뿐인가?
사랑은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
사랑은 사람들을 현명하게 만드는가, 멍청이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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