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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 베라 홀라이터

by librovely 2009.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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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베라 홀라이터             2009              문학세계사



독일 출신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 프로그램을 몇 번 안 봤기에...베라가 누군지 몰랐다
미수다라고 줄여서 부르던데...미수다에 나온 자밀라?는 아는데 그녀는 별로 호감이 가지 않고...
가끔 보고 있으면 그녀들이 하는 이야기도 의미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캐나다 출신 여자들이 인형같다...
라는 감탄만 하고 있었던 기억이...대학교 때 영어를 가르치던 캐나다 여자는 전혀 인형같지 않았었는데...
베라가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한국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외국여자 외모 뜯어보기가 취미~라고...



베라는 한국에서 1년동안 체류했던 경험을 소재로 독일에 책을 펴냈고 이 책은 그 책의 번역본인 셈이다...
그 책에 대해서는 이미 부분 번역본이 인터넷에 돌며 말이 많았던 것 같다...나도 약간 읽어보긴 했는데...
그 번역된 부분과 이 책의 그 내용 부분은 좀 달랐다...내가 봤던 내용이 좀 빠졌는데 특정 상품을 대놓고
예상가능하게 해서 빠진건지 좀 내용을 부드럽게 하려고 뺀 건지는 잘 모르겠다...개인적으로 그냥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어떤 브랜드의 디자인이 별로다...라는 말을 책에 쓰는 것도 문제가
되는 건 아닐텐데...



이 책은 베라가 번역한 것이 아니라 전문 번역가가 번역한 책이다...베라는 아무래도 한글이 서툴테니까...
그래서 아마도 좀 내용에 손을 대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살짝...하지만 그런 생각까지 할 필요는 없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우리나라에서는 위험해 보이는 내용?들...베라가 말했듯 한국인은 좀 욱~ 하고 애국자?
아니던가... 그래서 그런지 나도 가끔...아니 이런! 이건 좀 심했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이 고양이를 요물로 생각해서 돌팔매질을 하고 죽인다니...아니 요즘도 그런 사람이 있나?
예전에는 있었나? 물론 눈에 보이면 저리 가라고 손짓 정도야 하는 일이 있겠지만 배고파서 마른 고양이에게
돌을 던지고 죽이다니...음...그건 좀 오바~~



사실 몇 가지 빼고는 틀린 말이 없었다...그래서 더 속상한 느낌이...
그게 사실은 그렇지 않아...네가 오해한거야~ 라고 할만한 내용은 불행하게도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내용이 끄덕끄덕...맞아...이렇지...이런 문제 분명 존재하지...나야 뭐 그런 내용을 사실 그리 싫어하는
편은 아닌지라 읽는 동안 오히려 이런 내용 말고 내가 전혀 생각 못한 그런 것도 좀 지적해 줘~라는 생각이 간절
했는데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없다...이미 우리가 우리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들에 대해 외국인의 신선한? 시각
으로 다시 한 번 언급해 준 것일뿐...



물론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여자 없다는 속담?을 성적인 의미가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건 신선?했고
자식의 결혼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조건을 따져대는 부모에 대해 그들의 노후 대비책으로 그러는 거라는 생각도
새롭긴 했다...한국에는 연금 제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부모들이 자신의 노후를 자녀에게 의지해야 하기에
자녀의 결혼에 민감하다는 베라의 해석...ㅎㅎ 그건 아니지...부모가 돈이 많다고 해도 자식 결혼에 개입하는 건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고...



그럼 한국 부모들은 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당연히 자녀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그럼 왜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하지 돈이나 따져 대는 거냐고?
그건 부모들이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해야 자녀가 행복해진다고 착각?해서 그러는 것이다...
방법이 잘못된 것이지 그 의도가 그렇게 불순?한 것은 아닌데...



내용이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신기했던 건 고작 1년을 지냈는데 베라가 우리나라의 문화?
에 대해서 너무 제대로 꿰뚫어 보는 느낌이 들었던 것... 베라는 참 똑똑한 것 같다...그녀의 글을 보면 문장이
대단히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내용이 나름 날카롭다...그게 베라가 스스로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한국인
친구가 이야기해 준 것인지 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지하철이 왜 주말에는 빨리 끊기는가는 사실 나도 궁금해 하던 것...
거기에 대한 답은 베라의 남자친구 조가 들려준다
"주말에는 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아..그렇구나...난 주말에는 오히려 늦게까지 다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기에...



참, 베라는 우연히 한국에 와서 조를 만나고 그와 사랑에 빠져서 다시 한국에 오게 된 것이다...
조는 한국인이다...둘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모양이다...베라와 사귀는 조는 참 좋겠다
이 책을 통해서 느낀 베라는 참 똑똑하고 진실된 사람 같다...
책의 내용이 한국의 이상한 점들이긴 하지만 베라는 한국을 그리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으로 또 베라가 욕을 드시지는 않을까 좀 걱정이 되지만...설마 그러겠어....




쉽게 읽히고 내용도 읽어볼만하다...
대단히 새로운 내용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내 어깨를 밀치고 지나가면서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이에 화를 낼 겨를도 없이 두 번째 사람이 또 나를 밀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사람 결국 나는 숫자 세기를 포기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도대체 누가 아시아인들은 모두 예의바르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린거지?
아마 그 사람은 한국에 와 보지 않은 모양이다


지하철에서 젊은 남자가 나를 옆으로 밀어냈다 처음에 나는 그 사람이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내리지 않고 내가 서 있던 자리에 자신의 여자친구를 세웠다


외국인을 관찰하고 그 생김새와 태도에 대해 평가하는 일은 길거리 지하철 버스 등 거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겨 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국인이 어차피 한국말을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여성이
지하철에서 자신의 엉덩이 크기와 모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 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패션이 개인성의 표현으로 인식된다면 한국에서는 집단에의 소속감에 그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한국 학생들은 오히려 그들의 대학 생활을 인생의 황금기로 여기고 있다
아마도 이미 더 심한 것을 경험해 봤고 미래의 직장생활에서 무엇이 닥쳐 올지 예상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에서 블라인드 데이트는 장사일 뿐만 아니라 국민스포츠이기도 하다
결혼을 전제로 한 블라인드 데이트에서 기본적인 호구조사와 서로에 대한 탐색전은 빠르게 구체화된다
자신의 이상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경제력과 조속한 자손 번식의 미래를 담보하는 적당한 파트너를
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매를 통한 만남의 이상적인 발전 단계는 첫 만남 뒤 삼 개월 째에 약혼을 하고
약 일 년쯤 뒤에 결혼을 하며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아이와 함께 축하하는 것이다


특히 서른 넘은 딸을 둔 부모들은 어떻게든 빨리 딸을 시집보내지 못해 안달이다


한국에는 안정된 연금제도가 없기 때문에 성인이 된 자녀들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 또한 자신의 자녀로부터 똑같은 것을 기대한다



오늘날에는 혼인신고를 미루는 커플들이 많다
사회적 압력 때문에 혼전 동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식 후에 마음 편하게 동거를 시험한다


식습관이란 개인이 결정하는 문제라는 것을 한국인들은 잘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에는 개인적인 의사결정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집단의 결정이며 집단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동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방해꾼으로
인식된다


한국인의 논쟁은 아주 감정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문화적 우월성 애국주의 전통 근대 등의
민감한 주제와 맞물리다 보면 객관적으로 만족할 만한 대화의 결론은 어차피 기대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끊임없이 낡은 건물이 철거되고 새 건물이 들어선다
그리고 그 부수고 짓는 속도는 인상적인 동시에 경악할 만하다



유럽에서는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듯이 한국에서는 집세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한국인이 순순히 인정하는 자기 나라의 흠은 높은 집세와 공기오염 이 두 가지이다


직원들은 회사가 부르면 사적인 일을 제쳐놓고 언제라도 달려갈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회사에서 갑자기 회식 일정이 잡히면 아무리 중요한 약속이라도 개인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한국 회사원들의 삶은 상사의 기분에 따라 좌우된다
평등서열이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는 미지의 개념이다


한국에서 게으름은 거의 죄악에 가깝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여섯 시가 되었다고 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집에 가지 않는다


서울에서 왜 주말에 지하철이 빨리 끊기는지 궁금했다
조는 말했다  주말에는 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나체가 드러나는 영화는 한국에서는 이십 세 이상이어야 관람이 가능하다
반면에 극도의 폭력장면은 어린 관객들에게도 여과 없이 제공된다
뮤직비디오는 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교통사고 불치병 자살 정신병 강간 패싸움 심한 질투 따위의 이야기를
위주로 전개되는데 센티멘털한 음악과 잔인한 장면들이 극심한 대비를 이룬다


한국인들은 고양이를 악마적 동물로 생각해 동정하지 않는다
서울 거리의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쫓기고 돌팔매와 죽임을 당한다


한국인에게 여행의 목적지 볼거리 여행지의 분위기는 단지 이차적인 중요성만 가진다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