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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가의 집 -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by librovely 2009.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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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집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2009                 윌북




화가나 작가의 사생활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여행기를 읽다가도 유명 작가의 집에 대한 혹은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동공이 확장되곤 한다



작가의 집...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작가의 주변을 채운 물건들에서도 삶을 엿볼 수
있기에 흥미롭게 여겨졌다....일단 책상이나 침대 주변에 있을 책 혹은 조각이나 그림 따위에서 뭔가 느껴질테고
사실 인테리어는 작가와 그다지 크게 연결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작가들은 자신의 집 건축이나
인테리어 혹은 조경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관여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 같다...



요즘 TV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숙소를 노출시키기도 하던데...내가 TV화면을 통해 본 숙소는 소녀시대의 숙소...
또 슈퍼주니어의 숙소...2NE1의 숙소도 봤구나...그런 숙소들은 사실 별로 특이할 것이 없었던 것 같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숙소는 2pm의 숙소...와일드바니라고 Mnet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는데 내용도 참 재밌었다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집이 아주 복잡 지저분했기에...청결하지 못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옷과 각종 잡동사니
가 널부러져 있던 것이 괜히 재미있게 느껴졌다...그 프로그램 내용 중 여행?가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곳 숙소에서
짐을 하나씩 열어보는데 황찬성이라는 예전에 매우 즐겨보던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오던 젊은이?의 가방에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 나왔다...너무 신기했다...과거 이미지가 확 무너져내리고 갑자기 다르게 보였다...
갑자기 이런 소리를 왜 늘어놓는거지...ㅡㅡ;; 하여튼 책과 같은 극단적?인 물건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람의
물건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알 수 있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그 사람의 글이나 말 보다도 더 예리하게....



이 책은 사실 작가의 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집이라는 소재를 통해 대문호들의 삶을 조금씩 조금씩
들여다보게 해준다...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꼬부랑 이름들이 70% 정도에 육박했지만...그러나 이 책을 기회로
그들을 직접 작품으로 만나보면 될 일 아니겠는가...굳이 작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그냥 타인의
인생이 쓰여져 있기에 그 이유만으로도 읽어볼만한 책 이었다...물론 작가들의 삶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평범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하여튼 좋은 경험을 제공했다...그리고 앞서말했듯이 검증된? 작가
들에 대한 소개도 해 주기에 의미있기도 하고...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건 인생이 평탄했건 혹은 불행한 일을 당했건 사랑하는 이와
결혼을 했건 아니면 거절당했건... 구체적인 삶이야 천차만별이었지만 공통점이 있긴 했다....
그들은 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삶을 끌고 나갔다는 것...
그리고 미친듯이 책을 읽고 글을 썼다는 것...
즉...매우 인간답게 살았다는 것
당연한 일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글을 쓴 사람은 보그 이탈리아 편집장을 지낸 -아마도 여자겠지?- 여자이고
사진작가 또한 엘르 잡지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
그래서 그런지 사진이 매우 아름답고 글도 지루하지 않았다...
솔직히 책을 다 읽고 나서 뒷장에 쓰여진 글쓴이의 이력을 보기 전까지는 책의 작가가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잡지 편집장 출신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잡지 기자라고 하면 뭔가 가볍게 깊이가 없다라는 식의 그릇된 편견이 머리에 있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내용은 뭐가 되었든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이 책을 보니 그녀는 여자와도 연애를 했다고 나오던데...그건 비유일까 아니면 양성애자라는 말일까?



그리고
카렌 블릭센이라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사람은 집에서 오롯이 혼자가 된다



고독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독은 저절로 만들어진다
나는 고독을 만들었다
글쓰기를 위해서 이곳에서 혼자여야 한다고 작정했기 때문이다
그리 된 일이었다
나는 이 집에서 혼자였다
나는 스스로를 가두어두었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고 내 책들은 이곳에서 나왔다





헤르만 헤세

소설 속 클링소어는 말한다
"나는 일할 때 대화는 나눌 수 없소 게다가 항상 말은 지나치게 마련이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마르그리트는 이 집을 "아주 소박하지만 큰 정원과 수많은 책이 있는 집"으로 묘사했다


마르그리트는 여행 욕구가 "육체적 욕망만큼 격렬하게 끓어오를 때면" 다시 길에 올랐다


작가는 쉬지 않고 글을 썼다
그녀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집필실이나 호텔 방 대륙횡단 열차 대서양 여객선 객실에서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자기를 비우고" 하드리아누스 제논 안나 미구엘 나타나엘 같은 인물들을 맞아들였다





알베르토 모라비아

마을의 유일한 서점 카발리에에 들러 매일 몇 권의 책을 찾는 것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코스였다
오후에는 거실의 평범한 꽃무늬 소파에서 새로 사온 책들을 게걸스럽게 읽어치웠다
그의 독서 취향은 다방면에 걸쳐 있어서 동방의 고전에서 일본의 소설까지 여행기는 물론이요 영미 문학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시인 랭보의 작품까지 두루두루 읽었다


갑자기 다차가 떠났다
그의 말로는 "그녀가 더는 함께 살고 싶어하지 않아서" 그랬단다
엘자 모란테와 25년간 지지고 볶으며 산 후에 만난 다차는 18년간 모라비아에게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동반자
였다 두 사람은 이심전심으로 기나긴 여행자 생활과 발견의 기쁨을 공유했다 모라비아는 이 만족스러운 생활습관
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다차가 떠난 후에도 매일 그녀와 전화통화를 나누고 일주일에 한 번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다차의 새로운 동거남과도 기꺼이 함께 생활했다
"사랑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정말로 한 여자를 사랑하면 그녀는 영원한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이 꼭
더불어 정을 나누는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셀마 라겔르뢰프

글을 쓰기 위해 내가 뭘 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일단 책을 다 쓰면 어떻게 써냈는가에 대해 전혀 설명할 수 없다
마치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쓴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

"내 평생 통틀어 그토록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혔던 5분은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1919년 7월 1일의 일기에 버지니아 울프는 이렇게 썼다
몽크스 하우스(수도사의 집)로 알려진 이 작은 집
버지니아는 이 집을 불안하게 요동치지만 결코 거부할 수 없는 글쓰기의 파도 위로 자신을 싣고 가는 배라고
칭했다


나는 차가운 풀과 벽돌처럼 단단한 흙을 밟고 낭만적인 방으로 갈 거야
작가는 매일 아침 8시 30분이면 세 시간 연속 일을 하러 작업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잉크로 글을 썼고 특히 하늘색 종이에 글쓰기를 좋아했다


버지니아가 청소년기에 들었던 끔찍한 목소리
기나긴 세월 그녀를 어두운 혼란에 빠뜨리곤 했던 그 목소리는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심장에서 일어나는 고통의 물결이 일단 한 번 시작되면 버지니아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우울감에 빠졌다
그리하여 1941년 3월의 지독히 추운 어느 날 그녀는 강가로 마지막 산책을 떠나야 했다
"다시 미쳐가고 있음을 느껴요 그 목소리들이 또 들리기 시작해서 집중을 할 수 없어요 더 이상 싸울 수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인생의 모든 행복은 당신 덕분이었다는 거예요." - 남편 레너드에게 남긴 유서





장 지오노

작가의 책이 빼곡한 방들은 움직이지 않고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세계였다





카렌 블릭센

아프리카는 데니스 핀치 해턴과 나눈 정열적인 사랑의 무대이기도 했다
카렌 블릭센은 1918년에 나이로비의 무타이가 클럽에서 이 영국 귀족을 처음 만난다
언니 엘렌에게 내 나이에 이상형 그대로의 사람을 만나기란 극도로 드문 일이라고 생각해 라고 편지를 쓸
정도였다 데니스는 매력적인 데다 세련된 지성인이었다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카렌은 구속을 일체 거부하는
데니스의 자유로움을 존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황홀과 그가 떠난다는 불안을 동시에 떠안고 사는법을
배웠다
"나는 영원히 데니스에게 얽매인 존재 같아요 그가 밟은 땅을 사랑할 운명 그가 여기 있으면 말할 수 없이 행복
하고 그가 떠나면 죽음보다 더 모진 고통을 겪을 운명인가 봐요."


홀로됨은 일종의 정신상태다
물리적으로 혼자라는 상황과는 전혀 별개의 그 무엇이라는 말이다
참을 수 없는 영혼의 고독을 과장하여 떠벌이는 현대작가들은 그네들의 참을 수 없는 공허함을 입증할 뿐이다


그녀는 손님을 맞는 공간을 멋지게 연출하기 좋아했다
<바베트의 만찬>에서 갈리페 장군이 "이 여인은 카페 잉글레의 저녁식사를 일종의 사랑의 행위로 변모시키는
중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손님들에게 "3000년이나 살면서 소크라테스와 만찬도 나누었던 귀부인 예언자 이야기꾼 같은" 매혹을
발휘했다  시인 토르킬 비외른비처럼 그녀의 마법에 마음을 빼앗긴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신이 계시면 엄청난
감흥 대단한 에너지가 감도는 분위기를 느낍니다." 시인은 카렌 블릭센의 집을 몇 차례 방문한 후에 이런 편지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친밀한 사이로 발전했다







딜런 토머스

과거 해적 소굴로 유명했던 어촌인 라파른 사람들은 '타인의 광기에 대한 관대함'으로 딜런 토마스의 기행을
눈감아 주었다


밥 딜런의 예명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






로렌스 더럴

로렌스 더럴은 "끝없는 연애를 통해" 고독을 떨쳐내려고 노력했지만
 "사실 그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사람은 무심해질수록 사랑받는 법이다."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

아무렇게나 옷을 걸친 채 책과 원고가 가득한 가방을 들고 시내로 갔다
카플리슈 찻집 1954년 이후로는 마차라 찻집 이렇게 늘 가는 곳이 정해져 있었다
찻집 구석 자리에 앉아 그는 몇시간이고 독서에 빠졌다
"그는 호수에 빠지듯 책과 생각에 빠졌지." 그의 친구 한 사람이 당시 그의 모습을 회상했다
그는 찻집을 나가기 전에 유독 좋아하던 과자와 단것을 가방에 챙기는 일을 잊지 않았다
그 후에는 치우니 서점 플라코비오 서점에 들렀다
이 서점들에서 외국 책들 특히 프랑스의 플레야드 총서의 작품들을 주문하곤 했다
그리고 오후 1시 쯤이면 귀갓길에 올랐다
람페두사는 집에 돌아온 오후에도 서재에 처박혀 호기심을 불태우며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책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