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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런던을 속삭여 줄게 - 정혜윤

by librovely 2009.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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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속삭여 줄게                                                                     정혜윤              2009              푸른숲



정혜윤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침대와 책]
두 권의 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게다가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에는 진중권 관련 내용도 있는 걸로 알고...
하여튼 관심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것고 그렇고 이 책은 제목과 예쁜 표지가 눈길을 더 끌어당겼다...
그래서 대출받아 읽어봤는데 내용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난 이 책이 여행기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런던의 8곳에 대한 이야기지만 여행기라기 보다는 문학과 역사가 뒤섞인
그런 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의 카테고리를 여행이 아니라 문학에 넣었다



정혜윤은 어릴 때부터 책을 아주 많이 읽은 모양이다...
내가 만약 정혜윤처럼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적 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은 호기심인 것 같다...난 그게 바닥이었다...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아....
하여튼 정혜윤은 책을 많이 읽었고 지금도 그러한 모양이다...라디오 방송 피디인 모양인데...멋진 직업이다...
라디오 방송작가나 피디는 많은 책을 읽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러는 모양이다...그래야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테니까...



이 책은 런던의 장소에 얽힌 잡다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 잡다한 이야기는 작가나 화가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옛날 이야기나 책의 내용이 될 수도 있고 역사적인 내용일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면도 있지만 나처럼 사전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내용이 좀 번잡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무슨 소리지...하다 보면 이미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있고 그 내용에 대해 또 생각을
하려고 하면 이미 또 이야기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이름을 아는 작가들에 대한 일화들...
얼렁뚱땅 읽어 넘긴 부분은 영국 왕과 왕비들에 대한 일화들...이름도 헷갈리고 그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서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 세계사에 대한 지식은 초졸 수준이기에....



정혜윤은 앞으로도 책을 계속 펴 낼 생각인 모양이다...
글 읽기도 좋아하고 쓰기도 좋아하나 보다... 아는 것도 많고...
다만 아쉬운 건 그녀의 문체는 나랑은 좀 안 맞는...난 이상하게도 그녀의 글이 한 번에 머리로 들어오지 않는다..
문체가 나와 안 맞는 건지 아니면 나의 문장 이해 능력이 떨어지는건지 모르겠지만...(알고 싶지도 않고..ㅡㅡ;)
아니 문체가 안 맞는 게 아니라 책의 컨셉트?가 나의 성향과 다른지도...나는 잡다하게 이것 저것 듣는 것보다
하나에 대해 파고드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라며 대충 넘어가자...좋은 책인데 뭔가 나랑 안맞다..ㅜㅜ



발췌하다보니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이 느껴졌다
이 책은 다양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켜주는 특징이 있다~
아, 그리고 나는 에밀리 브론테가 너무 좋아졌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









우리 시대는 열정 따위는 죽이고 주변 사람들하고 똑같아지기 위해 죽어라 혼신의 힘을 다하는 시기니까



미분 적분 같은 수학 문제들을 앞에 놓고 사색하던 뉴턴은 진리는 침묵과 명상의 산물이라고 곧잘 말하곤 했다



뉴턴이 딱 한 번 공개적으로 웃었다는데 그를 웃긴 질문은
"유클리드를 읽는 것이 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나요?" 였다



러셀에 따르면 바이런은 미친 것을 미화하는 법을 알고 있었고 그릇된 행위와 상념에 하늘빛을 던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역시 러셀에 따르면 우리는 바이런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동안 그에 대해서 놓친 부분이
있는데 그건 그의 행위 이면에 있는 "우주적인 절망 상태와 이미 표면화된 인류에 대한 경멸의 감정"이라는 것





에밀리는 키가 크고 팔이 긴 데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차려 놓으면 왕비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주로
휘파람으로 개를 부르며 꾸부정한 자세로 거친 황야를 걸어 다닐 때가 더 많은 어찌보면 꼭 불손한 사내아이
같아 보이는 소녀였다고 한다 에밀리는 사교적인 잡담을 못견뎌 했고 거친 동물을 잘 다뤘고 머리는 좋지만
고집이 셌고 엄격하고 금욕적이었다 그녀는 집안의 가장 힘든 일을 도맡아 했는데 빵 반죽을 하면서도 눈으로는
빵 반죽 앞에 세워 놓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폭풍의 언덕>을 탄생시킨 그녀의 성격을 가장 잘 알려주는 일화는
그녀를 무척 따르던 개에 얽힌 이야기다

그녀를 잘 따르던 불독은 깨끗한 침대에 가서 벌렁 누워 있는 버릇이 있었는데 가족들은 흰 시트에 개털을 참지
못해 자주 다퉜다 그러자 에밀리는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불독 녀석의 버릇을 자신이 고쳐놓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불독이 또 가장 깨끗한 침대에 누워 세상모르고 나른하게 졸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긴장했다 그 다음 상황은 이렇다

그녀는 개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녀석은 끌려오는 내내 뒷다리로 온힘을 다해 버티며 한편으로는 큰
소리로 신음하고 한편으로는 사납게 으르렁대기도 했다 그녀는 층계를 다 내려와서 키퍼를 1층 어두컴컴한
구석에 몰아넣고 나서야 놈의 목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여유를 두었다간 녀석이 달겨들어 목줄을
물고 늘어져 그녀의 숨통을 끊어 놓을 염려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로서는 몽둥이건 막대기건 가져올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녀석이 반격해 올 여지를 주지 않고 놈의 눈을 맨주먹으로 그대로 가격했다 그런 다음 눈이
반쯤 멀게된 채 완전히 늘어진 녀석을 개집으로 데리고 가서 혼쭐을 낸 그 손으로 부풀어 오른 머리에 찜질을
해주는 등 치료를 해준 것은 바로 에밀리 자신이었다 
- 서머셋 모옴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




지식이 뛰어나거나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굴레를 가장 잘 지고 가는 자가 신의 가장
훌륭한 종이다      -밀턴-



오래 전의 나날은 바로 지금 세상의 유년기        -베이컨-




당신은 제게 이 세상 전부랍니다
따라서 온 세상이 여기서 저를 쳐다보고 있는데
어찌 제가 이 곳에 혼자 있다고 할 수 있겠어요?
-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2막 1장



옛 현자들은
"신은 깊은 슬픔과 불운한 나날을 만들고 그것이 인간들을 위한 이야기와 노래가 되고 그래서 모든 이야기가
없어지고 모든 슬픔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우리의 인생은 어느 날 햇볕에 따뜻하게 몸을 쪼이는 것에 불과하다고들 하지 않는가?



지난 해 런던 시장 선거에 '영국 일자리는 영국인에게' 라는 슬로건을 단 극우정당 영국국민당이 5퍼센트가
넘는 득표를 했다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묵은 인종주의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왕위를 지키기
위해 도끼를 날리는 것만큼이나 위험해 보인다



런던
270개국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고 아프리카와 인디아에 뿌리를 둔 사람이 25퍼센트
런더너의 30퍼센트에 달하는 250만 명의 사람들이 싱글
이혼율은 50퍼센트
런던 싱글 아가씨들은 인터넷 쇼핑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외식을 하고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것을 결혼보다
중요시한다
중심지 땅값은 평당 5천만원을 넘지 않을까?



런던의 공원은 분명히 좀 더 근원적인 뭔가가 있다
달콤한데 강렬하다
가까운데 멀다
너무나 풍부한데 너무나 겸손하다
그토롣 다양하면서도 모두 저마다의 진실성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알고자 하는 욕구 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흐르는 한 우리는 진정한 교양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저자야말로...교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