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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 Sunny 2011 한국

by librovely 2011. 5. 17.



과속 스캔들 감독
영화가 딴 건 몰라도 재미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잊을 수 없는 그 명장면이 떠올랐다...황귀동 어린이가 유치원집에서 초라한 행색으로 무릎하나 세우고 앉아계시던
그 장면...
그리고 음악이 두 종류가 겹치게 흐르면서 귀동 어린이와 차태현이 동시에 누군가에게 반하던 그 장면...
이 감독은 어찌보면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이야기라도 작은 부분을 재치있게 잘 표현해내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으나..그러나..이 영화가 흥행에 매우 성공하는 분위기가 느껴지자 이상하게도 별로 보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래서 사랑을 카피하다를 보려고 시도를 해 보았으나 하루 딱 한 편 하는 그 시간을 넘겨서 도착
해서 그냥 이 영화를 보기로...이것도 앞 2줄만 비어서 다른 극장으로 이동까지 해서 봤다...
그러나 그런 고생이 별로 후회스럽지는 않은 그런 영화였다...


딴 건 모르겠고 정말로 재미는 있다...
꽤 긴 시간이지만 시간이 휙 지나간다...물론 마지막에는 좀 지루했음...



나의 세대 이야기는 아니다...
나도 이미 옛날 사람이 되어가고 있지만...
롤라장...칠공주...이런 건 우리 때는 아니고 동행인의 말로는 자기 막내 이모 나이...그러니까
지금 40대 초중반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했다...그렇겠지? 아이가 고등학생이려면 그 또래의 나이지...



그러나 나도 이미 나이가 든건지 요즘 아이들 이야기보다 더 공감이 가고 그래서 좀 당황스러웠다...
교복 자율화(?) 시대인지 온갖 컬러풀한 옷들 그리고 벼슬 앞머리...
나오는 캐릭터는 뻔하다...카리스마 있으며 의리있고 약간 남자 분위기에 싸움 잘하는 짱님
뚱뚱한 소녀 하나...입만 살아있는 입으로 싸우는 마우스 파이터 하나...개인적으로 요 캐릭터가 가장
재밌게 느껴짐...그리고 주인공은 공부는 잘하나 어리숙한 시골에서 온 전학생...예쁘고 독서만 하며 차갑고
뭔가 슬픔이 있는 캐릭터 하나...미스코리아가 꿈인 철부지 하나...기분을 참지 못하고 막대기 휘두르는 문학소녀
아주 뻔하다~ 그래도 뭐...


하지만 이들의 나중 모습은 좀 그랬다...
짱님 여자는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살면서 사업을 거창하게 일궈냈고
주인공은 초부자 남자와 결혼해서 그야말로 주부로만 살고 있고
한 명은 졸부 분위기의 남자와 성형으로 고친 얼굴로 결혼해서 사는데 남자가 바람피고
한 명은 지독하게 가난하고 시부모까지 구박하고
한 명은 유흥업소 종사자로 딸과도 떨어져 살고
뚱뚱한 그녀는 보험설계사....
뭐 이리도 극단적인지...유치한긴 상당히 유치하다....
난 주변에서 저 일곱 캐릭터 중 한 명도 비슷하게 사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리고 좀 그렇게 느껴지던게...주인공이 여유롭게 살긴 하는데...그게 다 남자덕이라는 설정...
그리고 제 힘으로 잘 살게 된 짱님은 그러느라 가정도 이루지 못하고 외롭게 죽어간다는 설정...
얼굴 예쁜 여자는 망하자 유흥업소로 빠진다는 설정...
현실감이 있거나 보기 좋은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그게 뭐 어떠냐고...영화인데?
어떻긴...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감동은 없다는 것...공감은 안된다는 것...남는게 없다는 것이지...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초반부에 집안일을 해대며 가족 비위나 맞추며 하루 하루 보내는 유호정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
물론 지나치게 부유해서 그녀 스스로 집안일 하는 설정 자체가 이해가 안되었지만 하여튼 주부로 그러니까
엄마로 부인으로 살아가는 여자의 일상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지 혹은 사람으로 사는 느낌이 들지 않는
뭐 그런 느낌을 많이 느끼게 해서 잠시 골똘해지게 만들었다...


영화 중간에서도 내 인생에서는 나도 주인공인거잖아...나도 역사가 있는 사람인거잖아...라는 말을 할때도
좀 진지...그런 내용을 좀 더 잘 무게있게 다뤘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칠공주의 꿈꾸는 듯한 발랄함을
조금만 줄이고 이런 내용을 더 넣었더라면...


그리고 주인공의 오빠가 노동운동?을 하는 설정과 써니가 패싸움을 할 때 시위단과 경찰이 싸우는 장면이
같이 나오는 게...뭐라고 해야 하나...이런 내용을 넣기라도 했으니 좋은건가 하다가도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애매했다...영화 장면은 우에노 주리가 나왔던 스윙걸즈의 멧돼지 장면도
살짝 연상시키기도 하고...그러니까 그런 코믹 설정이 멧돼지 잡는 거랑은 좀 어울리는데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과는 좀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죽으면서 결국 친구들에게 물질적인 축복을 내려주시는 짱님의 유언이 좀 현실감도
떨어지고 뭔가 씁쓸...그건가...결국은 돈인가...모르겠다...뒷부분이 영 그랬다...돈도 중요하긴 한데...꼭
그렇게 이야기를....만화를 넘어선 말도 안되는 느낌은 차치하더라도...



그리고 또
아...칠공주가 뭔지 난 잘 모르지만...이거 너무 미화시킨거 아닌가요?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날라리?라고 불리는 분들이 계셨는데 나같이 힘없는 루저들에게 준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닌데...도시락 반찬도 맘대로 집어먹고 백원만 달라고 귀찮게 하고 몇 명이 똘똘 뭉친 그 힘을 믿고 맘대로
학교를 휘젓고 다니시던 그 분들...아마 칠공주도 그런 류가 아니었을까? 근데 이건 뭐 의리있고 아름다운 존재로
그려놓았으니...물론 이 영화를 40대 초중반 아줌마들을 대상으로 향수를 느끼시라고 만들었을테니 어렸을 때
철부지 짓을 해대며 남을 괴롭힌 내용을 넣어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런 내용이 좀 있어야...품행제로를 생각해보면 그게 정말이지 현실감있지 않나...캐릭터가.....)



게다가 나중에는 자녀를 괴롭히는 고딩을 응징하는 설정까지...이게 꿈이나 상상이겠지 하며 봤는데 그게 아니
었고...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그리고 우리 한 명에게 어떻게 하는 건 우리 전체에게 한거야 어쩌고 하면서 떼로 다니는 게 어찌나 꼴보기
싫던지.. 흉했다...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일단 우리 조직 중 하나를 건드렸다 이거지~ 모드....

 

 

 


그래도 어찌되었든 영화는 재밌다....ㅡㅡ;;
이 장면도 재밌음...이 이전에도 이런 장면이 있었다...음악다방? 그런 곳에서 헤드폰을 씌워주면...
소피마르소 주연의 모 영화 음악이....
이게 영화장면이지 아마도...


이것도 재밌고 당뇨~쪼까 있으요 라고 말하는 부분도 웃기고
마우스 파이터도 웃기고...

좋은게 좋은거다
웃긴게 좋은거다


하여튼 과속 스캔들과 같은 깨알 개그는 여전했다....
물론 음악도 아주 인상적...
나오면서 동행인과 그 옛날의 음악들이 너무 좋다는 말을 연신 해댔다....
초반부의 유호정의 그야말로 감각적인 인테리어 돋보이는 장면 또한 과속 스캔들의 차태현이 보여준 럭셔리한
싱글 라이프와 비슷...보기 좋았다...


이 감독의 특기는 음악 사용, 감각적인 화면...특히 요리장면과 약간은 생뚱맞은 청소장면....
그리고 깨알 개그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