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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약국

by librovely 2010.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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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사러 약국에 갔다
들어가자 마자 약사에게 *** 주세요 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사는 약을 줄 생각은 안하고 수첩 하나를 펴고는 볼펜을 잡는다
그러더니 자기가 설명을 해줄테니 잘 들어보라고 한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난 약국을 빨리 나가고 싶었고 어떤 약을 달라고도 정확히 밝혔는데
왜 안 주고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는지...
안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더러운(?) 표정이라서 사람들이 표정 관리 좀 하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이 표정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에 작정하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약사도 보통이 아니었다
내가 약 빨리 주세요...라고 다시 이름을 말했음에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더 적극적으로 말하기 시작



수첩에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그래프 정도는 나도 안다고...나도 중학교 나왔는데...그 호르몬이 뭔지도 당연히 알고....
그다지 전문적인 내용도 아닌 이야기를 진지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 약사가 날 멍청이로
생각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약사의 사람보는 정확한 눈에 감탄했다...그러나 여전히 짜증...



그렇게 누가 들어도 다 아는 호르몬을 언급하고 어디서 많이 본 그래프를 그려대며 설명을 하더니
내가 말한 그 약은 몸에 좋지도 않고 예방책이 될 수도 없다고 하였다...그러더니 다른 약을 꺼내서 보여줬다
그 약은 호르몬을 조절해주는 약으로 미리 먹을 경우 예방책이 될 수도 있다고 하였다....
약장사....그런 느낌이 들었다...왜 약장사는 말하지 않는가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디에도 좋고 아무 부작용
없고 애들은 가~ 애들은 가~ ㅡㅡ;;



어떻게 내가 달라고 한 그 유명한 약은 몸에 해롭고 별로 도움이 안되고 새로 나온 듣도보도 못한 이 약은
몸에도 무리가 없고 예방까지 되는걸까...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갔다...대부분의 약은 몸에 그리 좋지 않은걸로
아는데 내가 다시 물어봐도 그 약은 주기적으로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다고 하였다...난 약사의 말이 그다지
신빙성있게 들리지 않았고 다만 저 약을 납품하는 영업사원이 로비 참 잘했네...혹은 저 약이 이윤이 많이 남나?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본의 아니게 듣고 서 있었고...그렇게 듣고 나서도 원래 약을 달라고 말 하기가 민망하였다....
약사가 뭐가 되는가...그래서 그냥 그거 주세요~라고 말했다....사실 이렇게 말하면서 속으로 원래 약은 2000원
이면 되는데 아무래도 이 약은 4000-5000원 정도 할 거 같다는 예상을 했다...그래도 속는셈 치고 한 번 시험(?)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별 효과 없어도 내가 진작에 단호하게 말을 끊지 못하고 들은 죄려니 했다...
(그래놓고 집에 가서 내 돈.....내 돈 이천원....이라며 잠을 설쳤을지도...ㅡㅡ;)



그런데 약값은 의외로 같았다...값을 치르고 나오는데 약사의 표정이 너무 밝았다
고작 이 약 하나 팔고 그렇게 기쁠리가 없는데...정말 이 약이 몸에 해롭지 않아서 판매하고 보람을 느끼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약사를 약사로 보지 못하고 약장사로 보게 되었는지...
이게 비단 약사에게만 그런걸까? 의사건 변호사건....전자제품 AS 기사건 교사건...
모든 직업에는 그 직업 특유의 가치가 있는건데...누군가에게 기여한다는...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건 약해지고
다 장사~로만 여겨진다...장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그저 돈을 주고 받는 것이 핵심 목표가 된 느낌이라는 것
전문가가 소견을 말해줘도 항상 그 소견 자체보다는 나 속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고....



그 약사가 어떤 이유로 이 약을 그렇게 열심히 권한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약사하기도 쉽지 않겠다...
모든 직업이 그렇게 된 것 같다...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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