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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어떤 건축 - 최준석

by librovely 2011. 2. 15.




어떤 건축                                                                                       최준석          2010     바다출판사




도서관의 신간 코너를 훑어보다가 눈에 들어온 책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어떤 건축
뭔가 전문적인 것이 아니라 소소하게 읽기 즐거울 책 처럼 느껴졌다



책을 열어 보니 편집 상태도 읽기 아주 좋은 그런 책
읽기 좋다는 건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는데...
글자의 크기 글자 간격 글꼴 사진 삽입 정도 사진의 종류
내용만 좋으면 되지 부차적인 글꼴이나 줄간격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장된 비유를 하자면 모든 글의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줄줄이 연결해서 써 놓으면
읽기 상당히 곤란할 것이다...비슷한 이유로 적절한 편집상태는 같은 내용도 훨씬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해주기에...



건축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물론 어느 분야건 내가 잘 아는 분야는 없다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것
대학을 나왔다면 분명 전공이 있는거고 그럼 자기 전공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무언가를
갖고 있어야 마땅하지만 내 생각에 난 그런 걸 갖고 있지 못하다...워낙 겉핥기식...
그래서 사실 뭔가 한 분야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보지 못한 게 종종 아쉽게 느껴진다



건축에 대한 책은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을 읽었던 것이 생각나는데 그 책도 사실
건축 자체 보다는 건축에 인간의 심리적인 것을 투영시켜 설명한 그런 책이라서 건축
관련 책이라고 말하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건축에 대한 이야기는 여행 책에서 종종 봤다...여행가면 미술관과 더불어 여행지의 다양한
건축물을 보는 즐거움을 누려야 하니까...하지만 그냥 뭐가 유명하다 무엇 때문에 유명하다는
그런 식의 간단한 설명들이었고...그래도 그게 읽기 상당히 흥미로웠다...



케이블 방송에서 가끔 나오는 패션쇼를 보는 것도 여행 책자에서 소개한 유명한 건축물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임은 확실하다...난 그 두 가지가 미술관에서 미술작품을 보는 것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 즐거움...



이 책은 건축을 전공한 저자가 우리나라와 외국의 유명 건축물을 하나씩 주제로 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를 위해 쓴 책이므로 전혀 어렵지 않고 글이 참 재미있었다
글을 읽기 좋게 오목조목 잘 쓰는 것 같다...저자는 이 글을 어떤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고 말하는데 그녀는 그와 결혼한 여자를 말하는 것 같다...그렇구나...모든 창작의 원천은 역시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함...ㅡㅡ;; 그 조건에 충실한 상황에서 쓴 글이라서 그런지 참 흐뭇하게 읽을 수 있었다
비록 딴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쓴 글이지만 내가 재미있게 읽고 앉아 있었다...그것도 빌려서~
재미있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글솜씨도 좋고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고 감수성도 예민해서 글이 참 괜찮았다...
괜히 겉멋부리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이런 책 참 좋다...
바람직하다...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가 유명한 외국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강남 교보타워가 그렇게 생긴 건물인지 처음 인식했다...
걸어다니던 부분만 봐 오던 나에게는 건물 전체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이젠 좀 올려다보며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국보와 동일한 원류로 짐작되는 조선의 사발에 대해 무작위의 예술이니
꾸미지 않은 절대 미학이니 하는 찬사를 그치지 않는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평생을 바람둥이로 살았다
그의 지나친 여성 편력과 문란한 사생활에 대해 혹자는 정신병에 걸린 누이와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를 평생 돌보느라 미혼으로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작품 모델들과의 사이에서 남긴 사생아만 열네 명이었다
그의 여인 중 에밀리 플뢰게가 있다
그 유명한 작품 <키스>의 실제 모델로 가장 유력한 여인 중 한 명이다
특이한 건 클림트가 일생 여자를 만나는 족족 육체 관계를 맺었던 것과 달리 그녀와는 소울메이트
로만 지냈다는 점이다
클림트 스스로가 정신적 관계 이상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내 일은 내가 하고
당신 일은 당신이 하는 것
내가 당신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당신 또한 나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것
당신은 당신 나는 나
우연히 서로를 발견했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그렇지 못할 땐 어쩔 수 없는 일
-프리츠 펄츠 (정신분석학자)


르코르뷔지에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 라는 도발적인 개념으로 20세기 초 세계 건축의 흐름을 선도했다
(그와 어울리지 않을 듯한 프랑스의 롱샹성당...)


라이트는 유난히 여성 편력이 심했던 사람
한 때는 친구의 부인과 사랑에 빠져 사회적 매장을 당하기도 했는데
일흔을 바라보는 노인이 된 후 운명처럼 한 여자를 만났다
반 평생을 바람둥이로 살던 그가 죽을 때까지 흠모하던 여인 올기 반나
그녀와의 결혼은 라이트의 건축 역정에 있어 화려한 대미를 장식할 도화선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주택 중 하나인 낙수장을 필두로 세계 건축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역작들이
바로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그가 죽은 후 6개월 뒤에 완공되었다


당신의 그 집이 그 장소로부터 쉽게 확장될 수 있고 그곳의 자연이 근사하다면 그곳의 환경과
호흡을 같이 하도록 하게 하라 아니면 집이 마치 처음부터 그러한 기회를 가졌던 것처럼
그 장소에서 조용히 자리잡게 하라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유기적 건축>


미니멀 아트는 현실의 한 단면을 추상화한 독특한 창작물이 되는 것
생소함과 모호함 속에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자코메티의 인체조각
존재란 참 가벼운 거 아니겠어요?


아주 가끔은 주변의 이름 모를 건축에서 그림에서 영화에서
닮고 싶을 만큼 소박한 매력을 가진 존재를 만날 때가 있다
무의미한 가식과 과도한 욕망이 사라진 검소한 존재 하나가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다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자연 그 자체를 완성이라 보았습니다
자연을 해하거나 인공적으로 조작하는 것을 빈곤한 짓이라 여겨 온 것이
이 땅의 정서입니다 


보들레르의 산문집 <파리의 우울>
마르셀 그 때는 그랬어요 긴 여행이란 곧 거친 항해를 의미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보들레르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배를 바라보며 상상할 때가
그곳을 욕망할 때가 미래의 꿈을 꿀 때가 더 깊은 여행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그는 여행 자체보다는 배를 사랑했고 막 떠나려는 그 순간을 사랑했어요
(공항을 비행기를 사랑한 알랭 드 보통 선생이 생각나는 대목...)


나는 건물이 건물처럼 보이는 것에 반대한다
나는 그것이 특별한 오브제이기를 원한다
-프랭크 게리



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
거리를 걸어가던 웬 사내가 문득 뭔가를 회상하고자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발걸음을 늦춘다
반면 자신이 방금 겪은 어떤 끔찍한 일을 잊어버리고자 하는 자는
자신의 현재 위치로부터 어서 빨리 멀어지고 싶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 한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정도에 정비례한다
밀란 쿤데라 <느림>
(소개팅 후 멀어져가는 이성의 발걸음 속도를 보면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도 있겠구나...
난 다들 급한 일이 있는줄로만 알았지 뭐야....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