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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 오지은

by librovely 2019. 2. 18.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오지은                      2018                이봄

 

오지은의 책 익숙한 새벽 세시는 읽었는데 자세한 건 기억이 잘 안나지만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은 자주가서 기웃대는 블로그(나도 이런 블로그 몇 곳이 있고 글이 자주 안 올라오면 글 쓰라고

독촉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지만 그런 댓글을 써 본 적은 없...지만 쓸지도 모름 ㅋㅋㅋㅋㅋ)에 좋다고

쓰여 있길래 급 마음이 갔다 사실 그 글에 발췌되어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마음이 들었기에 그런데

도서관에서 만남 찾으려고 한 것도 아닌데 눈 앞에 떡 나타남...살짝 난감했던 건 책의 두께.....

너무 두꺼워도 부담스럽지만 너무 얇아도 아껴 읽어야 한다는 압박 ㅋㅋㅋㅋㅋ 남은 책장 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재밌는 책은 정말 그렇다...먹던 과자 줄어들면 슬픔이 오듯이...근데 이 책도 그랬다

 

지난 책과 달라진 가장 큰 점은 정제된 글...지난 번 책이 장황했단 소리가 아니라 지난 번에는 그냥 평범

했고 이번에는 군더더기 없이 자신의 생각을 깔끔하게 담백하게 썼다는 생각이...그리고 또 하나는

웃기다는 것 웃기다 재밌다 내용 자체도 나름의 날카로움이 있어서 좋은데 그걸 또 웃기게 씀

웃기는 건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류로 웃김 ㅋㅋㅋㅋ 대체로 본인이나 상황을 객관화시켜서

자조적으로 써내려간? 그리고 뭔가 나름 진지하게 설명하다가 분위기 전환되는 말을 해버리는 그런 식

어쩌면 편견일 수 있지만 살짝 남자가 쓴 글과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몇 몇 부분만 빼면 남자

가 쓴 책이라고 해도 무리없이 믿을 것 같은

 

하여튼 재미있게 읽었고 그 재미가 단순히 흥미롭다에 머문 게 아니라 웃기다까지 가서 더 좋았고

무엇보다도 이걸 읽어보니 유럽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이 책 처럼 기차여행을 가고픈

것은 아니고 그냥 유럽....안간지 벌써 3년은 된 유럽... 그 동네에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갈 수 있을까 오지은은 혼자 갔는데 그러니까 나도 혼자 잘 갈 수 있을거야 생각이 들다가도.....

오지은은 결혼도 했고 남편도 있고 한국에서 기다리는 강아지도 있잖아 ㅋㅋㅋ

나는 그냥 혼자고 여행도 혼자가는 셈인거고 뭔가 이건 뭔가가 다르다는 느낌이...ㅋㅋㅋㅋ

괜찮아 난 이미 혼자 여행 유경험자니까....근데 그래서 더 못가겠 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더럽게

외로웠던 베를린이 생각남 껄껄껄 아냐 그래도 괜찮아 외로워서 죽는 경우는 없어 그냥 괴로울 뿐

할 수 있 돠.....혼또뉘....ㅜㅜㅜㅜ

 

이 책의 제목

이런 나라고 즐겁고 싶다....

이런 나 라는건.... 오지은이 4년째 앓고 있다는 우울증.....

근데 나는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사람은 다들 저마다 우울한거다 우울함을 다 갖고 살아가는거다

그런데 그걸 드러내는 경우 우울증 진단을 받는거고 그냥 견뎌내며 삶의 일부로 당연하게 끌어안고

살아가는 경우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거고 ... 아닌가? 아 물론 안 우울한 사람도 있겠지......

그런 사람이 정말 있다면 음 상대하고 싶지 않음 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한 인간일 것임...ㅋㅋㅋㅋㅋ

인간은 우울한 게 디폴드임....이라고 정신승리하고싶....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이런 오지은이라도

즐거웠으면 좋겠고 이런 나도 즐겁고 싶다...그래서 나도 오지은처럼 유럽에 다시 가봐야겠다

조만간.....이라고 쓰고 몇 년 안에 라고 읽는다.....

 

오지은이 중간중간 그린 그림이 되게 귀엽다

나도 그림을 잘 그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사는 게 훨씬 재밌어졌을 것이다 라고 나도 믿지 않을 소리를 써본다

 

발췌는 안했는데 미친듯이 자라에서 쇼핑하고 우체국에 가서 한국으로 보내버린 것과

아울렛에서 쇼핑을 한 후 큰 샘소나이트 캐리어를 사서 그것들을 담아간 부분도 웃겼다

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재밌는 책이라고 다시 쓰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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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을 좋아한다

벽에 가까울수록 좋다

내 친구에게는 출구가 보이는 곳에 앉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이상한 부분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사람이지만 여행을 좋아한다 구석에 파묻혀 있는 걸 좋아하면서 또한 여행을 좋아하다니

인생 아이러니와의 계속되는 싸움이다

아름다운 것이 보고 싶다

가능하면 구석자리에 앉아서

 

아마 나는 여행 내내 구석을 찾아다니고 네모난 방 안에 누워 천장만 보고 싶어하고 혼자 울적하다는

이유로 맛있는 것도 먹지 않고 낯선 곳에서 긴장하고 불안해하다 좋은 순간을 놓치겠지만 알면서도

또 짐을 싸고 여행을 떠나니 괴이한 일이다

하지만 여행

그래도 여행

대체할 것이 없다

 

삶은 새로운 방식으로 복잡해지고 나는 계속 파도에 휩쓸리고 낯선 도시의 마법은 더이상 듣지 않는다

나이가 들며 알게 되는 것은 인생의 지혜가 아닌 스스로의 어쩔 수 없는 한심함이다

같은 문제와 같은 실수와 같은 좌절

더 나은 나 자신의 허상

이런 생각을 거듭하는 시간은 조금 쓸쓸하고 조금 홀가분하기도 하다

 

나의 소소한 불안은 증폭되었다 안 되겠다 싶어 옆자리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다

저는 비엔나에 가요 비엔나에 가보셨어요? 비엔나에는 정말 비엔나 커피가 있나요?

귀한 고독을 망치는 주접스러운 옆자리 여인의 역할을 맡아버렸다

 

자본주의의 친절에는 외려 진심이 있다

 

그녀는 아이를 아주 많이 낳았고 그들을 사랑했고 국민의 교육에도 열심이었다고 한다

성군이었지만 조금 느렸다 18세기 유럽은 한 시대가 소리 없이 자는 중이었다

영국에서는 산업 혁명이 일어났다 ........ 후에 독일 제국이 되어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궁전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

지금 위키디피아를 보고 알아가는 중이다

 

벨베데레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공립 박물관이다

물론 이 사실 또한 위키디피아가 말해주었다

 

맞은 편에 아름다운 여성이 앉았다 혼자 여행을 하는 여성들 사이엔 연대감이 있다

그녀는 안경을 단발 금발머리 위로 올리고 작은 수첩에 무언가를 빼곡하게 적다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눈이 사라지도록 주름 가득히 아름답게 웃었다 스카프 두터운 가디건 스키니진

까지 너무 완벽해서 반해버릴 지경이었다 결국 고백했다 너무 아름답게 웃으세요

 

하루 일과는 단순했다

동네가 평화로워 하루의 위기가 겨우 하마터면 염소 우유를 살 뻔했다 정도였다

 

밀라노 중앙역에 내려 지하철표를 사려는데 집시 여인이 다가와서 발매기 버튼을 대신 눌러주려고

했다 바로 이거구나 저러고 돈을 요구하는 것이겠지? 그러는 사이에 일행이 지갑을 가져가겠지?

나는 차갑게 필요없다고 말하고 혼자 티켓을 뽑았다 여인은 실망한 구석도 없이 뒤로 물러났다

휴 집시에게 당하지 않았다

빈틈없는 나에게 감탄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을 보니 그냥 친절을 베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약간의 잔돈이었을까 경계심 탓에 오버를 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

 

밀라노

길바닥에 꽃잎이 뿌려져 있어 올려다보니 꽃집의 데코레이션이었다

꽃잎을 길바닥에 장식으로 뿌리다니 동북아인은 감탄했다

(갑자기 예전에 같이 여행다니던 동행인이 우리 스스로를 동양거지로 표현했던 게 생각남 ㅋㅋ)

 

이 정도 아름다우면 혼자여도 충만하다

(부다페스트 야경을 보면서 나도 이런 비슷한 생각을 했었....)

 

자판기 앞에 서니 커다란 원두 통이 보였다 버튼을 누르면 그때부터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그런 에스프레소의 가격은 0.5유로 그렇구나 번호표도 전광판도 없어도 커피는 갓

갈아 만든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하는 것이다

초콜릿 라테 버튼을 눌렀다 잘 저어 먹으라고 플라스틱 막대가 같이 나왔다

아 이탈리아

음식을 향한 집념

 

뭐 두 시간짜리 영화에 인터미션이 있다고?

극장의 불이 다시 꺼졌고 화면은 하얀 채로 돌아오지 않았다 라디오처럼 음성만 나왔다

황급하게 불이 다시 켜졌고 옆자리 사람은 아아 탄식을 내뱉으며 신문을 착 펼쳤다

마치 이럴줄 알고 가져왔다는 느낌이다

동북아인인 나는 몹시 당황했다

 

2인용 방이 밤새 내것이다!

나는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다섯 번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었고 나 또한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내 자신에게도

허무하고 외로웠다

 

그림은 거기에 있었다 가짜처럼 거기에 있었다 어색했다

전화통화만 하던 사람을 실제로 만난 것 같았다 (고흐의 아몬드 나무 그림)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바로 알아주지 않았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이 사람은 어떻게 그림을 이렇게 그려냈을까

이 아름다운 그림이 평가받는 데 무슨 시대적 의미와 아이콘화가 필요했을까

왜 귀까지 잘라야 했을까 화가 났다

화가 나서 미술관을 마구 걸어다녔다 팔기 위해서 이 스타일 저 스타일을 시도해본

흔적들을 보았다 모든 그림이 슬펐다 그리고 모든 그림은 생의 찬란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는데도 눈에 비친 세상은 줄곧 아름답기만 했구나

 

엘리베이터에서는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키스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어 해요? 바캉스로 왔어요?

남자애가 멋지게 보이고 싶었는지 내게 말을 건다

못해. 그래 바캉스야

 

나에게는 병이 있다

별것 아닌 평범한 우울증이다

앓은 지 4년 정도 되었다

어쩌면 더 오래됐을지도 모른다

이 병을 앓으면 기쁨을 느끼는 감각이 퇴화되는 느낌이다

아무 음악도 듣지 않고 아무 글도 읽지 않고

아무 것에도 놀라지 않는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미신적인 믿음에 빠졌다

이 증상을 없애줄 성배가 세계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는 믿음

즐겁다 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특별한 존재를 만나고 싶었다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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