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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서울시립미술관 - 불멸의 화가 반고흐 전

by librovely 2007.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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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 불멸의 화가반고흐

 

 

가입한 유일한 카페 FEATURE에서 고흐전 정보를 얻었다.

http://cafe.naver.com/feature/497

 

 

 

유난히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왜 그럴까?

나는? 나는 뭐 특별히 좋아하는건 아니다..싫다는 것도 아니고...

사실 잘 모른다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모른다...

그래서 전시를 보러 가기 전에 관련된 책이라도 좀 보고 갈까 했는데...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 그럴 틈이 없었다...

 

 

동행인이 워낙 고흐를 좋아하기에...

난 사실 첫 날에 갈 생각은 없었다...전시기간이 짧은 것도 아니고...

널럴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있건만 동행인은 마음이 급하단다...

그래서 음... 당일날 아침에도 슬쩍 전화를 걸어 미루는 게 어떨까

말을 꺼내보려 했지만 밤새고 집에 들어왔음에도 바로 나오겠다는

비장함을 보이는 동행인에게 차마 다음에 보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뭔가 심난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는데...

역시나... 해맑은 M세대들이 꾸역꾸역 그 짧은 다리를 움직여가며

미술관으로 향하고들 계셨다... 뭔가 불길해 이거....

표를 끊고 들어가자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으으음....

많다...사람이 많다...게다가 애들이 많다...

 

 

일단 초상화가 걸려있는 곳은 피했다..그냥 건너뛰자....

이러고 피했는데도 어딜보나 애들이 많았고 그것도 단체관람객...

여기서 애들이라 함은 유치원 포함...아니 유치원이 더 많았다....

유치원에는 놀토라는 것이 없나? 그런건가?

 

 

하여튼 애들이 장악하여 바로 앞에서 보기는 힘들었다...

표를 끊는 장소부터 뛰어다녀서 눈에 익은 아이는 정이 들 지경...

그래...애들도 볼 수 있다...여기까지는 괜찮다...하지만...

난 정말 참기 힘들다..그 설명...제발 설명만은 참아주세요...

너무 가혹하십니다...

 

 

르네 마그리트전에서 아이에게 이게 뭐니? 우산이란다...

비올 때 쓰는 우산...요런 형식의 난감한 설명부터 시작해서...

어떤 장하신 어머님은 한단계 나름 업그레이드 된 설명을...

그러니까... 이 여자는 어떤 표정이니? 슬프니? 기쁘니?

이 여자는 몇살일까? 이런 류의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고...

불편한 심기로 귀를 틀어막고 싶다는 느낌으로 서 있던 나는

어느새 그 어머니의 질문에 나름 속으로 대답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ㅡㅡ;;

 

 

가장 인상적이었던 어머님은....유모차 어머님...ㅎㅎ

아이는 3살정도로 보였다..정말 아기였다...

이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는 엄마는 정말 열심히 설명을...

사진을 하나씩 아이에게 정면으로 보여주고 아이가 안보면

고개까지 손으로 휙 돌려서 억지로 보게 하고...그러면 아이는

슬쩍 보고는 멍하니 다른 곳을 보고 엄마는 막 설명을 하신다...

이건 고흐가 농사짓는 사람을 그린거야. 알았지? 그리고 이건...

 

 

아이는 엄마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난 아이에게 눈으로 말했다...

'아기야... 좀 괴롭지? 그래도 네가 참아...엄마는 다 너를 위해서

그러시는거잖아~ 너도 알지? 그냥 듣는척 해드려... ㅎㅎ'

아이는 나를 물끄러미 보던데 아마도 속으로 이런 말을 한게 아닐까?

'나보다 당신이 더 불쌍해 보여...그래 이 화창한 날에 고작 여자끼리

전시나 보러 오는거야? 괜찮아... 언젠가는 웃을 날이 오겠지...ㅎㅎ'

 

 

나 말고도 동행인... 아이들을 상당히 좋아하는 동행인도 애들의 폭격에

나름 심기가 불편해 보였고... 또 다른 사람들도 괴롭긴 마찬가지로

보였다...어떤 이뿌리~한 여자는 들리게 이런 말을 했다...

"애들이 뭘 안다고 보라고 데리고 온거야...."

음.... 방정환 선생이 격노하실지 모르지만...음.....

 

 

하여튼 전시장에 아이들이 들어오는건.... 그러니까...예절교육이

전시를 볼 만큼 안된 아이들이 들어오는 건...문제가 맞는 것 같다...

왜...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연주회에 가면 철저하게 조용히 시키지

않는가...손에 종이만 들고 있어도 내려 놓으라고 오바??하는데...

미술관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떠드는 문제는...물론 나도 가끔

그러지만... 이건 애들만 그런건 아니다...

 

 

연인들...

데이트 하는건 좋은데... 사람 많은 데서 손을 부여잡고 꼭 그렇게

히히덕거릴 필요가 있니? 손을 잡고 다니면 경로를 방해하게 된단다...

그리고 너희들의 달콤한 수다질이 타인에게는 완벽한 소음이 된다는 거...

그냥 전시를 볼 때는 잠시 혼자 다니면 안되겠니?

서로를 감상하고 싶다면 미술관을 좀 나가주시던가...ㅎㅎ

 

 

 

하여튼 해결방법은...

어린이 단체 관람객은 사전에 관람 교육을 잘 시키고

따로 날짜나 시간을 정해서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

평일 저녁에 가면 그렇게 조용하고 좋다던데....

이젠 나도 평일 저녁에 갈까 한다.... 이번 고흐 전시는 정말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보다는 시달린듯한 느낌이 든다...

동행인은 연신 나중에 다시 오겠다며 속상함을 달랬다...

 

 

본론으로 넘어가....

고흐의 그림은 이미 많이 보아온 것들....

그래도 항상 전시를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고흐의 그림을 이렇게

집중해서 보는 기회란 전시를 보러 오지 않으면 힘든 경험이라는 것...

 

 

사실 고흐의 그림이 잘 그렸다...그런 느낌은 강하게 오지 않았다...

난 그림 볼 줄 모르는 사람이니까...하지만...보는 내내 마음에는

정말 말로만 듣던 고흐의 인류애 그런 것이 느껴졌다....

그가 그린 그림은 대부분이 소시민의 삶...

소시민의 고단한 삶...열심히 일하고 그 소박한 결과물로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그들의 정직하고 성실하며 소박한 생활...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전에 전시되었던 그림처럼 화려한 대상...

그러니까 뭐 귀족이나 아니면 으리으리한 저택을 그린 그림과는

다른 뭐랄까? 진심...그런게 느껴지는 고흐의 그림들...

 

 

너무 풍족한 것... 그런 것도 즐거울 수 있겠지만...

뭔가 부족한 것... 그런 것은 더 감상적인 느낌이 든다....

옛날에 어릴 때 보았던 빨강머리 앤 만화에서...

앤은 옷이 고작 두벌로 등장한다...그것도 어깨가 부풀려지지 않은

소박한 색상의 옷... 그런 설정이 나에게는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왜 그렇지?

 

 

이런 류의 느낌은 또 얼마 전에 읽었던 유럽의 벼룩시장 스타일에

등장한 그 인테리어들과도 비슷한 느낌...따뜻하다...왜 그렇지?

화려한 대리석 바닥도 아름다울 수 있지만...

닳아서 반짝이는 마룻바닥도 아름다울 수 있다...게다가 따뜻해...

 

 

고흐는 씨를 뿌리는 농부나...탄광촌의 사람들을 즐겨 그렸다...

그리고 뭔가 투박해보이고 또 무뚝뚝해보이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감자를 먹고 있는 그 유명한 그림들...

서민들의 아무 꾸밈이나 가식이 없는 그 진짜 모습들...

그런 그림들이 나에게는 참 깊이 다가왔다....

고흐가 그들을 그리면서 마음에 모종의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뚝뚝함...

나는 그리 길지 않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초면에 과히 삭삭한 사람보다는 뭔가 뚱~하니 무뚝뚝한 사람이

오래두고 보면 더 괜찮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

어찌보면 이것도 편견일지 모른다...내가 삭삭하지 못한 사람이라서

이런 소리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하여튼 나는 정말 무심해서

무뚝뚝한 것 말고...그냥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는데 서투른 그런

사람이 더 정이 가는 것 같다...

 

 

고흐도 그랬던 것 같다...

서민들의 허영을 찾아볼 수 없는 그 표정...

그들의 미련해보일만큼 성실한 삶의 자세...

고흐는 나를 좋아했겠는걸...ㅎㅎ  이 시대의 소시민이 바로 나인데...

표정도 그 감자먹으시는 가족에 뒤지지 않을 만큼 뚱~할 자신이 있고...

 

 

고흐의 그림에 등장하는 다소 어색하니 소매나 바짓단이 짧은 낡은

옷에 낡아서 발목이 벌어진 구두를 신고 어정쩡한 포즈를 취하거나

묵묵하게 일을 하고 있는 모델들은 참 정이 간다...좋다....

거리감이 느껴지기 보다는 친숙하다....그래서 그런 그림을 보면

마음이 괜히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림들에는 유난히 노란색이 많다...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그 볏짚단도 노랑...머물던 집도 노랑~

전시는 안되어 있지만 즐겨그린 해바라기도 노랑....

인물화의 얼굴색도 노랑...

고흐 특유의 색상들과 척척 칠해진 유화의 터치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명한 유화보다는 연필로 종이에 그린스케치

들이 더 마음을 끌었다... 소박함이 빛나기에는 연필이 더 적당한걸까?

그림의 재료도 소박하게...

 

 

정신병을 앓았다거나..권총자살을 했다는 그의 개인사도 마음이 아프지만

가장 마음이 아픈 대목은 그가 살아있을 때 고작 한 작품만 팔렸다는 것...

고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던데...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그런 사실이 얼마나 화가 입장에서 상처가 되었을까?

 

 

권총자살에 대한 대목에서는....

자살에 대해...생각해보게 했는데...그렇다고 내가 자살을 생각하느냐...

그런게 아니고... 기독교 신자인 나는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그 말이

떠올랐다는 것...고흐는 정신병으로 고통을 당했고 어쩌면 그런 이유로

자살에 이른 것일지도 모르는데...그런 불쌍한 사람이 지옥까지 가야

한다면 너무 심히 불쌍한 게 아닐까...정말 신은 그를 지옥으로 보내셨을까?

마음이 약한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일까? 으으음....

 

 

신의 심오한 것은 인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답을 들려줬던 어떤 친구의 말로

이런 생각을 억지로 대강 정리하고는 미술관을 나섰다...

참, 어린이들은 처음 관에만 바글?거렸고 그 다음 관 부터는 별로 없었다...

아마도 그 어린 영혼들이 더이상 못보겠다고 반항들을 하신 모양이다..ㅎㅎ

안타까우면서도 음흉한 웃음이 흘러나오는 대목이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