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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07 - 수상작 회고전 4

by librovely 2007.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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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를 한다는 것은 어디서 봤는지 하여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달력에도 조그맣게 메모도

해 두었다... 그러나 요즘 정말 엄청나게 바쁘고... 또 딱히 이런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할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는데...

연락이 왔다.

 

 

예스24 사이트에 요즘 영화 예매하는 것이 생겼다는데...

거기에서지난 번에 당첨된 이벤트 확인하러 접속했다가 이 이벤트가

있길래 그냥 눌러서 응모했는데 또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표가

생겼다고 보러가자는 연락이 왔다...

 

 

자유로운 영혼인 나는... FREE 라면 가리지 않는다...ㅎㅎㅎ

심신이 지친 요즘이지만 게다가 내일까지 할 일이 있지만...

당연히 극장으로 향했다... 지난 주에 한 약속이지만... 막상 일이 많으니

발걸음이 다소 무거웠다... 영화보고 집에서 새벽까지 일하지 뭐...

 

 

중앙시네마...

한 번도 가본 일이 없는 그 영화관...

사이트에 들어가서 약도를 인쇄했는데... 약도의 설명에서는 을지로입구

혹은 을지로 3가에서 내려 지하도를 걷다보면 중앙시네마라는 안내가

보이고 그 때 지상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그래서 오키~ 하면서

자신있게 을지로 3가로 향했는데... 을지로 입구 방향의 지하도도

순조롭게 찾았다... 그리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는데...

 

 

걸어도 걸어도 중앙시네마 간판은 없었다...그래도 나오겠지 하면서

계속 걷다보니 여기가 어디인가...을지로 입구 지하철역에 도착...

지하철 1 정거장을 내리 걸은 것이다... 이거 뭔가 잘못되었구나를
느끼며 전화를 걸어보니 동행인이 그럴줄 알았단다... 간판이 없단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다가 지상으로 올라가려니 또 계단이 양편...

어딜까? 하다가 지도를 보고 대강 찍어서 올라가니 맛있는 냄새가 났다..

뭐지? 뭐였냐면... 무료 급식이었다... 허름한 옷차림의 아저씨들이

급식을 받아서 열심히 드시고 계셨고... 상당히 허기졌던 나는....

마음같아서는 그 줄에 동참하여 뭔가를 먹고 싶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중앙시네마를 찾아 고개를 휙휙...그러나 전혀 안 보여서 모 여성에게

물어봐 겨우 찾아냈다.... 아주 꼭 꼭 숨어있다....

동행인도 어딘지 몰라서 어떤 여자에게 물어보려고 말을 걸었는데...

둘이 동시에 "저 중앙시네마가..."라고 했다는 것...

그러자 가운데를 지나가던 남자가 저 쪽이예요~를 날리며 가셨다는 것..ㅎㅎ

중앙 시네마...너무 튕기는 거 아냐? 너무 비싸게 구는거 아닙니까???

 

 

원래 판문점 의문사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기로 했는데...

다시 동행인과 단편 3개가  무난하지 않겠냐는 결론으로 회고전 4 를 

보기로 하고 표를 끊었는데... 사실 예매가 안된다기에 속으로 매우

걱정을 했었다... 매진일까봐...근데 동행인의 말로는 좌석이 140

혹은 150석이 비었다고 한다...정말 무슨 영화제를 한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사람이 별로 없이 한산했다... 나야 여유롭고 좋지만...

 

 

표를 끊고 식사를 하러 근처를 보니 파리바게트만 보이고 허름한

분식집만 보여서 골목에 들어가보니 더 우울한 분위기....

우리 너무 우울해진다...이러면서 골목을 들어가다가 다시 나와서

떡볶이랑 김밥 따위를 먹었다... 그리고는 나오면서 단 거 먹고싶다...

그래서 극장안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하다가 극장에 앉아계신

모 남자분의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할리스 커퓌를 보았다...근처에

할리스 있나봐...ㅎㅎㅎ

 

 

무슨 시골에서 체인점을 발견한듯한 환한 웃음으로 동행인과 할리스

찾아나서기를 했는데...파리바게트를 넘어가자 할리스가 보였다....

동행인에게 통신사를 물어보니 KTF 카드가 있단다....아 그리운 KTF...

더 신이나서 할리스 입구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둘 다 순간 얼어버렸다...

왜?

 

 

여기가 어디냐....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지 않니?

그러게...

그리고는 동시에 뭐냐...여기 명동이잖아...바로 붙어있잖아....

먹을 곳이 지천인데... 왜 그 암울한 곳을 헤매고 다녔단 말인가...

 

 

할리스 바로 앞은 명동성당이었다....

명동은 종종 가지만 명동성당은 정작 가본 일이 없어서 이렇게

붙어있는 줄은 몰랐다... 하여튼 그 황당함이란...

 

 

할리스에서 아메리카노 2잔을 주문하고 카드를 내니 5000원 조금 넘는

금액이 찍힌다...서명을 하기 전에 동행인의 옆구리를 찔러서 금액이

나온 것을 가리켰다...그리고는 

 "정말 아름다운 숫자 아니니... 커피 2잔 가격이 이렇다니..."

수학자들이 느끼는 수의 아름다움을 나는 이렇게 체험하였다..ㅡㅡ;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마시니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

나 단거 먹고싶었던건데...안되겠다... 시럽을 넣었다....

그리고 다시 마시는데 안 달다... 그래서 또 시럽을 넣고는 마시니

또 안달다... 동행인이 옆에서 심난하게 바라보더니

"야... 저어봐..."

맞다... 가라앉았구나...갑자기 예전에 시럽을 넣어도 안 달다가

거의 다 마실 즈음 설탕시럽 덩어리를 마셔서 너무 달아 헛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던 경험이 떠올랐다... 거의 바보....에 가까운...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니...나는 천재에 가까워진거다....

라고 좋게 좋게 생각~~인생 뭐 있어...

 

 

할리스...

우리나라 커피 체인점이라 좋고 가격이 조금 저렴해서 더 좋다...

벽돌 인테리어도 좋고... 명동성당 바로 앞의 이 할리스는....

음악이 벌써 크리스마스 음악이다...

Let It Snow가 흘러나오고 있었다...그러자 자연스레 크리스마스에

대한 대화가...아니 저주가??

 

 

동행인은 뇌까린다...

크리스마스에 날씨가 나빠야 하는데...

그래서 나는 ...

눈이나 와라...아니 비가와야 하는구나...

그래, 비가 와야지... 눈이 오면 그건 더 나쁘다...

맞아... 비나 추적 추적 와라...

우린 도대체 왜 이런 대화를 나눠야 하는거지?

그러게 말이다...왜 이래야만 하는가...ㅍㅎ

너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뭐하니?

나? 당연히~ 할 일 없지 뭐... 큰일이야...잠이나 하루종일 잘까?

나도 그래... 뭐하지... 그날도 문제고 25일도 문제고 31일도 문제야..

그렇구나...그럼 24일에 아... 출근하는구나...

퇴근할 때 그냥 집에 가면 우울할 거 같은데..영화나 볼래?

응, 그러자...

그래...우리 영화보자...미리 예매 일찍 해야겠다.....

근데 그 날 돌아다녀도 괜찮을까?

어...생각보다 연인의 압박 강하지 않아... 가족 단위도 많으니까..

그럼 25일은 어쩌지?

난 아침에 교회만 잠깐 다녀오고 할 일 없어...

그럼 우리 25일에도 만날까? 24일에 만나고 집에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너는 교회에 다녀온 후 다시 만날까? ㅍㅎㅎㅎ

그건 그래...집에 있으면 무지 우울할거야...근데 네 친구 **는 그 날 뭐한다니?

그 친구? 남자 생겼잖아...  완전 그 남자 중심이야....

글쎄 여행도 남친있는나라로 가자고 그런다니까...

저런...그런 친구는 처절하게 응징해야해...배신이야...ㅎㅎㅎ

 

 

친구가 영화를 보여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 나는 거금 600원을 써서

초컬릿을 샀다. 카운터에 있어서 뭐냐고 물어보니 초컬릿이란다...

% 가 카카오 %인 모양...

먹어보더니 친구가 달다고 한다...정말 생각보다 달다....

친구는 자신은 90% 이상은 도저히 못먹겠다고 한다....

난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했다...

그러자 뭐가 괜찮냐고...쓰지 않냐고...

난 그냥 흙맛이던데...좋던데~

그러자 친구가 넌 근데 어떻게 흙 맛을 알아? 먹어보기라도 한거야?

그러게...내가 어릴 때 흙이나 주워먹고 그랬던가? 어떻게 흙맛을 알지?

근데 흙맛이 뭐지?

 

 

 

영화는 상당히 좋았다...너무나 만족스러웠다...정말 정말~~

나나 친구나 그다지 예술적인 종류의 사람은 아닌데...나만 아닌가?

하여튼... 이런 영화를 즐기던 사람들도 아니고...다만 피디 수첩 그런거

일단 보면 즐겁게 보는 것이 비슷할 뿐...

그렇다면 이 영화가 피디 수첩 분위기냐? 절대 아니다...

더 가볍고 재밌으면서도 마냥 가볍지 않고 전달하는 내용은 의미심장...

딱 좋아...그 말 밖에 안 나온다...

 

 

회고전을 고른 이유는 일단 검증된 것이니 괜찮으리라는 생각...

역시...

그리고 옛날에는 독립영화라는 것을 보면 좀 지루하고 우중충했는데...

요즘은 변한건지... 아니면 내가 나이를 먹어서 잘 받아들이는건지...

후자는 아닌 것 같다...정신연령을 미루어 짐작해보건데...그럴리는 없다...

 

 

애니메이션인  남자다운 수다...

단편 영화인 빵과 우유

다큐멘터리인 그리고 그 후...

영화관에 들어가니 대부분의 좌석이 비어 있고 20-30명 남짓 관객이

있었다... 영화 시작 전에 관계자의 설명이 있었는데 우리보고 영화를

정말 잘 골랐다고 했다...(그 말은 전적으로 사실이었다...)

마지막 작품 그리고 그 후는 요새 개봉한 세븐데이즈 감독의 작품이란다.

 

 

남자다운 수다는...아버지가 없이 자란 28살 청년의 남자다움에 대한

푸념들... 아버지가 없어서 자신은 남자다움을 잘 모른다...그 것에

상당한 컴플렉스를 갖고 있으며 그런 열등감 때문에...그 청년은...

억지로 술도 많이 마시려고 하며 담배도 풀풀 피워대고 툭하면

말끝마다 남자는 말야...남자라면 이래야지..라고 이야기 한다...

동네 할머니를 아주 싫어하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그 기억은 왜곡된 기억이다...컴플렉스에 의해 뒤틀린

기억으로 그 할머니를 원망하는 청년...그가 하는 행동은 너무나도

유아적이다...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은? 기억의 왜곡...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는...남자들도 나름 고충이 있겠구나....

여성 차별이 훨씬 만연하지만... 남자들도 듣고 사는 그 말....

남자가 말이지...

남자가 그러면 되니?

너도 남자냐?

사실 이런 말뿐 아니라...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강요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노처녀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항상 요런 류밖에 없는가 하는 한심함이 느껴지지만...그래도

말하자면...남녀가 만날 때 사실 여자의 조건 보다는 남자의 조건이

좀 나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연봉도 좀 세야 하고 학벌도 좀

좋아야 하고 키도 좀 커야하고...기타 등등...역차별? ㅎㅎㅎ

솔직히 이런 역차별은 난 참 반갑게 느껴진다...ㅡㅡ;;

 

 

두 번째 영화 빵과 우유는 가장 웃겼다...재밌어....

해직 통보를 받은 가장은 죽거나 다치기를 시도한다... 보험료라도

받아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선로보수 노동자인 그는 기차에 치여

다치거나 죽기로 결심하고 받아온 빵과 우유를 내던지고 선로에

드러눕는다... 그러나 기차가 오는 순간 그는 헐레벌떡 일어나 볼일을

보러 간다....그리고 다시 죽으러 막 뛰어가지만 이미 기차는 지나갔다.

다시 눕는다...근데 큰 바위가 굴러서 선로를 막는다...그는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다가 못찾고는 비상전화로 뛰어가나 전화는 고장이고...

결국 급하게 자신의 선로보수 도구를 이용하여 그야말로 난리를 치며

바위를 깨서 치워 열차사고를 막는다...그리고는 기진맥진한다....

자신은 죽으려고 했다가 사고가 날 것 같자 미친듯이 목숨걸고 막는

그 노동자의 모습에서 제대로 인간미를 느꼈다...안타깝기도 하고...

어찌보면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데 너무나 유머러스하게 잘 만들었다...

 

 

세 번째 영화는 정말 기구한 내용이다.

6.25 전쟁에 자식 4을 잃고 나중에 나타난 남편에게 이미 더럽혀?진

몸이라 함께하길 거절하고는 미국인을 따라 미국으로 간 한 여자의

비참한 인생... 그 미군은 아주 인간 말종... 학대는 물론 바람도 피고

게다가 더 심각한 짓을 딸에게 저지른다...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들

2명과 딸 하나도 엉망이다...문제가 확실히 있어 보인다....

할머니는 그들을 고추를 재배하여 어렵게 부양한다...

신발...그 운동화와 할머니의 굳은살 베긴 손을 잊을 수 없다....

전시에 잃은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얼굴을 가리고 우는 모습은...정말...

이 할머니 상당히 성격도 좋고 지혜로운 사람인 것 같은데....

너무 안타까웠다...나름 유머러스하기도 하고...인정도 많고....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나오는 ... 그러니까 상당히 오래 찍은 영화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정말 할머니가 모든 것을 다 털어놓게

되는 것 같다...어찌보면 개인의 인생을 흥미거리로 만든게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들지 모르지만...할머니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어쩌면

그 맺힌 것들이 조금은 풀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 후속편격인 영화도 찍었다고 하는데...정말 보고 싶다....

할머니의 한국어 섞인 영어도 너무 웃겼다...재밌는 할머니다...

 

 

독립영화....

볼 만 하다...

웬만한 대중영화보다 어찌보면 더 대중적이다.....

그만큼 흥미롭다...

전혀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내가 영화를 운좋게 잘 고른걸지도 모르지만....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