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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우리문화 박물지 - 이어령

by librovely 2008.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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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박물지                                      이어령            2007'     디자인하우스

 

 

 

 

책의 모양새가 디지로그와 매우 유사한 느낌이 든다.

내용도 짤막짤막하게 나뉜 것이 디지로그와 비슷한 형식...

 

 

이어령...

서울대를 나온 문학박사이며 이대 교수 그리고 문화부장관...

상당히 유명하신 분이다...

이대교수...왜 하필 이대 교수? ㅎㅎ

나의 사고는 참 저렴하다...ㅡㅡ;;

 

 

디지로그 내용은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 버리고...

생각나는 것은 글이 노학자의 글로 느껴지지 않았다 정도...

늙으면 글도 늙은 티가 나느냐....음...생각이 곧 글이니까....

좀 그렇지 않겠느냐가 나의 생각인데...역시 이어령처럼

끊임없는 배움이 있다면 생각도 최첨단을 걸을 수 있는게 아닐지..

 

 

나는?

신체나이는 40대 느낌...고지식함으로 치자면 50대?

다만 젊은 것은 흔히 말하는 정신연령...??

지혜롭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하는 쉬 여기저기 휘둘리는...

 

 

이 책은 빤딱빤딱 질 좋은 종이로 만들어졌으며 글이 짧게

나뉘어져 있어서 정말 부담이 없다. 게다가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그림 혹은 사진까지...

 

 

내용은?

항상 이어령 책을 읽으면 드는 생각이 교과서같다....

중학교 2-3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올만한 글이다....

수준이 낮다는 차원이 아니라...정통한 학자의 공통된 특징인

같은 내용도 쉽게 쓰여있다는 이야기...

사실 이 책은 내용 자체도 어려운 내용은 아니긴 하지만...

 

 

문학박사의 글이라서 그런지 참 간결명료 글이 깔끔하다....

하나씩 쏙 쏙 가볍게 집어먹는 일본 과자나 초밥의 느낌이...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이어령이 듣는다면 싫어할 말이지만...

 

 

이어령은 한국의 문화에 상당히 애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는 아니고 그는 한국인의 고유 물건들을

통하여 한국인의 심리를 이야기한다. 한국인의 정...

소박한 배려심...여유로움...그리고 한국 특유의 멋...

정감어린 눈빛으로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보일듯 하다...

 

 

물론...중간까지는 정말 그렇구나...진짜...그런 의미로 볼 수도

있겠어...라며 공감을 했는데...뒤로 갈수록 글 자체가 그런건지

아니면 너무 좋다는 글만 읽다보니 반발심이 생긴건지....

속으로 갖다붙이기는...이라는 중얼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사실 대상을 다르지만 재탕하는 느낌이 드는 글도 있는 것 같고...

(재탕 느낌은.. 병풍과 돗자리? 바지와 치마...뭐 이런 것...)

문학박사의 글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 내 자신이 가소롭다.ㅎㅎ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라는데...

재미있고 괜찮은 책이다.

요즘 처럼 한국인은 이게 문제다~ 라는 말이 흔해진 세상에서

이런 책을 읽어서 부정적인 생각을 좀 상쇄시킬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왜 교과서에 실릴 글이라는 느낌이 들었나 했더니...

글의 간결하고 잘 다져진 이유 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에 이유가 있었구나...

 

 

이 책은 외국인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이런 책이 좀 번역되어서 외국인에게 읽혔으면 한다...ㅎㅎㅎㅎ

 

 

 

 

프롤로그

한국인들이 사용해온 물건들 하나 하나에는 한국인의 마음을 그려낸

별자리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것들은 서명되어 있지 않은 디자인이며

조각이며 책이다.

 

 

어느 건축가는 그 나라의 지붕과 모자는 서로 닮은 데가 있다고 주장한다

 

 

빳빳하고 곧은 질감, 그러면서도 강철과 달리 가볍고 부드러움을

간작하고 있는 재료

비단처럼 섬세하면서 물들일 수 없는 그 엄격한 검은 빛이 바로

유교정신을 텍스트화 한다.

 

 

계란꾸러미

일본의 계란꾸러미도 짚을 사용했지만 완전히 다 싸버린 반면

한국인들은 반만 싸고 반은 그대로 두어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다 감싸버리면 그것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 물건인지

보이지가 않는다. 즉 달걀의 정보성, 언어성이 사라지고 만다.

 

 

고봉

형태없는 물을 떠도 고봉으로 담듯이 철철 넘쳐날 때까지 채워야

비로소 안심하는 민족이다.

 

 

낫이나 호미의 아름다움은 밖으로 내밀어도 그 경고의 칼날이

언제나 자기를 향해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한국인은 두 배의 수확을 위해서 두 배로 정성을 쏟았다.

(서양처럼 경작하는 땅을 넓히는게 아니라...)

 

 

미륵

미륵은 서 있는 보살도 아니요 앉아 있는 부처도 아니다

 

 

바지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서양의 양복바지만큼 우스운 것도 없다

원래 사람의 허리는 재는 것이 아니다.

인체의 허리는 밥 먹었을 때 다르고 굶었을 때 다르다.

생명체를 어떻게 자로 잴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 바지의 허리춤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것으로 누가 입어도

되도록 융통성을 부여했다

 

 

한국인 말고 사람이 사는 지붕을 밭처럼 작물을 심어 먹는

생산 공간으로 이용한 사람들을 나는 아직 모른다.

 

 

한국인의 식칼이 그렇게 투박하고 무거운 것은 칼날보다는

무게 힘으로 자르려 했기 때문이다.

장도칼도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될 수 없다.

 

 

팔각정

정자의 가치는 그 건축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서 있는

터에 있다. 에콜로지로서의 건축인 것이다.

일본인들은 자연을 자기 뜰안에 끌어들여 정원예술을 만들었지만

한국인은 직접 밖으로 나가 자연 그 자체를 예술로 만드는 팔각정의

풍경미학을 만들어냈다.

 

 

에필로그

우리문화의 상징과 그 속뜻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이 책을

우리 문화에 대한 진지한 탐색기이자 재미있는 문화 유전자 지도로

읽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