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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바보상자의 역습 - 스티븐 존슨

by librovely 2008. 6. 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보상자의 역습                                            스티븐 존슨        2006'          비즈앤비즈

 

 

 

바보상자...

바로 생각나는 것은 TV...

이것에 대해 큰 의심을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작은 의구심이 들었던 적은 가끔 아주 가아~끔 있긴 했다.

다만 살짝 생각하다가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버리곤 했었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바보상자는 TV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TV가 주된 대상이고 거기에 인터넷이나 게임 문화 그리고 영화까지

그 대상으로 삼는다.

 

 

 

이 책은 작년에 어디선가 추천 도서 목록에서 보고는 머리에 담아두었는데

몇 번 빌릴까 하다가 괜히 제목에서 느껴지는 뭔가 지루하고 어려울거라는

선입견...그래서 조용히 지워버렸는데...

 

 

 

책의 제목이 바보상자의 역습이니까...

우리가 재밌게 보고 정보를 얻기도 하던 우리의 도구 TV가

이제는 바보상자가 되어 대중을 우매하게 만들어버리는 역습을

하고 있다는 어찌보면 뻔하지만 그래도 그 내용을 아주 논리적으로

잘 정제하여 들려주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백분토론을 보다보니 이젠 진중권이 사용한 어휘까지 내 머리에

쏙 들어온 모양...정제...정제...ㅎㅎ)

 

 

 

그러나 읽어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물론 책 제목 아래의 TV 그림에도 그 내용이 암시되어 있는데...

난 표지도 제대로 안 본 거구나...

그래서 어땠느냐...? 어떻긴 아주 좋았지~~~

색다른 안목... 한 방향만 봐서 경직되고 녹슨 내 목을 반대쪽으로

억지로 ㅎㅎ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면서 돌려주었다고 해야할까?

 

 

 

스티븐 존슨이 말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TV를 봐서 멍청해진다는 것은 잘못된 말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게임만 해서 두뇌 발달을 지연시킨다는 것도....

인터넷의 빈약한 문자문화로 인해 사고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모두 지나친 과장이며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를 보인다는 것...

 

 

 

저자는 TV 프로그램 중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먼저 예로 든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보는 동안 아주 복잡한 인간관계에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활발한

두뇌활동이 벌어지게 한다는 것...

 

 

 

이 부분을 읽고는 목에 힘이 살짝~~

(게임이야기에서 금방 힘이 다시 빠질 수밖에 없긴 했지만..)

왜냐면 난 몇 년 전 리얼리티 프로그램 폐인 수준이었기에...

케이블을 통해 처음 만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템테이션 아일랜드...

거의 결혼을 약속한 4쌍의 멋진 커플들을 두 섬에 성별로 갈라 놓고는

그 곳에 직업도 좋고 외모도 출중한 다양한 분야의 싱글 십여명을

함께 지내도록 한다. 그러고는 4쌍의 커플이 깨지는 지 지켜보는 것...

밤늦게 방영하여 잠도 안자고 아주 흥미롭게 지켜본 기억이...

 

 

 

그 다음으로는 조건 퍼펙트한 남자 한 명에 여자 20여명을 한꺼번에

투입?시킨 후 하나씩 탈락시켜 남는 여자와 사귀게 되는 베첼러라는

프로그램... 그 다음에는 베첼러와 유사한데 거기에 돈을 개입시킨

러브&머니라는 프로그램...(최종 선택된 여자는 남자와 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는 조건이 덧붙여짐)

 

 

그리고는 연애짓거리?에 살짝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할 즈음....

나타난 헤어스탈 특이한 트럼프님이 진행한 어프렌티스...

일 잘하는 것들은 외모관리도 퍼펙트하구나..하는 요상한 배움..

그리고 그 유명한 타이라 은행들의 '미국다음마델'

 

 

이뿐만 아니라...이것도 리얼리티 쇼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제리 스프링거쇼라는 아주 내용이 삼류??인 프로그램도

얼마간은 열심히 봤다. 어디 가서는 봤다고 차마 입에 올리지 못했지만..

그 쇼는 어찌보면 남들 싸움 구경하며 즐기는? 그런.....

게다가 싸움의 이유도 아주 삼류...사류? 오류~ 십류적.....ㅡㅡ;

그러나 뭐 그 내용이 아주 지독하게 본능에 충실한 내용이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도 그런 면들이 있었기에 나름 감정이입도

해가며 슈렉2 프로그램을 본 거겠지....

 

 

외국 리얼리티에서 시작하여 독서를 취미로 삼은 후로 그나마 한풀 꺾인

지금도 드라마는 안 봐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꾸준히 보고 있다.

요즘은 한국방송에서도 많이 만들고 있지...흐름이 이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초창기 리얼리티쇼는 지오디의 아기 키우기였나? 뭐가 처음이지?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하여튼 리얼리티 쇼를 보면서 사람들은

복잡미묘한 인간관계의 맥을 파악하고 안 보여준 부분도 스스로

생성해나가는 활발한 그리고 어찌보면 고차원적인(인간심리만큼

고차원적인게 뭐 있을까나...물론 어느 인간의 심리냐가 관건이겠지만)

두뇌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드라마....

예전에는 드라마의 등장인물 수도 적었고 사건도 간단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등장인물과 사건이 수도 많고 복잡해져서 보는 내내

이 또한 활발한 두뇌활동을 요구하며 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또...게임....

게임의 복잡성이란 그리고 할때마다 새로워지는 그 수많은 상황들...

이건... 대한민국 공식게임 스타크래프트만 봐도 말 다했지....

게임 플레이를 놓고 평까지 하고 있으니까....

각종 전략서 분석서....사실 나도 스타크래프트를 해보려고 좀 시도는

해 보았다...하지만 그 복잡한 방법들...

 

 

이를테면 뭐를 만들려면 뭐를먼저 개발시켜야 가능하고

유닛들의 전투력도 제각각 다르고자원을 캐면서 동시에

건물을 세우고 그 안에서 개발하면서  유닛도 뽑아가며

동시에 정찰 나가고 가서 싸우고...그 와중에 내 영역에 적이 오면

거기서도 싸워야 하고...그러면서 또 새로운 곳에 멀티를....어쩌고저쩌고~

좀 배워서 배틀넷에 접속하여 완패를 몇 번인가 한 후 상처입은

자존심을 바보수준이라는 컴퓨터와 상대하여 회복한 후....ㅎㅎ

문득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려워서 도저히 못해먹겠군...ㅡㅡ;; 이라는 푸념과 함께 포기...

 

 

 

툭하면 초딩 초딩 했는데...

나는 초딩들도 능숙하게 하는 게임을 못 배웠다...

배운다...그렇다...게임도 배워야할 수 있고 나처럼 학습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스티븐 존슨이 책에서 주장하듯이 정말 게임은 고도의 두뇌활동을

요구한다. 오죽하면 나같은 부진아까지 만들어내겠는가...ㅎㅎ

(오죽하면은 아닌가...당연한건가?ㅡㅡ;)

 

 

 

스티븐 존슨은 TV, 인터넷,게임 등에 의해 오히려 아이큐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중문화에 많이 노출되는 요즘이지만 우려와 다르게

사람들의 지능이 높아졌다고 한다. 아이큐 자체야 검사 방식상 기준을

100으로 잡아서변화가 없다고 느껴지지만  같은 결과를 놓고 볼 때

과거로 옮겨 놓으면 훨씬 높은 지능지수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TV, 인터넷,게임 등의 내용을 문제시하고 그 내용에 

초점을 두고 판단을 하지만 스티븐 존슨은 내용 말고 그것들을

접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두뇌활동 자체를 강조한다.

물론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그것들로 인해 실제로 범죄가 늘어나는 상관관계는 아주 미약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바보상자가 널리 퍼진 후 범죄율이 낮아졌다고 하는데

음...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마냥 고개가 끄덕여 지지는 않았다.

 

 

 

범죄율을 놓고 보기 보다는...

폭력적 성향을 측정해야 할 듯...폭력성과 극단적인 범죄율은 좀 다르지

않겠느냐는...아마도 사람들이 상식이라고 여기던 것과 반대의 소리를

내려다보니 좀 과장되거나 과잉축소된 부분이 가끔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책의 중반부에서 너무 같은 내용을 질질 끄는 느낌이 들어서

살짝 괴롭기도 하였다. 

 

 

 

그래도 괜찮은 책이다.

다만 이 사람 말에 너무 쏙 넘어가면 안될듯 하다...ㅎㅎㅎ

어느정도 맞는 말이지만...아무래도 좀 과장된 면이....??

너무 두뇌활동이 활발한가 안한가에만 초점을 두고 내용을 간과?

(사람들이 너무 내용만 염두에 두고 그 과정에서의 두뇌활동을

간과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물론 저자도 책읽기의 필요성 내지는 바보상자 맹신의 위험성도

살짝 말하고 지나가긴 한다.

 

 

 

책 속에서 건진 읽어보고 싶은 책 - 닐 포스토만 '죽도록 즐기기'

 

 

 

 

저급 대중오락을 대표하는 비디오 게임과 TV드라마 유치한 시트콤이

알고보니 영양가 있더라 라는 슬리퍼 커브

 

 

대중문화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중문화는 갈수록 지적으로 변하고 있다.

 

 

어떤 메시지를 보내느냐가 대중 매체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메시지만큼 중요한 것은 그 문화적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사고과정을 겪느냐는 것이다.

 

 

비디오 게임이 먼저 발명되고 책이 나중에 발명되었다면?

(이 내용과 관련하여 저자가 가상으로 쓴 시나리오?는 아주 재밌는데

길어서 못 베낀다.... 30-31 페이지)

 

 

게임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중 기사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바로 게임이 잔인할 정도로, 가끔은 미치도록 어렵다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우리 일상보다 더 크고 더 생생하고 더 명확하게

정의된 보상으로 가득 찬 가상세계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게임의 규칙을 해석하는

능력이지 컨트롤러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다.

 

 

탐색과 집어넣기는 현대 문화의 또 다른 성향을 반영한다.

적극적인 사고와 분석을 촉진하는 문화, 주위환경을 이해하기 위한

두뇌 노동을 강요하는 문화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기는 드라마의 기법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얽혀 줄거리를 만들고 중요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감춰진다. 그 유머는 볼 때마다 새롭다.

 

 

리얼리티 쇼의 즐거움은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는 게임의 법칙을 보는 것

매 회 변하는 규칙에 적응하고 동시에 최적의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리얼리티 쇼가 가져오는 지적 유희는 백만분의 1초 단위의 인지활동이다.

의미심장하게 흘끗 바라보는 눈빛..인간의 표정이라는 비언어적 소통수단

과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가 지금까지 이뤄낸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얼굴표정을 분석하게 된 것이다.(이것을 리얼리티쇼가 우리 두뇌를 발달

시켰다는 증거로 삼는다면...뭐 일상생활은 이런 과정의 연속인데...으으음..)

 

 

비디오 게임이든 리얼리티 쇼든 중요한 것은 게임의 내용이 아니다.

게임의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워가는 즐거움이다.

 

 

영화는 두 시간여에 불과한 상영시간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내가 드라마는 못보면서 영화는 잘 본 이유가 멍청해서였던건가봐..ㅡㅡ;)

TV드라마들은 여러 시즌으로 제작되고 한 시즌당 12회 정도 방영된다.

비디오 게임을 한 편 완전히 끝내는데 보통 4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우리 시대의 가장 난해하다는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이 dvd 무삭제판으로

10시간이 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슬리퍼 커브라는 요리법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시간이다.(영화는 잘 보면서도 반지의 제왕은

극복이 안되었는데 역시 나는 멍청한가봐..ㅎㅎㅎ)

 

 

 

대중매체를 통해 평범한 우리들의 두뇌가 계속 단련되고 있다는 것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만들려면 당연히 내용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DVD를 사겠다고 결정했을 때는 한순간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니모를 찾아서는 복잡한 이야기 구성에도 잘 팔리는 DVD가 아니라

복잡한 이야기 구성 덕분에 가장 잘 팔리는 것이다.

 

 

유아의 두뇌는 항상 새로운 자극을 찾아다닌다.

아이들의 두뇌가 TV를 향하는 것은 그럴만한 유익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가장 다양하고 놀라운 자극을 선사하는 것은 TV다.

 

 

정보의 양은 더 많아지고 직접참여를 유도하지만 지금의 글읽기가 채울 수

없는 것이 있다. 하나의 전제는 그 이전에 제시된 전제 위에 세워지고

한 가지 생각을 펼쳐내는데 하나의 챕터가 고스란히 할애되는 기승전결의

작업은 컴퓨터 스크린의 세상에는 맞지 않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들고 한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책'

이입하게 하는데 책만큼 훌륭한 매체는 역사상 없었다.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들이 게임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결론이 났지만

고립된 개별 사건을 놓고 사회적 트렌드를 분석하지는 않는다.

폭력적 매체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인구집단인 학교의 폭력이 최근 10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대중문화는 갈수록 정교하고 복잡해지고 있으며

고난이도의 문화를 우리 뇌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문화가 멍청해진다는 통념은 틀렸다.

오히려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얼마나 많은 긍정적 트렌드가 또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