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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Take Care Of My Cat 2001 한국

by librovely 2009.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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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일까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예전에 개봉했다가 조용히 내렸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누구더라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조영남이었나? 하여튼 누군가가 강추하여 재개봉했던 기억도
그러나 난 안 봤었다...사실 예전에는 영화도 잘 안 봤고 더욱이 이런 흥행위주의 영화가 아닌 경우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곰플레이어 무료상영에 있기에 지긋이 눌러서 봤는데...
영화 참 괜찮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심하게 밝은 여고생의 이미지가 보여진다...
딱 그 때만 보여주고 바로 여고생들은 20살의 사회에 던져진 나이가 된다...그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상업고
출신이다...2001년의 영화면...2001년은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간 딱 바로 그 해인데...그 때를 떠올리며
영화를 봤다...사실 떠올려봤자 기억나는 건 이 영화 주인공들처럼 헐렁한 옷이 유행이었다는 것 정도밖에...



지역은 인천...
뭔가 영화상의 배경이 되는 곳은 상당히 낙후된 분위기...살기 힘은 들지만 그래도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가는
어촌의 풍경이 보였고 그게 싫지는 않았다...정말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에는...자꾸 시골에 가서 사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인생 다 산 사람과 같은 생각이...뭐랄까...농사일은 쉽지 않겠지만 정직할 거 같다는 생각
이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내가 애쓰면 그만큼의 수확물을 보여주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가...물론 자연재해나
기타 등등 꼭 그렇게 정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겠으나...그래도 그래도....일의 결과도 그렇지만 과정도
정직하지 않나? 잔머리나 슬슬 굴리고 거짓으로 실적을 내보이거나 인맥 관리 따위는 크게 상관없고 그냥 묵묵
하게 의미있는 일을 하는 그 과정도 매력적이다....물론 내가 이렇게 쉽게 떠들고는 있으나 과연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게 뭐 불가능한가? 라는 생각도 들고...



서울이 아닌 인천
대학 졸업생이 아닌 고등학교 졸업
남자가 아닌 여자
사회에 자리 잡은 나이가 아닌 이제 막 끼어들려고 하는 사회 초년생
다양한 약자의 위치에 서 있는 주인공들...



극중 옥지영의 역할은 더욱더 극심한 약자의 위치에...
그녀는 부모님 두 분다 돌아가셨고
아픈 할아버지와 힘 없는 할머니와 살며
너무너무 가난해서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산다...진짜 나중에 무너지기도 한다...
다니던 회사는 부도인지 뭔지 월급도 안 주고 사라져 버리고
작은 회사에라도 들어가려 하지만 부모님이 안 계신다며 고용 거부를 한다
그렇게 해서 구한 직장이 인천 국제 공항 근처의 식당...
상황은 열악하지만 그녀는 사실 머리도 좋고 텍스타일 디자이너라는 꿈도 갖고 있다
그러나 유학을 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눈앞에는 아픈 조부모님과 무너져가는 집이 있을 뿐이다



아니 하나 더 있구나
옥지영에게는 고양이가 있다
길에서 데려온듯한 작은 새끼 고양이...엄청나게 귀엽다...앞발은 손처럼 사용하는 예쁜 고양이...
물론 개를 키우는 내 눈에는 여전히 뭔가 멍청하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개가 고양이보다 더 예쁘긴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에야 다 똑같은 학생이었지만 사회에 나가면서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되고 또 바쁘기도 하여서...
친구들 사이는 소원해지기 시작한다...특히 옥지영의 경우 삶이 너무 고단하기에 너무 막막하고 속상하기에...
친구들에게 조차 마음을 닫기 시작한다...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상대는 다름아닌 고양이...
조부모님도 계시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신경질적인 반응만 내보이는데...그건 정말 할머니 할아버지가 미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 현실이 속상해서 그러는 것이라는 게 눈에 뻔히 보인다...



나중에 집이 무너져 내려서 그나마 있던 혈연인 할머니 할아버지를 동시에 잃어버리고...
옥지영은 고양이를 품에 안고 홀로 빈소를 지킨다...물론 동네 아주머니들도 와 계시긴 했지만...
집이 무너진 날 친구집에서 자고 온 옥지영에게 빈말인듯 던지는 경찰관의 의심어린 이야기에 옥지영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그 일로 며칠 감옥 비슷한 곳에서 산다...난 이때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다....
나라도 내가 그녀였다고 해도 차라리 감옥에서 조용히 밥이나 먹고 책이나 읽고 따뜻하게 살다가 죽자...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았기에...



영화를 보면서 옥지영은 알바라도 하면 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하긴 작은 알바 자리라도
주민등록등본을 떼서 가져오라고 할 것이고 가족이 없음을 이유로 그녀를 고용하지 않을테니까...
분명 가족 없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존재할텐데...그들에게는 사람들의 편견이 얼마나 큰 고통이 될지...
나는 과연 편견이 없는가? 나도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런 편견들로 인해 나도 상처를 주고 나도 상처를 받았을
것일테고... 가족이 있다 없다...가 뭘 그렇게 큰 영향을...? 양쪽 부모 다 있어도 인간 말종인 사람들도 충분히
많은데 말이지...



배두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찜질방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한다...계산을 해주고...
간식을 팔고 가끔 전단지도 돌리고...그녀는 순수하다...편견이란 건 눈씻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녀는 자원봉사겸 돌봐주는 뇌성마비를 앓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동남아계 노동자들과 흔쾌히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한다  원양어선에 타고 싶어하기도 하고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그녀는 배에 타고 누워서 어딘가에 정착하지 않고 둥둥 떠다니며 구름도 보고 책도 읽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한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혼자 다 연락하고 친구들끼리 싸우면 제일 마음을 쓴다...버스에 타서도 누군가 물건을 팔면
쉽게 믿고 사 버린다...백화점에서 파는 칫솔이라는 이야기에 바로 지갑을 여는 배두나...배두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당연스레 묵묵하게 받아들이는 가족에게서 답답함을 느낀다...



쌍둥이 자매는 엄마 쪽이 중국인? 하여튼 화교...
둘은 악세서리를 팔며 살아간다...



가장 흔한 일반적인 캐릭터로 느껴진 것은 이요원
물론 그녀의 캐릭터도 개성이 있긴 한데 그런 개성을 가진 사람이 사회에는 가장 흔한 것 같아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름 빽을 써서 증권사에 취직...커리어 우먼을 꿈꾸지만 정작 그녀가 하는 일은 복사
팩스보내기 자료 정리해주기 커피타기....잔심부름...열심히 일하고 친구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그녀지만...
고졸이라는 학력은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언젠간 의미있는 일을 하는 고부가가치의 인간이 되리라 상상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저부가치인간이며 잔심부름이나 하는 증권사의 고졸 직원일뿐...이요원에게는 헌신적인 남자친구
도 있다...그녀는 그를 마구 부려먹는다...내가 싫어하는 남녀관계 중 하나...여자가 남자를 종처럼 부려먹는? 관계
자신이 무슨 공주라도 되는 양...이리 와라..이거 어떻게 해라...저거 사달라...징징거리고...툭 하면 삐치기....
자신은 심히 대접받으려 하고 남자에게는 하인인양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으면서 어찌보면 이용해먹는??
하여튼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영화에서 이요원은...물론 이런 마음씀씀이는 친구들에게도 다르지 않다
자신의 상황이 우선이고 남자와 약속이 생길거 같으면 미리 친구들에게 못 만난다고 했다가 남자가 취소하면
자신이 친구를 위해 약속을 취소했다고 하고...남자친구가 있으면서도 능력있는 남자를 꼬셔보려고 애쓰고...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 남자친구를 불러내서 진탕 이용해먹고...정말 얄미운 캐릭터...하지만 그녀도 크게
다르지 않다...답답한 스무살을 보내고 있을 뿐...



왜 제목이 고양이를 부탁해일까?
고양이를 먼저 키운건 옥지영 그녀는 이요원에게 선물로 주고 이요원은 키울 형편이 못된다고 다시 돌려주고
다시 옥지영이 키우다가 집이 무너져서 배두나에게 주고 배두나가 키우다가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쌍둥이
친구에게 준다...  생각해보고 싶은데 피곤해서 못하겠다...아니 멍청해서...ㅡㅡ;;



여러가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한 명 한 명 오버랩되는 주변인이 있다...
배두나처럼 순수하고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어떤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요원처럼 얌체...그러나 알고보면 열등감이나 약한면 투성이인 누군가가 생각나기도 하고
옥지영처럼 우중충한 인생을 사는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생각난다



물론 구체적인 현실의 모습이야 다르겠지만 각 캐릭터가 삶을 살면서 느낄 그 감정의 결이 비슷할 누군가들...
사실 나 한 사람만 봐도 아주 가끔 배두나스러운 면도 보이고 종종 이요원같은 면도 있으며 자주 옥지영처럼
우중충하고 확 체념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기도 하다...그러면서 동시에 어떤이의 배두나스러운 모습에
반하거나 존경을 표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며 아주 자주 이요원같은 이의
모습에 좌절하거나 상처를 받기도 하고 가끔 옥지영같은 누군가의 삶? 사실 옥지영과 같은 삶을 사는 주변인은
별로 못 본거 같다...사실 나는 그녀와 같은 성격의 친구를 사귀고 싶다...현실을 더 독하게 현실적으로 사는
그런 친구...내가 말하는 것은 가난하다 부모가 없다...그런 조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그냥 사는 것이
쉽지 않고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그런 것을 말한다...내가 좀 그렇다..나는 좀 그런 식으로
사는 데 다들 너무 행복하고 신나고 안정되게 인생을 사는 것 같아서...그런 식의 마음을 터 놓을 사람이 없다?
쓰고나니 좀 불쌍한데...솔직히 내가 사는 모습이 좀 불쌍하다...다양한 기준에서 봐도 항상 그런 편이다...
돈이 별로 없다 결혼을 못했다 그런 자잘한 조건들 이야기가 아니라...그냥 사는 게 우중충하다는 말...
돈이 더 생긴다고 결혼을 했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요상한 심리 상태를 말하는 것...



영화를 보면서 옥지영과 이요원이 싸우고 친구들이 너희 둘이 학교다닐 때는 가장 친했잖아 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소원해진 친구 하나가 떠올랐다...그렇게 붙어다니던 친구였는데 지금 만약 새롭게 만났다면
아마 친해지지 않았을 것 같이 서로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그 친구도 변했고 나도 변했을테고...
그 변화의 방향이 정반대라서 더 그런것일테고...



배두나의 대사 중에서...
꼭 누군가가 싫어졌다고 떠나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친구가 아닌것도 아니다?
뭐 그런 의미의 대사가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다...내용이 저랬는지 확신이 들지 않지만 하여튼...
우린 보통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자신의 곁에 붙들어 놓고 싶어하며 자신을 떠난 경우 상처받고 마음도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나?  상당히 쿨한 말이지만 난 저렇게 쿨할 자신이 없다...배두나의 뇌성마비 연인도
나처럼 감당이 안되었던 모양이다...그런데 배두나는 그가 왜 마음이 상했는지도 모른다...
배두나 같은 성향의 사람은 멀리서 보기에는 너무 멋진데 친구나 가족 혹은 연인인 경우엔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스무살이 느낄만한 삶의 무게 따위를 그리려고 한 것 같은데...
나는 보면서 그게 스무살에만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여튼 하루 하루 지나가고 있고 그렇게 그럭저럭 살고 있긴 하다...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