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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공격 - 아멜리 노통브

by librovely 2008.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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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아멜리 노통브             2005'              열린책들



아멜리 노통브도 열린책들에서 출판되는구나...
열린책들은 어느 정도 수준?있는 책들만 잘 엄선하여 출판하는 것 같던데...


두려움과 떨림
배고픔의 자서전
적의 화장법


읽은 그녀의 책들은 모두 너무 재밌었다. 내용 자체가 말초적으로 재미를 주었음은 물론이고 게다가
뭔가 인간 본성?에 대한 심오한 생각거리도 던져주었기에 이 여자...난 감히 천재라 부르고 싶다~~~
이번에 고른 책의 제목은 공격...적의 화장법이라는 뭔가 섬뜩한 제목의 내용이 상당히 좋았기에 이번에는
더 강한 내용요~ 이러면서 이 책을 집어든 것 같다...아마도...


이 책의 내용은 어땠는가? 사실 내용 자체는 간단하다. 그래서 나빴느냐...나쁜거 까지는 아니지만
여태까지 읽은 그녀의 책들에 비해서는 그 창의성? 기발함의 면에서는 약간 미약한...
그래도 아멜리상 특유의 왕수다 독설은 너무 너무 즐겁다~ 같은 내용도 참 요상맞게 잘도 풀어헤쳐 놓는
아멜리상의 수다기술~


이 책의 화자의 성은 남성이다. 그러나 남자가 쓴 글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멜리상의 글은 남성스럽다.
이 책에서는...역시 남녀의 차이는 별거 아닌거 같다. 사실 내가 쓴 글도 가끔 다시 읽어보면 남자가 쓴 글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그리고 남의 튀스토리를 구경다니면 정말 글만 봐서는 성별 확인이 도통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주인공 남자는 왕추남 그가 사랑에 빠지는 여자는 절세미녀~
왕추남은 외모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이 사회를 조롱한다. 자신의 끔찍스런 외모를 보고 힘겨워하는 세상
사람들을 보고 쾌감을 느끼기도 하며...그러나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네는 엄청난 미녀~
이 미녀는 더욱이 아무도 접근하려 하지 않는 왕추남에게 아주 따뜻하게 대해주며 그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 정말 싫다. 모드....


그러나 정작 이 절세미녀는 또 다른 미남 예술가에게 빠져든다. 왕추남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것은 맞으나
그를 남자로 본 것은 아니었다는 것...친구? 혹은 아는 오빠...아는 오빠....친구사이로 지내...아는 오빠야....
아는 오빠란 대체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남자들이 아주 분노한다고 들었는데...사실 나도 이 문제에
분노한다...ㅎㅎㅎ


아는 오빠가 있는 여자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아는 사이인데? 어떻게 아는 남자가 있는건데?
(아는 남자 하나 없는 가난한 나는 정말 궁금하였다...ㅡㅡ;)
-그거야 여러 종류지...학교 선배 아님 독서실 아님 소개팅갔다가 친구하기로 한 경우...동호회...
그럼 만나서 뭐해? 둘이서도 만나?
-응 가끔...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친구 만나듯이...
그 남자는 너 좋아서 그러는거 아닐까? 아님 뭐하러 만나? 차라리 친구를 만나지?
-그냥 친구 만나듯이 만나는 거라니까...아마도 세컨드의 의미겠지?
세컨드? 그럼 너 남자친구 생기면 연락 다 끊을거야?
-아니...
그럼 결혼하면? 결혼해도 둘이 만날 수 있어?
-아니지...결혼하면 연락 안하겠지..상대방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여지가 있으니까 만나고 애를 쓰는거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뭐 그냥 서로 심심할 때 만나서 노는거지 뭐...



갑자기 아주 예전에...그러니까 5년전에 또 아는 오빠가 있었던 여자?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토요일에 뭐했어?
- 부천 루미나리에 보러갔어
우와...그런 곳도 가는구나...근데 누구랑?
-아는 오빠랑.
아는 오빠? 어떻게 알아?
-동호회...에서 알게 되었는데 둘이 좀 친해졌거든
그래? 그럼 사귀는거야?
-아니. 그냥 아는 오빠 사이지 뭐...
근데 왜 둘이 만나는데?
-그냥.. 심심할 때 가끔 만나.
돈은 누가 쓰는데?
-그 오빠가 밥도 사주고 차도 있으니까 놀러다니기 편하지.
그 오빠 너 좋아하는거 아닐까?
-무슨...그런거 아냐
잘생겼어?
-아니...절대로...ㅎㅎ
(얼마 후...)
-아 짜증나....
왜?
-그때 내가 말했었지? 루미나리에 같이 갔던 오빠..

-그 오빠가 나보고 사귀자는거 있지?
그치?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그 남자가 흑심이 있으니까 그랬겠지.
-기가 막혀. 내가 왜 지랑 사귀냐?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나봐...
응 그랬구나...


아는 오빠....
이성은 이성인데 이성으로 보는 건 아닌 이성...복잡하구나...
나는 사실 속이 연필심으로 가득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그러니까 이성간...특히 둘이서 만나는 사이인 경우
흑심이 없이 만난다는 건 잘 납득이 안간다...어느쪽이든 한 쪽은 분명 뭔가 마음이 있는거고...아닌가?
내가 너무 추접스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건가? 이 이야기는 그만....


하여튼 이 책에서 주인공 남자는 절세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녀도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망상...착각...그녀에게 그는 동성친구와 다를바가 없다...예술가 남자에게 꽂힌 그녀는 연애 상담을
왕추남씨에게 늘어놓는다...왕추남은 아주 끔찍한 일을 당하는 셈...


더 웃긴 것은 그 예술가 남자가 왕추남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물론 그들이 동성애적 관심이 있다는 것은
아니고... 왕추남의 아무말이나 지껄이기를 뭔가 심오하게 받아들이곤 한다는 것...이 상황이 아주 코믹하다.
노통브다운 유머러스함...


자신은 추남이고 외모지상주의를 혐오하면서도 절세미녀를 사랑하는 왕추남씨의 부조리
왕추남에게 따뜻하게 대하며 역시 외모지상주의를 혐오하면서 정작 미남 예술가를 사랑하고 왕추남은 이성으로
취급조차 안하는 절세미녀
미녀를 고용해 놓고는 그녀를 추하게 보이게 애를 쓰며 요상맞은 영화제목을 붙이고 만족하는 예술영화 감독
노통브는 이런 저런 군상들을 그녀 특유의 요상맞은 왕수다로 비꼰다.



책을 읽고 이런 질문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기에 적어보면...
남녀간 사랑의 근원은 무엇일까?
무엇으로 인해 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는 나를 좋아하는가?
외모를 철저히 무시하고도 남녀간의 사랑이 가능할까?
외모와 그 사람 자체는 정말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일까?
외모 외모 외모 외모.....이 지긋지긋한 외모....ㅡㅡ;;



왕추남은 숫총각이다. 누군가를 사랑해 본 일도 없다. 자신의 외모 컴플렉스가 원인이겠지...
그래서 절세미녀에게도 고백을 못한다. 그러다가 상황이 급박해지자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결과는 참담... 이 내용이 아주 간단한 내용이긴 하지만...사실 나에게는 많이 와 닿는 내용이다...
이 지긋지긋한 외모 컴플렉스...


사실 정도야 다를 수도 있지만 왕추남의 자아상과 나의 자아상은 많이 비슷하다.
그의 중얼거림 속에서 나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재미도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
뭐 나만 그럴까? 외모 지상주의가 팽배한 이 놈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평범남과 평범녀들은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런 자괴감에 종종 빠져들지 않을런지... 내가 그랬는데 남이 그러는 것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니...
뭐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소설의 임무?겠지만...



나중에 미녀를 남겨두고 일본으로 잠시 가게된 왕추남씨는 급한대로 그녀에게 팩스를 사게 하고는
팩스 폭격을 가한다.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구워삼기 위해서...ㅎㅎ 별 효과는 없어보이지만 하여튼 그의
팩스를 이용한 러브레터 전송 폭격 장면은 상당히 재미있다. 귀여운 왕추남씨....


왕추남의 이런 저런 사랑 때문에 마음 급한 바보스런 행동들이 참 애틋하면서도 귀엽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아멜리 노통브는 연애를 했을까? 어떤 연애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에게 걸리면? 정말 호되게 당할 것 같다...아주 집요하며 괴상망측한 사랑공세를 펼치지 않을런지...
근데 이 여자는 이미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파악을 많이 했기에 인간에 대한 환상이 그리 남지 않아서
연애가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 괜찮은 책이다.
내용이 기발하다기 보다는 아멜리 노통브의 재미있는 문체와 캐릭터와 상황이 읽는 즐거움을~~
사실 외모지상주의라는 문제를 아주 기발하게 제시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미 외모지상주의라는 문제가 충분히 문제시되어 있는 상태라서 더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읽을만한 책이다.








인간은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권리가 없다. 단 추남 추녀들은 예외다.
게다가 추물인 경우 특별한 쾌락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릴없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면서 기막힌 쾌감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난 사람들의 반응이 정말 좋다. 공포에 질린 사람, 오만상을 찌푸리는 사람, 거북해하며
눈길을 돌리는 사람, 그리고 뭔가에 홀린 어린아이처럼 계속해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사람.



사람들에게 대놓고 쏘아붙였으면 좋겠다.
정신적인 인간인 척하는 게 즐거우면 그렇게 하시지. 겉만 보고 사람됨을 판단하지 않노라고 주장하는 게
재밌으면 그렇게 하시라고. 하지만 스스로를 속이지는 말란 말이오!


난 내 이야기가 좋다. 따분하니까. 환상적인 미녀와 사랑에 빠진 추물이라니. 뻔할 뻔자 아닌가.



사실 어떤 여자든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되는 순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여자는 배우가 된다.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알지 못할 때 그것은 수천 배나 수만 배나 더 분명해진다.



금욕만큼 만족감을 주는 게 있을까. 내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즉 말하고픈 욕구를 느끼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보들레르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사랑을 할 때 느끼는 지고지순의 쾌락은 악행을 저지른다는 확신 속에 깃들여 있다


단 한순간도 내가 사랑에 빠지리라는 상상같은 건 해본 적이 없었다.
꿈도 꾸어 본 적이 없었다. 한숨과 눈물의 선사시대부터 이미 정해진 일이 아니었던가?
추남추녀들은 사랑놀이에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은? (ㅍㅎㅎㅎㅎㅎ ㅡㅡ;;)



나는 바타이유의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에로티즘은 죽음 속에서 삶을 인정하는 것이다.


너는 사귀는 사람 있어?
그녀는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보는 게 얼마나 실례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전신마비 환자한테 탱고를 출 줄 아느냐고 물어본 거나 다름없는데도.   (ㅍㅎㅎㅎㅎㅎ ㅡㅡ;;)



아름다운 것은 반드시 이상하다.  보들레르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어떤 일자리를 구하느냐? 그게 문제였다. 난 대학 졸업장도 없었고 탁월한 능력이나 특별한 재주도 없었다.
장래희망이라곤 연애가 전부였다. (ㅍㅎㅎㅎㅎㅎ ㅡㅡ;;)


사귀는 여자 있어?
난 생각에 잠겼다. 난 에텔과 사귀고 있는 걸까? 하지만 에텔과 손도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걸.
어떤 상태에 이르러야 남녀가 서로 사귄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옛날엔 스물아홉 살까지 숫총각으로 있는 것이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요즘은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인격장애에 시달리는 정신질환자로 의심받기 일쑤다.


나는 추남추녀들을 열심히 관찰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감탄하는 동시에 분개했다.
그들 대부분은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결혼했다. (ㅍㅎㅎㅎㅎㅎ ㅡㅡ;;)
이해할 수가 없었다. 흉한 꼴을 곱절로 늘리다니..그렇게 저 닮은 못난이 자식을 낳고 싶을까?


1996년의 마지막 날들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내 연인은 가증스러운 행복에 겨워 있었고 나한테 제 사랑
이야기를 시시콜콜히 들려주고 싶어 안달을 했다. 그녀는 연애 초기단계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인 최면상태에
빠져 있었으니까. 그땐 어리석은 것이 멋있어 보이고 음란한 것이 최고로 보이게 마련 아닌가.
내가 그녀의 단짝 친구만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12월 29일 난 그 일방적인 선언을 들었다. 에텔이 그 위대한 화가께서 속옷을 입지 않는다고 얘기한 직후였다
에텔, 왜 나한테 그런 얘길 하는거야? 나랑 아무 상관없는 얘기잖아.
넌 내 단짝 친구니까.
그녀는 엄숙하게 그 끔찍한 선언을 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우는 것(그것도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우는 것)을 지켜보는 건 내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나는 차라리 비열해지기로 하고 에텔을 품에 안았다.



나는 그녀를 숨막히도록 끌어 안았다. 내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할 기회가 왔다. 물론 내놓고는 못하겠지만
그래서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나는 마음속에 들어있던 말을 쏟아 내었다. 자신에 대해 3인칭으로
이야기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원래 나는 타인이므로 인칭 변화는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전화전선에서는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종군 여기자는 점점 더 자주 전화를 걸어왔다.   (ㅍㅎㅎㅎㅎㅎ)



나는 연인의 귀에 대고 편집기사가 만성 딸꾹질을 앓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녀가 대답했다. 편집기사는 여자인데 파킨슨병 환자라고.
그런데 바로 그것 때문에 감독이 그 여자를 편집 기사로 썼다고.
나는 영화관이 떠나가게 웃음을 터뜨렸다.
미남씨는 내 행동에 뭔가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따라 웃었다. (ㅍㅎㅎㅎㅎㅎ)


사람은 시대에 맞게 살아야 한다. 지금이 중세였다면 난 연인을 탑 꼭대기에 가두거나 그녀에게 정조대를
채운 다음에야 먼 길을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개인의 자유니 뭐니 하는 멍청한 것들 때문에 그런
참하고 확실한 방법에 기댈 수 없다. 다른 사람을 원격 조정하려면 통신 폭격을 퍼부어야 한다. (ㅍㅎㅎㅎㅎㅎ)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증후군
총명하고 글재주도 뛰어나지만 추한 외모 때문에 마음에 둔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다른 남자를 위해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난 세상에서 가장 못생겼지. 그게 바로 우리가 서로를 위해 태어났다는 증거야.
나는 네 아름다움에 의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고, 넌 내 추함으로만 더럽혀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