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 성석제

by librovely 2010. 5. 1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2003                 문학동네



한 번 읽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도서관에 가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잊혀질만도 한데...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떠올라 검색해서 대출받았다
생각보다 책이 작고 몇 페이지 안된다...일본 소설틱한 사이즈네...부담이 없었다
성석제라는 이름은 뭔가 고리타분한 느낌을 주는데...(아마 이 작가 상당히 유명할텐데...난 무식해서 잘 모른다..)
앞날개의 나름 폼잡고 찍은듯한...사뭇 진지한 표정의 사진인데도 이상하게 얼핏 가볍고 코믹한 느낌이 들었다...



뒷표지에는 대놓고 써 있다...웃긴다고...
재채기처럼 연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 폭탄 세례...라는 뭔가 뻔하지만 기대되는 문구가 적혀있으나....
웃기면 대체 뭐가 얼마나 웃기겠어...하는 약간의 무시를 깔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짧으면 1쪽 길면 7쪽 정도 분량의 초단편들이 묶인 책이다...그야말로 단편...
재밌다....웃기다...그렇다고 소리내서 웃을 정도는 아니고...아니 솔직히 두 부분 정도에서는 읽다가 소리내서
웃긴 했다...웃기는 종류는 참 다양하다...성석제의 단편은 딱 40대 아저씨 작가의 유머스러운 내용이라서 나에겐
오히려 신선했다...내가 접하기 힘든 소재가 등장하니까...좀 과장하자면 단편이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무슨 개콘
개그 코너 하나 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뒷부분보다는 앞부분이 더 재밌던 것 같다...중간부분도 재밌고...뒷부분은 익숙해져서 그런지 약간
약한 느낌이...? 약방할매 어쩌고의 내용은 웃기다기 보다는 마음 한 구석이 쓰린 느낌도 들었고....
하여튼 웃기면서도 그 안에 교훈?이나 미미한 생각거리도 있고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사실 어떤 단편은 뭐 그다지 뭐 이걸 소설이랍시고...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내용도 있었다...그만큼 별 거 아닌 내용도 섞여있는데...별거
아니라는게 의미하는 건...소설가를 통해서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는 의미에서의 약간의 실망...
물론 그 내용을 재밌게 써 낸 차이는 있지만...음...



하여튼 이 작가 참 독특하다...
내가 워낙 한국 소설을 안 읽어봐서 잘 모르지만...독특한 작가 맞긴 한 거 같은데...이런 그도 신도시 아파트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모양이다...책에는 남의 내용이라고 극구 강조하지만 작가 본인의 내용임
이 확실한 것들 투성이...라서 웃겼다...사실 누구나 자신이 어릴 때부터 여태까지 겪어온 일들을 하나씩 기억해
내서 약간 과장하고 코믹하게 각색한다면 이 정도의 글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성석제만큼 재밌게 쓰긴
힘들겠지만...아니 불가능하겠지만...



<당부말씀>이라는 단편은 전체적으로 내 맘에 쏙 들었다....
<누가 염소의 목에 방울을 달았는가>도 웃겼다...'방울을 떼자 염소는 순식간에 백 퍼센트 야생으로 변했다' ㅎㅎ
<군대라면>에서 영민했다면 이랬어야 했는데...라는 내용도 웃겼고...



<찬양>에 나오는 초딩이 쓴 시도 웃겼다..
들판을 지나가는 저 기차로 말할작시면 논두렁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를 닮았다
긴 곰방대의 끝에서 연기가 흘러나올 때마다 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이 난다
그때 내 할아버지는 육순을 헤아리는 정정한 분으로 돌아가시기는 커녕 호랑이를 방불케 하는 위엄으로...




읽어볼만하다...
성석제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완벽한 내 취향의 책은 아니지만 최소한 재미는 있으니까~
아...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 도대체 무슨 순간을 의미하나 궁금했었는데
그건 바로 뇌물을 받는 번쩍하는 황홀한 그 순식간의 순간을 말한다  뇌물을 받으면 번쩍번쩍 하는 모양이다~














사실 불법 사냥에 한 눈을 바칠 정도는 되어야 (두 눈을 바치고 사냥계를 떠나는 것은 불법 분야의 성자의 경지
이다) 정상급의 불법에 도달했다 하겠다



불법 사냥에 동원되는 개는 개가 아니고 사람이다
개에게는 불법을 가르치기 쉽지 않은데다 사람은 개와 달리 도구를 쓰는 존재이므로 사람을 사냥에 쓰면 개가
할 수 없는 요긴한 일 예컨대 털 뽑기 요리 술심부름 같은 일을 시킬 수 있다



불법 사냥꾼들은 대체로 밤에 사냥을 한다 말을 바꾸면 밤에 사냥을 하는 건 무조건 불법이다
낮에 사냥을 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낮에 사냥을 하는 건 합법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전날 밤 사냥을 해서 낮에 자야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의 욕은 압축적이고 핵심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에 가까웠고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내가 인간의
어떤 신체 기관과 닮았는지 어떻게 그 기관을 쓸 것인지 장차 죽어지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해 상기시켜
주었다) 가락과 후렴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노래가 될 만했고 (내가 어떤 짐승으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았는데
그 짐승도 대여섯 가지로 다양함을 보여주었다)
소리내서 웃은 부분중 하나....ㅡㅡ;;



순간이여 알아서 쌓여라
누구든 나를 대신해서 순간을 쌓아다오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모른다
나는 안다 인생의 황홀한 어느 한 순간은 인생을 여는 열쇠구멍같은 것이지만 인생 그 자체는 아님을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과 행복의 비밀 - 발자크  (4) 2010.05.17
코코스 - 박청호  (4) 2010.05.16
판결 - 프란츠 카프카  (3) 2010.05.08
지우개 - 스노우캣  (0) 2010.04.06
공항에서 일주일을 - 알랭 드 보통  (4) 201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