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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Der Himmel über Berlin Wings of Desire 1987 독일 프랑스

by librovely 2009.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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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이였을 때 팔을 휘저으며 다녔다
시냇물은 하천이 되고 하천은 강이 되고
강도 바다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였을 때 자신이 아이라는 걸 모르고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세상에 대한 주관도, 습관도 없었다
책상다리를 하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사진 찍을 때도 억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질문의 연속이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에는 없을까?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태양 아래 살고 있는 것이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조각은 아닐까?
악마는 존재하는지, 악마인 사람이 정말 있는 것인지,
내가 내가 되기 전에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어떻게 나일까?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는
다만 나일 뿐인데 그것이 나일 수 있을까..




아이가 아이였을 때
시금치와 콩, 양배추를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것을 잘 먹는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낯선 침대에서 잠을 깼다
그리고 지금은 항상 그렇다
옛날에는 인간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옛날에는 천국이 확실하게 보였지만
지금은 상상만 한다
허무 따위는 생각 안 했지만
지금은 허무에 눌려 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딸기만 손에 꼭 쥐었다
지금도 그렇다
덜 익은 호두를 먹으면
떨떠름했는데 지금도 그렇다
산에 오를 땐 더 높은 산을 동경했고
도시에 갈 때는 더 큰 도시를 동경했는데 지금도 역시 그렇다
버찌를 따러 높은 나무에 오르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도 그렇다
어릴 땐 낯을 가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항상 첫눈을 기다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막대기를 창 삼아서 나무에 던지곤 했는데
창은 아직도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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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영화
뭔가 많은 의미들이 숨어있을텐데 난 그런 것들을 제대로 파악할 능력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어려운 영화
하지만 어려운 영화라도 내 수준에서 쉽게 보면 그만인 것을
내 수준에서 일단보고 그 이상의 수준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다
(저 위의 시를 찾으려고 검색하다보니 진중권의 글이 바로 뜨는데 슬쩍만 봐도 역시 전혀 다른 수준의 이야기들)



몇 달 전에 반 정도 보다가 그대로 노트북에 끼워둔 채 지내다가 오늘 다시 봤다
진중권이 언급하기에 갑자기 궁금해져서
다시 보니 또 다르다



제목이 베를린 천사의 시라서 그런지 영화도 시로 시작한다
시의 내용은 어릴 때는 모든 것이 궁금하고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고 느낀다 뭐 그런 의미인듯
영화에는 정말 천사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다  사람들의 생각이 그들에게는 말처럼 들린다
천사들은 행복함에 겨운 이들의 곁에 있지 않고 보통 근심 중에 있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살 직전인 사람들 곁에서
그들을 위로한다  천사가 어깨에 손을 올리면 사람들은 어깨를 만진다...간지러웠는지...은연중에 손으로 건드리는
신체 부위에는 천사의 손길이 닿았던 것일까...



천사의 시점에서 영화가 진행되어서 그런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렇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신이 우리를 그렇게 내려다 보고 있을까...
천사들의 눈에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로 느껴질까...힘든 상황에 있는 자들 옆에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삶은 고단하고 지쳐있고 지지부진하게 느껴졌다...다만 천사를 볼 수 있는 어린이들만은 예외....



삶이라는 건 기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천사라는 단어의 어감은 나를 돕는 존재...라고 느꼈던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보니 돕는다기 보다는 위로하는 존재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어쩌면 사람들의 삶은 위로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원래 그런 게
삶이다...



천사들은 지하철 안에도 거리에도 존재하지만 특히 도서관에 많이 있다....는 설정은 무슨 의미일까?
도서관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도서관이 그러하듯이 무슨 취직 시험 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고
그냥 인간이면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생각들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노력 정도로 보였다...맨 앞에 나온 그 아이들
이 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그래서 도서관에는 천사가 많았던걸까? 답을 알아내도록 돕기 위해서??



다니엘은 카시엘과 종종 자신들이 본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다
보아도 여전히 신기한 존재인 모양이다  누군가가 이런 행동을 했고 이런 말을 하기도 했으며 몇십년 전 오늘
이런 일도 있었다... 어찌보면 천사들의 눈은 어린 아이들의 눈과 닮았다...아이들도 모든 일들이 신기하고 의미
있고 또 잡다한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은 우연히 서커스 곡예단을 보게 된다
그리고 곡예단에서 공중 곡예를 하는 마리온이라는 여자를 보게 된다
그녀는 가짜 날개를 달고 끈에 의지하여 공중 곡예를 연습한다
마리온은 절대로 날 수 없다  다만 날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좀 더 잘 날기 위해 노력할 뿐 그녀의 말대로 닭털로
만든 날개로는 절대 날 수 없다... 그러나 그녀는 쉬지 않고 연습에 몰두한다...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장사가 잘 안되어 곡예단은 해체를 결정하고 마리온은 허무함에 빠져든다...
그리고 사랑하고 싶다는 말도 하고...결국 다시 웨이트리스나 하며 살아야겠구나 하는 말도 하고...
삶은 한번으로 족하다...는 말도 한다...마리온의 이런 뇌까림들은 슬프게도 나의 내면과 좀 통했다...
이런 그녀를 다니엘은 넋놓고 바라본다...다니엘은 마리온에게 빠져든다...뭐가 그렇게 만든 것일까?



마리온의 아름다운 외모?
음...
둘 다 천사다...


다니엘은 날개도 있고 날 수 있다...그러나 한계가 있다...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들어설 수 없는 한계
지켜볼 뿐이고 나름대로 곁에서 위로를 하기도 하나 그것도 한계가 있을뿐...다니엘의 눈에 세상은 흑백...
그는 사람들을 지켜볼 수는 있으나 제대로 알 수는 없다...이해할 수 없다...


마리온도 천사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이기에 끈에 의지해서 공중 곡예를 하는 것일뿐 날 수도 없고 언제 사고를 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 불가능한 곳을 향해 위험을 감수하며 쉬지 않고 노력한다...허무함을 이야기 하다가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싶다 공중곡예를 잘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런 면에 다니엘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 아닐까?  마리온을 보니 인간이 되어 인간을 이해하고 싶어진...



요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시지프의 신화를 들여다 봐서 그런지 모르지만 사실...
마리온의 앞 뒤로 왔다갔다 하는 공중 곡예를 보고 있노라니 시지프가 바윗덩어리를 밀어 올리는 것이 연상되기도
하였다...아무리 노력해도 그네의 끈이 없이는 날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연습하는 마리온의 모습이...



하여튼 그러하여 다니엘은 영원한 천사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어 지상으로 내려오기를 결심한다
그런 그에게 형사 콜롬보의 배우는 안 보이지만 네가 여기에 있는 걸 다 안다...담배와 커피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네가 아느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나중에 형사 콜롬보의 배우는 자신도 지상에 내려온 천사이며 자신과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 세상에 꽤 많이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왠지 낭만적...ㅡㅡ;




인간이 된 다니엘은 천사 시절 입었던 금속 의상?에 머리를 맞아 피가 난다
그는 아기가 흔히 그러하듯이 일단 맛을 본다...ㅡㅡ;  피 맛에 대한 평가는 맛있다....!
다니엘의 발걸음은 경쾌하다...아이가 그러하듯이...
다니엘의 눈에 이제 세상은 흑백이 아니다...총천연색...그는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색깔 공부를 한다
그리고 커피를 먹어보고 싶다며 은근슬쩍 동전을 삥~뜯기도 한다...ㅡㅡ;;물론 그런 의미의 장면은 아니다..ㅎㅎ



다니엘의 표정은 순진무구  그 자체...
첫 장면에서처럼 다니엘은 시를 읊으며 길을 걷는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딸기만 손에 꼭 쥐었다
지금도 그렇다
덜 익은 호두를 먹으면
떨떠름했는데 지금도 그렇다
산에 오를 땐 더 높은 산을 동경했고
도시에 갈 때는 더 큰 도시를 동경했는데 지금도 역시 그렇다
버찌를 따러 높은 나무에 오르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도 그렇다
어릴 땐 낯을 가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항상 첫눈을 기다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막대기를 창 삼아서 나무에 던지곤 했는데
창은 아직도 꽂혀 있다



다니엘은 커피 맛을 본 후 마리온을 찾아 나서는데 그녀는 없다
이미 떠난 후
다니엘은 슬퍼하고 그 옆에서 카시엘이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니엘은 간지러운듯 어깨를
툭 건드린다  



마리온은 거리의 음식 파는 곳에서 형사 콜롬보 배우와 마주친다 
그녀는 그에게 묻는다 잘 찾느냐고...
누굴 찾아주느냐는 말에...남자냐 여자냐는 말에만 남자라고 답할 뿐 자신이 누굴 찾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름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나고 싶다...
이 장면 이전에 이 영화는 뭔가 철학적인 영화로 느껴졌는데 이 장면부터 내 눈에는 로맨스로 보이기 시작..ㅜㅜ



다니엘과 마리온은 결국 어떤 공연장 겸 bar에서 재회한다...둘은 처음 만난거지만 처음 만난 것이 아니다
둘은 보자마자 서로 알아본다  다니엘은 당연한 거지만 마리온은 대체 어떻게??
마리온은 다니엘에게 이런 말을 한다...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이다 잘 결정해야 한다??
다음 장면에서 마리온은 여전히 끈에 의지하여 공중 곡예 연습을 하고 그 끈을 다니엘은 온 힘을 다해 잡고
있다...다니엘은 지난 밤?의 기억은 평생 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마리온은 다시 곡예를 시작했고 그 끈을 다니엘이 잡고 있다....는 것
마리온이 날고자 하는 것은 어떤 유토피아? 이상향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가능하지만...  절대 도달할 수 없지만...위험마저 수반하지만... 그러나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마리온...그리고 그녀와 함께 하기로 결심한 다니엘...



독일...2차세계대전...워낙 무식해서 이 영화의 배경에 대해 영 모르겠다....
그리고 마리온의 곡예...는 왜이리 어지럽게 느껴진건지...보고 있으면 멀미가 날 지경....
마리온 역할 여배우에 상당히 관심이 갔는데 검색해도 별게 나오지 않고(외국어 검색은 나에게는 암호일뿐ㅡㅡ;;)
2007년에 그다지 많지 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니...안타깝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다니엘이 천사를 포기하고 선택한 인간의 삶
그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 나
그 삶을 아이가 아이였을 때 살듯이 그렇게 그대로 느끼며 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결론....
근데 그렇게 사는 것이 쉬울 것 같지는 않다...그 질문들의 답을 구할 수 있기나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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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영화평은 ...



일단 진중권의 글    http://cafe.daum.net/mediaaestheticso09/Hguw/9

 모 블로거의 글      http://babam.egloos.com/515689

어떤 블로거의 글   http://poise.tistory.com/826?srchid=BR1http%3A%2F%2Fpoise.tistory.com%2F826

또 어떤 블로거의 글  http://viva9.tistory.com/138

또 또 어떤 블로거의 글   http://nonus.egloos.com/107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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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이 중앙대 마지막 강의?에서 말하기를...
천사의 모습이 지식인과 유사하다...(상아탑안의 지식인을 의미하겠지...)
그렇다면 진중권은 다니엘처럼 천사 자리를 포기하고 땅으로 내려온 천사?
영화를 보면서 마리온의 상황에서 요즘 진중권의 상황이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공연이면 슬플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마리온의 대사가 유난히 머리에 남았다



칼라TV는 대체 왜 고작 7분으로 편잡해서 동영상을 올린걸까...너무하는군....ㅡㅡ;
그 짧은!! 동영상의 앞부분에서 이명선과 진중권이 인사를 하는데...
보다가 나도 모르게 저..저...저런...하며 화면으로 들어가 말릴 뻔 하였다...
아니 왜 그 좋은 인사법인 목례를 놔두고 서양식 인사를....!!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