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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아담도 이브도 없는 - 아멜리 노통브

by librovely 2010.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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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2008           문학세계사




읽은 지 한 달은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던 때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열심히 다닐 때였고 그 날도 난 누워서 이 책을 펼쳐들고 읽고 있었고 그 당시 만나던
그 분에게 전화가 왔고 뭐 하고 있느냐는 질문...보통 난 텔레비젼을 본다고 하거나 자고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 분에게 그 당시 난 내 본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겠다는 착한 생각에 사실대로 말했다..허리가 안 좋아서 병원에
다녀온 후(다들 이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난 그냥 했다....뭐 어때...ㅡㅡ;;)  운동하고 와서 책을
읽고 있다고...그러자 들려오는 대답이...무슨 책인지 묻지 않겠다고...말해도 자신은 모를 거라고...으으음....



이 책은 아멜리 노통브의 첫사랑에 대한 책이다...21살의 어린 나이에 아멜리 노통브와 그녀의 귀여운 연인은
어찌나 아름답고 재밌는 연애를 하는지... 읽는 동안 부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특히 부러웠던 것은...
둘이 대화가 통하는 그런 장면들....대화가 통한다는 게 뭐 대단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서로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것...그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하여튼 그런 의미에서 아멜리 노통브의 첫사랑 이야기는
참 부러웠고 또 그런 의미에서 나의 그것은 시작하기도 전에 끝이 난 것이고...



이 책의 뒷표지에 아멜리 노통브의 초기 소설에서 보여준 우아함을 되찾은 소설이라는 르몽드지의 평이 나오는데
그렇다...매우 적절한 평이다...<두려움과 떨림>에 나타난 그 문체...그 분위기...그 특유의 빠르며 재치있는 그
문체가 다시 등장한다...비슷한 시기의 이야기에 대해 다뤄서 그런걸까? 두려움과 떨림은 회사 이야기이고....
이 책은 그 당시의 연애 이야기이다...같은 시기....



사실 아멜리 노통브와 연애란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도대체 이 요상한 여인이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하지만 말이 된다...되는 모양이다...일본의 한 여자보는 눈이 매우 특이한 남자는
아멜리 노통브와 사랑에 빠진다...하지만 비극적인 건...그의 아멜리상에 대한 마음과 아멜리상의 그 남자에 대한
마음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둘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로맨틱하다....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또 돈도 벌기 위해 겸사겸사 아멜리는 불어를 배울
사람을 구하고 거기에 낚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사랑에 빠진다는 건 사실 남자인 린리의 입장에서 한 표현
이고 아멜리 입장에서는 호감?을 느낀다...좋아한다 정도가 적절한 표현이 될 것 같다...하여튼 그렇게 운명적인
만남처럼 그야말로 우연하게 알게 되었고..린리는 대단히 부유한 집 아들...그래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그려진
것도 같다...아멜리는 혼자 일본에 간 상황이었고 직업도 없고 그야말로 좁은 방을 얻어서 불쌍?하게 사는 형편
물론 둘 사이에 이런 건 따져 볼 필요도 없는 문제였고...



아멜리 노통브의 호기심 왕성한 성향에 딱 맞게 린리는 흥미진진한 나날을 선사한다...둘은 그야말로 직업도 없이
팔자좋게 연애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한량~~  린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좋았고 또 거기에 대해 대단한
반응을 보여주는 아멜리가 너무 좋았을 것이다...아멜리야 아무 암시 없이 새로운 것들을 계획하고 보여주는 린리
와의 일상이 대단히 즐거웠을 것이고...또 둘은 성격도 잘 맞았던 모양이다...빈 집에 틀어박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니 딱히 린리가 돈이 많아서 혹은 이것저것 왕성한 활동을 해서 즐거웠던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읽은 지 오래 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그냥 들었던 생각은....
린리가 일본 여자보다 아멜리 노통브처럼 외국 여자를 좋아한 이유는 일본 여자의 그 답답함이 싫어서였던 것
같다  너무 순종적이고 남의 눈을 의식하고 거기에 자신을 맞추려는 뭐 그런 성향....그러나 아멜리 노통브의
그런 답답하지 않은 성향으로 인해 린리는 결국 아멜리 노통브와 결혼할 수 없었다...
아멜리 노통브가 한 명의 남자를 모시고? 사는 그런 결혼 제도에 들어갈 수 없었으니까...참 아이러니한 현실....



아멜리 노통브는...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하여튼...
결혼할 생각도 없고 아이를 낳을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 세상에 자신을 닮은 누군가를 또 낳아놓는
일은 뭐 끔찍하다는 그런 뉘앙스르 풍겼던 것도 같다... 이런 아멜리 노통브가 일본 남자 한 명만을 바라보며
결혼해서 사는 건 내 눈에도 그려지지 않는다...



어쨌든 그런 아멜리 노통브의 특이한 성향 때문에 마음을 빼앗긴 잘생기고 돈 많고 요리 잘하는 그야말로 초식남
린리는 아멜리 노통브에게 실연을 당하고 만다...린리의 청혼에 아멜리 노통브는 아무 말 없이 다른 나라로 도망가
버린다....불쌍한 린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다...
아멜리 노통브는 정말 매력적인 인간이다...
그녀가 산에 잘 오른다는 것도 매우 신기했다....정말 묘한 인간이다....
책을 읽는 내내 아멜리 노통브의 심리상태가 상황상황마다 너무 제대로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린리가 친구들을 초대하고 자신은 주방에만 틀어박혀 요리를 해서 아멜리 혼자 토크쇼?를 진행해야 했던
그 장면은 정말 웃겼다....




그녀의 글솜씨는 대단하다....대단하다....읽기 참 즐거운 책....두려움과 떨림과 세트 같은 그런 책
유머러스한 상황 묘사...그리고 실제 그녀가 겪은 그것도 사랑 이야기라서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아멜리 노통브가 너무 좋다~~~
그리고 린리가 너무 불쌍하다...린리....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결혼은 했을까? 이 소설을 읽어봤을까?




참..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긴 한 가지 의문...
취향이 비슷하면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아멜리의 말에 대한...

과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에게 반할 수 있을까?
그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사람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나타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그런가?
나와 너무 같으면 반할 수는 없는걸지도....아멜리처럼 좋아할 수는 있지만 사랑에 빠지는 건 불가능할지도...
같은 취향이면서 나를 넘어선 무언가가 있어야 반할 수 있는 걸지도....






























나는 그에게 뭘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그의 성찰이 실존적인 성격의 것인지 아니면 언어적인 것인지 궁금했다
고민 끝에 툭 튀어나온 그의 대답이 날 당혹감에 빠뜨렸다
노는거요
장애가 어휘적인 것인지 철학적인 것인지 결정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녀가 방금 한 게 벨기에 말이냐고 하라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긴 설명을 피하기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벨기에에서는 지역에 따라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독일어가 사용된다)



미지의 뭔가를 가리키는 '거기'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열광적으로 응했다



내가 독립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내가 거주하는 곳은 대번에 정치적 망명자들이 경찰이 들이닥치는 즉시
달아날 준비를 한 채 불법 거주하는 다락방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혼자가 되자 나는 걷잡을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나를 가장 놀라게 만든 것은 린리의 엉뚱한 행동이 아니라 내가 상냥하고 매력적인 누군가와 관계를 맺었다는
전례없느 상황이었다



넌 정말 예뻐
나는 그의 나쁜 취향이 기뻤다


설명하기 힘들어 일본 여자들은 짜증스러워 그들 자신이 아니거든
-나 역시 나 자신이 아닐지도 몰라
아냐 넌 여기 있고 존재하고 날 보고 있어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지 늘 스스로 묻고 있어
그들은 그들 자신만 생각해
-대부분의 서양여자들도 그래
내 친구들과 난 그 여자들에게 거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



나는 그를 많이 좋아했다
그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나는 그를 만나면 늘 즐거웠다
나는 그에게 우정과 애정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없어도 그립지는 않았다
그에 대한 내 감정의 방정식은 그런 것이었다
내가 답변 혹은 상호성을 요구할 수도 있는 사랑고백을 두려워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과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에게 반할 수 있을까?
그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사람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나타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천오백 고지를 넘어서면 나는 사라진다
내 몸이 순수한 에너지로 변한다
어떤 초인적인 힘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는 호의적인 타입 다시 말해 전혀 조로아스터인이 아니었다
나는 상황에 걸맞은 조로아스터 바그너 니체 유형의 정신상태를 경험하기 위해 고독을 되찾고 싶었다




난 아이 가질 생각 없어
그래? 왜? 그건 정산이 아니잖아
나는 속으로 브라상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와버렸다
아니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아 남들이 그들과 다른 길로 가는 걸



나는 왜 싫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나는 린리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든 결혼은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의 청혼을 거절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내가 린리를 아주 좋아한다는 데에 있었다
거절은 결별 선언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와 결별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 큰 우정 애정 웃음이 날 그 감상적인 청년과 이어주고 있었다
난 그와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약혼을 발명한 사람을 축복했다



사실 결혼해 버릴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매력적인 청년과 결혼을 하기만 하면 지옥이나 다름없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물질적 안락을 누리고 무위안일을
평생 즐길 수 있는데 누가 망설이겠는가?
하지만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난 자른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이 뭐가 될지는 나도 몰랐지만 그것을 희망한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욕망은 그 대상이 뭔지 모를 경우 더욱 증폭된다



내 생애 최악이 사고들은 주로 말실수로 인한 것이었다
주중의 어느날 밤 자정이 지난 시각 내가 졸음에 취해 비몽사몽하고 있는데 린리가 나에게 240번째 청혼을 했다
너무 피곤해 얼버무릴 수조차 없었던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고 곧 잠이 들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나는 책상 위에서 린리가 남긴 쪽지를 발견했다
고마워 너무 행복해



공항의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이 존재한다
비행기에 자리를 잡으며 느끼는 기쁨
그 기쁨은 비행기가 이륙을 할 때 그리고 창가 좌석에 앉았을 때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흠모하는 나라를 그런 식으로 떠나야 하는 것에 절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모든 것을 능가했다
난 좋아 어쩔 줄 몰랐다
비행기의 날개는 내 날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