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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침묵 Die Große Stille Into Great Silence 스위스 독일 프랑스 2005

by librovely 2009.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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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침묵
이 영화에 대해서 어디서 들었을까?
아마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본 것 같다...
내가 몰래 몰래? 종종 가서 구경하는 블로그가 몇 개 있는데...거길 다 가 봐도 이 영화에 대한 언급은 없고
여기저기 타고 넘어가 돌아다니다가 우연하게 본 것 같다...어디서 봤지...기억이 안나니까 더 궁금하다...



수도원
난 수도원에 일종의 로망이 있다
내가 수도원에 어울리는 투명한 영혼을 지니고 있어서?
그럴리가...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남자가 여자에게 끌리듯이....나와 정반대의 것에 끌리는 그런 의미?
난 숙물이고 탐욕적이고...물론 타인과 비교할 때 특별히 심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냥 나만 동떨어지게
놓아 생각하면 심히 그러하다...난 나를 속물로 보는 만큼 타인도 많이 그러하다고 생각한다...ㅎㅎ
혼자 죽을 순 없지...ㅡㅡ;; 



장미의 이름-어렵사리 한 번 읽고 나서 자주 언급하기 좋은 책...잘난척하기 그만이지요~-에도 수도원이 나온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수도원...그 책을 읽을 때도 수도원에 혹~했었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기인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이라는 책도 수도원 이야기라서 나름 흥미롭게 읽었었다...그러나 그러나 부족해...더 알고 싶다....
그런데 수도원에 대한 영화라니...구미가 마구 마구 당길 수밖에....



그래서 영화보자....라는 말만 던지고 내가 예매할게~~라고 한 후 예매를 해 버렸다....
동행인이 백화점에서 쇼핑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도 난 영화 생각만 가득~~아...기대되어라~~~
동행인의 쇼핑욕을 다 채운 후 오로지 영화를 보기 위해 삼청동으로 향했다....삼청동 선재아트센터 지하의
시네코드에서만 상영한다...딱 한 곳에서만 상영하다니...한 번도 가본 일이 없지만 미술관의 영화관이니 시설이
괜찮겠거니 했다.



극장에 들어선 순간...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동행인은 이거 무슨 종교영화야? 라는 질문을...
극장의 좁은 로비에 사람이 가득했다...근데 특이한 건 주말의 극장을 가득 채운 사람의 나이가....
50대부터 60대가 대부분...젊은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게다가 그 나이의 사람들이면서도 뭔가 독특한 분위기..
동행인은 교회사람들 같다고 했다...그랬다...교회나 천주교 신자....의 분위기를 마구마구 풍기는 사람들.....
어떤 점에서 그런 종교집단 느낌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느낌이 들었고...그게 그리 유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솔직하게 그랬다...왜 그랬지? 나도 교회다니는데...



극장은 한 마디로 불쾌했다...
사람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과 좁은 로비...시설도 뭔가 조악한 느낌이....
영화관에 들어서니 상당히 작은 스크린과 무엇보다도 너무 좁은 의자 앞뒤 간격....
영화 상영시간이 거의 3시간이었는데 자리가 좁아서 무릎이 너무 아팠다...기억하기도 싫은 시간이었다....
몸이 불편해서 영화에 집중이 되지 않았고 옆자리의 아저씨 옷에 독하게 밴 고기 냄새와 술 냄새...도 한몫을...
(흡사 토요일 밤 강남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탔을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불쾌감...)



영화 자체는 나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보는 동안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가 끊임없이 밀려들었지만....그건 영화 외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영화를 보면서 머리 속에서 계속 내 방 침대에 편하게 누워서 TV로 다큐멘터리 보듯이 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참...극장이 너무 덥기도 했다....하여튼 이것저것 다 엉망이었다....




제목이 위대한 침묵....인 것처럼 영화에는 대사가 없다....
물론 가끔 나오긴 한다...
산속에 파묻힌 수도원...에 주기적으로 울려퍼지는 소리는 기도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뿐....
하얀 수도사복?을 입고 나무바닥에 몇 가지의 기본적인 가구만 갖추어져 있는 독방에서 수도사들은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는다...그리고 딱딱한 빵 조각과 과일로 혼자 식사를 한다....또 가끔은 함께 모여서 예배를 드린다



예배 말고도 자급자족을 하는 수도원인 만큼 자신의 일이 따로 있다...농사를 짓는 수도사도 있고 옷을 만드는
수도사...장작을 자르는 수도사...어떤 수도사는 연구를 하는 것 같은데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기도 했다...
예배드리고 생존을 위해 맡은 일을 하고 검소한 식사를 하고 가끔 야외로 나가 대화를 나누고 눈썰매도 타고...
그들의 삶의 대부분은 침묵....침묵은 말은 안 하는 것...이지만 더욱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들만큼 제대로
생각하며 사는 삶은 없을 것 같다...



영화 내용은 단순하다...그 단순한 것을 아주 천천히 일상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준다...
인상적인 장면이 몇 부분 있었다...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성경을 읽는 수도사의 모습...그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왜 부러웠을까?
수도사 복을 뒤집어쓰고 아주 천천히 걸어다니는 늙은 수도사의 모습도....알 수 없는 요상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웃긴 장면도 두 부분 있었다...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수도사의 모습이었는데..이상한 소리를 내며 고양이를
부르고 어떤 인형을 들더니 그걸 움직이면서 네가 대장이다....라고 하는 말도 아주 웃겼다...그리고 눈썰매타는
장면도 웃겼다...나이를 잊은 듯한 행동들...수도원에서 나이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다...몇 살이 되었다고
삶에 변화가 오는 것도 아니고...하루 하루가 지날 수록 그들의 생각은 깊어지고 믿음은 강해지고 마음은 더욱
순수하고 어려질 것 같다...



평생 수도원에 들어가 살 수 있을까?
어떤 것이 가장 힘들까?
나는 평생은 못할 것 같지만...1달 혹은 한 계절 아니면 1년 정도는 들어가서 살아보라고 하면 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식탐?이 가끔 솟구칠 것 같긴 하다...물욕은? 음...거기 들어가 있으면 물욕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을 것 같고...이성 그러니까 남자 구경에 대한 건 뭐...지금도 구경 못하고 있으니 큰 문제 없을 것이고
힘들게 느껴질 건 아마 재미있는 영화와 책을 볼 수 없다는 것...정도?  수도원에서 살면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문제는 과연 해결될까? 단순한 삶에서 오히여 삶이 더 충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지금은 너무 쓸데없는
것들이 삶을 가득 채우기에 더 허무한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지나치게 영화가 긴 느낌도 있었고
내가 원하는 만큼 수도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사실 난 그 수도사들이 어떤 이유로 수도복을 입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러나 영화 제목이 위대한 침묵이 아니던가...그들은 침묵한다....하지만 영화 중간중간 그들이 카메라를 물끄
러미 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는 있었다...마지막 부분에서는 눈이
보이지 않는 아주 늙은 수도사가 입을 열어 말을 하는데...내용이 뭐였더라...눈이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다고
했나? 아...기억이 나지 않는다...그리고 죽음에 대한 것도 말한 것 같은데...두렵지 않다...오히려 신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니...뭐 그런 내용이었던 듯....영화 중간중간 성경구절도 나오는데 가진 것을 다 버려야 한다...
그런 의미의 구절이었다...가진 것은 무엇일까? 난 무얼 가졌을까?  가족 친구 약간의 재산 개 직업 ...



수도사들은 다 놓았구나...그들의 재산은 수도복 2벌과 성경책...어떻게 보면 대체 우리가 사는 데 뭐가 그리도
많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요즘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라는 책을 읽는 중인데...그 책에서도 자연 상태
인간은 별다른 것이 필요 없었다...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쓸데없이 욕구하게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말..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는데...옳다고 여겨지는 생각대로 행동이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정말 어쩌면 수도원
에서 수도사들이 사는 방식이 신이 우리에게 기대한 자연스러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루소가 말한
자연상태의 인간들의 삶...처럼...어느정도 고독하지만 타인을 괴롭히지 않고 소유나 지배 따위는 없는 그런
상태...수도사들이 수도원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이상한 상태에서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는 게 복잡하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 조용히 보면 괜찮을 영화...
지루하긴 하다...하지만 잘 볼 능력만 있다면 지루한 만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런지도...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일 수밖에 없지만...나에겐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삶의 방식에 대한 것으로 느껴졌다
종교를 초월해서 쓸데없이 주입된 각종 욕망에서 자유롭게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동행인 표정이 너무 안 좋았다...
이런 영화가 보고싶다면 다음부터는 혼자 봐야겠다...아니 이 영화는 DVD를 샀어야했나?
나도 사실 극장에서 보고 있기 힘들었다....
수도원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볼만할 것이고 지루한 영화 별로라면 절대 보면 안 될 영화....절대로....
수도원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식후 2시간 경과한 후 보고 저녁 시간은 피할 것...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