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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 아멜리 노통브

by librovely 2010.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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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아멜리 노통브                  2002              문학세계사



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요즘 많이 읽는다
소설을 잘 안 읽었는데 요즘 들어 읽다보니 소설 읽기에 뇌가 익숙해진 것 같고 저항이 약한 곳으로 흘러가자는
인생관답게...자꾸 소설을 그것도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집어 들게 된다  그래도 된다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아무거나 집어 들어도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좀 약했다...



뒷부분은 좋았지만 앞부분은 그냥 그랬다
그리고 내가 눈 뜨고 읽지 못하는 그런 류의 글이 좀 있어서...연애담? 그럴리가...그런 거에는 너그럽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건 자아도취식의 글...난 원래 남다른 인간이었고 난 어릴 때 천재였고 글자를 혼자 두 살에
터득했고 내 조상은 어쩌고 저쩌고...이딴 글은 과장하자면 읽는 동안 토가 쏠린다...아마 그런 이유로 공지영
에게 약간의 거부감이 있는 것도 같고....몰라...하여튼 객관적이지 못한 설령 정말 잘났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스스로 그것을 남에게 알리고자 하는 순간....역겨워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잘났다면 잘났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느끼고 알아주기 마련인데...왜들 그러시는지...물론 예외도 있다...진중권은 아무리 잘난척을 해도
다 진리일뿐...ㅡㅡ;;



어쩌면 내가 천재가 아니고 멍청하고 가진 게 없어서 샘이 나서 그러는 건지도 모르지만...아니 꼭 그런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잘난 점이 느껴지는 작가들을 내가 얼마나 존경해드리는데...나 따위가 존경해봤자 아무 의미 없겠지
만...하여튼 진짜 잘난 척은 은근슬쩍 세련되게 해야 제맛인거다...예를 들어볼까나...



가상의 인물을 창조해 보자면...(나의 예를 들고 싶은데 잘난척할만한 게 딱히...하자면 거짓말을 해야 할테고...)
배운 집안 자제임을 강조하고 싶다면 촌스럽게 나의 아버지는 서울대 출신이시고 나의 할아버지 또한 그 옛날에
대학을 나오셨다...라고 대놓고 하면 안된다...어떻게 하느냐...이건 모 블로거의 글에서 보고 잘난척의 좋은 예
라고 생각했던 방법인데...물론 그 분이야 자연스러운 일상 이야기였지 잘난 척은 아니었지만...어쨌든...



[갑자기 어렸을 때 식물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자 아빠께서 사 주신 책이 생각났다...그 책은 아주 유명한 어린이
식물 도감이었다..] 이러면서 원서로 된 어린이용 식물도감 사진을 올려놓는 것이다... 혹은...

[오랜만에 모교에 갔더니 단풍이 너무 예쁘게 들어 있었다...가을은 역시 나의 계절...] 이래 놓고서 어느 학교인지
파악이 가능한 상징물이 살짝 보이게...이것도 중요하다 너무 티나게 보이면 안된다...의도하지 않았는데 들어간
것처럼...해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러면 출신 대학이 좋은 경우 자연스러운 잘난척 가능~

읽은 책 자랑도 내 블로그의 글처럼 대놓고 찍으면 절대 안된다...오늘 요리를 해 봤다...이러면서 요리 사진과
함께 커피잔을 들고 찰칵~ 이 때 뒤로 책장의 가장 어렵고 심오한 책의 제목이 살짝 보이게 찍기...ㅎㅎ



이건 블로그용 잘난척 방법이고 하여튼 책에도 대놓고 자아도취를 보여주지 말고 객관적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나열하고 그걸 읽고서 독자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저자를 인정해 주는 거지 저자가 스스로 잘났다고 말한 것에
동의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면 안된다....ㅎㅎ 하여튼 아멜리 노통브의 그것은 좀 다르지만...어쨌든....



아멜리 노통브는 자꾸 자신이 글자를 배운 일도 없는데 일어와 프랑스어를 동시에 했고 읽을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세 살에 이미...아니 두 살 이던가? 그리고 그 때가 다 기억이 난다고 했다...사람들은 모르는 줄 알지만
자신은 세 살때 글을 읽었다고....음...안 배우고도 불어나 일어를 읽을 수 있나요? 그럴 수도 있나보다...있겠지
그러나 그걸 자꾸 강조하니 별로....그거 말고도 모르겠다...뭔가 약간 거부감이 들게 했다....곳곳에서....



어쩌면 이건 순전히...내가 학교 들어가기 직전까지 한글을 전혀 몰랐고...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 글자는 정확히
읽었다고 한다...만화를 보다가 마지막에 나오는 끝 글자는 정확히 읽었다고...나도 기억한다...끝 글자가 나오면
만화가 끝난 아쉬움에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며 애써 태연하고 쿨한척 읊어대던 끝~이라는 말....
그렇게 문맹으로 7년을 살아가다가 엄마께 손등을 꼬집히며 그것도 아주 힘들게 한글을 배웠던 기억이...
(아니 읽기는 좀 읽지 않았을까? 쓰기를 배운 게 아닐까....이렇게라도 해야지 너무 흉한 고백이다...ㅡㅡ;;;
난 일곱살 때까지 전혀 책을 안 읽었다는 말이 되니까...내가 그랬나?  나도 소설 하나 써야겠다....
이토록 무식한 일곱살..)
이런 오랜 문맹기간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런건지 왜 그리 난 아멜리 노통브의 독학으로 두 세살에 글자를 익혔
다는 말이 거슬렸는지...



뭐 그런 점 말고도 다른 소설보다는 많이 특이하거나 재미있거나 생각할거리가 있지 않았다....
(라고 생각했는데 발췌를 하다보니 이 책도 상당히 괜찮았구나...ㅡㅡ;;
시간이 흐르면 읽은 내용 중 많은 것이 망각되고 왜곡된다...읽고 나서 바로 정리를 해야...)

오히려 다른 소설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겹쳐 나와서 좀....
그리고 일본을 지독하게 좋아한다는 자신의 모국으로 여긴다는 아멜리 노통브지만...
이 책은 일본인에게는 그다지 기분 좋지는 않을듯...



그녀가 바다?에 빠졌을 때 일본인들이 보고도 구하려들지 않았다는 말도 그렇고...
집안일을 돕던 일본인의 서양인에 대한 자격지심 이야기도 좀....그게 사실이었을지 몰라도....뭔가 좀...




그래도 재미있었다
특히 잉어 이야기...어떤 책에서도 밝혔듯이 아멜리 노통브는 달콤한 음식을 너무 좋아하면서 동시에 살찐 것
혹은 음식에 대한 탐욕을 아주 혐오하는 것 같다...잉어에 대해 오해를 한 부모님께 잉어 선물을 받아서 도리없이
그것들을 먹이는 장면이 웃겼다...고작 세 살짜리가 그런 상황을 인식하고 좋아하는 척 한 것이 웃겼고 그게 전혀
오버~는 아님을 알기에 더 공감이 갔다...우린 나이가 들어서 잊었을지 모르지만 어릴 때를 잘 생각해보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생각도 많았고 영악했고 어른 못지 않았을 것이다...세 살은 아니더라도 미취학 시기에도
나름의 고민과 생각과 그 결과로 갖가지 가식(?)을 떨어댄 기억이 누구나 있을 테니까....



호수에 빠져 자살을 하려던 마지막 부분은...사실이었을까? 아니면 소설의 설정?
아마 물에 빠진 건 사실 같고...그 행동에 대한 해석은 약간의 설정 같기도 하고...
뭐가 되었든 그 때 아멜리 노통브가 죽지 않은 것이 너무 다행이다....
이토록 재미있는 그녀의 소설을 읽을 수 없었을테니....



자살에 대한 삶에 대한 아멜리 노통브의 맨 마지막 부분 언급은...나와 많이 통했다...
나도 가끔 생각한다...자살...그렇다고 내가 자살할 리는 현재는 없다...(뭐 이런 당연한 말...현재는 살아있으니)
아멜리 노통브의 말처럼..자살의 이유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내가 자살 충동을 느낀다면 그건 삶의 허무함이 이유일 것이고 그 허무함은 살아봤자 100년인 한정된 삶이 이유
일 것이다....결국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원인이 되어 자살을 택하게 되는 걸지도...
그래도 내가 자살할 리 없는 이유 또한 아멜리 노통브의 글과 비슷하다....나도 생각하곤 한다...
굳이 왜 자살을 할까...어차피 우린 모두 죽게 되어 있는데...그냥 파이프처럼 먹고 비우고 먹고 비우고 그렇게
쾌락을 추구하며 살다보면...인생을 혐오할 틈도 없이 죽음이 찾아오지 않을까...아 갑자기 우울하다....



만약 삶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그건 어떨까?
그것도 뭔가 두렵다...
종종 하는 생각 하나 더 쓰고 끝내자...
나는 생각한다...150년만 지나면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은 한 명도 살아있지 않고 다 죽어있을 것이다...
뭐 이런 생각...ㅡㅡ;;


















시선만큼 독특한 것은 없다
시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표현이 불가능하다
생명은 시선이 시작하는 곳에서 시작한다




시선은 선택이다
뭔가를 응시한다는 것은 거기에 시선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필연적으로 시야의 나머지 부분은 관심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이 담기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1970년 2월 두 살 반의 나이에 화이트 초컬릿의 은총으로 태어났다




사교장소에 가면 25년 동안 이런저런 기쁨을 절제하면서 살았다고 목청껏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음악은 듣지 않는다든지 책은 펼치지 않는다든지 절대 극장에 가지 않는다든지 하면서 우쭐대는
천하의 멍청이들이 있다 어디 이뿐인가? 절대적인 금욕생활을 하는 자신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감탄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멍청이들은 이런 걸로라도 어깨에 힘을 줘야 한다
살아가면서 이것 말고 또 어디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나는 우리들 개개인마다 다른 특성이 딱 한 가지 있는데 그게 '네가 뭘 혐오하는지 말해봐 그럼 네가 누군지
내가 말해 주지'로 요약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우리들의 개성은 정말로 별 볼일 없다
우리들의 취향도 하나같이 평범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느끼는 혐오감만이 진정으로 우리를 말해 준다



끝없이 채워줘야 하는 구멍
이게 바로 삶이야
삼키고 나서도 텅 비어 있는 이 호스가 바로 삶이란 말이야



절벽 꼭대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다른 사람의 손에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음이 두려워서 죽음으로 뛰어든 것이다
여기서 보이는 역설적인 논리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는 자살하는 제일 큰 이유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다



멀쩡하게 살아나서 억울하고 분했는가?
그렇다
하지만 때맞춰 구해줘서 안도감을 느끼지 않았는가?
그렇다
나는 그래서 무관심해 지기로 했다
살든 죽든 결국 나한테는 마찬가지였다
후일을 기약하자



지금까지도 나는 딱 잘라 입장을 정리할 수 없다
1970년 8월 말에 잉어가 있는 연못에서 길이 끝나는 게 나았을까?
어떻게 알겠는가?
삶이 한 번도 지루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저 건너편에 가면 재미가 없었을 것이라고 나하네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대단히 심각한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목숨을 보전하는 것은 에돌아가는 방법일 뿐이니까
언젠가 더 이상 시간을 벌 방법이 없을 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