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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8 한국

by librovely 2009.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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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오 수정, 강원도의 힘... 둘 다 가끔 케이블에서 해주는 경우가 있어서 채널 돌리다가 조금 보긴 했는데
뭔가 우중충하면서 이상하게 퇴폐?적인 느낌이 들어서 좀 보다가 채널을 다시 돌렸던 기억이 난다...
사실 오 수정과 강원도의 힘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는 걸 방금 알았다...해변의 여인과 생활의 발견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인건 알았지만 오 수정과 강원도의 힘이 홍상수 감독 영화였다니...



잠깐 보고 지나간 오 수정과 강원도의 힘에 뭔가 상당히 수위 높은 장면이 나와서 퇴폐적이다 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가만히 생각해보니 왜 보기 불편했는지...왜 보다가 채널을 돌려버렸는지 알 것 같다
왜 그랬나면...앞의 두 영화가 왠지 보기 불편해졌던 것은 그 장면이 영화로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었을까?
두 영화 모두 중간부터 보다가 안 봤는데 하여튼 그래도 영화 분위기가 상당히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고...
그들의 행동이 무슨 아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아니면 뭔가 외면하고 싶은 일반인들의 행동
으로 보였다고나 할까?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런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던 모양이다.



하여튼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볼까말까 고민하다가 보기로 했다....오로지 이 영화때문에 또 그 먼 곳에 갔다
형식이 뭐 대강 예상한대로.... 생활의 발견에 대해 사람들이 기억은 안나지만 뭐라고 이야기하던 그 분위기...
형식이나 내용이 예상한 바와 유사했지만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김태우가 맡은 그 역할의 모델은 홍상수 감독 본인이었을 것 같다...



영화제에 초청받은 알아주는 감독 구경남
이름 참 웃기지...구경남....구경이나 하고 앉아있는 남자...
영화제는 일종의 감독 휴양지?  숙소도 제공되겠다 밥도 주겠다 밤에 파티도 열어주고 더 늦은 밤에는 술까지...
명색이 영화 감독이지만 영화제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고 여행간 느낌을 만끽하고 호텔방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즐긴다... 그리고는 오기로 한 여자친구가 안 온다고 하자 짜증을 내고...평론가의 심히 과장된듯한 칭찬
을 그대로 믿고 해맑게 좋아하기도 하고 평소 좋게 보던 여배우를 보고는 본인이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영화제 파티에 가기 전에는 잘 해주겠지 라며 기대감을 갖고 밤에는 과음을 하여 그 다음날에 영화를 못본다
그리고 하루는 지인을 만나 놀다가 영화를 다 놓치고...결국 그는 DVD를 챙겨서 나중에 평을 알려주겠노라고...
그 어떤 감독이 영화제에 참석한 감독을 이런 식으로 묘사하겠는가....훌륭하다~~~



홍상수가 감독을 이렇게 이상하게? 묘사해서 감독이라는 직업을 모독? 했다는 느낌은 전혀 안든다...ㅎㅎ
그 어떤 직업의 사람이건 이와 유사한 모습은 다 갖고 있는 게 아닐까? 감독이라는 직업은 하나의 예로 등장한
것일 뿐...영화에 나오는 구경남의 심리는 사실 모든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또 나만 그런가??
물론 감독들이 영화제에 참여할 때 다들 저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닐게다...영화도 미친듯이 좋아할테고....다만
저런 면도 있다는 것....열정적으로 영화제에 참여하는 모습이야 다 알고 있는 모습이니 그 외의 면만 이렇게
보여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제천 영화제에 초청받은 구경남에게 심하게 다가가는 에로배우 출신 여배우...몸로비로 영화 출연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어찌보면 무거워지고 심각해지고 약간 더러워질 수 있는 내용을 홍상수 감독은 지극히
일상적인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심심하게 잘 묘사하는 것 같다...엄지원 캐릭터도 특이
한데...행사를 진행해야해서 그런지 어쩐지 과장된 발랄함...그러다가 약속 관련 내용이 나오면 심히 흥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왜 하느냐...는 그녀의 열변은 잊을만 하면 등장한다...그 특유의 업된 목소리와 함께...
엄지원도 그렇고 공형진 부인 역할도 그렇고 고현정도 그렇고...생각해보니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쉽게 흥분하고 목소리 톤을 높이곤 한다..흥분할 때는 앞뒤 안가리고 혼자 마구 떠들어대고 화내고...ㅡㅡ;;



홍상수가 느끼기에는 보통 여자들이 좀 그래 보이는 모양..... 난 안 그러는데...여자들 다 그렇지는 않은데...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다...나도 종종 그러는구나...이런...)
근데 이것도 어쩌면 상대적인 것일지도...구경남 감독님은 지나치게 화를 내지 않는다...언성을 높일 장면에서도
그냥 피하거나 뭔가 말하려고 했다가도 말아버린다...말도 뭔가 어눌하고...ㅡㅡ;; 그런 그가 보기에 일반 여자들
이 좀 이상하게 보였을지도...감정 표현에 능한 감정 변화가 많은 여자들을 구경하다보면 신기해...느낌이 들었
을지도...



공형진이 등장한 장면도 웃기다...그의 표현에 의하면 천사라는 심히 나이차이 나는 공형진의 발레를 배운 부인
사랑니에 나왔던 고딩 여학생이구나...많이 컸군...하여튼 이 여자는 종교에 심취하신 분...자신은 자신을 위해서
살게 되었다나...하찮은 미물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아는데 인간은 그것도 모르고 살고 있다고 흥분해 주시고...
이런 그녀를 처음에는 황당하여 쳐다도 안 보던 구경남...그러나 그녀가 샤워하는 소리와 벗어 던진 속옷을
보고는 잠시 갈등한다...범죄가 저지르고 싶으셨을듯...아니 그 이전에 그는 꿈을 꾼다...공형진이 그 날 밤 죽고
자신이 울고 있던 공형진 아내와 새출발하는 꿈...그 꿈을 꾸고는 일어나서 그녀가 샤워하는 곳 옆에 앉아서
잠시 갈등...어떻게 인간이 친구의 아내에게 흑심을?? 이라고 할지 모르나...뭐 그게 가능하지...저 깊은 인간의
욕망에는 별별 말도 안되는 것들이 다 들어있는 게 아닐까??



하여튼 그렇게 흑심만 품었을 뿐인데 자세한 상황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녀는 심하게 운다...아마 오해한듯..
그리고 공형진은 그 내용을 나중에 듣고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하고 오해를 풀러 다시 간 구경남에게 돌을
던진다...그 돌은 아마 구경남이 샤워중인 공형진 부인을 떠올리며 잠시 잡았던 그 돌이 아니었던가? 아닌가?
그 돌로 위협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그 돌에 맞아 상처가 난다...오해는 전혀 풀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데...역시 영화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형진은 자신이 살아있을 수 있었던 건 부인 때문이라고...그녀는 자신의 진짜 짝이라고...
돈이 없어서도 성공을 못해서도 원인이 아니란다...공형진표 개똥철학에 의하면 모든 인간의 불행은 자신의 짝을
만나지 못해서라고 하는데...음...그걸 듣고 앉아있자니 내가 공형진에게 돌을 던지고 싶었다....ㅡㅡ;;
구경남은 감독...뭔가 뚜렷한 가치관이 있을 것 같은 감독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나 남의 개똥철학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공형진의 짝을 만나야 행복하다...라는 철학에 그는 심취하게 된다....ㅡㅡ;



맞고 온 구경남에게 또 한 명의 여자가 화를 낸다...
과음하더니 문 잠그고 안 나오던 엄지원...그녀는 자신을 두고 그냥 가버렸다며 가자고 한 게 구경남이니까
너 때문이라며 화를 낸다...그 날 성폭행을 당했다고...그건 전적으로 방에 자신만 두고 나간 너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정작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은 욕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식으로 말한다...황당한 일이다...
그 때 남자들이 황급히 나간 이유는 여배우가 몸로비하려고 해서 끌어내느라 그랬던 건데...
역시...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상황이다...



얼마 후로 시간은 비약하고
이젠 배경이 제주도
거기에서 강연이 있었던 모양이다...영화 관련....
역시 그에게 좋은 잠자리가 제공되고 그는 그런 대접을 은근히 즐긴다...감독 할 만 하구나? 뭐 이정도...?



강연을 하러 간 그...영화를 틀어놓고 담배를 피우러 나오는데 한 여학생이 이미 영화는 두 번이나 봤다며
들어가지 않고 구경남에게 이상야릇한 뉘앙스를 풍기며 다가가는데 교수가 나와 그녀를 꾸중한다....
유준상...연기 참 잘한다....얼뻥한 표정하며...위아래 강조하는 멘트하며 구경남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뚱한 표정으로 대사를 하는 그의 연기는 정말 리얼했다....



강연에서 구경남에게 던져진 질문....
왜 관객들이 이해도 못 할 영화를 만드느냐...그게 영화냐...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뭐냐 대체....
이에 대해 구경남은 영화는 과정이라고 한다..감독이 궁금해 하는 그걸 찾아가는 과정...정확한 말이다...
이 영화에 바로 적용이 가능한 설명 되겠다...


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남학생이 구경남에게 또 질문한다 뭐가 가장 중요하냐고...
구경남은 자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남의 욕망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욕망하는 것을 아는
나를 위한 삶을 사는 자유...라고 말한다...잠시 공형진 부인의 철학에세이가 떠올랐다...그녀가 종교에
심취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 이런 비슷한 소리를 했는데...ㅡㅡ;;


구경남에게 감독의 꿈을 심어준 선배님이 등장한다....머리 하얀 노인...배도 많이 나오고 60-70대 정도의 나이?
화가였나? 하여튼 예술가...구경남은 그 예술가?를 매우 존경한다...그러나 둘은 술자리에서 별 쓸데 없는 것으로
잠시 언성을 높이기도...술자리에서는 그런 바보같은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니까...그걸 보여주려던듯...
이 노인에게 그 구경남에게 담배 달라던 여학생이 뭐가 제일 중요하냐고 묻는다...뭐라고 답했더라? 다 중요하다
그러나 뭐가 중요하다고 했는데...기억이 안나네...하여튼 그 할아버지 예술가가 하는 말에 그녀는 심하게 동의~
그녀의 눈에는 하트가 둥둥~  그런 그녀를 눈치 챈 예술가인지 철학자인지 하는 할아버지는 피곤하다며 방에
들어가 쉬겠다고 하고는 일어나며 그녀에게 따라오라는 몸짓을 한다...



겉으로는 예술이 어쩌고 철학이 어쩌고 자유가 어쩌고 하던 그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할아버지가 결국 새파랗게
어린 여대생과 원나잇을 할 줄이야....그래서 놀랍냐고? 음...전혀 놀랍지 않다...이런 반응을 보이는 내가 싫다...
저런...저런...혀를 찰 상황도 뻔하게 느껴지니...내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걸까?  내가 막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난 어찌보면 막 사는 그런 장면을 봐도 놀라지 않는건지...사회적 도덕성 타락에 원인이 있나? 음....꼭 그런
것도 아니고...물론 사회적으로도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뭐라고 해야하나...사실 인간의 숨겨진 마음을 보자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 않느냐 하는 역겨운 설명을...



내가 나이 든 학자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여대생
내가 대답하면 그녀는 심히 공감하며 눈에서 점점 하트가 튀어나온다
가만히 뜯어보니 예쁘다  날씬하고
술을 마시긴 했으나 정신은 멀쩡한데 그렇다고 이 기회를 놓치기도 싫다



물론 이런 유사한 상황을 겪는 경우 모든 사람이 영화 속 노인처럼 행동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런 생각이 머리에 둥둥 떠다니는 건 마찬가지가 아니냐는...아닌가?  어째 글을 쓸수록 내가 이상한
인간이 된 느낌이...영 기분이 좋지 않군...흠



다음 날 아침 구경남과 대화 중 나이든 선배님은 구경남에게 어제 과음했고 난 기억이 전혀 안난다고 한다
너는 기억나니? 라는 질문에 전혀 기억 안난다는 구경남의 답을 듣고는 안심...하는 듯....
뭐 이런 상황...적용될 경우 많지...알아도 모른척하기.....추하지만 현실?? ㅡㅡ;



이 선배님은 재혼을 했다
10여년 공을 들이던 여자와 재혼한지 1년?  그녀는 매우 어리다....알고보니 그녀는 구경남이 매우 흠모하던
여인....고현정...나이 차이가 한 20년은 거뜬하게 넘을 듯...고현정은 이런 말을 한다  남편은 3번째 남자라고
첫 번째 남자는 무능력해서 힘들었고 두 번째 남자는 너무 반듯해서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했다고....
이 남편은 자신이 무릎꿇을 수 있는 사람이라서 좋다고...대체 무슨 말일까? 존경할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일까?



구경남은 나중에 선배님이 집을 비운 사이 고현정과 시간을 보낸다
연신 너무 예쁘다 사랑한다...의 말을 늘어놓는다...웃기다...그런 말이 쉽게 튀어나오는 것이....
근데 그게 더 솔직한 것일지도 모른다...구경남은 지나치게 솔직하다...그야말로 리얼하게 산다...
그는 그 와중에 갑자기 짝이 어쩌고 저쩌고 철학을 늘어놓는다..공형진에게 배운 그 철학...ㅡㅡ;;
왜 다 늙은 그런 사람과 사느냐는 뉘앙스도 풍기고 자신과 살자고....하는데 고현정이 하루로 족하다고 한다
그냥 지금에 충실하라고 자신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구경남은 이해를 못하지만 고현정은 남편에게
상당히 만족하는 듯...역시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아닐지...고현정이 행복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추측일뿐
구경남이 뭘 알겠는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영화같지 않아서 좋은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현실을 담고 있는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현실이 영화를 담고 있다...?
구경남이라는 감독이름처럼 어떨 때는 일상의 장면 장면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홍상수 감독은 바로 그런 장면들을 잘 모아 영화를 만드는 모양이다...
어쨌든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맘에 든다... 좀 마음이 불편해지는 감이 없지 않으나 그런 것도 바라보고 살아야
더 잘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당분간은 오 수정이나 강원도의 힘을 보고 싶지는
않다...ㅡㅡ;;